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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방법

  • 작성자 영 0
  • 작성일 2023-11-30
  • 조회수 586

사랑하는 방법

 

<투명인간이 사랑하는 법>

옛날 옛적 소를 끄는 견우와 베를 짜는 직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둘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서로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그 이후 그 둘은 자신의 일을 내팽게치고 놀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들은 옥황상제는 분개하여 그 둘을 먼 섬에 따로 살게 하였습니다.

까마귀들이 이 소식을 듣자 그들의 이별을 슬퍼하며 매년 칠월칠석마다 그들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그를 사랑합니다.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알 수 없습니다하지만분명 저는 그를 좋아합니다누구보다도 더 좋아하고그를 아낀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하지만저는 투명인간입니다그가 저를 보지 못하기에 저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가끔 그의 집에 찾아갑니다그는 저를 알아보지 못 합니다애초에 말을 잘하는 성격도 아니었지만그럼에도 저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하지만이따금 저는 저를 그의 시선 방향에 가져다 놓습니다마치 그가 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요.

저는 그에게 사랑한다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그러면그는 당황할 테니까요그리고 제가 없어졌던 그 잠시의 세월동안 그는 인기남이 되어 있었습니다여자친구도 있고요제가 투명인간이 되기 전에도 그는 아마 제가 그를 좋아하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그의 여자친구는 그에 대한 험담을 하는 못된 놈인데제가 그를 제일 아끼는데도 말이지요.

오늘도 그와 제가 나란히 찍힌 낡은 사진을 꺼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불청객입니다그의 연인입니다위선자입니다그녀는 저를 보고 동네 카페로 나오라고 했습니다저는 나가기 싫었지만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 싶어 나가기로 했습니다어쩔 수 없이 얼굴을 붉히며 서 있는 그의 사진을 사진첩에 도로 집어넣고 집을 나섭니다.

수 시간째 욕을 듣고 있습니다왜 저런 위선자의 욕을 들어야 하는 걸까요그의 고민에 대해 관심없이 그저 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가져가 취하고선 저에게는 그에게 관심을 끄라고 합니다거지 같은.

안 되겠습니다그녀는 그를 계속해서 망쳐 놓고 있습니다간병을 핑계로 그의 근처에 있지만그녀는 자신이 먹는 것입는 것에만 더 열중이지 그에게 열정을 쏟고 있지 않습니다그녀는 명백한 방해꾼입니다해충이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해충은 하루 빨리 박멸해야 합니다아니면그것은 사회 이곳 저곳에 더 큰 재앙을 이끌고 올테니까요.

저는 마트에서 칼을 하나 삽니다이제 그녀를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어 이 날붙이를 그녀의 배에 넣으면됩니다간단합니다매우 매우 간단해서 그저 그런 일입니다어떤 원리 인지는 모르겠습니다하지만그렇습니다그저그냥 그렇게 하면 됩니다.

으스스한 골목길로 저는 그녀를 불러냈습니다그녀는 무방비한 상태로 저에게 왜 불렀냐고 따지고 있습니다저는 날붙이를 꺼내듭니다그러고선 곧바로 그녀의 복부로 찔러 넣습니다.

그녀는 비명을 지릅니다저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습니다잠시 후 그녀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습니다아직 숨은 미약하게 남아있으나 더 이곳에 있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달려 올 겁니다이것은 아마 곧 죽겠죠.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습니다그에게로 갈 거예요그는 저를 안아 줄 것이고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요그의 달달한 목소리를 느끼며요.

문이 열립니다그에게 안겨요따뜻하다.

있잖아지연아오늘은 왜 수정이는 안 오고 혼자 왔어?”

그만그만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마!

어디 갔는지 알아?”

나랑만 있으면 나에게만 집중해 달라고나를 봐 달라고!!!

매일 같이 왔는데 혼자 와서 걱정이 되니까...”

뭐라고?...”

내가 무... 무슨 잘못된 말 했니?”

... ... 그는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 아니잘못 들었나봐오늘은 별다른 거 있어?”

아니.”

그럼 오늘은 가 볼게수정이는 한동안 못 올 수도 있어지금 멀리 해외로 가족여행 갔다고 했거든.”

그와 거의 10년만에 나눈 대화는 이렇게 끝나버렸습니다그의 집에 오늘부터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가로등 빛 밑에 서 있으니 패딩과 신발에는 피가 묻어 있습니다저는 그 불온한 것을 얼른 벗어버립니다사람들 눈에 띄인 적은 없기에 괜찮을 겁니다저는 그 추운 겨울에 그저 낡아 헤진 반팔티셔츠 하나와 조금은 찢어진 미니스커트 하나만에 의존한 채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갑니다조금 거리로 나오자 사람들은 저를 발견했고저를 희롱하며 지나갑니다비참합니다비참합니다비참합니다마치 돌아가신 날 엄마의 모습도 이와 비슷했겠죠.

...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대체 어디서부터...

몇 일 후저는 많은 고민 끝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그에게로 갑니다그가 눈치 채기 전에 그와 같이 죽을 작정입니다그와 그저 꽁냥거리며 웃는 것이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와 함께 차에 치여 죽을 겁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나가야 해요그리고 그와 마지막 추억을 쌓을 겁니다이제 문 앞이에요초인종을 눌러봅니다.

문이 열리자 그는 애써 짓는 반가운 얼굴로 저를 맞이했습니다저는 그의 얼굴에 묻어 있는 슬픔의 흔적에 울컥해졌습니다대체 무엇이 그를 슬프게 만들었을까요그의 여자친구 행세를 하던 기생충도 뜯어냈습니다그를 못 살게 굴던 친구들도 해결해 주었습니다그 외에도 그에 대한 무수한 문제들을 저는 해결해 주었습니다그런데도 그는 어째선지 아직도 깊은 슬픔을 몸에 걸치고 있습니다어쩌면 그것이 그의 패션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의 집안으로 들어섭니다.

