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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남은 십대, 열아홉.

  • 작성자 회색소년
  • 작성일 2010-12-29
  • 조회수 811

 수능을 본 뒤부터 지금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또 많은 지인에게 조언을 듣고 내 마음을 고쳐먹기도 하였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생각이 있다. 재수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거라고. 나는 올해 한 해 동안 '수험생'으로 살았던 것이 아닌, '열아홉 살'로 살았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어 게임을 한 것도,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지만 고삼이 청소년 소설을 읽고 매일 꼬박꼬박 장문의 다이어리를 썼다. 수능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수험생 대신 열아홉 살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런 내가 좋았다. 수능이 끝나고 원서접수마저 끝이 난 지금, 여전히 나는 열아홉 살로 살았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내 삶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지원한 대학에 다 떨어지지 않는 한, 재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수험생으로 1년을 보냈다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오고 더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을 테지만, 대신 열아홉 살에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지 못했겠지. 그리고 이과생인 나는 이런 기회비용 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수능 전에도, 수능이 끝나도 나는 열아홉 살로 살았다. 이제 그 '열아홉 살'이 사흘 남았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기 시작한 건 27일이다. '닷새 남은 십 대, 열아홉'으로 제목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지…….
 수능이 끝난 직후 분명히 나는 하루에 한 개씩 짧은 글이라도 형식에 맞는 글을 쓰기로 다짐했었는데, 벌써 열흘 넘게 아무 글도 쓰지 않고 있다. 변명을 대라면 할 수도 있다. 24일까지 교지에 실을 글을 써야만 했고(결국, 이것도 못 썼다, 아니 안 썼다!), 23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백이라는 것을 해야 했고, 그 전에는 고백을 준비하여야 했다. 24일에는 교회 대학부에서 새내기 초청잔치에 초대받았고, 25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이라는 것을 보러 갔고, 26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콘서트에 갔다. 그.런.데.? 그렇다고 치자. 그다음부터는? 11월부터 잡혀 있었던 연말계획이 전부 끝나자, 나는 쉬고 싶었다. '1월부터 하자! 1월부터 운전면허도 따고, 운동도 시작하고, 작은 소설도 쓰기 시작하고, 여행도 가자!'
 그래서, 중2부터 끊었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 며칠간 시간만 나면 PC 앞에 앉아서 게임을 했다. 아침 늦게 일어나 게임을 하고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밥을 먹고 다시 게임을 했다. 엄마가 저녁에 부르셔야지 겨우 컴퓨터에서 헤어나와 저녁을 먹었다. 부모님께서 주무셔서 11시부터는 게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방에 와서 미니홈피를 들락거리고 메신저로 친구들과 떠들었다. 그러던 지난 27일 늦은 밤, 대학부 새내기 학교 테이블 리더누나에게 이런 메신저 쪽지가 왔다.

어이쿠 나흘이나 남았네!! ㅋㅋㅋ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이제 나흘 남는다고? 내 열아홉 살이? 수험생으로의 생활을 버리고 선택한 열아홉 살의 삶이 나흘 남았다네. 근데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1년 동안 열아홉 살로 살아 놓고선, 남은 시간은 게임에 미쳐버린 삶을 살고 있구나…….
 대학부 새 친구들과 테이블 리더와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니 다시 같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나흘에서 한나절이 지났네. 사흘과 한나절 동안 뭐 할래? 생각이 날 리가 없지. 23일 처음으로 고백한 뒤, '26일 콘서트만 보고 나머지 일정은 전부 1월부터 시작하자! 그 전까지는 좀 쉴래.'라며 12월 동안의 모든 일정을 접어버렸으니까.
 이제 와서 이상한 잡념들만 생각난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그게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나흘도 다 지나고, 이젠 사흘이 되어버렸다고. 사흘 동안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열아홉 살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라고. 난 스무 살이 기대되지 않는데, 오직 열아홉 살이 아쉬울 뿐인데. 왜 1월을 고대하고 있었던 것일까?라고. 왜 '십 대'라는 딱지를 버리는 순간을 기대했을까?라고.
 또 한 가지 더. 푸념만 하면서 남은 사흘을 보내기에는 내 열아홉은 너무나 가치있는 1년이라고. 나는 사흘 뒤, 바뀌어 있을 나를 기대한다.

