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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꽃

  • 작성자 소묘
  • 작성일 2022-01-24
  • 조회수 506

햇볕을 쬐고 있다고 느낀 건 한순간이었다. 다리에 쥐가 저려왔다. 쥐가 핑그르르 돌며 내 몸을 감싸왔다. 소파였나? 그래, 소파였다.

어제 일을 떠올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무언가 희미하게 떠오르더니 꺼져버렸다. 꺼져버리었다, 저버리다, 저리다. 감각이 양 옆에서 나를 압박했다, 나의 복부를. 하임리히, 튀어나와! 기사 제목 같지 않은가, 하임리히 ... 튀어나와. 기억, 기억, 기억. 참 갓난아이구나, 너. 엄마는 기억하니? 응앙응앙, 응앙응앙. 가시방석의 가시모란속 가시이리. 가시리잇고. 그녀는 뒤섞인 꿈에 설핏 비쳤었다. 돌아가던 밤 속 호수의 영상, 그녀는 영혼의 연기. 불타오르는 연기, 한낱 낟알. 그리고 나는 뭘 한 거지? 보리 낟알이 쌀 낟알보다 귀하다고 할 수 있는가. 맥주병이라니, 수영은? 수영에는 배영, 평영, 접영, 자유형이 있지. 선생님한테 배웠어, 어릴 때. 내 옆에는 공책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정숙해 주십시오, 진술하겠습니다, 여러분. 숙고, 심사숙고, 심사, 위원, 노래노래, 말 들, 잔잔한 달림간격, 다ㄹ리다 지침면 말들 해줘, 3번, 메시지, 모두 50원, 50전은 얼마? 1원 반, 쥐꼬리만큼, 반 병, 만 명, 총 지ㅊㅜㄹ 50만원.

감각이 내 몸에 다시 흘러왔던 것처럼 다른 곳에 머물던 회한이 이마로 끼쳐왔다. 슬픔이 그대를 덮치고, 파도로 몰려 올 때면, 어떻게 해야겠어, 달아나야지. 해는 통근한지 조금 되어보였다. 퇴근. 30분, 11시. 총 지출 50만원. 무언가를 기록해야한답시고 이런 짓을 해놨단 말이야? 다 들어있다고, 이 지겹게도 지껄이는 머릿속에.

때는 해가 중천에서 기울어가는 하루의 한 시기였다. 다리 밑 잔디밭에 다리, 또는 손을 교차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나니, 그들의 이름은 사랑이었다. 별이 가끔씩 얼굴을 비치며 지날 때마다 그들의 간격은 더욱 가까워졌다. 보름달.

“봐봐, 우리들을 비춰주려고 나온 거야,” 가연이 입술을 가늘게 연 채 음송했다. “하늘도 우리를 축복해주는 것 아닐까?”

“내 눈에는 유람선 밖에 안 보이는걸.”

“쑥스러운 거지?” 가늘게 미소를 띤 흰 얼굴. 그것이 보름달이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 하늘은 우리 사이에 끼어 들 수 없어. 영원히, 오래도록.

여름바람이 어느새 볼을 어루만지고 떠났다.

“별이 참 아름답다.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도 이 별을 감상하고 있겠지.”

“우리처럼은 아니지.”

가연은 앙증맞게 기지개를 펴며 목을 뒤로 젖혔다. 이제, 몇 분 뒤면 어둑한 아름다움에는 한 송이의 꽃이 필 것이었다. 때문에 여기로 왔었지.

유람선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선, 이슬 위에 부는 연기처럼, 그녀는,

밤이 잠시 밝았다.

이마를 맞대고 조용히 있었다. 무한한 무의미의 굉음이 밖에서 울려 퍼지며 모든 소음을 차단했다. 우리 둘만의, 우리 둘만, 우리만, 끝없이, 끝없이 울려 퍼졌다. 감정의 음색. 눈길의 조화.