저는 그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말을 합니다장소는 우리가 어린 시절 약속했던이루어지지 못했던 그 공원입니다그는 흔쾌히 허락했고저는 그의 외출 준비를 도왔습니다마지막 외출 준비이니 조금 더 힘을 내어 봅시다더 이상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을 테니 그가 조금 신경질을 내더라도 조금 더 조금 더 힘을 내 봅니다.

인적이 드문 한 공원입니다저희는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저희는 한 가족을 바라봅니다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있습니다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아이의 아버지는 자전거를 잡아줍니다어쩌면지금쯤 저희도 저런 가정을 꾸렸을 수 있었을까요그것은 또 모르는 일입니다하긴그 사고만 아니었다면또는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가능했을 수도 있겠지요하지만그런 일은 저희에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일어날 수 없습니다절대로.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끝내는 겁니다저는 벤치에서 일어나 나 잡아 봐라하며 뛰어나갑니다그는 소리로 저를 쫓습니다느리지만그는 저를 향해 걸어옵니다마치 피리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하멜른의 어린아이들처럼요너무 사랑스러워요너무 행복해요이 행복이 영원하길 바라요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통이 필요해요.

공원을 나가 저는 차도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음을 옮깁니다인적이 드문 도로였기에 그도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옵니다아마 그도 이해해 줄겁니다이제 차도 한 가운데입니다마지막 입맞츰을 합시다차가 올 때까지우리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 달달한 맛으로 장식하도록 해요.

황홀해...

그만둬!”

난봉꾼입니다그때 제대로 죽이지 못 했나 봅니다분명히 급소에 정확히 찔러 넣었을 텐데...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도에 서 있지 말고 빨리 이쪽으로 와.”

저는 그를 조금 더 꼬옥 껴안으며 응수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하면직접 데려가메롱~”

하지만그는 저를 뿌리쳤습니다때마침강한빛이저희를 향해돌진해오는 것이느껴졌고저는그를보았으며그가인도에 도착했을때쯤...

 

...

 

<시각장애인이 사랑하는 법>

하지만어느 날의문을 가지는 까마귀가 나타났습니다.

왜 내가 다리를 만들어야 하지무엇을 위해서...

따지고 보면그는 그 다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없었습니다.

만약 날개를 잘못 밟히면평생 다시 비행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몸을 잘못 밟혀도 켁켁 거릴 수 없습니다그 사이에 추락해 버릴 테니까요.

그 까마귀는 그 자리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그 애를 의식하기 시작했던 것은 아마 중학교 1학년때 였을 겁니다계기는 고백그녀가 갑자기 해왔던 고백이었습니다이름도 그녀의 성격도 알지 못하는 저였기에 저는 거절했습니다하지만그때부터 그 애를 이성으로 의식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저는 염치없지만그 아이와 이어지기 위해 편지를 쓰기도 하고(정작 전한 적은 없습니다.), 고백하는 방법이 적힌 책을 찾아 읽고 부끄러워져 이불킥을 한다거나 별의 별짓을 다 했습니다하지만그와 별개로 저의 학교생활에는 점차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악담의 발원지는 지금의 저조차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그 악담은 분명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그러면서 저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가만히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는 라노벨이냐며 비웃고(심지어 그 책은 에리히의서부전선은 이상 없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저를 하루 아침에 패배한 음침한오타쿠로 만들어버렸습니다물론그뿐만 아닙니다그렇게 저는 점차 썩어 문들어져 갔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그녀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도서관 출입증카드로 그녀의 이름을 알아내고그녀의 반도 알아냈습니다하지만그녀의 집은 알아내기 너무 힘들었습니다그녀는 매일 다른 길로 하교했습니다그렇다고 특별한 목적지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습니다그저 정처없이 길을 떠돌았습니다길고양이를 보면 헤실헤실해져 쓰다듬기도 하고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가 보이면 도와드리기도 하였습니다그렇게 돌아다니다 결국 학원시간이 되어 미행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느 날학원이 갑자기 쉰다고 하였기에 저는 어머니께 친구와 놀고 오겠다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치고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했습니다이날도 여전했습니다그녀는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온갖 거리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녔습니다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둘러보더니 갑자기 빠른 길로 한 방향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그녀가 들어간 골목의 입구에는 이런 팻말이 걸려 있었습니다.

청소년 통행 금지 구역

 저는 겁이 났습니다하지만그녀가 들어갔습니다저는 그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들어갔습니다그 거리는 별 것이 없었습니다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바쁘게 술병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였고치장을 하는 누나들이 보였습니다저는 그녀를 찾아 들어갔습니다그때 한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람이 제 목덜미를 낚아챘습니다.

니 뭐꼬아가들은 오는 곳이 아니다어여 돌아가라.”

무서웠습니다오줌을 지릴 것 같았습니다하지만저는 이야기 했습니다.

친구를 찾으러 왔어요.”

그는 비웃더니 제 볼을 세게 쳤습니다.

친구그딴 건 여기 없어꼬마야숨바꼭질 하는 거면얼른 여기서 썩 꺼져이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마라.”

저는 그를 노려 보았습니다그의 커다란 손이 다시 한 번 제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습니다.

잠깐!!!!!!!!!!!!”

뒤에서 고함이 들려왔습니다익숙한 목소리였습니다가느다란그러면서도 명량한 어딘가 황홀해지는 목소리가 들려욌습니다지연입니다제가 찾아 들어온 소녀입니다저는 고개를 돌아보았습니다그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제 멱살을 잡으며 속삭였습니다.

이곳의 일 절대 말하지 마말하면 죽여버린다.”

그녀는 그러더니 자신의 친구라며 저를 데리고 어느 곳으로 데려갔습니다그러고선 응급상자를 가져와 응급처치를 해주었습니다익숙한 손 놀림이었습니다마치 이런 상처에 대한 처치를 많이 한 듯한저는 무언가 더 묻고 싶어 물었지만그녀는 대답을 회피했습니다이곳에 있는 이유나 이곳이 집이라던가 그런 거 등등이요.

잠시 후 밖에서 벨이 눌렸습니다밖에서 한 여인이 문을 열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안녕하세요선생님그건 준비 되셨죠?”

