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포도향 불량식품[썸-머]는 다 큰 애들을 짭짤하게 부식시키고

  • 작성자 해강
  • 작성일 2024-06-16
  • 조회수 335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걸 처음으로 이해한 2교시

적정선을 넘는 여름에 피는 아지랑이에

나는 선 대신 땅을 밟아서 

정글짐 꼭대기에서 헛디딘 날

파아란 페인트사탕을 까다가 그만

텅텅 텅 텅텅 부딪히는 소리에

눈앞이 폭력적으로 점멸하고

팬티속에 들어온 모래알이  

녹슨 철봉이 묻어나온 소매가

위험하게 뜨거운 머리가 

나를 녹다운 시킨거야


모래가 온 데 달라붙은 사탕이 서럽고

푸르딩딩해지기 직전의 팔꿈치는

생각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잖아

무르팍에 박힌 검고 하얀 모래알의 경고

상식에서 벗어난 아픔은 나를 더 울지 못하게 만들었었고


마침 아이들은 모두 숨어있었지

나는 그때 술래였는데

아무도 날 보지 못했고

나는 생각보다 살아있었어

눈물이 나올락 말락 뜨거운 숨구멍


하늘은 백지마냥 하얗고

절뚝거리는 운동장엔 먼지바람

꼭꼭 숨어버린 친구들

나 지금 너무 아픈데 내가 찾아야 해?

끅끅 울음을 넘기며

착석을 거부하는 알싸한 꼬리뼈를

간신히 무시하고 앉은 수돗가엔

숨으려는 노력도 없이

포도맛 불량식품을 먹고있던 너


그래 

너는 내가 

피아노 학원에서 혼나는 날마다 

포도크림을 사는 친구가 되었고


그래 서 너의 숨에서 달려나온 싸구려 포도크림향은 

버룻처럼 나를 동요하게 해.


너는 울지 않으려고 그걸 달고 사는걸까

코에서 넘어오는 포도향은

자갈돌 들어간 실내화도 기쁘게 신게 하니까


그래 이건 

케케묵은 쓸쓸함이 날아가는 맛

그런 맛과 향


그렇게


입시학원 앞 이마트에도 

대학교 안 매점에도

집 앞 편의점에도 

술집이 늘어선 지저분한 골목속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크게 낙심한 운동화코.

너무 실망하지 마

마지막으로 거기 가보자

내게 말하는 포도크림.


다시 찾은 초등학교는 우리를 향해 너희의 자리는 

더이상 여기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더이상 정글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고


그는 자주 알고싶지 않은것들 까지도 가르쳤고

또 그의 운동장은 인조적인 초록색이 되어있었고,

아이들과 녹이 보이지 않는 운동장. 


아주 예전에 술래를 피해 달아난 친구들은,

진짜 잘 숨는것 같아. 누구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

너는 포도크림을 사려 문방구로 뛰쳐나갔다.


숙제를 찢어 숨긴 날

쇠자로 맞은 손바닥보다도 더 많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방인이 된다는 게 뭔지 이해한 2교시 쯤

포도향크림이 없었더라고 말하며 

물기를 뒤범벅한 얼굴로 내게 달려온 

불량 수도꼭지를 안고


나는 딱 추방당한 운동장 모래알의 개수만큼

무수하게 쓸쓸해지기 시작했는데..


품에서는 삐걱삐걱 우는 부식의 환청.

바다에 다리를 꽂고 버틴 쇠기둥처럼

추천 콘텐츠

비센트, 빈고흐

비온다 비나는 오른쪽 얼굴로 누워서,창을 등지고 말하는 너"비빔면먹을까?" 나란히 누운 비씨와 빈씨먹자고 마침 딱 땡겼다고 대답을 해주고 싶었는데몸이 나를 떠난 것 같이 무거워서발톱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어이미 물 끓이고 있네 간파당한것같아 간이 아파센트, 나 오늘은 인간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았어로그인하는데 그랬어그런데잘 안들려서별로생각하지 않기로 했어가만히오른쪽 귀가 하얀 배게로 스며들어가는 소리말하고 듣고 생각할 수 있음에 인간이라면지금 막 6분의 5짜리 인간이 된 나는벌러덩 누워서 남이 끓여주는비빔면이나 기다리고 있는거지?일어나서 점심을 먹고서는비도 오는데 거울속 실루엣이낯설어져서 급히빈 가방을 들고 사진도 찍었어. 머리통 양쪽이 홀수같네. 예상했지만 그것보다 끔찍해.그 유명한 빈 센트 반 고흐가 생활에 보태려 중고로 내놓은 몇천 센트짜리 가방을샀었더라면, 가방 안엔 마술처럼 귀 한 짝과 광기가 들어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비가 오면 흙 냄새인척하는 박테리아 냄새는 양쪽 귀를 유지하는 데 좋대 너도 알겠지만, 귀가 코랑 연결되어있잖아블로그에서 그랬어 이상하게 내가 가진 짝들은 다 홀이 되더라고크리스마스에 산 양말도 반쪽이 날아간 청각기관도아까 비빔면먹다 떨군 젓가락 한 짝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불길하게도 짝이 맞는 우리까지 포함되는 게 아닐까 무서워져서그 냄새, 대량으로 주문했어너는 온전한 인간으로 6/6으로텅텅 빈 나를 대신해서너를 향한 찬사같은 그런내가 듣지 못하는 것들을 들어야지문 밖에 와 있대 나가 봐

  • 해강
  • 2024-07-05
싱클레어, 똥을 싸도 괜찮아:) [처음 싸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 5천만외계인과포크레인이열광한 이달의도서!]

