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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해서 아늑한, 익숙해서 따뜻한.

  • 작성자 강완
  • 작성일 2024-02-01
  • 조회수 329

노스탤지어는 이제 뻔하다고들 하지만

익숙해서 더 이해하기 쉬웠어.


요샌 감정을 강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자연스럽게 치솟은 입매만 욱신거렸거든.


오랜만에 심장에서 오는 잔떨림.

가슴은 진정한 입꼬리의 인도자. 강요되지 않는 감정은 우러나와야만 한다.


들어봐.


시간의 한 지점에서 영원한 어떤 거울.

우린 그걸 사진이라고 불러.


늙지 않는 과거를 마주한 순간엔

찰나지만 맑은 웃음소리가 귀에 머물렸어.


너무나 선명한 선율이였기에

노쇠한 시곗바늘이 주는 먼지에도

때탄 자국 하나 없더라.


얼굴의 잔털 하나에서도 들어나는

안온한 보듬음의 자국들.


허구한 날 구웠던 쿠키마저

분명 여름 맛이 났었을 거야.

산뜻한 여름, 2016년의 바람 내음.

비밀 재료는 사랑.. 그리고 쿠키 믹스.


난 괜히 거울의 순간을 내것이라 불러보고 싶어져


그리고 무의식 속 생겨난 그 염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결국 웃음 짓고 말아. 거울의 웃음은 나의 것과 동의어. 거울 속 행복은 나의 것이였고 나의 것일 것이다. 어쩐지 증명해야만 했던 그 순간.


낭만과 혼돈스런 인간 관계의 교차점에서,

아스라한 애정의 잔상과 현재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잠시나마 따뜻했어. 행복했어. 아늑했어.


그치만

달빛과 물이 하나 되어 세상을 비추는 순간 흔치 않아 마음에 남듯, 매일같이 짓는 똑같은 웃음은 습관으로 격하돼. 매일같이 느끼는 향수는 히스테리에 불과해.


사진에 손때가 묻으면


웃음소리은 점점 옅어질테지


그래서 우린 새로운 웃음을 찾아야 해. 매일같이 새로운 바람을. 새로운 윤슬과 새로운 아침과 새로운 입꼬리의 각도를. 감정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회유할 새로운 방안을.


이미 U 모양으로 고정된 과거의 입술이 아닌,

어쩌면 입을 n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는 오늘치의 고난을 이겨내야지. 우린 매일 늙어가는 인간이니까.


마지막 한가지.

먼 훗날, 지치고 닳아 도저히 버티지 못하겠을 땐

다시금 익숙한 사거리 위에서 익숙한 순간들과 만나겠다 약속하겠어.

진부해서 아늑한, 익숙해서 따뜻한 무수히 많은 나의 조각들.


그리고 종국엔..


오늘도


잔잔한 웃음을 나누는


그 거울들 틈바구니에 섞여 있겠지.

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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