그래, 그랬었지. 지금은 겨울이고 말이야. 암, 그렇고말고. 봄의 첫새벽. 월요일의 첫새벽. 어디나 갈까.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코트 단추 하나, 둘, 밑에는 닳아서 사라졌고. 소멸? 소멸은 불가능해. 탑, 탑, 탑. 내 옆에 바벨 한 그루터기. 의지의 그루터기. 문고리 옆에 신발주걱 한 켤레. 두 켤레, 한 쌍, 이제는. 쌍. 죽음의 죽음이 죽음. 죽음은 가지 않은 길,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은 추억이 그립다니. 추억은 휙휙 넘어가지. 우리는 변하고 시간을 따라간다. 시간은 변하고 우리를 따라간다. 저기 누군가 따라오는군. 아니네. 따라가는군. 곧 다 없어질 거야, 이종족들. 안녕하신가, 하루의 하늘이여. 하루의 눈, 하루의 태양. 하루라는 친구가 있었지, 친구. 그는 태양마차를 끌었네. 그의 빛나는 태양마차, 그는 그렇게 불렀었지. 그의 등에는 내가 직접 달아준 날개. 그는 태양이 깜박거리는 날에 돌연 사라져버리고 말았어. 나의 아들이여. 나의 창조주여. 비어 있는 자리가 없네. 종이. 플라스틱? 돌체, 안단테, 아다지오, 포르테, 포르티시모. 신사숙녀 여러분, 제공합디다. "돌체", 감상하십시오. 감사하십시오, 상서로움. 전화위복, 두 글자는 조용히 후진. 아침 이슬이란, 별의 후계자란, 우리는 돌아가고 시간을 따라간다. 도로 벽돌 검정, 하양? 그 전엔 알아채지 못했는데 말이야. 하양은 빛을 반사해. 검정. 사방치기. 밟지 않도록 조심해! 이런. 흰색, 검정색? 검정은 차도를 반사해. 하양. 징검다리. 초록. 그때도 초록 풀밭이었는데. 옥생각일 뿐이야. 지나가.

푸른 푸념의 푸대접. 괄린 괄목의 괄시. 관 관. 변동성. 변동하는 변동의 변동성은 차마 추측하지 못할 정도의 추측을 변동하는 변동적인 추측을 요구하는 추측의 변동성. 달. 낮과 밤 간에는 차이가 있다 했나. 호르몬 등. 변동. 지나가버렸을, 지나가버렸으려나. 작은 날의 우산. 달의 구름. 모두 파편적인 생각들이야. 불완전. 인생은 불완전해. 건물을 허물어 무너뜨리고, 어머니, 가이아. 완전을 창조하는 불완전한 불균형의 불안들, 완전은 이미 손 안에 주어졌는데 말이야. 상생의 불균형. 우리는, 완전해. 그러면 나는?

12/23

I knew you once, I think. I'm not sure now. Tempus fugit. Res ipsa loquitur.

애매한 날짜. 오늘은 어쩐지 일어나기 싫었다. 귀찮았다. 일어난 이유는 순전히 기일 때문. 별 생각은 없다. 뭐. 이 세상 따위, 잠이나 푹 자라지.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12/24

화분에 새싹이 자랐다.

12/27

길가에 강아지가 있었다. 철물점 난간에 묶여 있었는데 모양새를 보아하니 주인이 잠시 장을 보러 간 듯 했다. 눈이 황홀했다. 까만, 그 까만 눈길로 보듬어 다오. 사랑, 사랑, 사랑. 맹목적인 사랑, 땅의 사랑. 그리고 오늘은 비가 왔다. 눈구름을 사랑이 잡아챈 것 같다. 돌아오면서 일과를 지켰다. 잔고는 넉넉하니. 아니었다.

500 - 50x 2 +10 -3

넉넉하다.

12/29

장 봄. 총 14만 3천 원. 가게 주인이 말을 걸어옴. 나더러 섬세하다고 함. 칭찬? 거스름돈 천 원 모자람.

공원에 산책 겸 나가보았다. 바퀴 위의 박쥐 옷...박쥐 옷이었다. 인도랑 구분짓다니, 사람보다 그 철덩어리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노을 지는 풍경은 꽤 멋들어졌다. 내가 산책 나올 걸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둔 것일까? 무지개가 하늘에 둥실거렸다. 다채로운 다산의 다리탑. 다리를 건넜겠지? 이렇게라도 찾아와주니 고맙구만.

아, 그리고 기차는 정말 흩날린다.

1/1

하늘옷 바닷소매 빗늘여 입고 선새벽길 붐비비며 헛달리다.

오, 오래된 추억들이여, 청묵은 추억들이여, 그대의 향기를 불러일으켜 다오. 쪽동백나무에, 하늘나리에, 할미꽃에 둘러보고 그리어 앉아 다오.

숙고,

And no more turn aside and brood.

