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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게 - 네가 무심결에 떠오른 새벽에

  • 작성자 프리러브
  • 작성일 2009-09-11
  • 조회수 169

작년, 너를 정말 오랜만에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는 겨울정도였겠지? 차디찬 바람이 온몸을 스치는 그런 날이었을 거야. 새로운 3학년 반 아이들은 누가 있을까, 내가 아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설렘에 주의 깊게 들었던 학생 명단이, 아직도 아련히 떠오르네. 내가 놀랐던 건 아는 얼굴이 유난히 많다는 거였지. 3학년이어서 그랬을까? 낯익은 얼굴, 어디선가 한 번 본 얼굴들이 있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가장 놀라웠던 건 1학년 때 애들이 있었다는 거였어. 사실 난 2학년 때는 너희를 한 번도 못 봤었거든. 그도 그럴 것이 1층과 3층이었으니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특히 널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아, 저런 애도 있었지.’한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를 ‘추억’이라고 부르고 싶어. 나에게 추억은, 기억과는 또 다른, 예쁘다는 느낌이 나거든. 추억, 추억, 하고 가만히 불러보면 좋았던 기억만 떠오르잖아. 시시때때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편, 내가 생각해줘야만 떠오르는 녀석이기도 하지. 너와 추억이 닮은 점은 이런 게 아닐까? 미술 시간의 기억으로 미루어봤을 때, 너는 나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듯 했어. 네 기억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냥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정도일까? 그런데 난, 너와 같은 반이었다는 것은 기억났지만 네가 어떤 성격의 아이였는지, 어떤 친구들하고 놀았는지가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 아직도 너에 관해 생각나는 것은 몇 가지밖에 없어. 롤링페이퍼 쓸 때, 네가 나를 놀렸던 기억.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를 할 때, 인터넷에서 베껴와 똑같은 원고를 외우고 있는 나와 같은 반 남자아이를 정확히 집어낸 너의 모습. 왜 그때의 네가 생각나지 않을까? 분명 1년 동안 같이 생활했는데, 떠오르는 너의 모습들이 참 단편적이라는 걸 느끼고 사람의 기억이 무섭다는 걸 느꼈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전혀 생각이 안 나는데, 내가 은근히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은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지거든. 너와의 기억이 내 마음에 걸리는 것밖에 없어서 너무 안타깝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 3학년 때 너와 다시 같은 반이 된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어떻게 1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학생과의 추억이 그런 것 밖에 없느냐? 이번 기회에 좋은 추억을 많이 쌓거라.’ 하는, 호통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네 말대로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아무튼, 추억아, 너는 내 중학교 3학년 기억 중에서 단연 최고로 뽑힐 만큼 아주 좋게 남아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너를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니까, 그걸로 중학교 1학년의 미안함을 덮을 수는 없을까? 물론 내 이런 반응을 가져온 건 순전한 너의 능력이지만.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의 최고는 너와의 ‘떡 사건’이야. 기억하니? 그날, 너는 지각한 벌로 교무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지. 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이었어. 나는 친구와 함께 청소를 마친 뒤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던 중이었고…. 그게 바로 떡을 배달하는 일이었지. 사실 난 네가 그렇게 벌을 받고 있을 거란 생각도 못했었어. 교무실에서 나오는 너를 보며 ‘얘가 왜 아직도 안 갔을까’하는 의아함뿐이었지. 물론 너를 봤을 때는 미소만 지었지만 말이야. 그런 아이였지, 너는. 그냥 보기만 해도 웃음을 짓게 하는. 그 때도, 네가 했던 말이 나로서는 참 재미있었어. “어, 우리 반 부반장이네?” 벌 받던 중에 나와서 마주친 같은 반 아이한테 하는 소리라니. 너의 그런 여유 있는 성격도 나는 참 좋았던 것 같다. 네가 있던 교무실 선생님들께 떡을 드리러 갔을 때에도 나는 너를 볼 수 있었지. 지각한 벌이라는 너의 설명을 들었을 때에도 그냥 네가 불쌍하게 느껴졌어. 학교 몇 분 늦어서 집에 몇 십분 늦게 가다니…. 네가 집에 일찍 가서 할 수 있었던 게임들을 생각하며 말이야. 그러고 보면 1학년 때에도 너는 지각이 잦았지. 내가 너한테 물어봤던 것도 같아. 우리의 짤막한 대화.

