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때의 행복
- 작성자 우재영
- 작성일 201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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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20
오늘 생일을 맞이했다.
내가 태어난 지 벌써 15년이 지나고 올해가 16년째다. 고로 올해 난 16살이다.
이번 생일이 지금껏 맞이한 생일 중 가장 기쁘다. 혼밥이든 혼술이든 혼영이든, 혼자 하는 모든 것은 다 OK라고 생각하던 내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은 채 맞이한 생일이다. 혼자 하는 것에 대한 내 생각은 아직도 변함없이 OK이지만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 또한 큰 행복이라는 걸 깊이 느꼈다.
16살이 됐으니 이제는 더 공부에 집중하자며 결의를 다지자는 명분으로 중학교 2학년의 겨울방학과 봄 방학은 나름 즐겁게 보냈다. 16살이라는 나이가 짓누르는 무게를 함께 버텨내고 있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누가 무슨 말을 꺼내도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처럼 참 편했다. 잘 보이려고 신경 쓰거나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 모두 서로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 핀트가 조금씩 어긋나 감정이 북받쳐 올라도 서로에게 그대로 드러내어 더 이상의 오해를 만들지 않았고 그것을 계기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서로의 잠재되어 있는 똘끼 충만한 모습도 이해했다.
난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난 지금 많이 행복하다. 아주 많이. 누가 내게 진정한 친구가 몇 명이냐고 묻는다면 10명도 채 안 돼는 내 친구 수에 그 누군가는 고작? 이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탓도 있겠지만 정말 내 사람이다 싶으면 아직 열어보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새 사람을 찾기보다는 내 사람에게 좀 더 잘해주고 또 그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난 그럴 것이다.
아플 때 진정한 친구를 가려낼 수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 말이 정말 맞다면 내 친구들은 모두 진정한 친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친한 두 친구가 있는데 그 두 친구의 반응은 정말 똑같았다. 게다가 비슷한 시간대에 메세지를 주고받던 터라 내 입에서는 기분 좋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쩜 그리 반응이 똑같을 수 있는지. 한 친구는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인데 뭐하냐는 물음에 독감에 걸렸다고 하니 톡이 계속 연달아서 왔다. 아파서 어뜩하냐며 빨리 약 먹고 푹 쉬라는 등의 메세지였다. 학원에도 안 간다는 내 말에 자다가 심심하면 바로 연락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한 친구는 같은 반 친구로 학원이 끝나자마자 톡을 했었다. 메세지를 연달아 보내고 날 걱정해주는 내용은 앞 친구와 똑같았다. 사실 다를 바가 거의 없었다. 그 때 친구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수도 없이 내린 비와 바람으로 다져졌기에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아플 때는 몸도 마음도 모두 약해지는 것 같다. 뭐 그리 대수롭지도 않은 말들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가슴에 콕 하고 깊이 박혔고 참 고마웠다. 누군가가 날 생각해주고 걱정해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그날 새삼 깨달았다.
오늘, 2월 17일 금요일이 생일이라는 말을 종업식 때 듣고 난 친구들은 생일 파티는 안 하냐며 내게 물었다. 친구들도 각자의 스케줄이 있었고 우리가 마냥 놀며 지내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생일파티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나오자 나는 장난인 줄 알고 농담 삼아 말을 던졌다. 생일파티 하면 올 거냐고. 그랬더니 한 친구가 그날 무슨 일이 있어도 제쳐두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도 당연한 게 아니냐며 거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1분 만에, 계획에도 없었던 내 생일파티가 결정되었다. 생일파티는 2월 18일, 토요일에 하기로 했다. 생일은 지나서 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렴 어떠냐.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 사람의 귀빠진 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깟 날짜 따위 다 부질없는 것인데 말이다. 안 그래도 친구들끼리 약속 잡아서 하는 생일파티는 처음이라 무척 설레고 떨리는데 친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친구들은 자신의 생일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아닌 척, 무심한 척은 다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서로를 챙겨주는 내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덕분에 ‘우정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너무나도 추상적이기에 우정이라는 명사의 깊은 의미를 느껴보는 날이 있을까 싶었는데 말이다. 친구 간에 사랑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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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영님이 글을 보니... 저도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친구 대신 다른 것을 많이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늦었지만)열여섯 번째 생일 맞으신 거 축하드리고, 多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