회색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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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과 자격증 사이

나는 사립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성적이 모자라 조금 평판이 낮은 대학교 사범대학에 정시 원서를 넣게 되었다. 대부분 사범대학생이 그렇듯이 나도 자연스럽게 임용고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마침 그때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교회학교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기본적인 임용고시의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시험에 관한 것들 이외에도 가산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자격증과 관련된 가산점은 없어지고 있는 경향이고, 대학교에서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하였을 때 각각 가산점이 제공된다고 하셨다. 나도 대학교에서 한 가지 과목만 배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자연과학이나 인문학을 복수전공 할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들은? 고려대를 뛰쳐나오며 1인 시위를 벌이셨던 김예슬 씨가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를 쓰셨다. 김예슬 씨는 대입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우리가 대학에서는 학점의 노예가 되고 스펙에 대한 전쟁을 벌이는 대학생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스펙을 위해 어학연수를 2~3년 다녀오는 것은 물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자격증을 딴다고 하셨다. 그래서 모두들 대학공부는 점차 등한시되고 학점 잘 주는 수업을 쫓아다니게 되어 버린다고 이야기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예슬 씨가 하시는 이야기 전부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나는 그런 대학생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대학생들이 안타깝고, 또 우스워 보였다. 물론 내가 아직 대학생이 되지 않아서겠지. 그 재미있는 수학공부를, 자연과학 공부를 멀리하고 이것저것 자격증이나 따고 있다니.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내 주변 모든 사람이 아는데 무슨 어학연수를 갈 것인지. 김예슬 씨가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직업은 꿈이 아니고, 꿈은 직업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장래희망이 있었고, 꿈이 있었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래희망인 중등교사가 선행되어야 했고, 중등교사가 되는 데에 공인 영어 성적이나 어학연수, 자격증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는 의미가 없을 줄로 알고 있었다. 교회학교 선생님께 임용고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교회학교 선생님께서는 다행히 자격증에 대한 가산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만약 내가 대학생이 되고 졸업을 하기 전까지 자격증에 가산점이 들어간다면, 그래도 나는 자격증에 목매지 않고 대(大)학. 오로지 학문에만 힘쓰며 대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 회색소년
  • 2011-01-09
1등만 기억하는 세상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감정적으로 변하기 싫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다. 이번 글만 조금. 조금만 감정적으로 변해야겠다. 늘 웃으니까. 어떤 성적이 나와도 항상 긍정적이니까. 나는 '상황의 심각성'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것만 같다. 근데……. 아.니.라.고. 오늘부터 학교에서 정시 상담을 시작했어. 학교에 가니까 먼저 온 친구들이 여러 회사의 배치표를 보면서 지원할 대학과 학과들을 찾고 있더라. 나도 친구들과 함께 배치표에 줄을 주욱 그어서 내 점수에 맞는 대학들을 살폈어. 모두들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넌 수능 잘 봤잖아." "영어 그 정도면 넌 잘 본 거 아냐?" "너 9월 모평을 생각해. 완전 대박 났으면서 무슨 헛소리야." "솔직히 니 점수 생각하면 쌍욕 나와." "몰라, 어쨌든 니가 나보다 수학 잘 나왔잖아. 그럼 그게 이미 기적이야." 선생님께서도 "너 평소대로 나왔어. 네 평소 점수를 생각해."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한다고. 은메달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다고. 다 헛소리들이다. 맞아. 나는 부인하지 않아. 고1 3월 학력평가 이래로 9월 모의평가만큼 망친 시험은 없을 거야.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점수가 수리영역에서 나왔으니까. 게다가 과학 탐구마저 나를 버렸으니 말 다했지. 영어도 잘 본 건 아닌데, 단지 워낙 난이도가 어려워서 단지 백분위가 낮지 않았을 뿐, 내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점수였어. 내 생에 가장 망친 시험인데 모두가 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9월 모의평가뿐이었어. 고3 처음 친 3월 학력평가를 기억하니? 난 너에게 시험점수와 그날 있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는데. 이것 봐, 너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워낙 옛날이라 그런 것이라고? 그럼 10월 학력평가는 기억하니? 아니잖아? 10월 학력평가가 끝났을 때도 친구들의 반응은 똑같아. 친구들은 지난 나의 모의고사 점수들은 모두 잊어버린 채, 9월 모의평가보다 수학이 20점이 넘게 뛰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게 "수리 대박 축하"라고 했지. 내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데. 무조건 9월의 점수가 내 기준이었어.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1등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최악의 상태를 기억한다고. 그렇다면 그 기억들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기억하게 만들려면? 이런 상황에서 만약 내가 원하던 성적이 나왔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능 대박은 이런 것이다!'를 외쳤겠지. 내가 거쳐 갔던 학원에서는 내 9월 모의평가 성적표와 수능 성적표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저희 학원에 오면 이렇게 바뀔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하겠지. 어느 누구도 "축하해! 네 실력대로 나왔구나!"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을 거야. 올해 내가 본 모의고사는 열 번이 훨씬 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내 실력은 9월 모의평가 점수야. 세상이란 이런 건가 봐.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수를 해

