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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

  • 작성자 Mobius
  • 작성일 2016-06-26
  • 조회수 272

지난 주 수요일 헤드폰을 샀다.

S*** 사의 블루투스 헤드폰이었다.

착용감도 좋고, 음질도 확연히 좋다.

NFC 원터치인식이니, 음량조절이니, 되감기/빨리감기/재생 버튼이니 하는 것도 있다.

친구들의 반응도 칭찬 일색이었다.

그중 한 친구는 어느 정도 음향기기에 안목이 있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20분 간 체험해보고 난 뒤 말하기를,

"확실히 소니가 저음부에서 완전 깡패네. 음질이 장난아니야. 그리고 2K대 드랍도 적은 편이고. 잘샀네."

친구의 칭찬에 왠지 나도 뿌듯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내 구매 결정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겐 블루투스 지원 기기가 노트북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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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의 또 다른 쓸모있음을 발견했다.

이 헤드폰이라는 것이, 바깥의 소음을 차단해주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험이 있더란 것이다.

평소 가지고 다니던 귀마개와 헤드폰을 같이 끼면 상당히 조용하다.

최소한 옆에서 종이를 바스락대거나 키보드를 타다닥 두들겨대는 소리는 줄어든다.

무게도 상당히 가벼운 편이라 이걸 끼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도 딱히 불편함은 없는 듯하다.

다만, 가끔씩 고개를 옆으로 해서 잘 때는 오른쪽 귀가 헤드폰에 짓눌려 약간 얼얼하다.

자고 일어났을 때 헤드폰 안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것은 말할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경험을 하였다.

여느때처럼 헤드폰을 쓰고 공부를 하려고 할 때였다. 9시 3분 경,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자습실 안은 약간 소란스러웠다. 아직 아이들이 자리에 앉지 않은 탓이다. 나는 헤드폰을 썼다.

바로 그때, 헤드폰 왼쪽에서 나지막하게 무언가가 들렸다.

확실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진 않았지만, 여자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10대 후반즈음에서 20대 초반즈음일 것이다.)

자습실 안에서 난 소리는 확실히 아니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남고였고, 그날 자습실 감독선생님은 남자선생님이셨다.

그리고, 얘들은 전부 시끌벅적하게 제 목소리를 내며 떠들고 있었지만, 헤드폰 안에서 들린 목소리는 나지막히 일러주는 듯한 목소리.

무언가를 묻는 것과도 비슷한 어조였을지도 모른다.

그 목소리가 무엇이었든 간에, 나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왼쪽 정수리부터 왼쪽 귀, 좌뇌, 목덜미, 어깨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목을 순간적으로 움찔, 하고 움츠리며 헤드폰을 머리에서 벗겨내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의 장난이었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헤드폰을 벗었을 때, 나를 향해 말하고 있거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내 주변 3미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헤드폰 안의 전자석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공명 현상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괜사리 헤드폰을 쓰기가 약간은 께름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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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헤드폰을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롭다.

플라스틱 구성의 재질은 가방 속에 마구 넣고 굴리다 보면 압착기 속 호두처럼 으깨지기 마련이요, 그렇다고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번거롭다.

흔히 TV 등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길거리의 사람들마냥 헤드폰을 목에 걸어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이게 의외로 불편하다.

헤드폰의 스피커 부분이 자꾸 목에 닿는 탓이다.

그것도 가죽 부분이 목에 달라붙어서, 가뜩이나 땀이 많이 흐르는 여름에는 지독히도 불편한 것이었다.

스피커 부분을 아래로 돌려 옷 쪽을 향하게도 해 보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스피커의 모서리 부분이 목 울대 아랫부분을 지그시 눌러왔다.

가만히 서 있을때에도 계속해서 울대 아랫부분을 간질여 기침과 구역질이 같이 올라왔다.

더군다나, 고개를 아래로 숙이거나 허리를 굽힐 경우에는 사정없이 목을 죄어왔다.

결국, 한 손에 헤드폰을 들고 털레털레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살 때는 그렇게 마음에 들더니만, 사고 나니 점점 쓰기에 겨운 헤드폰이다.

Mob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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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urie

    6월에 수필이 많이 올라오네요. 선생님이 좋아하시겠어요.^^ 글 잘 보고 갑니다.

    • 2016-06-26 21:30:41
    lau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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