얼굴은 세 개로 겹쳐있다. 배고프다. 얼굴은 몸뚱아리를 굴리면 두 개, 눈을 비비면 한 개였다. 등이 닿았다. 멀다. !. 앉아 있었다. 엄마는 눈이 붉었다. 비행귀 들오간다. 이빨을 두드리면 참깨가 열렸다. 나중에 뭐가 되려하니? 신랑이 될 거에요, 내 아빠처럼. 가방은 강아지처럼 생겼다. 내 강아지. 나는 누구? 그런 거 말고, 난 정말 누굴까? 나는 해. 오누이가 쇠줄을 타다니, 끔찍해! 나는 태양, 내 주위에는 달. 꽃밭 사이라고들 왜 할까? 내가 걷던 빗살무늬 길, 내가 쓰다듬던 늙은 고양이, 내가 살던 고기자국 벽지 집. 밤이면 연기소리 내며 켜지던 가로등 거리. 사람은 넘치게 알면 따라하게 되지. 가라앉고 침전하고 몰락하고 무거운 나. 그. 네 주위를 항상 에워싸는 구부러진 갈색 낙엽조각들. 너는 목성이었다. 나의 창조주, 나의 아들이여. 그러나 이젠 허물밖에 남지 않은 허울, 에워싸고 애원해봐도 너는 빠져나갈 뿐, 갈색 연기여. 그대는 그 대단한 격조로 아직까지 불살이다. 그동안 접어 놓았던 한 잔의 땀은 나에게, 피지 않았던 한 잔의 구름은 그대에게, 재차 넘쳐버린 한 잔의 눈물은 그녀에게.

Worlds quiver under your wonders. Atlas,t.

가연은 "마땅히" 그래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하지 않았다면 계속되는 "지루의 반복"에 인간이 "생존함에 필수적임"에도 눈엣가시인 하나의 "돌발적인" 충동, 다시 돌려 말하자면 전날 저녁이자 밤인 열한 시부터 충족하지 못했던 "잠"의 욕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어떤 이끌림"에 의하여 가연은 엄밀하게는 범법적이라고 규정지을만한 반사를 촉진하여 "연필"로 중추의 부하들, 즉 그녀의 "신경들"에게 마치 아침 커피를 들이키지 않은 회사 사장처럼 골골거리는 모습으로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가끔씩 최선을 다하지 않는 기관들에게 "질책"과 "힐난"을 사뭇 가리지 않았다. 하늘에서는 이를 어찌 또 갸륵하게 여겼는지 "대단한 천혜"를 받아 그녀의 "억세게도 기분 좋은 날"은 계속되었다. 가연은 투우장에 뛰쳐나온 소처럼 달려본 적이 그 날 이외 전무후무하다. 한 선한 사마리아인이 베풀어 놓은 그늘막에서 잠시 태양을 가리고 나지막히 몇 수의 종장 첫 글자들, 또는 그러한 성격의 차마 입에 담지는 못할 현학적이고 다양한 언어적 표현들을 읊으며 가연은 오합지졸의 보고를 내놓고선 점이나 보며 천운을 기다리는 부하들의 조직체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물로 얼룩진 지갑에서 가까스로 건져낸 유산 두 장을 들고 문 사이로 들어갔다.

쇠문이 열렸다. 가연은 회색 바탕 위에 누르면 파란색으로 빛나는 투명색 버튼을 차례대로 누른 다음 기름의 허여멀건하고 희미한 자국이 남아있고 앞에 페인트칠 되어 있던 회색이 손가락 사이 각질처럼 약간 벗겨진 긴 손잡이를 잡고 오른쪽으로 돌렸다. 조롱. 가연에게 남은 자비로움과 감정의 고양은 더 이상 없었다. 우선 반쯤 남은 컵을 책상에다 두고 옷가지를 한데 모아서 세탁기에 전부 넣고 돌렸다. 더 이상 졸리진 않았다.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주수례. 노을의 단비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다. 갈래가 증기를 품으며 나뉘어졌다. 그녀의 손은 백합이었다. 뜨거움을 온종일 배에 받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열기구처럼. 가연은 잠시 까치발을 하고선 어딘가 심히 잘못된 구석이 있는 발레 비스무리한 동작을 몇 번 해보였다. 검은 머릿결이 넘실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가연은 유리벽에 기대어 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어찌보면, '궁전'이란 것이 주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빗나간 추억들. 가연에게는 이기은이 찾아왔다. 이기은은 올 때마다 비닐들이 들어있는 그릇을 들고 왔다.

"눠 아어쮀섴흐 그렇게 된 거야?"

"태어나서." 가연은 그 보드랍고 짙은 속눈썹을 찌푸렸다.

