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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나날들

  • 작성자 양혜인
  • 작성일 2020-05-31
  • 조회수 497

1.(현재)

“금세기 들어 가장 밝을 것으로 예측 되는 대 혜성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뉴스의 앵커가 몇 십년 만에 선명한 혜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나는 그 앵커의 한마디에 초등학교 수련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2.(회상)

초등학교 6학년 수련회 때 간 천문대, 그곳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들, 밝은 실내에 있다가 어두운 밖에 나오니까 앞이 잘 안보이죠?? 이렇게 어두운 곳에 올 때는 눈이 어둠에 적응을 잘 못해서 앞이 잘 안보여요. 눈이 적응하라고 눈을 감고 10초 센 후에 눈 을 떠 보세요.” 아이들이 차례로 눈을 감고 나 역시 눈을 꼭 감았다. 1초, 2초, 3초…...10초 숫자를 다세고 눈을 떼니 내 앞이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아주 어둡게만 보이던 하늘도 조금씩 별이 보였다. 남들은 별이 보이고 옆에 친구들 얼굴이 보인다며 신기해 웃고 있을 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이 꼭 내 인생 같았으니까. 행복한 삶에서 한순간에 어두운 삶으로 바뀌어 버린 내 인생은 너무도 깜깜했으니까, 몇 년이 지나고 내가 그 어둠에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나는 별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많은 사람이 날 반겨준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셨고, 아빠의 부모님은 아빠가 엄마랑 결혼하겠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셨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나라는 존재가 생긴 것을 아빠의 부모님이 알게 되었을 때 그 두 분은 아빠를 집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들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엄마를 통해 들은지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날 이 후 아빠는 부모님과 연을 끊었다. 이렇게 날 반겨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엄마 아빠만은 날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기뻐했다. 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컸다. 우리 집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 아빠는 나에 대한 것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다. 아빠는 it스타트업 사업을 하고 계셨는데, 아빠가 개발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는 마당을 둔 넓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아주 행복했다. 한 달에 한번은 여행을 갔으며 매주 금요일은 쇼파에 앉아 밤새도록 재밌는 영화를 보곤 했다. 우리가족은 모두 코미디 영화를 좋아했는데, 같은 장면에서 우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까지만 해도 모든 게 완벽했다. 내 인생은 앞으로도 쭉 꽃길이겠구나 생각 했을 때 내 인생은 생각보다 갑자기 추락했다.

 

그 추락은 내가 8살 때 시작 되었다.10년 전 그날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너무 어렸지만 그날일은 마치 어제인 것처럼 생생하다. 그날은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는 날 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몇 개월 전 사놓은 핑크 코트를 입혔다. 그리고 예쁜 방울이 달린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었다. 엄마에 손을 잡고 학교로 갔다. 회사 휴가를 낸 아빠도 내 뒤를 따라갔다. 강당에 들어가 교장 선생님 말씀도 듣고 학교 소개도 들었다. 그 날은 너무 설레는 날이었다. 그렇게 입학식이 끝나고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이서 학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내가 벌써 입학을 한다며 세월이 참 빠르다고 하셨다.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외식을 하기 로 했다. 그날따라 나는 엄마 곁에 있고 싶었는지 앞에 타겠다는 엄마를 말렸다. “유나야 나이가 몇 살인데, 이제 초등학생인데 혼자 타도되잖아~” “ 싫어~ 혼자 타는 거 무섭단 말이야…. 오늘만 오늘까지만 엄마랑 같이 탈거야” 그렇게 엄마는 마지못해 나와 차 뒤에 같이 탔다.

 

그날은 유독 햇살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에는 날씨 좋을 때 공원 가자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식당에 거의 다 오게 되었고 우린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한 자동차가 우리 차로 돌진했고 그 순간 쾅 소리가 나며 내 정신은 흐려졌다. 눈을 떠보니 병원 이었다.다행히 내 몸에는 가벼운 상처만 있을 뿐 다른 곳은 괜찮았다. 옆에 엄마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엄마는 손목에 붕대를 하고 있을 뿐 엄마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어디 있어??” 엄마의 대답이 늦어졌다. “아...빠가…. 많이 아프대…”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빠의 수술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아빠는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차를 들이받은 그 차주는 졸음운전을 했고 그 사고가 일어날 때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그 차가 우리에게 돌진 했을 때 아빠는 일부러 자신이 있는 차의 앞부분과 충돌하도록 핸들을 꺾었다고 한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엄마의 나이는 고작 스물 아홉, 크나큰 슬픔을 떠안기에는 아직은 너무 버거운 나이였다.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 아빠의 영정사진이 걸려 있음에도 나는 아빠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날 할머니는 조문객으로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통곡하면서 어떻게 자식 장례식에 오지도 않느냐며 오열했다. 엄마는 울다 새벽에 거의 기절하다 시피 잠이 들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빨개진 눈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가는 도중 난 복도에서 울고 있는 한 할머니를 발견했다. 난 직감했다. 저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는 나를 발견하시고 눈물을 멈추시더니,

“네가 유나니…?” 라고 물으셨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할머니는 내 손에 봉투를 하나 쥐어주며…“엄마 테 꼭 갖다줘..”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미안해 이 못난 할미가…늙은 것이 자존심은 뭐 이리 강한지 네 엄마 볼 낯이 못된다.… 미안하다, 정말로...” 라는 말을 하시고 통곡하시며 내 곁을 떠났다.

난 할머니가 준 봉투를 벽에 기대 누워 있는 엄마의 발 앞에 두었다. 그리고 엄마를 따라 벽에 기대어 누웠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고 깜깜한 방 안에 우리 둘만 남아있었다. 그때부터 난 더 이상 우리 가족에게는 빛이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완전히 변했다. 꾸미는 걸 늘 좋아하고 항상 밝게 웃고 있었던 엄마는 그 후로 잘 웃지도 자기 자신을 꾸밀 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엄마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매일 아침 날 등교시킬 준비를 할 때도, 저녁에 잠을 잘 때도, 티비를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늘 울었다. 엄마의 머리맡에는 늘 많은 약들이 있었다. 엄마는 아주 우울하고 어두웠다.

엄마의 우울이 아주 심해질 때면 엄마는 하루 종일 울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또 한 번은 살아있지 않은 아빠와 이야기도 했다. 나는 아빠의 죽음에 슬퍼할 틈이 없었다.