  • 회색소년
  • 2010-12-13
동물원 놀이

 처음 내가 '동물원 놀이'라는 표현을 쓴 건 고2 1학기 초였다. 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와 함께 담임선생님과 학부모 간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학부모들은 설명회가 끝나자, 강당에서 각 교실로 자리를 옮겼고,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학교 독서실 창문에 빼곡히 붙어서 눈으로만 독서실 안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기 아들들을 찾아다녔다. 학교에서는 그것을 노렸다는 듯이, 입시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독서실 사용자들은 전부 독서실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시늉을 해야만 했다. 나는 학부모들이 쳐다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책상에 엎드려 있으니 영화의 어느 장면이 떠올랐다. 아마 '초감각커플'이었지? 여주인공이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들을 보고는 결국 동물원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이후로 나는 비슷한 장면을 볼 때마다 '동물원 놀이'라는 표현을 썼다. 매 학기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가 열렸고, 그때마다 우리는 독서실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는 동물이 되기는 싫었기에, 설명회가 있는 날에는 독서실에서 온종일 자거나, 대놓고 CDP로 음악을 들었다. 언젠가 기자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왔을 때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야 말았다. 카메라에 빨간 불빛이 들어오자, 어디선가 어느 반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셔서는 자기 학생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조언을 해주었다. 이 장면을 놓칠 리 없는 카메라가 다가가자, 바로 옆자리였던 나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공부를 한 것이 아닌데. 공부하는 것을 뽐내려고, 엄마들에게 자랑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닌데. 나는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닌데. 그러던 지난 여름방학, 서울시 교육청에서 주관한 논술거점학교가 우리 학교에서 운영되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였지만, 학교순서, 그리고 이름 순서로 반이 배정되었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거점학교 수업 쉬는 시간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있는 반으로 가서 구경하곤 했다. 거점학교 첫날이 지나고, 우리 학교에서 논술거점학교 수업을 듣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창 밖에 남자애들이 너무 많아 불편했.다고, 동물원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고. 다음 날부터 나는 거점학교 쉬는 시간에 그 친구가 있는 반으로 갈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동물원 놀이를 내가 하고 있었다. 동물이 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가, 그런 내가 앞장서서 친구들과 입장료를 내고 말을 하는,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동물이 되었을 때의 그 창피함과 비참함을 그 친구들도 느꼈을 테지. 그게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눌 필요가 없는 감정이라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기쁨과 슬픔은 나눌수록 좋다지만, 그딴 감정 따위는 나눌 필요 없겠지. 더이상 나는 동물원에 입장료

  • 회색소년
  • 201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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