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을 보낼수 없는 이유
- 작성자 포르투칼
- 작성일 20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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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친한 사이에서는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통화를 하면 되니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이메일을 외국친구와 펜팔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으나 내 친구 중에는 그렇게 낭만적인 애는 없다. 그런 내가 이메일 함을 열어 보게 된 것은 초등학교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서이다. 초등학교 5학년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는 인터넷 카페가 상당히 유행했었다. 지금은 카페보다 미니홈피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 당시에는 인터넷 카페가 전성기를 구가 하던 시절이었다. 나 그리고 우리 반-5학년 4반 아이들-역시 카페를 만들었다.
그 이름 5학년 4반 놀이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유치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하여튼 나는 그때 시절이 생각나 카페 들어가 보았으나 가장 최신 글은 2007년 5월 14일. 2007년 까지 나 말고 접속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그 최신 글의 내용은 담임선생님과 정모를 하니 많이들 와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과연 몇 사람이나 이글을 보고 모임장소인 초등학교 뒷문으로 모였을까? 단언하건데 글쓴이와 글쓴이의 친구들밖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그 당시 친구들과 몇몇은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아무도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아이디어를 본 사람이 한명도 없다니 슬픈 일이다. 과연 정모는 잘됐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5학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싶었으나 담임선생님얼굴은 희미하게 기억나고 친구들은 남자애들은 몇 명 기억이 나지만 여자애들은 전혀 기억이 나질않았았다. 좀 친하게 지냈어야 했는데 멍청한 나 자신을 탓해본다.
담임선생님과의 추억중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맞은 기억이다.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나중에 어른이 돼서 기억나는 선생님은 잘해준 선생님이 아니라 많이 때린 선생님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참 학생들은 많이 때린 분이셨다. 어쨌든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왜 맞은 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의 절친한 친구 한명과 돌아가면서 한 명당 열대씩은 맞은 것 같다. 초등학생을 그렇게 때리다니 담임선생님은 인권운동가는 아니시구나. 그 외의 기억은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 이상한가 생각해서 친구들에게 초등학교 기억이 나냐고 물으니까 그 친구는 어제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다고한다. 그건 네가 멍청해서 그런것같아라고 해주려다 참았다. 기억이 안나는것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나의 초등학교 생활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비온 날 하굣길에 우산이 없는것많큼 안타까운 일이다.
카페에서 죽도록 많은 것만을 추억하며 나는 메일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메일이 3000통 가까이 있는데 그것이 다 스팸이라니 서글퍼졌다. 다행히도 스팸과 같이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린 시절 했던 메일들을 지우지는 않았는지 첫 페이지에 친구의 메일이 남아있었다. 근데 클릭해보니 내용이 ‘응’ 하나뿐이다. 그 친구와 연락을 끊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성의 없는 친구 같으니라고. 두 번째 페이지를 보니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보내신 글이 보였다. 원문을 다 쓸 수는 없으나 첫 문장만 옮겨보자면 ‘안녕, 얘들아! 여름방학 잘지내고있니? 선생님은 요즘 헬스클럽에 다니고 있어.'라고 보내셨다. 내 기억으로는 1학기 때 선생님의 몸매와 2학기 때 선생님의 몸매는 별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지……. 나는 그 메일을 다읽고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보내려했는데 막상 보내려하니 5년 전에 온 메일의 답장을 지금 보내면 답장이 올까? 란 생각이 미쳤다. 그 생각을 하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매미가 열심히 울고 있었다. 선생님이 5년 전 나에게 메일을 쓸 때에도 매미는 울었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후에는 도저히 답장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지금도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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