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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네가 좋아하는

  • 작성자 양혜인
  • 작성일 2022-12-19
  • 조회수 403

*

6시 30분 아침 일찍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한참을 꿈에서 헤맬 시간이지만 오늘은 눈을 떴다.

 

저절로 떠졌다. 내 두 눈이. 흐지부지 떠진 것도 아니고 번쩍 뜨였다.

 

머리를 감고 화장을 시작한다.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생존 화장이 아니라 사랑스럽게 보이는 화장을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짝이를 눈에 발랐다. 네가 날 봐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나를 꾸민다. 단정히 교복도 입는다. 넥타이를 바르게 메고 거울 앞에서 살며시 웃어본다.

 

싱그러운 꽃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섰다. 부쩍 쌀쌀해진 가을의 날씨마저 사랑스럽다. 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던 등교 길이 오늘따라 설렌다. 칙칙한 돌담이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사이 틈에 핀 작은 들꽃이 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설레는 사랑 노래가, 심장을 울린다. 쿵. 쿵.

 

모든 이야기가, 모든 사랑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길 소망한다.

 

“주연, 하이.”

혜윤이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인사를 건넨다.

 

“하이.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왔어? 무슨 행사 있어?”

 

“어때, 나 좀 꾸민 것 같아?”

“ 허. 얘, 입이 귀에 걸렸네. 너 뭐 있지? 딱 걸렸어. 뭔데, 뭔데?”

 

혜윤의 말을 무시한 채 그냥 웃는다. 좋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행복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내 세상을 바꾼다.

내 세상을 온통 행복하게 바꾼다.

 

반에 도착했다. 내 자리에 앉으면서 아직 오지 않은 너의 자리를 바라본다. 언제 올까, 지금쯤 정문쯤이려나, 갖가지 사소한 것들이 궁금하다.

8시 45분을 시계가 가리킬 때쯤

드르륵.

문이 열렸다.

너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손 인사를 건네 본다. 너도 나처럼 말없이 웃으면서 인사해 준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려 바보처럼 웃고 있는 내 얼굴을 감춘다.

정신 차려 우주연. 너무 다 주면, 매력 없어.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내 표정이 말을 듣지 않는다. 실실 미소를 짓는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아, 열심히 들으면서 두 눈은 자꾸 너를 본다. 3분단 맨 앞자리에 앉은 너의 뒤통수를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다. 너는 한 번도 졸지 않고 수업을 열심히 듣더라. 나도 질세라 졸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볼펜으로 필기를 한다. 괜히 뿌듯한 기분이 차올랐다.

 

“얼른 말해보시지. 나한테 숨기지 말고. 너 평소랑 너무 달라.”

쉬는 시간, 옆자리로 다가와 혜윤이 나를 의심의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어, 맨날 죽을 상하고 학교 다니던 얘가, 요즘 생기가 돌아 얼굴에. 무슨 일인데, 좋아하는 애 생긴 거 아니야?”

 

“비밀. 말 안 해.”

 

“치, 그래라. 내가 보통 눈치겠어? 조금만 있으면 다 알아.”

 

지금은 나의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는 싫다. 혜윤이가 눈치채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의 짝사랑이 좀 더 크도록 지켜봐야 한다.

 

*

6교시 자리를 바꾼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 반 아이들은 웅성웅성 새로운 자리에 대한 기대를 펼치고 있다. 자리를 바꾸는 게 큰 의미가 있냐라는 질문이 든다면, 그건 자리를 바꾸고 난 뒤 흐르는 반의 새로운 분위기를 느껴 보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자리는 묘하게 전과는 다른 반의 흐름을 만든다. 제비뽑기 내 순서가 다가오자 간절히 기도해 본다.

너와 가까이에 앉았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9”

내가 뽑은 제비의 숫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숫자가 적힌 종이를 괜히 만지작거린다.

칠판에 적힌 자리에 반장이 한 명씩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5번?”

“나.”

네가 손을 들었다. 아, 5번이구나. 9번과는 조금 멀다는 것을 확인하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케이, 5번 연주호. 옆 짝꿍 6번은?”

반이 고요해진다.