부정하고 싶다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나는 8살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나는 아주 불행한 아이 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난 잘 울지 않았다.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나 남은 내 엄마는 내가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1년 마다 이사를 갔다. 집을 팔아 남은 돈으로, 그리고 엄마 아빠가 모아놓았던 돈으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나는 늘 불안해했다. 언젠가 저 돈도 다 사라질 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안해하던 나날들이 계속 이어 나갈 때 쯤 정확히 내가 5학년 때,엄마는 옷을 말끔히 차려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 밤늦게 들어 와서는“유나야… 엄마가 일 구했어.. 이제 이렇게 좁고 녹슨 집 말고 더 좋은 집으로 가자, 그리고 앞으로는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우리 딸내미 갖고 싶은 거 꼭 사줄게,”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매일 늦게 들어 왔지만, 저녁에 돌아온 엄마의 몸에서 술 냄새가 풍겼지만 나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아빠를 잊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엄마는 돈을 조금씩 모으며 바닥을 보이던 은행잔고도 조금씩 쌓여갔다. 그렇게 우리는 돈을 모아 조그마한 낡고 곰팡이가 서린 원룸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반 지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반 지하집은 큰 주택의 작은 연습실을 개조 하여 만든 셋방 이였다. 이 집의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이 연습실로 사용한 공간이었으나 아들이 유학을 가고 난 뒤 방이 남자 개조를 한 것이라고 하셨다. 햇빛이 잘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나름 쓸 만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돈에 욕심이 없어 보이셨다. 워낙 돈이 많아서 그랬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이 집에 살 수 있었다. 엄마는 아주머니께 항상 고마워했다. 아주머니는 우리 사정이 딱하다는 것을 아셨는지 항상 생필품을 챙겨 주셨다. 아주머니의 남편은 유럽으로 회사를 다니고 아들은 음악을 잘 해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고 아주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신다. 그래서인지 항상 아주머니는 외롭다며 나에게 말동무가 되어달라고 하셨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받은 게 많았기 때문에 항상 아주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곤 했다. 엄마가 밤늦게 들어오시고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나는 나름대로 이 생활에 적응해 갔다...

 

 

3.(현재)

혜성에 대해 설명하는 나긋한 앵커의 목소리를 끄고 나는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내일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엊그제가 중학교 입학했던 것 같은데 벌써 3학년 되었다니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갔다. 이번 해에는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친구 지연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러나 반 배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작년 나와 계속 트러블이 생기는 정수현과 같은 반이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한해도 그냥 평범하기를 바랐다. 나는 내 삶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평범하지 않은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 매년 올해는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제발 무사히…. 평탄하게..’ 이렇게 기도하곤 했다. 새 학기의 설렘과 두려움에 휩싸여 잠을 청했다.

 

6시 어김없이 울리는 짧고 둔탁한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집에서 학교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일찍 나서야 했다. 3월이라 따뜻할 줄 알고 가디건 하나만 걸쳤지만 차가운 아침 공기가 내 몸을 서늘하게 하였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을 꼭 깨문 채 학교로 걸어갔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지연이 저 멀리서 뛰어온다.

“이유나~유나야 울 담임 쌤 누군지 봤어? 진짜 망했어. 그 원칙주의 학년 주임 사회쌤 이래.” “진짜?”

왜 불안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는지.. 올 한 해도 평범하기 살기는 글렀다는 것을 느꼈다.발걸음을 서둘러 옮겨 3-2반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나의 3학년 생활이 시작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이유나”

“네.” “그래 너는 나 좀 따라오고 나머지는 하교 하도록.” 나는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다. 선생님은 교무실 책상에 나를 앉히시고 내가 쓴 자기 소개서를 내밀었다. “나는 널 처음 봤어 그러니까 당연히 네가 누군지 모르겠지. 그래서 알아가려고 이런 양식 나눠주면서 뭘 잘하는지 진로는 뭔지 부모님은 뭐하시는지, 이런 거 알아보려고 하는데 이렇게 성의 없게 쓰고 장난 식으로 쓰면 어떡하니? 중3 수준이 이게 뭐야???” 선생님이 빈칸으로 낸 내 자소서를 보고 화를 내셨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정말 힘들다.

“장난 아니에요..”

“뭐가 장난이 아니야. 남들은 진로 칸에 뭐하나 더 적어보려고 하는데 너는 빈칸으로 낸 거니?? 그리고 너 작년에 전교 2등이었다면서 전교 2등이 진로가 없니??“ “네. 저는 진로가 없어요.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벅차서 진로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거든요.”

“하... 참 대책이 없는 애구나. 그건 그렇고 가족 소개란에 아버지 칸은 아예 비워 놓고 어머니 칸에는 무슨 엄마 직업을 클럽이라고 써놨니? 부모님이 아무리 싫어도 이렇게 장난식 으로 쓰는 건 불효야, 알지??”

“아빠는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안계시니까 쓰지 않았고요. 엄마는 클럽에서 일하셔서 그렇게 쓴 건데요. 이래도 불효인가요?”

선생님은 나를 아주 불쌍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이 너무 싫어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지연이 교무실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얼굴을 지켜보던 지연이 내게 말을 건넸다.

“유나..쌤이 뭐라 했구나.”

“뭐 매년 겪는 거지만 매번 힘든 건 마찬가지야. 아빠 돌아가셔서 칸 비워 둔건데 나보고 불효라고 하시잖아...그리고 엄마가 클럽에서 일하는 게 장난처럼 보이나? 꼭 자기는 젊었을 때 클럽 한번 안가보고 책만 읽은 문학소녀도 아니 였을 거면서.”

“화 날만 하네. 왜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걸 필수라고 생각할 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신이 기준이니까… 그나저나 너 오늘 부터 학원 간다고 했지?”

“어. 엄마가 하도 공부하라고 하셔서 이제는 빠지지도 못하고 맨날 학원 가야해.”

“그래 공부 열심히 하고 잘 가~”

“너도 잘 가”

말은 잘가 라고 하지만 조금 씁쓸하다, 나도 공부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기분이 참 복잡했다.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던데 시작부터 망쳐버리는 느낌이다. 집에도 도착해 대문을 열고 반 지하로 내려갔다. 반 지하로 내려가는데 우리 집 문 앞에 왠 남자가 서있다. 키는 180정도에 학생처럼 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사람에게 물었다. “누구세요?”내가 묻자 그 사람이 날 쳐다본다.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무언가 걱정되는 얼굴이었다. 뒤늦게 그 사람이 대답했다. “집 주인 아들인데요, 뭐 좀 찾아갈게 있어서.” 집 주인 아들이라, 아들은 유학 갔다고 하셨는데 아마 돌아왔나 보다. “들어오세요.” 나는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의아해서 물어보았다. “근데 제가 이사 올 때는 아무 것도 없어서 뭐 찾아 가실게 없을 텐데요?”

