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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의 결별

  • 작성자 黎明
  • 작성일 2020-09-13
  • 조회수 530

점점 희미해지는 장면들. 내게서 멀어지는 익숙한 풍경들. 이러면 안되는데, 소리치며 꿈에서 깼다.  하루에도 몇번씩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익숙'하다고 여겼던 것이 이젠 더 이상 '익숙하지 않게' 되어감을 느낀다.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폭풍을 맞게 된지 어언 10개월. 나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일어나서, 멍하다가, 자는 일. 과연 1년 전의 나와 비교했을 때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나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의 나는, 너무 빛이 났는데. 이젠 왠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꽁꽁 얼어붙어 버린 강물의 위를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메르스나 사스처럼 금방 지나가겠지, 생각했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녀 결벽증이 있나 생각했던 이웃 집 남자애처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변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겨울방학이 조금 더 길어져도, 가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덮쳐와도. 나는, 우리는 그냥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은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사태가 조금 심각해지고 나서였다. 특정 종교 집단과, 갑자기 100명 대로 늘어난 확진자 수와, 하루에도 몇번 씩 오는 안전 안내 문자에, 나는 그제야 상황을 실감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출구 없는  내 무의식 속의 외침이었다는 걸 , 그리고  더 이상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단지 주어진 삶에 맞춰 살던 나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갑자기 줄어든 사회 생활과, 늘어난 집에서의 시간이 나를 조금씩 전의 삶으로부터 떼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옛날의 삶의 모습을 생각하다가, 변화한 삶에 맞춰 바뀌어야 하는 나의 삶의 계획표와,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해진 감정들. 이런 모든 것들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나는 고민을 했다. 내 내면에 대해서, 나의 예전 삶들에 대해서.

 

나의 기억 속 예전의 삶은 참 행복했다. 물론, 그렇지 않았을 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내 삶이 참 행복했구나, 를 느낄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많은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는 나대로의 가치를 인정받아나갔던 시간이 있었다.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마치 팟! 하고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나는 언제나 매사에 열심히 살았고, 주변 사람들도 이를 인정해주었다. 그러나, '집에 계시라'는 안전 관리본부의 말에 따라, 점점 밖에 나가는 일들이 극단적으로 줄었고 나는 이런 삶을 견디기 힘들었다. 하루하루 찾아오는 무력감과 멍함. 그리고 생각.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회상.  특히 내가 존재했던 모든 시간들이 그리워졌다. 내가 즐거웠던 것, 내가 열정적이었던 때, 또 내가 참 건강했던 때(외면뿐 아니라 내면도).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자주 하니 집착 아닌 집착이 생겨버렸다. 나와 함께 존재했던 모든 시간들. 특히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사람들. 짧았지만 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그 애, 그 사람. 그 시간과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던 나의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에 대한 깊은 감정으로 표출되었다. 이 감정이 반복되자 나에게 찾아오는 것은 우울감뿐만이 아닌, 답답함,  후회 그리고 그 이상의 미치겠는 무언가.  그 애를 보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고, 그 애가 나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를 떠올리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시간 속에 다시 돌아가지 못해  우울증이 생겼다. 어차피 돌아가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텐데도, 매일 감정을 소모하고, 답답함과 그리움, 그리고 지친 이 감정을 알아주지 못해 많이 울기도 했다.  그것은 내 감정이 아직 덜 성숙하다는 반증이었겠지만.

 

그리고 미안했던 사람들. 예를 들면, 나와 싸우고 연을 끊어버린 친구라던지, 아니면 내가 사소하게 나쁜 감정을 가졌던 전남친이라던지. 갑자기 밀려오는 후회와 미안함에, 나는 또 나의 숨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도망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중 가장 무서웠던 것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에, 익숙해져버리는 것이었다.  아스카가 말했던 '뫼(=네팔어로 '소용돌이' 라는 뜻 [출처: 김재영/ 코끼리]) 에 빠져 더 이상 출구가 없게 되는 삶. 나는 그게 제일 무서웠다. 그런 생각들에 하루하루 피가 말라갔고, 나는 점점 더 무력해져 갔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냥 나의 숨통을 잡아버린 것만 같았다. 한심했지만, 불안정한 내면의 나는 그때 너무 과다하게 나를 몰아세웠던 것 같다. 그러니 성적이 잘 나올리가 있나, 꿈을 찾을 수가 있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나는 익숙한 게 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끊임없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물들어, 결국 사회에서 '코로나 블루'라고 칭하는 것처럼, 파란색으로 물들어 원래의 나의 빛을 잃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모든 걸 치료해 준다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있어도 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실 그래도 난,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었다. 익숙해던 나의 시간들로의 작별을 고하고, 나의 주어진 삶을 제대로 마주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알기 위해 글을 썼다. 나는 지금껏 논설문이나, 비평문 등 딱딱한 글에 내 생각을 우겨넣는 연습만을 해와서, 내 감정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다. 그러기엔 우선 솔직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고 내가 느낀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진솔하게 글을 써야 했으니까. 하지만, 어려워도 글을 쓰는 연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밀려오는 설움도, 의도치 않게 표출된 분노에도, 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 계절은 두번 바뀌었고, 나는 비로소 불안한 소용돌이를 벗어나 나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글을 써내려가며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또 진솔하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내가 필요했던 곳은 이런 곳이 아닐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편하게 내 얘기를 터놓을 수 있는 곳이 나는 너무나 필요했던 것 같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재밌지도 않은 글이지만 나는 계속 써내려갈 것이다. 글은 내 친구보다 더 편하고, 이 사회보다 더 따뜻한 것이니까. 그래서 뭔지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비추고, 그게 또 나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될 지라도 이렇게 변화하는 삶에 적응하려, 익숙해지려 나는 노력할 것이다. 익숙한 것으로의 결별,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국 또 다른 나의 삶을 찾아가는 발판이 되어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테니까.

 

黎明
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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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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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黎明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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