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지 않게 해주세요
- 작성자 가엘
- 작성일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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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418
토요일 8시.
무거운 몸에 쉬이 일어나지 못하던 나를 깨운 건 다름 아닌 눈이었다.
조금만 더 잘 거야 칭얼거리는 내게 누군가 눈이 온다고 말했다.
따뜻해진 날씨가 연달아서 첫눈 이후로 내리지 못한 눈.
그것이 지금 내린다는 소식은 내 눈을 번쩍 뜨게 했다.
눈을 보려고 창문 가까이 다가가니 먼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우와! 환호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은 나를 홀려버렸다. 나는 그것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눈이 쌓이면 동생과 눈사람 만들어야지. 눈 내릴 때 투명우산 쓰고 앉아서 하늘 보고 싶다.
기대하고 기다리던 내 모든 바람들이 내게 찾아온 순간이었다.
잠시, 그러나 깊게 행복한 기분을 만끽한 뒤 눈을 들었다.
작고 하얀 눈들이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하늘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것조차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고야 말았다. 창문 근처의 눈들은 창문에 가까이 붙어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려 하는 것을.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붙들며 낑낑대며 올라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시 떨어지고 말 텐데. 나는 그들을 예의주시했다.
결국, 그들은 내 생각대로 땅에 떨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이제 더는 눈 오는 풍경이 아름답지 않았다.
눈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하늘을 보며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보이고
눈이 예쁘게 흩날리는 모습은 하늘로 손을 뻗어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눈이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슬프잖아. 나는 중얼거렸다.
이제야 나는 눈의 마음을 깨달았다. 바보같이.
이제껏 모르고 즐기기만 했던 시간들. 그 시간 속에서 눈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눈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눈이 땅에 닿을 때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눈이 녹아 수증기가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면, 그때는 땅으로 보내지 말아 주세요.
하나님 곁에서 웃으며 천사처럼 자유롭게 나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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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은 이야기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