“6번 없어?”

 

반장의 되물음에 내 머릿속이 갑자기 번쩍 뜨인다.

그리고 내가 뽑은 제비뽑기의 방향을 돌려본다.

그렇다, 난 9번이 아니라 6번이었다.

 

번쩍 손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손을 들고 일어선 나를 아이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너무 크게 말한 것 같아 눈치를 보며 앉는다.

“9번이랑 6번이랑 헷갈려가지고…”

 

“그럼 6번 우주연.”

반장이 칠판에 내 이름을 적는다.

2분단 중앙에 있는 두 자리에 나란히 너의 이름과 내 이름이 적힌다.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난 더 이상 근거 없는 말 따위로 생각하지 않겠다.

너와 짝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참아내야 했다.

책상 끄는 소리가 주변에서 나고 아이들은 일제히

새로운 자리로 책상을 옮기기 시작한다.

 

나도 짐이 몽땅 든 무거운 책상을 힘겹게 2분단 중앙으로 옮긴다. 겉으로는 힘겨워 보이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2분단 중앙에 거의 왔을 때, 내 모습이 상당히 힘겨워 보였던 걸까. 넌 길쭉한 팔로 내 책상을 끌어당겨, 너의 책상 옆에 붙여 주었다.

 

“고마워”

나의 수줍은 인사에 넌 눈웃음만 남긴 채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앞으로 한 달간 짝으로 지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이러면, 내 심장은 한 달 뒤에 남아 있긴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너의 옆자리에 앉는다.

 

분명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째서 난 옆에 있는 네가 너무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지루했던 수학 시간이, 잠이 쏟아지는 윤리 시간도 정신이 멀쩡했다. 웬일로 우주연이 잠을 안 자냐면서 혜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네가 옆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잠이 오질 않았으니까.

 

너의 사소한 행동들까지 모두 내 눈에 담는 습관이 생겼다. 넌 볼펜을 두 번 밖에 돌리지 못한다는 것부터 수학을 풀 때면 아주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까지 사소한 너의 모든 행동이 다 너무 좋았다. 나의 짝사랑은 날로만 커져만 가고 있었다.

 

너와 짝이 이 주일 정도 되자, 네가 가장 친한 친구부터 부담스러워하는 친구는 누구인지 다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눈에는 자꾸 신경 쓰이는 여자애도 생겼다.

 

옆 반 반장인 김윤아.

윤아는 자주 우리 반에 와 널 불러냈다. 무슨 이야기를 하나 너무 궁금했지만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다는 친구들에 말에 의해 그냥 친구일 거라고 믿기로 했다.

 

*

어느덧 2학기 중간고사가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의 나무들도 조금씩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색들이 거리를 뒤덮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는 중이었다.

 

“우주연~”

뒤에서 혜윤이 내 어깨를 툭 친다. 내가 무슨 일 있냐는 얼굴로 쳐다본다.

 

“나 다 알았어.”

혜윤이 다짜고짜 내 얼굴을 보더니 한마디 내 뱉는다.

 

“뭘?”

 

“네가 좋아하는 애 누군지 알았다고.”

 

“어?”

 

“네가 좋아하는 애, 연주호.”

 

혜윤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내가 멍한 표정을 짓자 혜윤이 호탕하게 웃는다.

 

“맞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티 나?”

 

“아니 그렇게 까지는. 하지만, 나한테는 다 보이지. 네가 걜 볼 때 웃는 모습이 영 심상치 않더라고. 뭐랄까, 강아지를 보는 주인의 얼굴이랄까?”

 

“엥? 넌 무슨 비유를 해도 강아지로 비유를 하냐.”

 

“그만큼, 네가 걜 아주 그냥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봤다는 뜻이지. 난 그 눈빛 보고 단번에 알았지. 아 우주연을 행복하게 만든 사람은 걔구나.”

혜윤이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런데 주연아 너 올해 초에는 걔한테 별로 관심 없지 않았어? 언제부터 그런 마음이 생긴 거야?”

“그게...”

혜윤의 말에 난 나의 마음의 근원지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연주호. 올해 초에 넌 나에게 그냥 친절하고 잘생긴 남자 아이. 그게 다였다.