“창고 틈 사이에 뭘 두었거든요”그 사람은 내 방 옆 작은 창고로 갔다. 신기하게도 문 바로 뒤 벽에 틈이 있었다 .거기에는 작은 회색 usb가 있었다.“이거 말하세요??”내가 usb를 집으며 말했다.“아 맞네요. 감사합니다. 사라진 줄 알고 걱정 많이 했는데.”그 사람이 안도 하듯 말했다.

“근데 그게 뭐 길래.. 그렇게 찾았어요?? 뭐 야동 이런 건가?” 나의 농담에 갑자기 그 사람이 마른기침을 했다.“뭔 소리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사람을 무슨 그런 사람으로 봐요. 그거 제가 여기 반 지하 작업실로 쓸 때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악상 구상하고 일기도 쓰고 그런 거 저장해 놓은 거예요.” “아.. 그러시구나.. 그냥 농담한 건데 되게 당황하시네.” 그 사람이 집을 나섰다. 그러고는 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네… 안녕히 가세요.” 그 사람이 가고 나는 그 사람이 위로 올라가는 걸 계속 쳐다봤다. “아들 얼른 와~~ 저녁 먹자..” 아주머니가 말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햇반에 김치 그리고 스팸. 나를 위한 나름은 거한 한 끼 였다. 혼자라 조금 외롭지만 그렇다고 슬픈 것은 아니었다. 밥을 먹은 뒤 평소 같으면 공부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tv를 틀고 쇼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오늘도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앵커가 많은 사건들을 전하고 있었다.30분 정도 뉴스를 시청한 뒤 티비를 끄고 침대에 와 누웠다. 몇 번 뒤척이다 금방 잠이 들었다. 새벽 5시. 바깥의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에 잠을 깼다. 거실에 나가니 엄마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엄마… 여기서 자면 내가 입 돌아 간다고 했잖아.”엄만 또 술에 만취해 뻗었다. 클럽에서 잡일을 도맡아 하는 우리 엄마는 때로는 청소를 때로는 술대접을 한다고 했다. 엄마가 술에 취하거나 밤늦게 들어 왔기 때문에 대화를 별로 없어 나도 엄마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가 전보다는 밝아진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벚꽃이 피는 4월의 학교 아침자습 시간 이었다. 담임 쌤이 반을 나가고 난뒤 앞 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떠듦을 무시한 채 꿋꿋이 정리 노트를 만들고 있다.그 때 지연이 내 앞에 앉았다. “유나야 또 공부해?”“왜 할 말이 뭔데??”내가 시큰둥하게 물었다.“그 울반 옆반에 남자애 한명이 전학을 왔데, 키는 180에 얼굴도 잘생겼는지 난리도 아니더라고..그리고 미국 유학 다녔다고 하더라~ 종 치면 보러가자, 얼마나 독보 적인 마스크를 갖고 있는지 보러가자고!!” “난 그런 거 관심 없 어. 너 혼자가.” “유나야 같이 가자 제발.”

지연의 끊임없는 요청에 마지못해 종이치고 옆 반인 3반 문 앞으로 간다. 역시나 사람이 많다. 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정수현네 무리도 있었다.“지나 갑니다~~ 쏘리~” 지연의 틈새 공략으로 나름 문 앞으로 왔다. 맨 앞자리 키 큰 남학생 한명이 앉아 있었다. 무언가 보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서 봐도 꽤 훈훈하게 생겨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좀 익숙했다. 왠지 “잘생겼지?”지연이 물었다.“ 그닥 뭐 엄청 까지는 아니고 훈훈?”“음.. 눈 높은 유나에게 그 정도면 양호하네.”그 남학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가 서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 했다.그 남학생은 한 달 전 usb를 찾으러 울 집에 온 그 남자였다. 나이가 같을 줄은 몰랐는데….그 남학생도 놀란 눈치였다. 나는 지연의 손을 잡고 얼른 우리 반 으로 들어왔다. 깜짝 놀란 내 모습을 본 시아가 물었다.“뭐 봤어?? 유나?? 왤케 놀라~ 사람 무섭게...”“지연아 , 내가 말 했지. 한 달 전이 내 집에 왔다는 사람.” “아 그 주인집 아들..? 갑자기 그 사람이 왜?” “그 아들이 쟤야. 전학 온 애.” “뭐? 진짜? 뭐 이런 우연이 다있어..”지연이의 말처럼 정말 희한한 우연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날 불렀다.“이유나!!”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나는 아침에 이어 또 한번 놀랐다. 그전학생이었다. 난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걸었다.“이유나..!”그 전학생이 뛰어왔다. 나에게로.“이유나 맞지..?”그 전학생이 내 명찰을 보며 확신하듯 말했다.“너 나 기억 안나? 그 usb?” “아...기억하지. 근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야?” “물어봤어, 짝꿍한테.” “근데 날 왜 찾아?? 굳이 날 찾아올 이유는 없을 텐데.” “어차피 집도 같은데 같이 버스타고 가자고.”“걸어 갈거야 난.”“여기서 걸어가긴 멀잖아. 곧 11번 버스 온다는데 타자.” “괜찮아 너 혼자 타, 나는 교통비 아끼려고 걸어 다녀. 봤잖아 나 반 지하에 사는 거 그거 봤으면 내 형편은 대충 알텐데..” “알았어..”갑자기 나에게 버스를 타자고 한 전학생은 나의 칼 같은 거절에 물러선 듯 했다. 뒤돌아서는 전학생에게 내가 물었다.“거기, 이름 좀 알자. 너는 내 이름 아는데 나만 모르는 게 좀 억울해서.” “내 이름? 김지훈이야 김지훈.” “그래, 잘 가 김지훈” 김지훈이 뒤 돌아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다. 역시 걸어가는 게 만만치 않은것 같다. 근처 정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김지훈이 앞에 보였다. 순간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는 또 왜 나 따라온거지? 걸어가는 김지훈에게 다가갔다.“김지훈..? 너 왜 여기 있어? 버스 탄다며.” “그게.. 혼자 버스 탈 바에는 너랑 걸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래, 같이 가자” 지훈과 나는 말없이 집을 향해 걸어갔다. 단 둘이 있어서인지 어색했다. 이 어색함을 깨고 지훈이 나에게 물었다.