"몇 원만 지출하면 일도 아니야, 그건." 이기은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리 시대는 다르다고."

"저기,"

"왜 그러니, 우리 아가?"

"어제 꿈 기억해?"

"모두 세 번 복창! 그 다음은 전혀. 당사자가 제일 빨리 잊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장난이 아니야. 현실과 달랐다고." 가연은 손깍지를 괴고 다리를 폈다. "계속 이런다면 난 판다가 되고 말거야."

"프로이트에 발 담그고 있으면 뭐해, 무용지물이구만!" 이기은이 호탕하게 웃었다. "일기예보는 확인했어?"

"너보단 일찍." 가연이 특유의 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 오는 길에."

"그래, 잘났다, 이 별의 자식. 별 자식을 다 보겠네."

그들의 잡담은 채층을 조금씩 눌러밟았다.

"옹기장이 고마워."

"아니래도, 우리말 좀 지켜."

달이 서늘한 이불 곁을 비추는 날, 그녀의 꽃병은 떨리고 있었다. 하늘의 선물이었다.

Grieve, rue all you want. But never turn away. It had yet to happen. Smile, darling, you kept troves.

너그래가우서찬이사어람말킄.씀하시젯는밤거에중에이제내가다니가르게생꿈각한부분이을있?거든요,하나한번만아꿨봐니는주데시면왜무감사그하겠슨내습니다.가러내네,는자잠데시만신을기다리,그시면죽이제럴공해고드리수학겠습니다.교에넵도가감사합니다!서는있는탐이정이부분거된이지제일것처의럼,죽심너은스럽거무든요.유령심상태하로다누가.아나음.를니죽네.였정는지말착각해서루막다가이상한,어짓을떻게했거든?그응.응.걸기한을못지켜서 제출을 못하냐? 응. 말을 말자 너랑은.

사람두명의자테이블3번세명7번컵털모자같은문양같은표정빨간입살구색피부노트북하얀색hp손눈책상바닥화장실표지판사람모양코트청녹색컵하얀커버갈색초록색문양옷깃초록색커버철고리노란색줄찍찍이자켓운동화-옷섶

딸랑. 모든 운명은 만남과 이별의 유산이다. 저기 가는 새는 다른 새를 만나고, 비밀번호 1몇몇몇인 앞집 부인은 아이들과 남편을 만나며, 지구는 내 발을 만난다. 우리는 우리와 만나고, 우리와 이별한다. 그럼, 이별인 것인가. 우리는 만날 때 이별하고 싶어하며, 이별할 때 만나고 싶어한다.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땅을 밟는다. 인간이다. 인간의 운명은 지구이다. 우리는 만날 뿐, 지구는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또 만남 위에 탑을 쌓는다. 공기와 땅과 ... 탑 꼭대기에서 우리는 이별한다. 달은 물빛을 낸다. 홀로 높이 남아있는 느낌이란, 기억 속 모든 장소를 다시 딛는 그 몸부림이란, 그러나 또 어떻게 보자면, 우리는 모두 탑 아니겠는가. 만남과 이별의 자재로 이루어진, 영원한 순간 말이다.

달 거리에서 나는 이 무른 형언을 다져보며 그것이 잠결에 꽃피어 오는 일시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고선 나는 입술을 꾹 다물고 그 따뜻한 울림을 목구멍으로 다시 삼켜넣었다. 그는 언젠가 내 옆에 왔었다. 그의 손길에는 편백나무와 두릅 향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면 나는 또 여운밖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체취를 온몸으로 감싸며, 그것이 틈을 비집고 나가려고만 하면 모두 다 맡아내려 했던 것이다. 나는 눈물죽여 울었다. 그러나 나는 기억해내었다. 기억해내고야 말았다. 그는 언젠가, 편백나무와 두릅 향을 풍기며, 내 옆을 찾아왔었다. 한 발 앞으로, 한 발 뒤로 움직이는 연꽃 모양의 왈츠를 나는 기억했다. 그는 해였다. 우리는 밤새 춤을 췄다. 아니 낮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을 때의 매력과 함께 없을 때의 환상을 나는 기억했다. 두릅 향! 불타는 강의 무거운 시선을, 풀꽃의 수수한 차림새를 나는 기억했다. 뒤로 젖힌 돗자리 아래에는 땅의 흰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하루, 이틀... 드디어 사진에서 뜯겨나간 두 얼굴을 나는 기억했다. 하루와, 내 동생과...