맥락없이 죽고싶어하는 청소년의 애인,뭔가 삶이 불행한 청소년나를 둘러싼 세상이 미워투정을 부리고 투정이라고 이름붙힌 이들에게따지러갔다가 흠씬 얻어맞고맥락있게 죽고싶어하는 청소년과 애인영화같이 비를맞으며 패인을 분석하지힘이 약해서 그랬을까반짝이며 부글거리는 마음은 같은데멋들어진 배설하나를 못해서모두가 미워 다 죽었으면상당히 불행해진 청소년담배를 배우는 애인갈고닦은 발악은 야심차게 세상에 던졌으나아무도 욕하지 않았다마그마같은 싹수의 발악,비명내가 제일 특별한데요발악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걸 알게 될 때가 오기 마련깨달은 청소년과 애인은 발악을 물에 불리고 도시의 쓰레기통에도 담금질하고보기 힘들만큼 붉은 시절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배우는 것이 있다성인과 그의 애인특별해지거나 또는 특별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거나 모든 건 개인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혼자 가는 삶의 고독을 관통하는 가르침마음껏 발악하라 청춘들이여 (8p두들겨 맞고 여름밤을 구르고 (9p망고처럼 든 멍이 빠질때엔 (10p알을 깨고 나온 아브락사스가 되어 (11p세상에서 가장 멋진 똥을 쌀지어다! (12p끝 (13p가격:19600₩ (14p

  • 해강
  • 2024-07-03
베라 마르셰(세 칸 전진)

그래! 나는 너의 낭만이자 혜성이고 싶었다!슬퍼하는 일은 경기가 끝나고 적절한 때에 할 거야. 아침점심저녁밥에도 때가 있듯이꽁꽁 응축해서 서술하자면난 네가 어디있는지 눈을 감고 알아 손 때묻은 인터넷 주소같이 네게서 나는 네 냄새는 하이퍼링크처럼마르셰 마르셰 전진한다 펜싱경기마다 에빼선수는 간을 보다 끝내는 일이 잦았지만나는 승리의 급소를 활짝 드러내고 네 검끝 버튼을 향해 나를 겨누었지투 마르셰!나아갈때마다 삭제되는 발 뒤쪽 공간발할라는 한국인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던데이때다! 너와는 틈새시장공략으로 피튀기게 싸우다가 죽어서 함께프라이빗 헤븐을 마음껏 누리고픈 마음베라 마르셰..! 한발 차로 점수를 내어주더라도

  • 해강
  • 2024-07-02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송희찬

    해강님의 다른 글들도 모두 읽었는데 너무 좋아요~^^ 사실 위 작품은 본지 오래됬지만 그 당시 몸이 안좋아서 댓글 못남겼는데 이제 조금 괜찮아서 이렇게 댓글 남겨요. 일단 위 시를 읽고 추억이네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정글짐 진짜 추억의 단어네요. 7살짜리 동생에게 정글짐을 물어보면 정글짐을 모르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사라지고 있는 기억이 시 속에서 담겨져 있어 괜히 울컥거리고 감성을 자극했어요. 해강님의 다른 시도 그렇고 위 시도 그렇고 해강님 특유의 색깔이 있어 너무 좋고 문채가 특히 제 스타일이에요. 항상 응원할게요~^^(글이 길어지다 글의 서두가 말끔하지 않네요. 아직 몸이 온전치 않아서 그런 것 같네요.ㅎㅎ)

    • 2024-07-04 19:09:04
    송희찬
    0 /1500
    • 0 /1500
  • 사즈

    포도향 불량식품 읽고 시가 너무 좋아서 해강님 시들을 홀린 듯이 모두 읽었네요. 시를 읽으며 생각해보니 포도크림, 정글짐, 술래 같은 단어들을 얼마만에 듣는건지.. 괜시리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끅끅-꼭꼭의 대비도 너무 좋고.. 감각적이면서도 유년시절의 기억을 건드리는 시들을 사랑하는데 해강님 시가 저한텐 그렇게 느껴집니다. 분명히 겪어본 쓴 맛이 나는데 한편으로는 단 맛도 나고(?) 고선경 시인 시집, sns에서 유명하던 대산청소년문학상 은상 첫사랑, 여름 느낌도 나고 제가 어휘력이 부족해 뭐라 표현을 제대로 못 하겠네요ㅠ 하여튼 정말 좋아요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써주세요

    • 2024-06-16 20:25:35
    사즈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