“넌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궁금한 거??” “그래 궁금한 거.” “없는데.”“아… 그렇구나. 오늘 학교 가니까 애들이 엄청 물어보더라고 나에 대해서.유 학 언제 갔는지 왜 다시 왔는지.. 그래서 너도 나한테 그런거 궁금해 할줄 알았는데 아니네...”“유학 갔다는 것은 아주머니한테서 들었고 왜 왔는지는 뭐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싶었지. 사람마다 저마다 다 사정은 갖고 있으니까. 그게 혹시 입 밖으로 꺼내기 싫은 걸 수도 있잖아. 그래서 말 안 하는거야. 말하기 싫은걸 말하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내 말에 지훈은 말없이 끄덕였다.”참 좋은 마인드 인것 같다. 그 생각. 다른 애들한테는 제대로 말할 용기가 없었는데 너한테는 내 진심을 말해도 될것 같은 생각이 드는걸...”

“하고 싶으면 말해. 난 듣는 건 자신 있거든” 지훈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렸을 때 기타라는 것을 처음 연주 하고 나서 나는 미칠 것 같았어. 너무 좋았고 재미있었거든. 그리고 막상 기타를 배우다 보니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 서 엄마 아빠는 날 음악 신동으로 키우려고 하셨어, 그래서 개인 레슨도 받고 유학 까지 가게 된거지. 난 집에서 부모님이 나한테 매일 잘한다, 잘한다 라는 소리만 듣고 자라서 정말로 내가 천재인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유학을 가니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얘들이 너무 많은 거야. 내가 좋아했던 기타가 어느 순간 나에게 스트레스가 된 거지. 그래서 유학 그만 두고 다시 한국으로 왔어. 부모님이 엄청 반대 했는데 내 뜻이 너무 확고해서 이 학교로 전학 온 거야.”

“그랬구나.…” 지훈은 돈 많고 부유한 집안이라 걱정 따위는 없을 것 같았는데 고민이 있었다니 참 아이러니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골목이 등장하고 집에 다다르게 되었다. 대문을 지나 내가 반 지하로 내려가려고 할 때 지훈이가 내게 말했다. “유나야, 앞으로도 같이 집에 오자 혼자 버스 타는 것보다 나랑 같이 오는 게 더 심심하지 않고 좋을 것 같아.” 나도 마침 혼자오기 적적 했던 터라 “좋아”라고 답했다. 뒤돌아 헤어지려고 할 때 갑자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지훈아!” 집으로 향하던 지훈의 발걸음이 멈춘 채로 뒤를 돌아 날 바라보았다. 입 모양으로 나에게 왜 라고 물어보았다.

“음악 포기하지 말라고. 기타 치는 걸 좋아하고 네가 그걸 할 때 즐거우면 계속 해보는 거지. 꼭 1등이 될 필요는 없잖아.” 나는 이 말을 하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내가 지훈이에게 한말은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지훈이처럼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할 수 있게 지원 해주고 의지 해 줄 수 있지만 나같은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뛰어나게 글을 잘 쓰지 않는 이상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나는 꿈을 접고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공부는 나 같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죽기 살기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게 나와 엄마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지훈이에게는  꿈을 포기 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지훈이와 난 계속해서 같이 하교했다. 역시 혼자 오는 것 보다는 같이 오는 것이 더 즐거웠다. 덕분에 우리는 꽤 빨리 친해 질 수 있었다. 지훈이가 친화력이 좋은 것도 있었으나 매일 같이 집에 가니 안 친해지는 게 더 이상할 따름이었다. 난 내 삶이 이대로 평탄하겠구나 생각 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나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았다.

 

5.

싱그러운 벚꽃이 피는 봄날이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인 것 처럼 오늘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중간고사 가채점을 해봤는데 생각 보다 잘 본 것같았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서뿌듯한 기분을 간직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채점을 하고 온 지연이가 내 시험지를 살펴본다. “와.. 왜이렇게 잘 봤어..? 수학 하나 밖에 안 틀렸다고?” “이번에 운이 좋았거든. 공부한 거 위주로 나와서.” “하긴 너처럼 공부하면 시험문제는 다 아는 거겠지.. 근데 나는 너처럼 공부할 자신이 없다.” 지연이 말이 끝나고 뒤에서 웅성웅성 거린다. “이번 시험 우리 반 1등 누구야?”“정수현이겠지 걔 두개 틀렸다는데.” “유나도 잘 보지 않았나?” “그런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유나야 너는 몇 개 틀렸어?”

아이들의 질문에 지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유나는 1개 밖에 안 틀렸어, 완전 잘 했지?”

“진짜? 그럼 울 반 1등 유나네.” “정수현을 이겼다고?? 이번 시험 어려웠는데?”자랑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아이들이 내 점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갑자기 탁 소리가 나더니 정수현이 시험지를 꾸기고 밖으로 나갔다. 정수현네 무리도 그 뒤를 따라 나갔다.

 

다음날 점심시간 이였다. 지연이와 급식 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누군가 날 밀쳤다. 물병이 쓰러지고 물이 바닥에 흘렀다. 밀친 사람을 보니 역시나 정수현 이였다. “밀었으면 사과를 해야 할거 아니야!”사과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정수현에게 화가 나 소리쳤다. 정수현이 내게 다가와서는 “사람 한 번 실수한 거 가지고 되게 뭐라 하네. 미안 너 있는지 몰랐네.”라며 비아냥거리고 급식실로 갔다. 좀 전까지만 해도 배가 고팠지만 입맛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진짜 못됐어. 지금 유나 네가 시험 더 잘 봤다고 이러는 거야?” 지연이 멀어지는 정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한 소리 했다. “그냥 신경 안 쓰려고 저러다 말겠지. 작년에도 그랬는데..” “하긴, 작년에도 그랬지. 그래도 유나야, 이번에도 정수현이 계속 그러면 샘한테 말해. 쟤는 자기 엄마 아빠 빽 믿고 저러는 건가? 엄마가 교육청에서 일하면 뭐해 애가 저모양인데. 근데 쟤 엄마도 보통이 아니더라고. 정수현 1등 안하면 밥도 안준대. 학원도 10개 넘게 다니게 하고 뭐 정수현이 승부욕이 강하고 고집 센 것도 있겠지만.”