And the waves, rumbling, rolling on looms of minds, ever fading, ever returning, pursuing one another, over and over, till they crash at lone shores of fringed memory; those are what we seek in life.

이카루스, 이카루스, 날아오르거라, 저 태양으로. 그들에게 너의 삶을 주어라. 평원에서 뛰놀던 날들, 밤에 조용히 사색하던 날들. 그리고 나에게 돌아오거라. 빛이 있으라.

remember, dis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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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8
13일의 사망에 대하여 - 1일

1.   땅거미 깔린 밤밭에 누가 소달구지 끌리는가?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장녀. 그들은 덜컹거렸다.   나무바퀴는 문드러져 곡을 하고, 이불에 둘러싸인 아이는 깜박거리며 눈물 부스러기를 털어냈다. 여름의 치졸한 도발은 그들의 눈앞에 불길을 뿜었다.   그들의 앞에는 무엇이 지나가는가?   몇 발걸음 앞에는 가시 돋친 고목 하나. 그 위에는 두꺼운 날개를 여미는 까마귀가 시시각각 부서지는 강둑을 지키고 서있었다. 또 몇 분 뒤에는 미미하게나 불어오던 밤바람이 멎고 장엄한 숲이 시야를 가로채갔다.   일그러진 박쥐들이 나무그늘 사이로 숨어들었다.   - 누우나. - 옳지. - 나, 있잖아, 누나, 무언가 기억이 났어. - 쉬-이. - 나 어무니 얼굴이 기억났어. - 그래, 그래.   아이는 무사한가?   신체는 온전하나 유복하던 면전은 시대의 파편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이의 얼굴도 그러하며 다만 연상이라는 듯이 제법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가슴팍에 어린 얼굴을 파묻고 대자로 늘어진 아이의 모습은, 천하태평과도 유사했다.   바람의 포효소리가 잎사귀들을 뒤섞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일말의 호롱불도 그 굉음을 시작으로는, 이젠 제 명을 다했다는 건지, 도무지 빛나지도 심지어 깜박거리지도 않았다. 누이는 이만하면 되었으려니 하고 소를 멈춰 세웠다.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강이 출렁대고 있었다. 달을 먹은 강은 조약돌에 채일 때마다 하얀 빛을 울컥울컥 게워냈다. 달빛이 그림자를 온통 휘저어 놓은 밤이었다. 누이는 어둑어둑하니 각이 진 바위 옆에서 실밥이 다 끊어져 버린 담요를 뒤집어쓰고 아이의 조막만한 손을 와락 붙잡았다.   소는 무사한가?   흠칫, 무언가 있으매 어디 있느냐 하니 바람 가라사대 저기 저 쪽에 회색 무언가 보이는구나 하시니 흠칫, 콧잔등이 벌렁대고 땀이 방울 맺히고 발굽이 점차 깊게 땅을 판다. 두두...두두...두두... 늑...! 일그러진 박쥐들이 나무그늘 사이로 숨어들었다. 바람의 포효소리에 누이는 벌떡 일어났다. 콰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는 더듬거리며 아이부터 찾았다. 새근대며 자는 머리통을 보고선 누이는 소를 확인했다. 달구지는 뜯겨 나간 듯이 처참하게 박살 나 있었고, 소는 온데간데없었다. 무언가, 무언가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 멀지 않았다. 누이는 아이를 데리고 바위 뒤로 숨었다. 달은 이미 잎사귀가 헤쳐 놓은지 오래였고, 막 일어난 아이의 숨소리만 외로이 들렸다. 모든 것이 멈춰 있었다. 어둠이 길게 늘어졌다. 누이의 눈가에 흘깃 비치는 것이 있었다.   소는?   곁에 있었다.   수군대는 소리가 빽빽한 어둠에서 흘러나왔다. 악과 죄만 무성한, 끝이 다 터져버린 솜이불 틈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끊임없이 누이를 옥죄었다. ‘아 이 얼마나... 우리들은 결국... 살아! 도망!‘ 누이의 지친 귀에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굴러왔다. 누이는 바로

  • 소묘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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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현

    소묘님 안녕하세요. 소묘님의 글에는 소묘님만의 지문이 찍혀있는 기분입니다. 어디에 섞여 있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겠어요. 지금의 실험도 충분히 좋지만 그래도 조금 정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소묘님만의 지문은 가져가되 좀 더 상황을 관찰해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은 모든 서사를 대사로만 알아볼 수 있는 기분입니다. 그럼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 2022-02-15 11:38:04
    송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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