물론이고요허허허 여기 있습니다.”

지연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습니다지연은 저를 장롱을 열어 숨겼습니다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척을 했습니다잠시 후 지연의 방문이 열었고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교장은 그녀에게 서류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넌 공부를 왜 하냐어차피 쓸모도 없는데운 좋아 성공하든 아니면니 애미처럼 침대에서 놀아나면 될텐데.”

그러고선 그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지연의 어깨를 더듬었습니다지연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을 회피했습니다.

에이재미없긴.”

교장은 방문을 쾅 닫고 나갔고지연은 그 봉투를 쓰레기통에 쳐박았습니다그러고선 저를 꺼내주었습니다저는 물어봤습니다무엇이냐고그녀는 저주받은 봉투라고 했습니다꿀처럼 달달하지만많이 먹으면살이 찌고이가 썩는 해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그것을 들은 저는 빠르게 그것을 열어보았습니다그곳에는 답지가 있었습니다그녀는 제가 보지 못하도록 빼앗아 짖어 다시 쳐박아넣었습니다.

저는 물었습니다.

저것만 있으면 1등급 쉽게 받을 수 있잖아.”

그녀가 응수합니다.

그럼 공부도 안 하면 나에게는 뭐가 남는데아무것도 없어저거라도 해야 해나는 이곳에 있기 싫어그래중학생때는 궁금했지연애라는 게. x스라는게하지만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하는 게 그런 거라면나는 일절 사양이야절대 이곳에서 벗어 날거야그러려면 영리해져야해영악해져야해그렇지 않으면 안 돼.”

그녀는 분노에 차 이야기했습니다저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내가 도와줄게성인이 되면 멀리 야반도주라도 하자나를 멋대로 부리도록 해너가 이전에 했던 고백이 아직도 유효하다면나는 너의 왕자님이든하인이든신발이든 무엇이든 되어줄게.”

그 이후로 3개월 후 저는 실험 사고로 두 눈을 잃었고그녀는 학교에 돈 이상한 소문으로 인해 미국으로 유학행을 선택함으로써 그 일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그 이후 그녀를 만난 것은 9년 정도가 지난 후 였습니다.

그녀를 알아차리는 것은 간단했습니다목소리그녀만의 특유한 목소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그녀가 저의 집에 와 한 첫 마디이자 마지막 마디인 ?’ 이 단 한 단어그것만으로 알아차렸습니다그 이후로는 시력을 잃은 후 예민해진 후각 덕에 그녀를 구분해 낼 수 있었습니다비록 냄새가 썩여 정확한 위치까지는 특정지을 수 없었지만요.

그녀가 혼자 와 저에게 인사를 건넨 날 저는 매우 기뻤습니다그녀 혼자 저의 집을 돌아보며 이상 현상을 체크해야겠지만그래도 그녀와 단둘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하지만그녀는 갑자기 울부짖고선 돌아가버렸습니다매우 슬펐습니다그 이후로 근 1주간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않은 채 지냈습니다.

1주 후 지연이 찾아왔을 때는 매우 기뻤습니다그녀와 단둘이 공원 데이트를 했습니다.마지막에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그녀는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하지만다행히 그 트럭이 속력을 빠르게 줄이는 덕분에 우리 둘 모두 무사합니다어떤 메커니즘인지는 몰라도 지금침대에 누워있는 지금 저는 다시 시력을 되찾았습니다하지만지연이 병실에 누워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 어째서 어떻게 만났는데... 저는 그저 지연이 깨어나기를 기도하며 그녀의간호를 하고 있습니다부모님께서는 얼른 집에 들르라고 하시지만부모님 댁에 가는 것보다 그녀의 옆을 지키기로 했습니다그녀가 하루빨리 깨어나기를 빌며...

 

<오작교를 건너 사랑하는 법>

까마귀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못합니다.

그들은 어설프게라도 다리를 만듭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져 온 모두가 안전한 방법이 아닌

미지의 방식으로 다리를 만듭니다.

 

 

학교에 돌아간 지연이 그 날 마주친 것은 피를 낭자하게 흩뿌린 채 주검으로 변해 있는 그녀의 엄마였다그녀의 입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이 골목에서 간혹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오늘의 그것은 그녀의 엄마였다큰 일이었다잘못하면어른들의 알 수 없는 일처리로 인해 자신이 그렇게 피하고자 했던 미래를 걸어가게 될 수도 있었다.

지연은 엄마의 죽음에도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스스로가 역겨우면서도 무서워졌다잠시 후 응급차들이 도착했다물론할 수 없는 일은 없었고곧 경찰이 다시 옴으로써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지연은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었지만교장은 지연이 4-5일 정도 머물 수 있을 만한 곳을 구해주었다.

한편그 사건이 있고 난 다음 날수호는 학교 현장체험학습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수호는 오지 않는 지연을 찾았지만지연은 오지 않았다그의 옆자리를 꿰찬 사람은 수정이었다수정은 학교에서 지연과 함께 여신으로 추앙받는 존재였고모두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이였다다른 말로 말하자면수호에게는 불편한 존재였다모든 소문을 조절할 수 있는 존재였으므로 수정이 자신의 따와 관련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수호는 현장체험학습을 갔고그곳에서는 간단한 실험을 하게 되었다하지만그 실험은 잘못되었다원래대로 였다면 잘못 될 것이 없을 실험이었지만하필 그 전에 누군가가 그곳에 방문해 용액을 뒤바꾸어 놓았다수호의 실험 차례가 되었을 때 그 용액을 사용하게끔 치밀하게 분석해 수호가 사용하게끔 만들었다그리고 당연하게도 폭발이 일어났다큰 폭발은 아니었지만용액들의 일부가 수호의 양쪽 눈에 튀었다.

수정이 곧바로 달려가 수호의 상태를 보며 치우기 시작했다다른 아이들도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도와주기 시작했다수호는 병원으로 실려갔고실명판정을 받았다수호는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지연도 옆에 없었으며그는 빛을 잃었다.