작년에 정수현은 나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었다. “넌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네가 너보다 시험을 잘 봐서? 단 순히 그것 때문에 나한테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괴롭힌다니.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난 그냥 네가 싫어. 내 앞에 네가 없었으면 좋겠어.”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싫다는 걔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때 난 너무 소심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니 점점 관심이 없어지고 괴롭힘도 멈추었다. 이번에도 그러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때의 소심하고 약한 이유나가 아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3반, 지훈이네 반 앞에서 지훈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이네 반 종례가 끝나고 지훈이가 나왔다. “어, 유나야!” 지훈이 날 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나는 지훈의 그 밝은 미소가 참 좋았다.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그럼 힘을 나와 달리 지훈은 갖고 있는 것 같았다.학교 현관을 지나 정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정수현이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지훈아, 오늘 약속 잊은 거 아니지? 음악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갑자기 대뜸 이런 말을 남기고 학교로 들어갔다. “뭐...야?” 내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게, 오늘 아침에 정수현이 나한테 갑자기 와서는 기타를 가르쳐달라고 했거든. 거절하기는 그래서 그러겠다고 하기는 햇는데, 오늘 음악실 까지 빌렸나보네.” 내가 지훈을 바라보며 한참을 뜸들이자 지훈이 물었다. “가지말까?”

사실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괜히 지훈이 까지 정수현과 사이가 나빠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봐. 해달라고 하는데 해줘야지.” “그럼 갈께 잘 들어가고” 지훈이의 인사에 웃어주었다. 갈수록 모르겠다. 정수현 넌 도대체 무슨 꿍꿍이니.

 

아침에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펼치는데 정수현이 갑자기 내 앞자리에 앉는다. “이유나, 너 김지훈이랑 친하지? 맨날 집도 같이 가던데.” “친하지. 근데 그게 왜.” “나 김지훈 좋아해.”  “뭐? 갑자기? 너 남자친구 있잖아.” 내가 당황한 채로 대답했다.

“헤어졌어. 그러니까 김지훈이랑 이어지게 도와줘” “뭐라고?”순간 어이가 없었다.  “왜, 싫어?”  “그게 아니라 네가 왜 내 연애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난 남의 연애에 관심 같은거 없어” “너 김지훈 좋아하니?” “뭔소리야.” “그게 아니면 못 도와줄 이유가 있어? 너 참 이기적이다. 좀 부탁을 해도 지랄이야.””지금 누가 할 소리를 네가 해.” “야 담임 온다.” 그말에 어쩔 수 없이 정수현과 나도 제자리에 앉았다. 종이 울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대판 싸웠을 수도 있었다.

“유나야!”멍하니 생각하는 하는 날 지훈이 불렀다. “어, 왜?” “아니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나 해서.” “내가 그랬어? 어제 정수 현이랑은 잘 했어?” “하긴 했는데, 나랑은 좀 안 맞는것 같아.” “왜...?” “나는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 보다 들어주는 사람이 더 좋은데 정수현은 자기 자신 얘기만 하더라고.” “그럼 넌 정수현이 맘에 안 든다는 거지?” ”맘에 안 든다는 것보다는 좀 불편해,” “아..” 정수현은 지훈이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지훈은 그렇지 않앗던 것이다. 내 예상대로 정수현은 몇 주 뒤 지훈에게 고백했지만 지훈은 그 고백을 거절 했다. 정수현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편으로 다행이었다.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나도 날 잘 모르겠다.

6.

내 생일 5월 6일이 지나고 일주일 뒤의 아침시간 이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갔다. 중앙 현관을 지나고 있는데 오늘따라 늘 나에게 뛰어오는 지연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에 지연이 몸이 안 좋다며 학교를 오지 않았는데 오늘도 오지 못했나 보다. 실내화를 신고 반으로 올라가는데 학교의 분위기가 평소보다 웅성웅성하고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음침하고 서늘한 느낌까지 든다. 3학년이 있는 5층에 도착했는데 뭔가 느낌이 쎄했다. 아이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1반쪽에 있는 게시판 앞에 몰려 있었다. 나는 뭐지 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게시판에는 내사진이 붙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어떤 남자와 클럽 앞에서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너무 놀랐다. 아이들이 모두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쟤네 엄마 클럽에서 일한다며, 그 엄마에 그 딸이네.” “남자는 성인처럼 보이는데 꽃뱀이냐?” “미쳤네. 미쳤어, 얼굴은 마냥 착해 보이는데 저런 얘들이 제일 무섭다니까.” 순간 귀에서 삐 소리가 들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았고 ,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때 지훈이 갑자기 게시판으로 가더니 그 사진을 뜯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게시판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지훈의 손에 들린 사진을 빼앗았다. “네 일인데 내가 왜 나서.”

그 순간 사진을 들고 복도를 막 뛰어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뛰어갔다. “유나야!!” 뒤에서 지훈이 날 부른다. 하지만 난 그 소리를 무시한 채 학교를 나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누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한참을 뛰어가서 집 쪽의 정자에 도착했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리고 손에 든 사진을 찬찬히 쳐다본다. 번뜩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평소의 나의 생일은 케이크도 미역국도 없었지만 이번 나의 생일에는 엄마가 오랜만에 미역국을 끓여주셨다. 이런 기분이 너무 오랜만이라 아주 들뜨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 같았다. 학교를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밤 8시쯤 지연이에게 문자가 왔다. 잠깐 시내의 사거리에서 만나자는 문자 였다. 나는 딱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사거리로 나갔다. 그곳에는 지연이 있었다. “지연아!” 내가 지연이를 부르자 지연이 뒤를 돌아보았다. 지연이에게로 가자 지연이 내게 “생일 축하해 유나야,”라고 말하며 나에게 선물을 건넸다. “네가 저번에 입고 싶어 했던 원피스야. 내가 특별히 돈 모아서 샀어.” 내가 갖고 싶어 했던 것까지 기억해 주는 지연이가 너무 고마웠다. “고마워, 집에 가서 입을게 , 우리 뭐라도 먹으러 갈래?” “유나야, 나도 놀고 싶은 데 나 학원 가야 해서.”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내일 보자~ 선물도 진짜 고맙고.” “저 유나야” “응?” “아… 잘 들어가.” “그래 너도 수업 잘 들어” 지연이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어느새 어두운 밤길이라 조금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웬 남자가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는 괜히 그 남자를 피해본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계속해서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나의 앞에 멈춰섰다. “거기, 제가 그쪽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번호좀 주세요.” “네?” “그쪽 번호 좀 달라고요.” 갑자기 그 남자가 내 손목을 잡는다.나는 불쾌한 느낌에 손을 얼른 뺀다. 그남자는 계속 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때 “이유나!” 지훈이 갑자기 나에게 로 왔다.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황급히 달아난다. “괜찮아?” 지훈이 당황한 나에게 물었다. “괜찮아, 고마워. 진짜로. 근데 여기는 갑자기 왜 온 거야?” “나 여기 옆 건물에 연습실 하나 마련했어. 네 말 처럼 나 음악 포기 하지 않으려고. 그나저나 너 생일이라며, 밥 먹으로 가자 기분도 괜히 안 좋을 텐데.” 지훈이와 같이 밥을 먹으며 불쾌한 기억을 조금씩 지워나갔다.