 

고2 여름 방학, 새로 다니게 된 국어 학원 특강에서 난 우연히 너와 마주쳤다. 모든 게 다 낯선 학원에서 유일하게 낯이 익은 아이는 너뿐이었다.

 

난 어색하게 너의 뒤에 자리를 앉았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넌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인사해 줬다. 난 너의 그 인사가 참 반가웠다. 너도 이 학원에서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던 걸까. 옆자리에 앉진 않았지만 우린 대 강의실 앞에서 만날 때면 가볍게 인사를 했다.

 

또 가끔은 학원 숙제를 물어보며 연락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너에게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유난히 덥던 한 여름 날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유독 더웠다. 짧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학원을 가고 있었다. 어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고 잤던 건지, 자꾸 기침이 나고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이 한여름에 감기를 걸리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국어 학원에 도착했다. 그날 넌 어째서인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그냥 코를 훌쩍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수업이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차가운 에어컨 공기에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열도 올라, 눈앞이 점점 흐릿해졌다. 아프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 말을 할 힘조차 없었다. 속절없이 수업은 계속 진행되는 중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알아채 준 건, 오직 너뿐이었다.

식은땀을 흘린 채 초점이 없는 날 본 걸까.

“우주연, 괜찮아?”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넌 서둘러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손을 들어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수업이 멈추고, 난 몸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 서둘러 집에 갈 수 있었다.

 

며칠 감기 몸살로 고생을 하다 정신을 차렸을 즘, 난 폰에 쌓인 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주연. 괜찮은 거 맞지?-

-아까 너무 많이 아파보여서-

-톡 안 보는 거 보니까 많이 아프나 보네-

-내가 이번 국어 수업 필기 보내 줄 테니까 푹 쉬어-

-아프지 말고-

 

아픈 날 챙겨준 너의 행동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프지 말고’라는 너의 그 한마디 때문이었을까.

 

그 후로 널 마주칠 때마다 자꾸 떨렸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던 나였는데, 자꾸 널 마주칠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네가 학원에 왔는지 안 왔는지 자꾸 확인을 한다. 그저 한 공간에서 너와 같이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이 좋았다. 게다가 얼른 개학식이 되길 손꼽아 기다리는 상태가 되었다.

 

아마, 이 사건이, 내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에 이유가 필요할까. 난 그냥 네가 좋다. 이 사실이면 충분하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혜윤이 피식하고 웃는다.

 

“내가 살다 살다 우주연이 누구 좋아하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눈 높던 철벽녀는 찾아볼 수도 없네. 아니다 연주호면 뭐, 인기도 많고 잘생기고... 내 친구가 좋다는데, 네가 뭐라도 도와줘야지. 나한테 물어볼 거 있어? 내가 다 도와줄게”

 

“혜윤, 그럼 나 뭐 하나만 물어볼게”

 

난 이번 기회에 계속 신경 쓰이던 일을 물어보기로 했다.

 

“당연하지, 뭐든지 물어봐.”

 

“너 2반이니까, 김윤아라는 친구 잘 알아?”

 

“아 우리 반 반장? 걔는 왜?”

 

“그게... 주호랑 많이 친해 보여서, 집도 같이 가는 거 같아서. 혹시 무슨 사이인가 하고...”

 

“글쎄다, 아 걔가 얼마 전에 남친 이랑 헤어졌거든, 연주호랑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니까, 고민 상담 같은 거 해준 것 같던데... 집은 아마 방향이 비슷해서 그럴걸? 그냥 둘은 친구 사이 아닐까? 좀 많이 친한?”

 

“아, 그렇구나, 친구 사이.”

 

친구 사이라는 단어처럼 정말 안전하지만 불안한 단어는 없는 것 같다.

 

혜윤이와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집에 거의 다 도착했다.

 

“주연아.”

집으로 들어가려는 날 혜윤이 불렀다.

 

“응?”

 

“내가 너 진짜 아끼는 거 알지? 그러니까 너무 많은 마음을 걔한테 주지 마. 좋아하는 마음이 언젠가는 상처가 될 수도 있거든. 짝사랑은 최대한 짧게! 응원한다.”