몇 일 후 두 학생이 한 명씩 병문안을 왔다먼저 온 것은 수정이었다수정은 그에게 괜찮냐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곁에 있어 주겠다고 했다수정은 옆에서 잠시 울다가 돌아갔다수정은 문 밖에서 한 학생을 마주쳤다지연이었다지연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지연은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수정을 노려 보았다. 마치 철판을 뚫을 기세였다.

너지너가 그랬지너가 아니면저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우리 학교에 화학 특히 약품관련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나 아니면너잖아그런데 나는 가지 않았어그러면너지물론너는 수호가 실명되는 것을 원치는 않았을 거야그저 접점을 만들고 싶었겠지틀렸어.”

지연이 말했다하지만수정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증거 있어없잖아유학 준비나 해교장 선생님이 아까 그러시더라너 유학 보내기로 했다고수호는 내가 잘 보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수정은 지연을 밀치며 떠나갔다아무리 현명한 지연이었지만이 일은 너무 복잡했고, 자신은 무력했다교장엄마의 죽음수정수호의 실명유학 분명 이들은 연관성이 있었다하지만그녀는 정답을 알지 못했다한참 후 지연은 수호의 병실로 들어갔다수호는 자고 있었다지연은 자고 있는 수호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그들의 첫키스였으나, 그 맛은 너무나도 쓰디쓴 맛이었다. 둘의 눈에서는 물이 흘러내렸고, 창문에 투과된 달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났다. 달나라의 선관, 선녀의 입맞춤이라 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못했으리라...

 지연은 입을 떼며 작별을 고했다.

미안해내가 지켜 줬어야 했는데... 꼭 이 일들의 비밀을 해결해 줄게그리고 공원데이트 못 갈 것 같아교장이 나 유학 보낸대아마 이 사건에 관여하지 말란 거겠지건강해야해비록 이 말을 듣고 있지는 않겠지만아무튼 건강해야해다시 돌아왔을 때 놀러 가자돈도 많이 벌어서 눈도 고쳐줄게하아... 왜 인생은 이 모양일까... 암튼 사랑해그럼 잠시 작별 하자.”

 어느새 수호의 베게는 완전히 젖어있었다.

지연은 그렇게 유학길에 올랐다지연은 열심히 살았다의과대학에 들어가 법의학을 공부했다취미로 범죄심리학도 배우기 시작했다삶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편했다하지만그녀의 마음은 더 불편했다계속해서 수호가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다하지만그럴 수는 없었다수호를 평생동안 도와줄 수 없다자신과 수호를 보호할 수 있는 완벽한 상태가 될 때까지 그녀는 열심히 살았다.

수호도 열심히 살았다익숙하지 않은 점자 읽는 법부터 지팡이에 의존해 길을 걷는 법까지 어려운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하지만이내 적응하게 되었다그의 집에는 종종 수정이 찾아와 이것저것을 보고 갔다솔직히 그는 아직도 그녀가 거북했다하지만가족을 제외하고는 그녀외에 그를 찾아올 만한 이는 없었기에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완전히 내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지연은 세계에서 손꼽는 어린 법의학자이자 사이코패스를 웃도는 범죄 심리학자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수사해야하는 사건의 관활 경찰은 마침 수정이었다불편했지만둘은 사건을 풀어나갔다사건을 다 푼 후 수정은 지연과 함께 수호의 집을 방문했다지연은 ?’라는 소리를 내고 말았지만그 이후로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수호의 정신이 걱정되서 였다지연이 보기에 수호의 모습은 수정을 정신적 지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그 둘 사이에 자신이 낄 곳은 없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수호의 집을 나온 후 수영과 함께 간 카페에서 지연은 부탁했다아무 것도 건들지 않을 테니 그저 수호의 집을 방문할 때 따라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수영은 처음에 거부했지만그녀의 간절함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여러분이 아는 이야기이다.

 

<마니또가 사랑하는 법>

건우와 직녀가 도착해 건너기 시작했습니다온갖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견우와 직녀는 간신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문제는 그 다음해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용했다방법묻지 마라나도 모른다그냥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이면 끔뻑 죽었다그건 초등학교에서도 중학교에서도 통했다그리고 나는 중학교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그 아이는 매우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다만 너무 정의로웠고결과적으로 피곤했다나는 그가 싫었다이유는 그가 나의 의견에 반기를 들었다는 것그 뿐이었다하지만나의 말은 곧 법이기에 그에 대한 여러 안 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나는 동조했다.

하지만이상하게도 나는 그에게 끌렸다처음 느껴보는 묘한 감정이었다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다만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보아 사랑이나 그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사랑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고 하니까아무튼나는 그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아보았다결과는 정말이지 재미가 없는 사람이었다꾸미는 것도 모르고농담하는 법도 몰랐다그저 말을 그대로만 알아듣는 그저 멍청한 둔탱이 같았다아니생각해 봐라누가 옆에서 당신의 험담을 한다면 그것을 웃으며 넘길 것인가.

웃기지 마라분명 반응을 해야 정상이다하지만그는 헤실헤실 웃으며 그 상황이 넘어가길 바라고 있었다내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몰래몰래 조금씩 도와주었다예를들어 어떤 아이가 그의 물건을 훔쳐 숨겨 놓았다면미리 원상태로 돌려 놓았다또는 어떤 아이가 그의 자리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대신 버려주기도 했다그가 이런 일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좋았다정말로 좋았다.

하지만그 꿈같은 환상은 이내 깨져 버렸다그래시작은 그 지연이라는 아이에서 시작되었다그가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내가 뒤에서 도와준다는 이 꿈같은 환상은 그 아이가 정면돌파하며 순식간에 깨져버렸다그 아이는 그에게 접근하는 아이들을 모두 쳐냈다마치 그가 자신의 것인냥 모두에게 바늘을 곤두 세웠다나는 그녀가 싫었다완벽한 싫음 그런 감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감정을 느꼈다.

