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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내게로 왔다.

  • 작성자 겨울 나그네
  • 작성일 2005-07-10
  • 조회수 386

제주가 내게로 왔다.

 

을숙도에는 새떼들이 없대요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아서 좋다기보다는,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좋기보다는,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다. 일요일에 늦잠을 잘 수 있다고는 하지만, 평일에 늦잠 자는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감미롭다. 알람시계의 알람을 뒤로 한 채, 새들의 노래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며, 천만 근의 발걸음을 옮겼던 것을 망각한 채, 오늘은 새털이 나의 발걸음을 대신 옮긴다. 매일 아침이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 속에 지나친 아침의 낭만을 담으며, 학교로 도착했다. 그리고 나서는 교장 선생님의 간단한 말씀이 끝난 후, 버스를 타고 부산의 을숙도로 도착했다. 애국가에 나오는 을숙도의 흰 새떼들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렇게 많은 새떼들은 없었다. 새들은 각자의 자유를 찾아가듯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약간의 실망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남은 여정이 있기에 쉽게 치유될 수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쉬었다가 공항으로 도착했다. 공항에는 우리처럼 수학여행을 가려고 모인 학생들도 있었고, 일 때문에 모인 사람들도 있었고,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는 직접 보이진 않았지만, 어딘가에 재회하는 연인, 잠시 이별하는 연인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쓸데없는 상상도 잠시, 어느 덧 항공기에 탑승할 시간이 다가왔다. 우린 시간의 노예라도 된 것처럼 일제히 탑승해서 제주도로 도착했다. 그곳에서 숙소로 가는 도중에 보았는데, 유채꽃이 피어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유채꽃이 도로 양쪽을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숙소로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씻고, 오늘의 공식적인 일정을 마쳤다.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자,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모든 방에선 시끌벅적한 소리가 났고, 제각기 적당한 놀이감을 찾아 그것에 빠진 듯했다. 정말이지, 이건 관광의 목적보다는 숙소에서 즐기기 위해 온 것처럼 보였다.

 

비는 얄밉게 찾아온대요.
 첫 번째 여행지는 한림공원이다. 한림공원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있었다. 그 속에 빠져 있노라면, 온갖 잡다한 생각을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삶의 고통과 역경도 살며시 향기로 스며 들것만 같았고, 한편으론 몽땅 훔쳐가 버리고 싶은 욕망도 적지 않게 내 마음 속에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가 백미로 뽑고 싶은 것은 벚꽃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을 택하고 싶다. 그곳은 감정이 메말라 버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걸 보면 낭만에 취하는 그런 풍경이었다.
 아쉬움을 낭만과 뒤섞어 놓고, 산방산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런 묘사가 적절한 듯 하다. '아, 여기 누가/술 위에 술을 부었나,/이빨로 깨무는/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 김현승, 「파도」중에서.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듯 하다. 말 그대로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서있으면 거품이 올라오고, 길을 가고 있으면 거품이 올라오는 바다의 강인한 생명.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파도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의 삶도 나약함 없이 저렇게 강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는 왜 얄밉게만 오는 것일까? 학교에서 조회하는 날은 오라고 빌어도 잘 오질 않더니, 이곳에서 비가 오다니, 짜증이 난다. 제주도의 날씨 탓도 있겠지만, 내게 비는 얄밉게만 느껴진다. 천지연 폭포는 폭포처럼 보이지 않아서 외면당하고, 비가 와서 외면당해버렸다. 다만, 비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은 입구에서 비옷을 파는 사람들뿐일 것이다.
 비는 끝내 그칠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우리의 일정을 방해하고 있었다. 중문 주상절리에 도착했을 때는 버스에 내리는 애들이 반의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보이는 바다의 모습도 절경인데, 비가 방해를 해서, 중문 주상절리의 풍경은 몽땅 도둑맞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일 도둑맞은 것을 2배, 3배 이상으로 보상받고 말 것이다.