 

날 생각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든든했다.

 

*

너와 짝이 된 기간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 갔다. 한 달 동안 난 부쩍 너와 친해졌다는 걸 느꼈다.

 

저번 주 화요일 네가 나에게 말했던, 가벼운 농담은 아직도 내 마음속을 빙빙 돌고 있다.

 

“우주연, 너랑 나 사이에 엄청난 신기한 점을 찾았어.”

 

“신기한 점?”

 

“우주연주호. 우리 둘 이름이 연결된다?”

 

“오 그러네? 근데 이게 그렇게 신기해?”

 

“별로 안 신기한가? 그럼 나만 신기했던 걸로”

넌 농담을 하면서 가볍게 눈웃음을 지었다.

 

우주연주호.

 

입으로 작게 중얼거려본다.

 

나는 네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과자를 사 오면 나에게 꼭 하나씩을 건네주는 행동, 바뀐 머리 스타일을 알아봐주는 행동, 매일 웃으면서 해주는 인사. 이 모든 행동들은 점점 내 짝사랑을 키워만 갔다. 너도 혹시 날 좋아하는 거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해보기도 했다.

 

내 마음을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해 놓고서도 막상 너 앞에 서면 난 항상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매일 나 혼자 고백하고 나 혼자 이별하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너와 짝꿍이 된 지 한 달 뒤, 다시 자리는 새롭게 바뀌었다. 이번에도 가까운 자리를 바랐지만, 나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아주 멀리 떨어져 앉게 되었다.

 

다시 멀리 떨어져서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헤윤은 옆에서, 좀 더 당당하게 너의 마음을 표현해 보는 게 어떠냐고 그랬지만 나한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너와 내 마음이 같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흘러간 시간 속 나의 마음은 날로 커졌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처럼, 짝꿍에서 자리를 바꾸고 난 후 너와의 접점은 점점 사라져 갔다. 반에서 가벼운 인사, 그리고 짧은 대화 정도가 다였다.

 

어느덧 중간이 지나고 기말고사가 기간이 다가왔다. 알록달록한 잎들은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무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졌다.

 

겨울 날씨가 유독 사나웠다. 날카로운 바람이 내 피부를 자꾸 스쳤다.

 

이런 강추위는 앞으로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미리 암시하는 거였을까.

 

*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날, 하늘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눈송이가 하나 둘 내렸다.

“밖에 봐! 눈 엄청 많이 온다!”

반에서는 펑펑 내리는 함박눈에 아이들은 일제히 창문 밖을 응시한다.

 

1년 만에 보는 눈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다. 하얀 눈에 나도 모르게 정신을 팔리게 되었다.

 

“아 이렇게 많이 오면 집 어떻게 가냐,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교실에 남은 우산이라도 가져가자”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에 여기저기서 집에 가기 위해 우산을 찾고 있었다.

 

‘이 정도 눈은 우산 없이는 집에 못 가겠는데.’

나도 서둘러 반에 남은 우산을 찾아 나선다.

 

한 박자 늦은 탓일까. 반에 남은 우산이라고는 찾아 볼수 없었다. 우산 대신 머리를 가리고 갈 책들을 뒤적거리며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너 쓸래?”

주호의 짧고 굵은 한마디.

 

내가 요란스럽게 반을 휘젓고 다녀서 그랬던 걸까. 너는 나에게 우산을 건넸다.

 

“너는? 우산 필요 없어?”

 

“아, 이거 어차피 반에 남는 거야. 나는 다른 친구랑 같이 쓰지 뭐.”

 

나에게 우산을 건네주고는 넌 고개를 돌려 갈 길을 향했다.

 

내 손안에 든 네이비 우산.

분명 반에 남는 우산일 텐데, 난 왜 이 우산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네가 나에게 준 우산이라 그런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중앙 현관을 나선다.

우산을 펼치고 눈이 오늘 길을 걷는다.

 

괜히 손을 내밀어 눈을 만진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같았다.

 

 

-띠리리리- 갑자기 벨 소리가 울린다.

 

혜윤이었다. 얼른 전화를 받는다.

