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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이성적으로 직시하다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5-01-12
  • 조회수 715

-​

"얘야, 공부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다.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돼.

주위를 보렴, 얼마나 할 거리가 많니.

학생 때는, 공부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이 얼마든지 있단다."

-​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져요. 이미 늦은 감도 없지는 않지만요.

​학생 시절에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면, 사회에 나가기 힘들어져요.

특히나 경쟁률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요."

-​

"그래도 한 번 뿐인 학창 시절에, 추억은 있어야 하지 않겠니.

좀 돌아다니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어른이 되어 학창 시절을 회상할 때, 공부한 기억뿐, 아무것도 없다면 씁쓸하지 않겠어?"

-​

"제가 사회인이 되어 자립할 시기가 되었을 때,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그 때 공부 좀 열심히 해 둘걸, 이라고 후회하는 것이 더 씁쓸할 것 같은데요.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우리는 너무도 일찍이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의 본질을 알아 버렸습니다. 본래 왁자지껄,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천진한 웃음을 지어야 할 시기에,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고 제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괴물을 힘겹게 쓰러트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악(惡)이 넘쳐나는 세상인지. 피라미드의 최하층, 또는 그 위의 한 계단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국에서는 그 자체로 죄라는 것을. 이 모든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눈에, 귀에, 그리고 가슴에 직격탄을 날립니다.

열댓 살, 세상을 알기엔 아직은 어린 나이입니다. 그러나 사회는 우리에게 자신을 이해하기를 강요합니다. 빨리 이해할수록 좋답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키워갈 수 있으니까요. 열아홉까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준비 기간'. 안전 구간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온종일 뛰어놀던,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던 말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은연중에 내비칩니다. 그리곤 자신을 알아 달라고 속삭입니다. 그것의 매개체가 우리의 생활 속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은 당연지사. 대중 매체이던, 책이던, 주변 사람들이던 말입니다.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매개체는 단연 시험입니다. 어느 곳에서나 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대우하고, 차별합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알게 모르게 녹아 있는 차별과 편애를 어쩌다 마주할 때면 역겹습니다. 시험은 말합니다. 날 봐. 결과가 좋아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아무리 노력하고 애쓴다 하더라도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지. 사람들은 그저 겉만을 중요시 할 뿐이야. 그 울림을 일찍 알아챈 학생들은 그 때부터 죽을 둥 살 둥 공부에 매진합니다. 자신이 어른이 되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 그리고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물론 불평하는 학생들도 결코 적진 않습니다. 오히려 속에 불만을 품고 살아가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왜 사회가 변화하지 않느냐 - 라면, 그들도 불평하며 세상을 바꾸려 들진 않고 현 사회 체제에 순응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주받은 이 시대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묵묵히 해내야만 합니다. 어떻게든 이 진흙구덩이에서 살아날 방도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는 것이랍니다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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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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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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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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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구덩이에서 살아날 방도를 천월님을 이미 알고 있는 거 같은데요. 호호..

    • 2015-02-09 22:23: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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