 

“너는 왜 그렇게 지각을 많이 해?”

“집이 멀어서 그래.”

“일찍 나오지 그래?”

“만날 늦게 일어나.”

 

지금 생각해보니 기분 나쁘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는 나의 질문을 너는 친절히도 대답해주었구나. 너의 그런 다정다감한 성격도 나로서는 참 고마웠어. ‘떡 사건’도 그렇게 일어난 일이잖아. 너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그 호기심으로 벌 받다가 말고 나를 좇아왔겠지. 네가 체육 선생님께 떡을 받는 것도 사실 다 듣고 있었어. 그 과정에서 나보다 좀 뒤쳐졌을 텐데, 그새 내 뒤를 따라잡은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우리가 2층에서 3층으로 가던 경계에서였던 것 같아.

 

“내가 떡 들면 안 될까?”

너의 그 한 마디가 나를 얼마나 당황스럽게 했는지, 정작 너는 몰랐겠지. 무겁지도 않고, 여태까지 혼자 잘만 들고 다녔던 떡을 ‘그래, 고마워’하면서 건네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됐어’하면서 야멸치게 거절할 수도 없는 내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 내 다음 말이야.

“안 돼. 너는 불안해.”

 

그 때도 그 말을 하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바보야. 불안해가 뭐니, 불안해가. 사람 바보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너에게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나였지. 지금도 가장 고맙고, 미안한 건 그 다음 너의 한 마디.

 

“아니야. 내가 잘 들게.”

정말 내가 못 믿어서 안 준다고 생각한 건지, 내 마음을 꿰뚫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궁금할 따름이야. 전자든 후자든 당시의 나로서는 네가 정말 고마웠지. 조심히 들라면서 떡을 넘겨줄 때는 너 몰래 살며시 미소 지었는데, 그 곳이 아마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지. 계단에서 교무실까지의 짧은 거리였지만, 떡을 들어준 네가 고마웠고, 또 무심한 말밖에 못하는 내가 얼마나 한심했는지 2분 정도의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은 한 것 같아.

 

한참 자책하던 때였을 거야. 너는 나에게 떡을 건넸고, 나는 교무실로 들어갔지. 선생님들께 떡을 드리면서 네가 참 멋진 아이라고 생각했어. 벌 안 받고 이렇게 돌아다녀야 되나 하는 걱정도 하면서 말이야. 선생님들께 너의 멋진 모습을 알려드리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나의 용기가 너무나 부족했었나봐. 2층 교무실에서 전해드리래요, 한 마디만 남기고 나는 교무실을 후다닥 나왔지. 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내가 교무실 문을 여는 동시에 저 멀리서 친구가 내 이름을 불렀지. 너 또한 친구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혼자 먼저, 걸어 가버렸어. 네게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했는데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너에게서 신비로움을 느낀 것이. 그게 너를 좋아하게 된 첫 느낌이 아니었을까?

 

추억아, 그래. 나는 너를 참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오고 나서 남자애들이 싫었었는데, 너는 유난히 나를 설레게 했지. 첫사랑,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만 같지만, 글쎄, 너는 나의 사랑이라기보다는 단어 그대로 추억이 아닐까 싶어. 떠올리면 아련한, 때때로 꺼내어 생각해보는. 첫사랑은 다들 그러잖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물론 너와 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심지어 고백조차 안했지만-나는 네가 ‘사랑의 실패’가 아닌, ‘사랑의 첫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누가 뭐라 해도 나에게 그런 감정을 처음 느끼게 한 건 바로 너니까. 네가 이 글을 읽었을 때는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럼 왜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이 굴었어, 라고.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닐까?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괴롭히는 게 좋아한다는 표현이라고들 하잖아. 물론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그러는 거 아니니? 좋아하는 상대가 처음으로 생겼는데, 어떻게 해도 티가 나는 것만 같고, 같은 반이고, 잘 지내고는 싶고…. 그나마 티 안내겠다고 그렇게 굴어댔는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여전히 너를 보면 그런 반응이 저절로 나오곤 하지만, 그런 내가 너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것만은 알아주길 바라.