 

-어 혜윤아!

-주연아... 너 괜찮아?

-응? 나 괜찮은데 왜?

-너 아직 못 들었어?

-뭐가? 무슨 일 있어?

 

-있잖아...

 

....연주호랑 김윤아랑 사귄대.

 

뚝, 전화를 끊는다.

 

혜윤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믿을 수 없다.

뭐라고?

 

그때 교문 앞에 빨간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남녀가 보인다.

 

분명 뒷모습이었지만 난 한 번에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매일 바라보던 너의 뒷모습이었으니까.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도 교문 밖을 서둘러 나선다.

 

횡단보도에 팔짱을 낀 채 다정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둘의 모습에, 난 혜윤의 말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만 보여 주는 줄 알았던 눈웃음을 지은 채, 넌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툭. 난 우산을 힘없이 떨어뜨린다.

 

아, 내가 좋아했던 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구나.

 

그동안 스쳐 지나가는 행동 하나하나가 퍼즐처럼 맞춰지고 있었다.

 

그 아이를 기다리던 너의 모습,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 아이를 위로해 주는 너의 모습, 통화를 하며 환하게 웃던 너의 모습.

 

그동안 내가 외면해 왔던 너의 모습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처음부터 너의 마음에 난 존재하지도 않았구나.

 

그것도 모르고 난 또 바보처럼 널 보며 설레고 행복해했다.

 

난 내 이름처럼 내가 이 이야기의 주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결국 난 저 둘 사이에 조연이 되어 버렸다.

 

나 혼자 좋아했으니, 나 혼자 이별하면 된다.

 

왜 난 내 마음을 좀 더 일찍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물밀 듯이 찾아온다. 내 마음을 고백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바뀌었을까.

저 둘을 응원해 줄 수는 없다. 난 그만큼의 마음씨가 넓은 사람은 아니기에. 너무 행복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조금은 힘들고 아팠으면 좋겠다.

 

만약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말하고 싶다.

 

“좋아했다고, 너를.”

 

주연의 머리 위로 하얀 눈이 쌓였다.

그리고 두 눈에는 눈물이 한두 방울 또르르 떨어진다.

 

 

 

 

 

 

 

 

 

 

 

 

양혜인
양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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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3
평범하지 않은 나날들

1.(현재) “금세기 들어 가장 밝을 것으로 예측 되는 대 혜성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뉴스의 앵커가 몇 십년 만에 선명한 혜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나는 그 앵커의 한마디에 초등학교 수련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2.(회상)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 때 간 천문대, 그곳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들, 밝은 실내에 있다가 어두운 밖에 나오니까 앞이 잘 안보이죠?? 이렇게 어두운 곳에 올 때는 눈이 어둠에 적응을 잘 못해서 앞이 잘 안보여요. 눈이 적응하라고 눈을 감고 10초 센 후에 눈 을 떠 보세요.” 아이들이 차례로 눈을 감고 나 역시 눈을 꼭 감았다. 1초, 2초, 3초…...10초 숫자를 다세고 눈을 떼니 내 앞이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주 어둡게만 보이던 하늘도 조금씩 별이 보였다. 남들은 별이 보이고 옆에 친구들 얼굴이 보인다며 신기해 웃고 있을 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이 꼭 내 인생 같았으니까. 행복한 삶에서 한순간에 어두운 삶으로 바뀌어 버린 내 인생은 너무도 깜깜했으니까, 몇 년이 지나고 내가 그 어둠에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나는 별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이 날 반겨준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아빠의 부모님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겠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나라는 존재가 생긴 것을 아빠의 부모님이 알게 되었을 때 그 두 분은 아빠를 집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들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엄마를 통해 들은지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날 이 후 아빠는 부모님과 연을 끊었다. 이렇게 날 반겨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엄마 아빠만은 날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기뻐했다. 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컸다. 우리 집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 아빠는 나에 대한 것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빠는 it스타트업 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아빠가 개발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는 마당을 둔 넓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아주 행복했다. 한 달에 한번은 여행을 갔으며 매주 금요일은 쇼파에 앉아 밤새도록 재밌는 영화를 보곤 했다. 우리가족은 모두 코미디 영화를 좋아했는데, 같은 장면에서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했다. 내 인생은 앞으로도 쭉 꽃길이겠구나 생각 했을 때 내 인생은 생각보다 갑자기 추락했다.   그 추락은 내가 8살 때 시작 되었다.10년 전 그날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너무 어렸지만 그날일은 마치 어제인 것처럼 생생하다. 그날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는 날 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몇 개월 전 사놓은 핑크 코트를 입혔다. 그리고 예쁜 방울이 달린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었다. 엄마에 손을 잡고 학교로 갔다. 회사 휴가를 낸 아빠도 내 뒤를 따라갔다. 강당에 들어가 교장 선생님 말씀도 듣고 학교 소개도