 

그날의 일은 단순히 일어난 해프닝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날의 일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날 집어 삼켰다. 울고 있는 나에게 지훈이가 달려온다. “여긴, 왜 왔어…” 내가 물었다.  “네가 혼자 울고 있을게 뻔 하잖아, 그리고 그 사진 찍힌 순간을 내가 봤으니까. 나도 그 사건 증인이라 할 수 있잖아. 유나야, 학교로 다시 가자. 사진 찍은 사람이 원하는 건 네가 무너지는 걸거야. 그러니까 힘들겠지만, 가서 말하자. 거짓이 진실에 묻히지 않게 오해 받지 않게.” 지훈의 말이 맞았다. 내가 무너지는 것이 나를 모함한 사람이 원하는 것 이였다.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아까 전에만 해도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던 길을 지훈과 함께 걸어갔다. 학교에 가 사진을 붙인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그 곳은 cctv사각지대 였다. 나는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선생님은 확실한 증거를 찾을 때 까지 별다를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사진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해 주시기로 하였다. 선생님께 말하고 난 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하고 텅 빈 교실에 지훈과 나 단 둘이 있었다.

 

“유나야, 나 할말 있는데.” 아까부터 우물쭈물하고 있던 지훈이 말을 꺼낸다. “아 이 말을 해야 하나…” 지훈이 한참을 또다시 망설인다. “뭔데? 중요한 거야?” “내 추측일수도 있는데 일단은 말 해 줄께.” 이렇게 말한 지훈은 내 앞에 보라색 키링 하나를 내려놓는다. “이거 어떤 키링인지 알지?” 보라색 키링. 그것은 작년에 내가 지연에게 준 선물이었다. “당연히 알지 지연이 거잖아. 근데 이걸 네가 왜 갖고 있어?” 지훈이 한참을 뜸들이고 있다. “사실 저번 주 네 생일날 연습실 갈 때 지연이를 봤거든. 그때 지연이가 정수현이랑 같이 있더라고 그래서 왜 같이 있지 라는 생각에 다가가니까, 이미 둘은 거기 없더라고. 바닥에 키링이 떨어져 있는데 지연이가 황급히 시라지 길래 보관해 두었어.” 지훈이에게 서 들은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지연이가 정수현이랑 있었다고…? 설마…” “맞아 내 추측은 네가 그날 나간 게 지연이 때문이잖아. 정수현이랑 짜고 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너 정수현이랑 사이도 안 좋다며.” “어떻게… …. 그건 말도 안 돼 지연이가 내 사정을 제일 잘 아는데. 걔가 어떻게…그럴 일없어. 난못 믿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었다. 가방을 들고 교실을 나갔다. “지금으로서는 그 추측 밖에 없어. 원래 사람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닌 거 알잖아.”지훈이 반을 나가는 내게 말한다. “알아, 나도 아는데 믿는게 아니고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은 거야.” 학교에서 집으로 들어와 멍하니 천장을 바라 봤다. 왜 그런 걸까 정수현과 지연이는. 아직은 확실한 근거가 없기에 장담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난 너무 혼란스럽다. 화가 나는 것인지 슬픈 것 인지 모를 만큼의 이상한 감정이 내 몸과 마음을 헝클어 두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내 몸을 이끌고 억지로 학교에 가고 있다. 아이들은 그 사건에 대해 잊은 것 같았지만 나를 보면 서로 이야기 한다. 애써 귀를 닫고 듣지 않으려 한다. 정수현은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니 오히려 내가 학교를 나온 걸 못마땅해 하는 눈치처럼 보인다. 나는 꼭 증거를 찾기로 결심했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힘들고 버겁지만 진실이 이렇게 묻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도중 징수현을 만났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쳐야겠지만 오늘 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야, 정수현.” 정수현이 날 빤히 쳐다본다. “너야? 내 사진 찍어서 퍼뜨린 짓 그거 네 벌인 일이지.” “허, 뭐라고? 이유나, 네가 나쁜 애인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사람 모함하기까지 하는 거야? 나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 진짜 어이없다.” “그럼 내 생일날 지연이랑은 왜 만난 건데.” “지연이? 너 걔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구나. 김지연 걔가 이 짓 벌인 거야. 내가 너랑 사이 안 좋으니까, 날 이용하려고 한 거지.” “뭐라고?  정수현 너 지금 뭐라 했어.” 나의 다급한 물음에도 불구하고 정수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를 떠났다. 정수현의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난 너무 아플 것 같았다. 진실을 알아야한다. 더 이상 어떠한 오해도 없이 내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사건의 변환점이 생긴 것은 그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부터 약 2주가 흐른 후의 시점 이었다. 우연히 잠들기 전 그날 게시판에 붙어있던 사진을 다시보았다. 그리고 난 그 사진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 하였다. 나의 손목을 잡았던 그 남자는 까만 백팩을 메고 있었다. 사진에서 본 그 남자의 가방에는 앞에는 그물망이 된 주머니가 있었다. 저번에는 자세히 보지 않아 발견하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그 안에 무언가 들어있었다. 명찰이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약간의 글자가 보인다. “정민오, 정민호?”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가방이 그의 것이 맞는다면 그것은 분명 그의 이름일 것이다. 나는 이것이 분명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 나는 내가 본 그 이름을 노트에 적고 Facebook 에 들어가 그의 이름을 쳤다. 정민오 아니면 정민호 그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나왔다. 명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나는 고등학생이라 추정했다. 이렇게 범위를 점점 좁혀 갔고 결정적인 한방을 발견했다. 정민호. 율람고등학교. 19세, 사진을 보니 내 손을 잡은 그 사람이 맞았다. 내가 더욱이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정수현이 페북 친구로 연결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페북을 좀 더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정수현이 그에게 보낸 탐라에서 그가 정수현의 사촌 오빠라는 것을 알아냈다. 정수현이 일을 버렸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연이를 방패삼아 자신이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하나의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지연이, 내가 가장 믿었던 지연이는 왜 정수현과 손을 잡았을까. 내가 싫었던 걸까, 아님 어떤 대가 때문이었을까.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 예상 밖의 행동을 하였을 때 난 어떤 반응을 보여야 옳은 건지 알지 못했다.