그래이제 더 이상 뒤에서만 도와주어서는 안 되겠어.’라고 다짐한 것은 분명 그때쯤이었다나는 둘이 함께 하교하는 것을 따라가 보았다그는 그 아이를 청소년 통행 금지구역이라는 곳 앞에서 인사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그리고 다음 날부터 조용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학교에 흩뿌리기 시작했습니다그러니 교장이라는 작자가 가장 먼저 저에게 접근해왔습니다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신이 그곳에서 그 아이의 엄마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것은 말하지 말아달라나... 도둑이 제발 저린다더니 저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습니다저는 그에게 이야기했습니다그렇게 말해지는 것이 싫다면그 아이를 이 학교에서 없애 달라고요그는 알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체험학습날 그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저는 평소의 제 사람 좋은 이미지를 통해 그의 옆에 가 앉았습니다그가 거북해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그와 더 가까워지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 다시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생각이지만저는 위기를 조성하고 싶었습니다위기가 조성되고그것을 도와주는 사람그러면 누구든 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테니까요저는 밤에 몰래 실험실로 들어가 그가 사용할 약품을 바꾸어 놓았습니다폭발이 일어나지만얕게 작은 폭발만 일어나게 용액의 비율을 맞추고서는 잠에 들었습니다.

하지만다음 날그가 실험 기구에 눈을 너무 붙이고 실험한 나머지 약품이 눈에 튀었고그는 실명했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에요. 그가 용액에 눈을 가까이 댄 탓인걸요. 아니죠. 제탓입니다. 또 도망칠 뻔 했군요.

 아무튼, 몇 일 후 교장이 나에게 다시 찾아왔습니다자신이 그 아이가 유학을 갈 만한 사유를 만들기 위해 그 아이의 엄마를 죽이고유학 서류를 만들어 왔다고요저는 어이가 없었지만속으로는 기뻤고그가 나감과 동시에 그를 경찰에게 신고했습니다살인죄로요저는 그와 만난 후 그의 병문안을 갔습니다그는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그와의 만남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꺼림칙한 그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서웠습니다그때 그 아이는 정확히 모두 맞추었습니다실제 현장을 보지도 않고 한 그 추리는 저를 경악하게 만들었고저는 두려웠습니다또한 반성까지 되었습니다하지만그 당시를 회피하고 싶었던 저는 그 아이에게 웃으며 유학에 대한 소식을 이야기 했습니다그 아이의 당황한 표정은 기억납니다아무튼 그 아이는 출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각설여차여차해 저는 경찰이 되어 있었고그 아이는 세계에서 잘나가는 법의학자이자 범죄심리학자가 되었습니다그리고 저는 매우 운이 좋게 그 아이와 팀을 짜 업무를 하기도 했습니다아무튼저는 그 아이와 수호를 오랜만에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미안했습니다제가 그 경악한 날 이후 저는 그들에게 사죄하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저는 그들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조금씩 그들 사이에서 저는 빠져 놓을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그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아이는 저의 복부에 구멍을 하나 냈습니다다행히 그 아이의 완력이 부족하여 상처가 얕아 목숨은 간신히 건졌습니다. 덕분에 저는 병원에서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그들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음 해 까마귀들은 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비명이 일었습니다.

다음 해는 더 더 더 많은 까마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못하는 날이 왔습니다.

 

 

사랑합니다.

누군가가 정원 뒤뜰에서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정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정은 오래도록 사랑하던 이가 있었다있었다그래있었다.

 하지만사랑을 노래하던 정은 이미 늙었다머리는 지난겨울의 눈으로 염색했고얼굴은 이미 젊은 날의 형체를 잃고 얼그러졌다정은 그들을 노려본다그들은 정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새로 탄생한 연인은 어느새 서로 끌어안으며 타인의 존재를 새기고 있다정은 창을 닫고 돌아선다그는 중절모를 찾는다막걸리 자국이 묻은 중절모는 선반 아래에 박혀 술에 절여지고 있다이전에 정이 쓰러지며 박혔을 것이다아무튼중절모는 그저 자신을 찾는 주인을 멀뚱히 바라본다정은 한참 돌아다닌다하지만이내 중절모를 찾는 것을 포기한다중절모는 오늘도 술에 절여지겠거니... 하며 한숨을 쉰다물론정이 그 사실을 알 턱은 없다.

 정이 문밖으로 나선다더운 바람이 그를 감싸온다집 뒤편에서 젊은 연인의 히히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왜 남의 집 뒤에서 그러는지 의문을 품었지만정은 됐다 생각하며 무시한다그저 뙤약볕을 걷는다관공서로 가는 길이다매달 받아야 하는 검사 때문이다무슨 병이었지만병명은 정의 머리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전에 관공서 일을 무시하고 집에 있다 옷을 반쯤 벗은 모양새로 술에 취해 빨랫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관공서 사람들에게 보였기에 이날만큼은 철저히 준비한다준비라고 해도 대충 면도하고얼굴에 묻은 막걸리 자국을 닦아낼 뿐이지만...

 한참을 걷는다버스를 타면 코 닿을 거리겠지만정은 버스를 타지 않는다타는 법은 안다타지 않을 뿐이다오랫동안 버스를 타면 그저 갑갑하기 때문이었다.

 정은 관공서에 도착했다보건의를 만난다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에너지음료 캔이 쌓여 있다.  그들이 언제부터 그곳에 놓여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그는 흰색 가운을 걸친 채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데 흰색 가운 안 남방 단추도 몇 개 풀어헤쳐 놓아 맨살이 드러나있다그의 목에서는 금목걸이가 반짝거린다금목걸이 뒤로 키스 마크도 보인다아마 길을 가다 이 이를 마주치면 그 누구나 한량이라고 할 것이다정은 의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의사도 안다이해시키려고 하지도 않는다그저 웅얼거린다메뉴얼 상 해야하므로 웅얼거린다이것은음예예그거고그러니까음어어에그거,그거하세요이 웅얼거림의 멜로디는 한동안 이어진다웅얼거림 연주회가 끝나면정이 일어난다박수는 악수로 대신한다이것도 그냥 인사치레다집에 갈 시간이다.