  • 양혜인
  • 2020-05-31
출발지도 목적지도 없는 여행

 가끔은 의아하다. 죽도록 사랑했던 두 남녀가 한순간에 원수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나는 오늘 4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지만 사실 우리의 연애는 몇년 전 부터 끝이 났었다고 단정지어도 옳다.나는 질질 끌어온 이 지겹고 지겨운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린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나를 좋아한다는 그 남자아이가 나에게 고백했고 그 시절 풋풋했던 나는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우리는 서로를 참 많이 의지했다.그리고 서로를 사랑했다. 공부가 힘들고 지칠 때 우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리는 각자 자신의 전공에 맞춰 서로 다른 대학을 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인지 이 때 부터 우리의 연애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린 서로에게 무관심 해지기 시작했다. 만나도 예전 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세월이 너무 아까워서 일까, 아니면 먼저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걸까. 뭐가 아쉬웠는지 우린 이 불안불안한 관계를 끊어내지 못했다.  내가 이별을 결심하게 된 것은 나의생일 이었다. 남친은 급하게 알바가 생겼다며 데이트를 취소 했다. 그래도 생일인데 얼굴은 봐야하지 않겠냐고 말하자 남친은 저녁에 잠깐 시간이 될것 같다고 했다. 저녁이 되자 집 앞으로 남친이 집 앞으로 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선물을 건냈다. “자 생일 선물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직접 골랐어.” 남친의 말에 나는 괜히 기대하며 조그마한 박스를 얼른 열어보았다.  귀걸이다. 작게 보석이 박혀있는 하트모양 귀걸이. 나는 선물을 보고 난 후 표정이 굳어졌다.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난 이미 이 귀걸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자주 데이트할때 이 귀걸이를 차고 다녔었는데… 그 순간 난 뼈저리게 느꼈다. 넌 정말 나에게 관심이 없었구나. 잘 고르지 않았냐며 생색내는 남친 앞에서 난 그저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그리고 난 집으로 들어왔다. 왠지 슬펐다.난 네가  내 삶에 우선이었지만 넌 아니었구나.. 그리고 나는 이 관계를 지속하는게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다음날 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친이 전화를 받았고 나는 이별을 고했다. “헤어지자 우리. 우린 더이상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 돌아온 대답은 그래 였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야 말릴 수 없지.” 사실 난 남친이 날 붙잡아주길 바랬다. 하지만 너무 확실한 답을 들어버린 나는 한동안 먹먹했다. 아, 나의 연애는 이렇게 끝이 났구나.한동안은 조금 후회도 했다. 하지만 그가 다시 또다른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난 그런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시절 그를 사랑했던 내가 너무 미련해서, 그와 헤어질 까봐 조마조마 했던 내가 너무 불쌍했다. 그때의 나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어차피 끝날 인연인데 뭐하러 그렇게 애썼니 유나야..    난 사람 만나는걸 참 좋아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착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선의를 베풀면 꼭 선의가 되돌아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대학교때 만난 첫 친구는

  • 양혜인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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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현

    혜이나님 안녕하세요. 정말 귀여운 짝사랑 이야기네요. 학창시절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결말부분의 어긋남이 좋았습니다. 이 부분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으로 퇴고를 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주호의 다정한 행동이 사랑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계속 등장하거나,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건을 하나 만들어본다든지 하면서요. 그럼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2023-01-19 10:30:29
    송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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