나는 지훈이에게 내가 찾은 것을 알려주려고 반지 하를 나와 지훈의 집으로 향했다. 지훈의 집에 도착했을 때 문 앞에서 지훈이가 나왔다. “지훈아, 찾았어. 내가 증거 찾아냈어.”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지훈에게 얼른 내가 찾은 것을 알려 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훈이는 오히려 내게 핸드폰을 건넸다. “방금 김지연이 올린 게시물이야. 봐 바.” 나는 지훈의 말에 서둘러 글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지연이 쓴 글에는 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지연이 자기가 나를 그 골목으로 오게 하였고 정수현이 자신의 사촌오빠를 이용하여 그 사진을 의도적으로 찍었다는 내용 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의 결백까지 이야기 해주었다. 나는 이글을 읽고 아주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지연이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가봐.” 지훈도 그 메시지를 느꼈는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대문을 나서 지연이 살고 있는 행복 아파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지연이의 집에 다다르게 되었다. 나는 초인종을 누르고 지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린 뒤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핼쑥해 보이는 지연이 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지연이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들어와…”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지연이를 따라 지연이의 집으로 들어왔다. 나란히 쇼파에 앉았다. 평소와 달리 싸늘한 공기가 퍼져 나갔다. 나는 지연의 손에 보라색 키링을 돌려주었다. 지연이는 그 키링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유나야… 너 알고 있었지…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그러면 안됐는데 정말 그러면 안돼는데… 너무 미안해. 용서 안 해도 돼, 나 평생 미워해도 돼 너한테 할 말이 미안하다는 것 밖에 없어. 미안해.”지연은 한참동안 울면서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지연아, 왜 그런거야? 너 그런 애 아니잖아 왜 그랬어.”

“사실 네 생일 전날 정수현이 나한테 찾아왔어. 그런데 걔가 나한테 와서 다짜고짜 우리 아빠 이름이랑 우리아빠 가게 이름을 말했어. 그러고는 자기 삼촌이 아빠가게 건물 건물주라며 자기 계획에 참여 안하면 우리 아빠한테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어. 그러면 안됐는데, 나도 순간 덜컥 겁이 나는 거야, 나만 불이익 보면 상관없는데 우리 아빠를 건들이니까 나답지 않게 정수현 앞에서 약해져 버린 거야. 나는 처음에 그런 일까지 벌일 줄 몰랐어. 그런 계획을 알고 나니까 널 볼 수가 없었어. 내가 뭐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숨었어. 현실에서 도망치면 사라질까봐 계속 도망쳤는데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내 발목을 내가 계속 잡았어. 그래서 오늘 게시물 올린거야. 이건 범죄니까, 네가 너 혼자 상처 받을 거 아니까 너무 미안하고 그때의 내가 너무 후회돼. 어떤 벌이라도 다 받을게. 네 맘 풀리면..” “지연아, 나 사실 너한테 많이 실망했었어, 네가 왜 그랬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 그런데 오늘 네 게시물 보고 너무 고마웠어. 네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몰라. 근데 너는 오늘 그런 거 다 떠안고 결국에는 내 편이 되어 준 거잖아. 진실을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다시 밝고 활기찬 내 친구가 되어줘. 지연아…” 지연은 울면서 나를 꼭 안았다. “유나야, 내가 바보였어. 너 같이 좋은 사람 두고 나쁜 편에 섰던 거 정말 미안해. 고마워, 유나야.” 나는 지연의 진심어린 그 마음이 와 닿았다. 지연이가 그 동안 얼마나 고민하고 마음앓이를 했을지 느껴졌다. 한번 깨진 도자기를 접착제로 다시 붙이면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도자기는 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우린 다시 친구가 되었다.

 

지연이의 진술과 내가 찾은 증거로 나의 사건의 실마리는 풀렸다. 얼마 뒤 학폭위가 열렸다. 정수현네 부모님이 학교로 오셨다. 우리 엄마도 7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학교에 오셨다. 학교에 온 엄마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위원회가 끝나고 단둘이 집에 가게 되었다. 단둘이 집에 가는 것이 너무 서먹서먹했다. 집에 오는 길 정자에 엄마가 나를 앉혔다. 엄마가 먼저 나에게 말을 꺼냈다. “유나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엄마가 관심도 못 가져주고, 너랑 같이 지내지도 못하고. 이런 일도 다 엄마 때문인 것 같아서,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 엄마의 말에 난 그동안 꾹 눌러왔던 서러움이 폭발했다.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었다. “엄마는 정수현 걔 안 봐줄 거야. 걔 부모가 우리한테 얼마를 주던지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나는 안 봐줄 거야. 우리 딸 아픔은 어떤 걸로도 보상받을 수 없으니까. 엄마가 앞으로 너한테  더 노력할게. 항상 엄마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엄마의 말에 나는 8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했다. “엄마, 사랑해요.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8.

 

결국 정수현은 강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나에게 미안해 라는 문자가 사과의 끝이었지만 나의 사건은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 지연이는 한 달 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오해는 모두 풀렸다. 모든 오해가 풀린 그날, 나는 과자를 하나 들고 집 앞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때 지훈이 집에서 나와 내 벤치 옆에 앉는다. “뭐해 유나야?” “음… 일종의 쫑파티? 그동안 잘 버틴 나한테 주는 선물.” 지훈이 내 옆에 앉더니 과자를 하나 집어 든다. “수고했다, 이유나.” “너도 고마웠어. 김지훈.” 우린 밝은 달이 보이는 밤하늘을 보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과자를 다 먹고 집에 가려고 할 때쯤 난 지훈에게 그동안 아주 묻고 싶었던 질문을 건냈다. “지훈아, 너 나 좋아해?” “갑자기?” “아니면 됐어. 이번일도 그렇고 네가 항상 신경 써줘서 내가 오해했나보다. 혹시라도 나 좋아하는 거면 좋아하지 말라고.” 지훈이 당황한 듯 말한다. “왜… 좋아하면 안되는 거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두운 아이거든. 누구한테 사랑 받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누굴 좋아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좋아하지 말라는 거야.” 지훈이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린다. 나는 너무 무안해서 얼른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평소보다 30분 늦게 일어나 버렸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7시에 집 앞을 나섰다. 집 앞을 나서는데 옆에 지훈이 서있었다. “깜짝이야, 너 여기 왜 있어…?” 내가 놀라 물었다. “너한테 할 말 있어서.” “너 언제 부터 여기 서 있었어?” “방금 왔어.” “거짓말, 너 내가 맨날 6시 반 쯤에 집에서 나가는 거 알잖아.” “맞아, 1시간 정도 기다렸어.” “그렇게 기다리면서 까지 할 말이 뭔데?” “너도 어제 일방적으로 말했으니까,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 할께. 네 추측이 맞아, 나 너 좋아해. 그런데 넌 나 안 좋아해도 돼. 그러니까 내가 너 짝사랑할 수는 있게 해줘. 사람 마음을 한순간에 접는 거는 불가능하니까.” 내가 지훈이를 천천히 올려다본다. 지훈이 먼저 문을 나선다. 나는 천천히 지훈이의 뒤를 걸어간다. 기분이 참 묘하다. 그렇다고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참 더웠다.