 

성산 일출봉에 서서
 제주도의 관광객들이 원망이 무서워서인지, 오늘은 햇빛이 바다와 빛싸움을 하듯 빛을 바다 속에 내리쬐고 있었다. 용두암은 그 속에서 심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태양의 기운이 우리가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성산 일출봉으로 갔다. 일찍부터 사람들이 많이 와서 올라가고 있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라가는 것일까? 내가 빨리 올라가서 그 진가를 파악해야겠다. 등산로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수많은 계단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과연 사람들이 일찍부터 올라올 만한 곳이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다보고 있노라면, 내게 새로운 야망을 가져다 주는 것 같고, 모든 것이 내 손아귀에서 움직일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마음 속을 지나가고 있다. 늘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산다면 삶이 탄탄대로 나아가겠지?
 다음으로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곳인 섭지코지에 도착해보니, 그 속엔 그 둘의 사랑보다 더 낭만적인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낭만을 잔뜩 만끽하고, 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 가져가 다음에 꺼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너무 욕심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의 여행지는 민속마을이었다. 민속마을은 크게 뭔가를 느낄 만한 것이 없다. 도시 문명에 너무 빠져 있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들이 모두 잘 보존되어서, 우리 나라를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석항공관, 산굼부리 분화구, 자연사 민속박물관을 거쳐 오늘의 일정이 모두 끝냈다. 오늘의 날씨는 매우 좋았지만, 두 번의 걸친 산행이 나를 매우 피곤하게 만들었다. 편안히 누울 곳만을 계속 갈구하고 싶다.

 

제주가 내게로 왔다.
 제주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쉽다. 모든 것이 그렇다. 만나면 헤어지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 말이다. 세상의 이치대로 돌아가고 있지만 모든 것들이 아쉽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귀가했다. 제주는 내게 3박 4일 동안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 준 것 같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먼저 부모님이 내게 주시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제주에 보내주시고, 여행 경비도 넘칠 정도로 주시고, 원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셨다. 다만, 무사귀환이었으니 말이다. 자식의 족쇄 때문이다. 제주는 이렇게 부모님이 내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내게 온 것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오세영 「원시」에서처럼,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제주도라는 것을 굉장히 기대 했었지만, 사실 기대치의 절반도 가지 못했다. 차라리 가지 않았더라면 제주도는 내게 더욱 아름답게 다가왔을 텐데 말이다. 제주도는 이렇게 내게 많은 사색과 깨달음을 주면서 다가온 것이었다. 다음 번에 제주도에 갈 때는 어떻게 다가올지는 몰라도 이번의 제주도는 내게 제주 바다의 옥색빛 보다 도 더 찬란하게, 성산 일출봉의 그 일출보다도 더 멋지게, 모든 관광지의 낭만적이고 잊을 수 없는 배경보다도 더 소중하게 살며시 가슴에 다가왔다.

겨울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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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날 자연과의 사색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연의 싱그러움이 더해 가는 여름이다. 이 여름날. 모든 것들이 날 귀찮게 만들뿐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온통 화만 나게 하는 그런 악마 같은 계절이라고 여기고 싶을 만큼 짜증나게 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칠 것 같은 날씨에 등산을 한다고 생각하니, 자연에 그 지나친 사랑(?)이 날 괴롭게 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 가족끼리 오랜만에 많고 많은 것 중에 등산을 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난 핑계 같지 않은 핑계와 나이에도 어울리지 않는 온갖 어리광으로 그 등산을 피하려고 했으나, 좋은 것이 있을 거라는 다소 달콤하지만 쓴 유혹을 하면서 막무가내로 나도 함께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가기로 했다. 역시 그랬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의 기분이었다. 억지스럽게 하는 일이라 그런지, 난 다른 가족들에 비해 올라가는 속도가 눈에 뛰게 처졌다.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했지만, 난 귀찮고 힘이 들기만 했다. 올라가는 순간만큼은 그 동안의 어떤 고통보다도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온몸에 땀은 흐르고, 게다가 마음까지 즐겁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산 정상까지는 많이 남아 있다는 과제가 남아 있었고, 빨리 가야하지만 잠시 앉아서 쉬고 싶다는 욕망과 약수라도 한 번 마시며 그곳에서 땀을 씻어내고 쉬고 싶다는 욕망도 피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지옥 같았다. 산 하나 오르는데 온갖 짜증과 고통이 밀려오는 듯했다. 하지만, 더 이상 뒤쳐지지 않고 싶어서 꾸준히 올라갔다. 내 생각의 모든 숨결을 잠재우며 오직 올라가야 한다는 것 하나만을 생각하며 거북이의 그 인내심을 본받은 것처럼 흐르는 땀도 닦지 않은 채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 어느 새 내가 선두에 서게 되었다. 다른 가족들과 거리가 많이 떨어지자 조금 쉰 후에 같이 올라가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때는 나도 모르게 그냥 계속 올라가자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난 어느덧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고 나니 모든 괴로움 속에서 해방되는 느낌의 희열이 산 높이만큼 미치도록 내 심장을 울리고 있었다. 산 아래를 보며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었다. 한들, 한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그렇게 감미로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왠지 모를 신선한 공기들이 내 머릿속을 마구 침입하는 느낌으로 온갖 더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이 사라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 동안 서있어 보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원래 찾아야하고, 추구해야할 것을 찾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이런 이유로 우리네의 선조들이 그토록 자연과 벗하며 지내고 싶어했을까? 산 정상의 느낌이 탄력을 받았는지 내려오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무척이나 쉬워서, 행복한 짜증까지 났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자연들이 날 환영하는 듯했고, 날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소중한 경험을 모조리 가져와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산 오르는 것이 어떤 것이기에 사람 마음을 이토록 다변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말이다. 머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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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눈시울을 붉힐 때가 아닙

