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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베:세상의 기원

  • 작성자 김백석
  • 작성일 2024-03-07
  • 조회수 263

쿠르베 :세상의 기원







햇빛이 뚝뚝 떨어지는 날 버스 창가에 기대어 증발해버린 기억을 떠올린다 

세상에 던져져 의사의 손에서

온기마저 멸균해버린 그 라텍스 장갑에서  짙은 울음을 흘리던 날을 


태어난 날은 언제나 가장 슬픈 날

모두가 울고 있기에 

그래서 태어난 날은 죽은 날 인거야 

나는 이미 죽음을 경험했지만 너무 쓸모없어 잊은것뿐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태초의 구멍 

숙주의 피를 빨고 영혼을 깍는 태초의 음성 

산통은 여자의 성대를 매개삼아 거칠게 떤다 

구멍은 모체마저 자근자근 씹으며 죽음을 시작한다 

피가 흐른다 피보다 붉은 피가 피가 흐른다   피보다 걸쭉한 피가 

그 피 그 피는 아기를 적신다 

아기는 태어난 순간 세례을 받는다 

구멍은 한여자의 생명을 짜고짜서 아기의 머리위에 피를 붓는다 

아기는 죽은 동시에 태어나


방울에 비친 세상처럼 세례의 기억을 떠올린다 왜곡 되어온 일을 

오래전 내가 죽은일을 떠올린다 

띠리링 전화가 울린다 

엄마라고 적힌 글자 

나는 내가 죽인 이의 전화를 받았다 


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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