 

같은날, 점심시간 안내방송이 울린다. “오늘 점심시간 다목적 강당에서 버스킹 공연이 있을 예정이니 많은 학생의 관람 부탁드립니다.” 안내멘트에 지연이 들 떠 있다. “유나야 버스킹은 무조건 빨리 가야 하는 거 알지? 앞자리 차지가 제일 중요해, 김지훈도 나온다던데 맨 앞자리는 차지해야지!” 지연의 적극적인 요구에 난 받아들이기로 한다. 점심을 빨리 먹은 덕분에 앞자리에 앉을 수 있기 되었다. 버스킹 공연이 시작 되었다.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아이들의 장기가 펼쳐졌다. “다음은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밴드, 메이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밴드 부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선다. 역시 제일 센터에는 김지훈이 있었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김지훈이 마이크를 잡는다. “안녕하세요, 밴드 메이 입니다. 오늘 저희가 부를 노래는 혜인의 “특별한 사람” 이라는 노래인데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노래를 꼭 불러주고 싶었거든요. 여러분의 많은 호응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의 박수소리가 들리고 반주가 시작 되었다. 지훈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내 삶에~ 당신이 나타났고~ 내 삶은 그 순간부터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당신은 내게 정말 특별한 사람~

누가 뭐래도 특별한 사람~

 

당신을 만 난건 내게 행운 이였어요~”

 

지훈이 부르는 가사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에 박혔다. 나는 항상 내 삶이 평범하지 않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내 삶은 생각해보면 평범하지 않은 게 아니라 특별했던 것이었다. 나의 앞으로의 삶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내 특별한 삶을 굳세게, 힘차게 살아갈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너와 나는 서로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지훈의 노래가 계속된다.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

누가 뭐래도 소중한 사람~

 

어두운 내 삶에 당신은 밝은 빛이었어요.”

 

노래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다.

 

<The End>

 

 

 

 

 

 

 

 

 

 

양혜인
양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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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 30분 아침 일찍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한참을 꿈에서 헤맬 시간이지만 오늘은 눈을 떴다.   저절로 떠졌다. 내 두 눈이. 흐지부지 떠진 것도 아니고 번쩍 뜨였다.   머리를 감고 화장을 시작한다.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생존 화장이 아니라 사랑스럽게 보이는 화장을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짝이를 눈에 발랐다. 네가 날 봐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나를 꾸민다. 단정히 교복도 입는다. 넥타이를 바르게 메고 거울 앞에서 살며시 웃어본다.   싱그러운 꽃향기가 나는 향수를 뿌리고 집을 나섰다. 부쩍 쌀쌀해진 가을의 날씨마저 사랑스럽다. 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던 등교 길이 오늘따라 설렌다. 칙칙한 돌담이라 생각했는데, 그 사이사이 틈에 핀 작은 들꽃이 보인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설레는 사랑 노래가, 심장을 울린다. 쿵. 쿵.   모든 이야기가, 모든 사랑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길 소망한다.   “주연, 하이.” 혜윤이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인사를 건넨다.   “하이. 오늘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왔어? 무슨 행사 있어?”   “어때, 나 좀 꾸민 것 같아?” “ 허. 얘, 입이 귀에 걸렸네. 너 뭐 있지? 딱 걸렸어. 뭔데, 뭔데?”   혜윤의 말을 무시한 채 그냥 웃는다. 좋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행복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내 세상을 바꾼다. 내 세상을 온통 행복하게 바꾼다.   반에 도착했다. 내 자리에 앉으면서 아직 오지 않은 너의 자리를 바라본다. 언제 올까, 지금쯤 정문쯤이려나, 갖가지 사소한 것들이 궁금하다. 8시 45분을 시계가 가리킬 때쯤 드르륵. 문이 열렸다. 너다. 너와 눈이 마주쳤다. 손 인사를 건네 본다. 너도 나처럼 말없이 웃으면서 인사해 준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려 바보처럼 웃고 있는 내 얼굴을 감춘다. 정신 차려 우주연. 너무 다 주면, 매력 없어.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내 표정이 말을 듣지 않는다. 실실 미소를 짓는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 아, 열심히 들으면서 두 눈은 자꾸 너를 본다. 3분단 맨 앞자리에 앉은 너의 뒤통수를 자꾸 힐끔힐끔 쳐다봤다. 너는 한 번도 졸지 않고 수업을 열심히 듣더라. 나도 질세라 졸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볼펜으로 필기를 한다. 괜히 뿌듯한 기분이 차올랐다.   “얼른 말해보시지. 나한테 숨기지 말고. 너 평소랑 너무 달라.” 쉬는 시간, 옆자리로 다가와 혜윤이 나를 의심의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어, 맨날 죽을 상하고 학교 다니던 얘가, 요즘 생기가 돌아 얼굴에. 무슨 일인데, 좋아하는 애 생긴 거 아니야?”   “비밀. 말 안 해.”   “치, 그래라. 내가 보통 눈치겠어? 조금만 있으면 다 알아.”   지금은 나의 이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는 싫다. 혜윤이가 눈치채면 모르겠지만,

  • 양혜인
  •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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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혜인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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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형

    안녕하세요, 양혜인 님. 반갑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내"가 학교에서 정수연에게 겪은 폭력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에요. 김지훈과의 로맨틱한 관계가 다루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아쉬운 점은 사건의 중심이 없다는 건데, 사건의 중심이 "정수연"인지 "김지훈"인지 아리송하게 여겨집니다. 짧은 분량이며 다루어지는 이야기도, 인물도 많아 소설의 구성이 다소 산만해요. 정수연과의 관계, 김지훈과의 관계, 아니면 매일 술을 마시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 속에서 나를 돌보지 않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꼬여 있는데, 한가지 갈래에 집중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어떨까 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곳이 많은데 네이버 맞춤법 검사를 이용하면 오탈자를 교정하고 천천히 오탈자에 대해 배워갈 수 있을 듯해요. 다음 소설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2020-06-15 19:58:57
    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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