 관공서 밖으로 나오니 다시 뜨거운 태양이 그를 맞이한다솔직히 그는 지금 갈 곳이 없다그저 걷는다매미가 맴맴 시끄러이 운다새는 짝과 함께 훨훨 노닌다이 자연에서짝이 없는 것은 정 뿐이다정은 힘없이 걷는다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그저 알고 있다지연의 죽음 이후로 정은 늘상 혼자다시간은 공평한 치유제라 하나 정에게는 들지 않는 약이었다늘 홀로 혼수상태 속에서 떠돌다 숨을 거둔 지연을 생각한다.. 정은 눈을 감는다지연의 환영을 느끼고 싶어서다물론 보이는 것은 암흑이다그저 칠흑 같은 눈꺼풀 뒤의 세상이다하지만정은 그게 나았다자연의 고통보다 그게 편했다지금의 정을 말하자면웰스의 타임머신에 나오는 몰록 같은 몰골이다구부정한 허리때문에 작아 보이는 몸충혈된 눈몸에 박힌 것 같이 쏙 들어간 머리까지 똑같다어쩌면그는 식인을 할 수도 있다그래도 그와 몰록의 차이를 찾자면그는 빛 아래 설 수 있다는 것 뿐일 것이다아니지그는 암흑을 좋아하니 이것도 아닐 것이다.

 그의 발에 무언가 체였다정은 조심히 발로 그것을 어루만져 본다그것은 조그맣고 꿈틀거리는 무언가다정은 눈을 뜬다새끼강아지다주위를 둘러본다혼자다집에서 나들이를 나왔다 길을 잃었나 보다보금자리에서 사냥 나간 어미를 기다리다 배고픔에 못 이겨 나온 새끼 들개일 수도 있다어쩌면어미가 좋은 사람이 키워주길 바라며 갖다 버린 것일 수도 있다아무튼 혼자다죽어가고 있다해에 쪄 죽든솔개에게 물려가 죽든 분명 죽을 거다정은 그 솜덩어리를 조심히 들어 올린다옅게 숨 쉬고 있다새근,사근사근,새근.

 정은 그 털 뭉치를 집으로 옮긴다바삐 신문지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빈 공간을 만든다마음이 따뜻해진다무채색의 그의 세상이 한낱 미물을 중심으로 조금이나마 색칠되어 간다정은 오랜만에 감정을 느낀다사랑이라는한낱 미물에 정은 사랑을 느낀다정은 미물에게 줄 만한 것을 찾는다참치캔이 하나 보인다줘도 되는지는 모르겠다만정은 그것을 까 강아지 앞에 갖다 놓는다강아지는 조금씩 참치를 베어먹는다옆에 따라놓은 물도 홀짝인다정은 방을 돌아본다전쟁통이다. 5일 장터다물건들이 싸우고 있다온갖 물건들이 어지러이 진열되어 있다정은 그것을 정리하겠노라 다짐한다 이 조그마한 미물을 위해서.

 

<까마귀의 마지막 울음>

견우와 직녀는 저 멀리 서 있는 자신의 짝을 본 채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다리 만드는 일을 떠났던 까마귀는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그가 이 일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그렇게 까마귀는 그저 하염없이 죄책감에 눌러 살았습니다.

 

 

수호는 그저 지연의 옆을 수호하고 있다누군가가 불순한 목적으로 다가가려고 하면그들을 쳐내고 있다... 마치 이전에 지연이 수호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그런 그들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나는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어쩌면 이 휠체어 신세는 그에 대한 벌일지도 모르겠다어떻게 하면 이들을 돌려 놓을 수 있을까그래지연만 깨어나면 된다하지만지연은 뇌사 상태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했다하지만수호는 그런 지연을 붙잡고 있었다지연을 만나러 왔지만수호 때문에 돌아가고 있는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신가요?”

그들은 영어로 몇마디 주고 받더니 말했다.

저희는 지연 사장님의 탐정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 같은 것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요구했다그들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결국은 수호에게 다시 한 번 말해준다는 조건으로 허락해 주었다.

그들이 말한 지연은 살짝 무서웠다그녀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마치 살인귀 같다고 했다붙잡은 범인에게 조언을 하고시체와 부검을 하며 대화하는 등 미치광이가 따로 없었다고 한다그러면서도 실력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해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또 사건이 없을 때는 그저 책을 읽거나 사진첩에서 사진을 꺼내 어루만지는 것을 즐겼는데 그 사진이 무슨 사진이었는지는 죽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켰다고 했다그들은 아마 그것이 그녀의 한이라고 추측하였다아마 그것은 그녀가 출국하기 전 그와의 데이트를 할 때 찍었던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돌아갔다.

 

 얼마 뒤 지연은 결국 수명을 다했다수호는 그저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식어버린 지연의 손을 잡고 있다다음 날수호는 지연을 화장하기로 했다지연의 가족은 없었기에 수호가 마지막까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장례식 일정을 마치고나는 마지막으로 수호를 보러갔다그가 이 일들을 나와 지연에 대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려면관계인들은 비켜주어야 된다고 생각해서다나는 그를 근처 카페로 불러냈다그는 몇 일 사이에 폭삭 늙은 채로 나타났다그의 온 몸에선 술냄새가 진동했다카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를 경멸하고 있지만수호는 그런 것은 일상인 듯 자리에 앉는다.

나는 그저 담담히 이제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그리고 이제 그만지연을 잊고 앞으로의 인생을 살라고 했다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지연 외에도 너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여자는 많을 것이라고 했다그도 그럴게 그는 조금만 행색을 제대로 하면그느 멋진 사람이었고재미는 없지만무서울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비행기를 타러 왔다잠시 후 비행기에 타고 아마 곧 한국을 뜰 것이다공항 한 편에 떨어진 이야기 책이 보여 그것을 주워 읽어본다누구나 아는 견우와 직녀’ 설화였다직녀만을 바라보는 견우견우만을 바라보는 직녀마치 수호와 지연 같았다그 누구보다도 함께 있고 싶어했지만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나는 책을 넘기다 까마귀들이 다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그들은 광적으로 웃고 있었다어떻게 남에게 밟히며 웃을 수 있다는 말인가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견우와 직녀는 만난다하지만수호와 지연은 만나지 못한다그게 전부이다대체 무엇 때문일까그래다리가 망가져서이다그럼 누가 다리를 망가뜨렸는가나는 고민했다비행기에 타고 비행기가 슬슬 움직일 때쯤 나는 알아차렸다.

