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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7-03-31
  • 조회수 584

음료수

 

 

현아, 오늘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었어.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어둔 걸 깜빡해서 이미 식었더라. 다시 구웠을 땐 조금 타긴 했지만 그나마 먹을 만 했어. 햇빛은 어쩐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토스트기를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정신을 까무룩 놓는 모양이야.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오전의 나른함은 묘하게 이질감을 불러일으켜. 다시 자지 않으려고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고. 나답지 않게 부산스러움을 조금 떨고서야 제대로 된 토스트를 먹을 수 있었어. 네가 맛있다고 했던 딸기잼을 펴 발랐어. 따뜻한 딸기 냄새가 좋아서 잠깐 행복해졌고, 짧은 순간에 너를 생각했어. 계란프라이를 해서 올려 먹을까 하다가 설거지거리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금방 고개를 저었고, 대신 검은색 잉크를 유리컵 가득 채워서 마셨어.

 

성당 앞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췄어. 스테인드글라스가 여러 색으로 반짝였어. 빛이 쏟아지듯 내렸고, 한여름의 열기가 아지랑이를 피웠는지 성당이 이리저리 흔들렸어. 성모 마리아 상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고 문득 무서워졌어. 몸이 굳었어.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아서 뒤로 돌아 걸었어. 걸음이 점점 빨라졌어.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뛰고 있더라. 내 폐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어. 잠깐 숨을 고르다가 다락방으로 올라갔어. 거기 다다르는 순간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고야 말았어. 원고지가 날 보고 웃는 중이었어.

 

언젠가 너한테 잉크를 어떻게 마시는지가 궁금하단 질문을 했었지. 네가 환하게 웃으면서 유리컵에 반절정도 담겨있던 잉크를 내게 권했던 걸 기억해. 나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고 너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네 입으로 컵을 가져다댔어. 검은 물이 출렁일 때마다 네 속눈썹이 가녀리게 떨렸었던 것도 같았어. 그 때는 말갛게 웃는 네 얼굴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어. 나는 그걸 따라하려고 많이도 애를 썼었지. 넌 그 입술로 내게 피와 잉크가 비슷하다고 했었고 나는 내 오른팔을 슬그머니 가렸어.

 

불규칙적으로 생긴 상처들을 볼 때면 숨이 막혀왔어. 아주 진부하게 말이야. 언제나 맞이하는 감정이었지만 늘 새롭게 날 때렸어. 현아, 내 오른팔을 본 적이 없지. 네가 알고 있지 못했던 이야기를 난 지금에서야 고백해. 잉크를 마시는 널 생각하며 피를 마셨어. 피비린내가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았어. 농도가 옅어진 피는 수채화 물감과 닮아있었어. 그럴 때면 난 유화가 그려진 캔버스의 그 거친 표면을 쓰다듬곤 했어. 눈을 비비고 다시 유화 물감처럼 피가 검붉게 진해질 때까지. 그 피가 멎을 때까지 난 반대 손으로 꾸역꾸역 원고지를 채웠어. 딱지가 앉아 피가 더 이상 나지 않는 순간이 잉크가 굳는 순간이었어. 현아, 난 이렇게 글을 썼어.

 

현아, 네가 처음 잉크를 전해줬던 날을 기억해. 입술과 입술 사이 그 작은 틈으로 잉크를 밀어 넣던 순간을 기억해. 그건 아주 달면서 썼고, 차가우면서 뜨거웠고, 단조로우면서 화려했었지. 넌 내게 어떻냐고 물었고 난 바보같이 입에서 소리를 내는 법을 잊었어. 그 전날 꿈에서 봤던 성당 앞 동상처럼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가 없었어. 네게서 항상 나던 냄새가 났어. 잉크 냄새. 네 손에서 나는. 난 그게 아주 새빨갛다고 생각했어. 피와 비슷하단 이유를 알 것만 같았어. 그리고 네가 잉크에 중독되었던 이유도. 현아, 마치 어른들이 술에 의존하고, 마약을 원하는 것처럼 말야. 속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글을 썼어. 내 정신은 잠시 몽롱함 속에 맡겨두고, 위벽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통증 속에서 그걸 무시하며 활자를 하나하나 새겨 넣었어. 네가 그랬듯이 말야.

 

그래서 웃는 원고지를 보는 순간 그 옆의 잉크를 입안에 털어 넣고 말았어. 그 다음에 다가올 고통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어. 네 목소리가 어스름 사이로 들려왔어.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잉크를 펜촉에 적셔 네 이야기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어. 원고지를 아무리 찢어도 네게 어울리는 글이 나오질 않았어. 네 말간 얼굴 하나, 조곤조곤한 목소리 하나를 묘사하는 게 불가능처럼 느껴졌어. 어쩌면 현아, 나는 잉크가 아니라 네게 중독되었을지도 모르겠어. 손에 잡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널 계속해서 그려봐.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네가 지금껏 너를 써 왔어. 네가 날 이끌었고, 내가 널 한껏 닮아갔듯이.

 

잉크가 전부 사라져서 책상을 열었는데 거기엔 아직도 너를 위한 잉크들이 빽빽이 쌓여있어.

현아, 어쩌면 나는 네 곁에 가고 싶은가 봐.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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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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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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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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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재

    *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뛰고 있더라." - "집에 도착할 즈음에야 내가 뛰었다는 걸 알았어." : 도착했을 때 다리가 뛰고 있더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 도착한 뒤에 다리고 뛰고 있었다는 의미로 읽히니 말입니다. 그리고 뛰는 건 다리가 아니라 발입니다. * "떨렸었던 것도 같았어." - "떨리던 것도 같았어.", "떨렸었던 것도 같아." : 과거형은 한 번만. * " 넌 내게 어떻냐고 물었고 난 바보같이 입에서 소리를 내는 법을 잊었어." - "넌 내게 어떠냐고 물었고 난 말하는 법을 잊었어." * "원고지를 아무리 찢어도 네게 어울리는 글이 나오질 않았어." - "찢어버린 원고지가 사방에서 쌓였지만 여전히 네게 어울리는 글이 써지지 않았어." : 원고지를 찢어야 어울리는 글이 나온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읽힙니다. * '쓰기'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어떤 서사를 읽어내기가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지요. 소설이라면 지금은 없는 현아,가 어디로 갔는지, 왜 갔는지, 나와는 어떤 관계인지, 현아와 나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나와야 합니다. 어쩌면 윤별님이 이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끝낼 때까지 현아라는 인물을 구체화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내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문장은 여전히 의미가 깊고 묘사 또한 좋지만 소설이 그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 2017-04-01 18:07:40
    김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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