 

추억아, 잘 지내고 있니? 이렇게 글로나마 전하는 나의 고백을, 네가 들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네가 열심히 공부하면서 재밌게 지내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모습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고…. 내 기억 속 너의 모습은 아직 그대로인데. 원래, 추억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너와 추억이 닮은 점도 여기에 있고. 추억아, 비가 촉촉이 내리고 네가 무심결에 떠오르는 이런 날, 네가 보고 싶다.

프리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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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그리고 시각

학교 수행평가로 들어가는 농구 때문에 친구와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주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둘러보니 학교에서 일명 '논다'고 소문난 아이들 몇명이 떠들고 있었다.6학년 때 같은반이었던 아이들이어서 성격을 잘 알고 있는터라, 친구와 조용히 얘기했다.  "쟤넨 몇신데 이러고 있는거야?" "그러게. 벌써 9시 30분인데. 가방메고 있는걸 보니 집에도 안갔나봐." "그런데 OOO 웃는것좀봐. 저렇게 웃고 싶을까? 성적도 별로 안 좋은것 같던데." "있잖아, 내가 OO이랑 초등학교 1학년때 같은반이었는데 걔 원래 공부 대게 잘했어." "그래? 6학년때는 영 아니던데." "정말로, 남자애랑 반 1,2등 겨루고.. 엄마가 제일 무섭다면서 공부만 하던 애였어." "흠.. 그런데 지금은 왜 저러냐. 지금은 엄마가 안 무섭나?" "당연히 그대로겠지. 그런데 4학년되니까 애가 친구를 잘못 만나더니 아예 성격이 싹 바뀌었어. 안하던 욕까지 하고, 싸움하러 다니고.." "성격은 꽤 좋아보이던데.. 시비 거는애 아니면 욕도 안했구." "저기서 ㅁㅁ있잖아. ㅁㅁ는 처음보는 애한테도 욕했어. 내가 4학년때 어떤 여자애가 내 자리를 뺏었어서 내가 쟤네한테 말했었거든. 그랬더니 단체로 몰려와서 왜 자리 뺏냐고 뭐라 욕하더라구. 분위기 엄청 살벌했어." "와.. 그런데 어떻게 성격이 저렇게 바뀌냐? 1학년때는 정말 공부 열심히 했다며?" "응. 그때 1,2등 겨루던 남자애는 지금 전교 2,3등 한다던데. 쟤는 아예 비뚤어졌잖아." "좀 불쌍하다..."  여태까지 나는 그 아이들을 공부 못하고 선생님한테 대들기만 하는 아이인 줄 알았다. 6학년때는 음악선생님과 싸워서 뺨까지 맞았다는 소문도 있었고, 수업시간이면 맨날 문자만 보내거나 자고, 떠들기만 해서 더더욱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처음부터 이런 성격이었던게 아니구나. 문제아들도 괜히 그런게 아니었어'하고 느낀게 한두번이 아니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나도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초등학교 1학년때 반에서 1,2등이었던 아이가 어떻게 30점 맞았다고 좋아하는 아이로 변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아마 그것은 친구를 잘못 사귄것, 엄마의 지나친 공부욕심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비뚤어진 시각도 작용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정말? 하하하!! 그럼 그 오빠한테 안부 전해줘! 안녕!"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아 'ㅇㅇ아 안녕~!'하고 반갑게 인사하던 OO이를 생각하니, 평소에 시끄럽게 들리기만 했던 그 웃음소리가 왠지 애처롭게 들려왔다.

  • 프리러브
  • 200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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