그렇구나내가 망가뜨렸구나나는 눈물을 터뜨렸다승무원들이 다가와 괜찮냐고 말을 걸었다나는 괜찮다고 하며 하염없이 울었다아마 꼴볼견 이었겠지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살 것 같았다이곳에서는 나를 아무도 모른다그래다시 시작하는 것이다더 이상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나 혼자 조용히 엑스트라로서 살아가자.

아마나머지 인생은 그렇게 죄책감에 눌러 살다 가야겠지...

 미안하다지연아미안하다수호야그리고 미안하다수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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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씁니다. 프사는 함스타좋아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https://crepe.cm/@HAM_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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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모험

수빈은 병원 침대에 앉아 창밖을 본다. 햇빛이 이불덮은 발을 간지럽힌다. 이따금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멀찍이 들려온다. 들릴 것 같으면서도 안 들리는 수다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자에서 화투치는 소리도 들려온다. 이따금 뻥, 뻥 거리며, ‘뻥이요!’ 하는 기계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수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 단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명쾌한 것이었다.아마 이것은 수빈의 어머니의 탓이 클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혼자 이 병실을 나서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는 위험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 링거걸이를 끌고가다가 링거걸이가 쓰러질 수도 있었다. 대신 수빈의 어머니는 병실에 책을 가져다 놓으셨다.“엄마랑 아빠, 회사 다녀올테니까, 낮에 이거 읽고 있어.”수빈은 그 말을 들으며 아빠에게 구원의 신호를 내보냈지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드는 아빠를 목격했다. ‘아, 아빠도 엄마의 걱정증후군은 포기하셨군.’ 이라며 단념한지 수빈은 오래였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책이 너덜너덜해졌다는 것.솔직히 수빈에게 이 책은 재미가 없었다. ‘아마 또래 애들도 이딴 책은 안 보겠지.’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그 책은 또래 애들의 수준은 아득히 상회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수빈은 모험을 하기로 했다. 읏차 읏차 발을 휘저어 침대 밑의 신발을 찾는다. 신발이 느껴진다. 수빈은 신발을 꺼내고, 침대에 올라서 링거를 5발 링겔대에 건다. 그러고는 신발을 신고, 첫 발을 내딛는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리고 한 발을 뗀 후의 느낌, ‘아, 기분 좋아!’ 링겔대를 잡고 천천히 천천히 움직인다. 우선 창가쪽으로 향해본다. 귀로만 듣던 것들이 그저 병원의 담쟁이 덩굴만 비추던 창문이 사람들을 비춘다.“와아아아~~~”흰 색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 언니 오빠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나간다. 좋아하는 뻥튀기를 튀기는 기계도 보인다. 그리고 마음에 쏙 든 것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책을 가득 실은 트럭이 병원 한 쪽에 주차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몰려 있었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 소녀가 느낄 것 같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수빈은 그대로 ‘뒤로 돌아!’ 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주위를 살피자 아무도 없다. 개미 한 마리가 지나가도 소리가 울릴 것 같은 복도다.수빈은 누가 오기 전에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링거걸이를 잡고 달린다. 바퀴의 마찰음이 날카롭게 전신을 할퀴어 왔다. 그때 앞에서 간호사 언니 한 분이 웃으시며 나타났다. 그녀는 수빈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간호사분들이 쉬시는 공간으로 데려가셨다.“그렇게 뛰면, 넘어진단다.”수빈은 그저 입술을 삐쭉 내민채로 벽을 바라봤다.“수빈아, 사탕 먹을래.”사탕, 마법의 단어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은... 안돼.“흥.”“왜? 왜 삐진 거니? 어디 가려고 한 거니? 같이 가자.”“책.”“책?”“...”“아, 오늘 병원에 입원한 수빈이한테 책 선물해 준다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창문으로 봤구나. 같이 나가볼래?”“아니에요. 제가 혼자 갈게요.”“길은 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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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1
산다이바나시 주제:탄산음료, 노트북, 우정

친구... 친구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우정을 나누는 존재, 뭐 그것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우정은 무엇이냐? 글쎄... 누군가와 만나 함께 수다를 떨거나 뛰어 논다거나 그런 행동을 하며 편암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하지만, 시오는 느끼지 못했다, 우정이라는 것을. 아무리 친구와 같이 돌아다녀도 편안함이라는 감정을 들지 않았다. ‘도대체 왜?’라고 머릿속에 수없이 많이 외쳐보기도 했고, 노트북으로 ‘친구를 사귀는 법’ 이라던가 ‘친구가 많아지는 패션스타일’ 이런 것도 찾아보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학년을 시작하고 나서 2주 정도가 지난 시점, 그러니까 모두가 서먹서먹한 시점을 지나는 순간 시오는 다시 외톨이가 되어 모두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만 갔다. 교실 구석에서 지금처럼 탄산음료를 홀짝이고 있어도 아무도 그 조그마한, 외소한 그의 몸뚱아리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아니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당연히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도 모르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에게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그는 환상 속으로 도망쳤다. 그래도 환상 속에는 늘 친구가 있었다. 조그마한 장난감 병정들이 있을 때도 있었고, 참새모양의 구름과 지구 반대편 구름공주에게 편지를 전해주려 간 적도 있었다. 어떨 때는 탄산음료 바다 위에서 표류하기도 했다.때로는 그는 자신의 학급의 아이들에게 환상 속 아이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가 환상에 빠지면, 빠질수록 아이들은 멀어져 가기만 했다. 왜? 어째서? 그런 의문을 던져도 아이들은 멀어져만 가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저 놈 또 이상한 소리 하네.’라고 하며 멀어질 뿐이다.그래서 시오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점점 말은 하지 않게 되었고, 당연하다싶이 말은 점점 더 나무늘보가 쓸 것같이 어눌해졌고, 버려진 고양이처럼 새침해지고, 항상 날을 세우고 있다. 이대로 아마 그는 어디까지든 썩어버릴 것이다. 아니, 썩어야 낫는 병일 수도 있다. 무사와 악사의 일규의 말처럼 이 세상은, 적어도 시오의 관점에서는 썩고 있기에 괴로우니 더 이상 썩을 것이 없어지면, 평화로워질 수도 있다.하지만, 그것은 망상일 뿐 모든 것은 톱니바퀴처럼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 그의 번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그렇다면, 그 톱니바퀴에서 하나가 어긋난다면, 이 세상은 변할 것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그렇다면 그것을 바꾸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그래, 용기다. 용! 기! 하지만, 단 이 두 글자에는 수없이 많은 것이 들어가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 자리에서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좀 더 자세히는 그 한 발짝 한 발짝마다, 또 할 말을 생각하는 것, 거기에다가 입을 벌리는 것, 주목되는 친구들의 시선, 천천히 목에서 나오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아니, 더 있다. 훨씬 더 많다. 그 뒤에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흉을 볼지도 모른다...그러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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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소녀의 이야기(feat.창영소)