아직은 눈시울을 붉힐 때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살다보면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도 있을 것이고, 매서운 눈보라가 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삶이 그런 순환을 한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눈보라가 친다면 그 때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요즘 나의 삶은 눈보라를 맞고 있다. 아주 매서운 눈보라가 나를 향해 무서운 채찍질을 하듯 내리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적하락이었다. 우리나라 학생 절반 이상의 고민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마냥 암흑의 세계에 빠져든 것만 같았고, 마치 꿈나라에 와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것은 가차없는 현실이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보는 중간고사에서 크나큰 아픔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땐 정말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모든 사람을 원망하고 싶었고, 모든 것을 폭발시켜 버리고 싶었다. 심지어는 자살까지도 생각했었지만, 그 때마다 내 앞에서는 내게는 보물 같은 꿈이 아른 그렸고, 나의 크나큰 야망도 내 눈앞을 지나쳤다. 그리고 나를 핍박하고, 멸시했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 또한 내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지나쳤다. 그렇게 슬픔도 잠시, 더 큰 슬픔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얼마 후, 설상가상 격으로 모의고사 성적마저도 내 곁을 떠나가 버렸다. 그 때는 이미 죽음을 초월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더 이상의 삶의 의욕도, 의지도, 그리고 내게 가장 소중했던 야망과 꿈마저도 의미 없게 만들었다. 그 날은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고 계셔도 수업을 하는 대신 내 마음의 창에서 진주를 만들었다.  나에게의 고통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보약이라는 그 '수면'이 내게는 아주 크나큰 고통이다. 어떻게 내게는 그렇게도 많이 방문하는 것인지...... 어느 시간대를 불문하고 찾아오는 그 손님...... 정말 두려운 그 손님..... 나는 졸거나 잠을 잘 때면 정말 두렵다. 내가 그 손님을 맞이하는 동안, 나의 수많은 경쟁자들은 그들 자신의 야망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달려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항상 생각해도 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면 다른 경쟁자들이 너를 밟고 올라가는 허망한 꿈을 꿀 것이고, 수업시간에 졸음을 극복한다면 너의 마음속에 있는 소중한 야망이 마음속에서 뛰어 노는 개구쟁이가 아니라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될 영광이 될 것이다.' 머릿속에는 항상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졸음을 잘 극복하지 못했다. 정말 내 자신이 무능하고, 미치도록 한심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자신 개개인의 특기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것마저도 없었다. 특기를 가지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선천적으로 뛰어난 아이들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 번이 아니었다. 슬펐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닥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시련들이 뼈 속에까지 스며드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나를 슬프게 하는 모든 것들이 마냥 원망스럽기만 했다. 고통에 빠지고 시련에 빠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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