<소녀의 이야기>나는 자고 있다.“히로, 히로, 일어나봐. 식사 시간이야.”자그마한 소녀의 간지러운 목소리가 아른거리고, 맛있는 스튜의 향이 코를 찌른다. 눈을 뜨자 은발의 소녀가 스튜를 젖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소녀는 스튜를 두어번 더 젓더니 내 앞으로 가져왔다.“맛있게 먹어.”나는 그저 받아들었다. 숟가락을 든다. 평범하니 맛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가 어디지? 그저 이곳도 바위, 저기도 바위 온통 바위뿐이다. 소녀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몇 번 더 소녀에게 스튜를 받아먹으니 소녀는 이내 자리를 뜬다. 나는 잠이 온다.나는 자는 중이다.“히로, 히로, 일어나봐. 식사 시간이야.”자그마한 소녀의 간지러운 목소리가 아른거리고, 맛있는 스튜의 향이 코를 찌른다. 눈을 뜨자 은발의 소녀가 스튜를 젖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소녀는 스튜를 두어번 더 젓더니 내 앞으로 가져왔다.“맛있게 먹어.”나는 그저 받아들었다. 숟가락을 든다. 평범하니 맛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가 어디지? 그저 이곳도 바위, 저기도 바위 온통 바위뿐이다. 소녀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몇 번 더 소녀에게 스튜를 받아먹으니 소녀는 이내 자리를 뜬다. 나는 잠이 온다.나는 잠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히로, 히로, 일어나봐. 식사 시간이야.”자그마한 소녀의 간지러운 목소리가 아른거리고, 맛있는 스튜의 향이 코를 찌른다. 눈을 뜨자 은발의 소녀가 스튜를 젖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소녀는 스튜를 두어번 저을 것이다. 소녀는 스튜를 내 앞으로 가져 온다.“맛있게 먹어.”나는 그저 받아들었다. 숟가락을 든다. 평범한 맛이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여기가 어디지? 그저 이곳도 바위, 저기도 바위 온통 바위뿐이다. 당연한 건가? 소녀는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몇 번 더 소녀에게 스튜를 받아먹으니 소녀는 이내 자리를 뜬다. 나는 잠이 온다.음... 곧 잠에서 깰 것 같은 기분이다.“히로, 히로, 일어나봐. 식사 시간이야.”자그마한 소녀의 간지러운 목소리가 아른거리고, 맛있는 스튜의 향이 코를 찌른다. 음, 뭐랄까 은발의 소녀가 스튜를 젖고 있을 것 같다. 그 소녀는 스튜를 두어번 저을 것이다.“하, 히로, 히로, 일어나라니까!”소녀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다. 눈을 뜨자 소녀는 밝게 웃으며 내 코에 그릇을 가져다 댄다.“맛있게 먹어.”나는 그저 받아들었다. 숟가락을 든다. 평범한 맛이다. 여기는 바위밖에 없다. 뭐 당연한 감상이다. 소녀는 누구보다 맛있게 평범한 스튜를 먹어 주는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몇 번 더 소녀에게 스튜를 받아먹으니 소녀는 이내 자리를 뜬다. 나는 잠이 온다.자, 일어나 있자. 아마, 곧 은발의 소녀가 올 것이니 놀래켜 주자.“어, 히로 일어났네.”소녀는 스튜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중이다,“도와줄까?”“아니, 괜찮아.”소녀는 열심히 칼질을 하고 불을 내고, 조미료를 넣는다. 간은 안 봐도 되는 것인가? 아무튼, 생선도 넣고 각종 재료를 넣고 팔팔 끌인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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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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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아아아아아!!!!!! 다시 돌아왔습니다.장문을 오랜만에 쓰다보니 중간에 손목 이슈로 조금 늦어지게 되었군요. 물론, 퇴고의 문제도 있었지만요...(부족하다는 생각이 몰씬 들지만...)암튼, 12월이 되기 전에 글틴에 찾아오고 싶어 억지로 일정을 앞당겨 찾아왔습니다.아, 제 글을 쭉 읽어 오셨던 분들이라면, 눈치 채신 부분도 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글 중 두 편이 이곳에 일부 수정되어서 등장했습니다.물론, 이 작품 기준 두 번째 것은 원래 다른 이야기를 이곳에 합치면 재미있겠다 식으로 생각이 들어 급히 붙이느라 뭐랄까 계속 어색한 감이 들지만, 그 부분은 계속 수정을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아, 다음 글에 대한 간단한 예고를 한다면, 그것 또한 연작소설입니다. 다만, 이 글은 한 장면을 계속 중복시켜 조명했다면, 그 글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 세 개로 구분되어 올라갈 것이고, 그렇기에 모두 다른 이야기로 올릴 예정입니다. 대표 제목은 '숨김 그리고 한(恨) 그리고 숨김'이라 정했습니다. 소제목은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 2023-11-30 10: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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