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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6-05-20
  • 조회수 747

“무얼 원해?”

높은 목소리가 울린다.

“첼리스트로서의 삶?”

답하지도 않았는데 제 마음을 읽는다.

“네가 첼로를 잡는 건 불가능해. 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니?”

 

알고 있다.

이 정도로 실패를 거듭했으면 이제 자각할 때도 되었겠지. 첼로는 제 인생에 단 한 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더 이상할 테였다. 계집이 첼로를 잡은 십오 년이라는 시간은 제 인생의 삼분의 이가 넘는다. 계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을 놓지 않았다.

“또 연습이냐?”

계집의 앞에 선생이 나타난다. 언제나 그랬다. 선생은 계집이 연습에 몰두했을 때 홀연히 나타났다가, 다시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어디로 왔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음유시인 같은 사람이었다. 계집은 눈을 들어 선생을 본다. 선생의 표정이 굳어 있다. 계집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선생이 팔짱을 낀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굳은 얼굴은 불편함을 내어놓는 것만 같았다. 벌써 몇 번째다. 계집의 얼굴에 불안이 깃든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하려는 이유가 뭐냐?”

아마 계집의 입에서 공기라곤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선생도 예상했을 것이었다. 계집도 그 이유는 몰랐음이 분명하므로.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해 왔던 그 이유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으니. 계집의 손이 활을 꽉 쥔다.

“너 지금 첼로 십오 년 했잖아. 언제까지 갇혀 있을 거야?”

그러게요. 갇혀 있는다는 게 뭘까요. 갇혀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지금 갇혀 있나요? 갇혀 있으면 살 수 없나요? 사는 것이란 뭘까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갇혀 있을 수 있으니 갇혀 있는 것이겠지만 갇혀 있는 것도 사는 것도 그다지 좋지는 않아요. 내가 왜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갇혀 있어요. 언제까지. 갇혀 있어요. 그래서 나는 갇혀 있어요. 계집은 중얼거리듯이 제 입에서 말을 뱉어낸다. 선생은 그것을 측은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쯤 되었으면 나가떨어질 만도 한데, 계집은 어찌 된 영문인지 꿋꿋이 버티고 있었다. 선생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걸론 못 먹고산다고. 네가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살고 봐야 뭘 하든 하지 않겠냐. 언제까지 내가 뒷받침해 줄 수는 없어.”

그리고는 제가 너무했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는지 한숨을 푹 하고 내쉰다. 계집은 선생과 눈을 맞추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선생은 계집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사이에 적막이 흐른다. 그것을 영원히 깨지 말아줬으면, 하고 계집은 생각했다. 어떤 말이 나올지는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은 계집의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다. 계집은 다시 활을 잡았다.

“아가, 내가 너를 제자로서 많이 아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잘 생각해 봐.”

 

나는 압니다.

나는 첼리스트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첼로는 전부 허영이라고들 말합니다. 이제는 다른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면서, 갇혀 있지 말라면서. 저만의 세계에서 나오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첼로가 좋은데. 사실 할 줄 아는 것이 첼로밖에 없습니다. 아마 저들도 그것을 알 테였습니다. 부모님은 첼로 이야기를 일체 꺼내지 않으시고, 때때로 내가 그들에게 첼로와 오케스트라 곡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답답해하시면서 제발 그 얘기 좀 그만하라고 화를 내곤 합니다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잡았다는 사실은 그들 중 한 명이 제게 첼로를 시작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한테 감사합니다. 나의 삶의 전부를 찾아주었으니까요.

다만 나는, 재능이 없습니다. 내게는 재능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남들만큼은 연주할 수 있습니다. 악보를 보고, 그것을 읽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딱 그뿐입니다. 그것에서 단 한 발자국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내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 능력이 첼리스트로서의 자격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아이들은 이미 감정을 넘어서 저들의 세계로 들어간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벽을 부수지 못합니다. 그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내게 첼로를 그만두라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압니다. 재능이 실력이고, 실력이 곧 성공으로 직결되는 이 음악계에서, 나는 특별한 재능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이 놀랍도록 평범한 아이였고, 그래서 더 미치도록 연습했으나, 역시 타고난 것은 이길 수가 없더군요. 그들에게는 나와 다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내게는 없구요. 정확히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나는 사실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연습에만 몰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뜨면 내 앞에는 항상 첼로가 있었습니다. 너는 나를 가지고 하루 종일 연습을 해야 한다며 소리치는 것만 같은 첼로가요. 그래서 나는 활을 손에 쥐고 현을 비볐습니다. 첼로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습니다. 내가 수도 없이 반복하는 말이지만,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첼로를 켜는 일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기회다.”

다시, 선생이 계집의 앞에 나타났다. 선생이 계집을 두 번 이상 찾아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계집은 활을 쥔 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오랜만이었다. 두 번째의 만남은. 계집은 선생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싶어 입술만 문다. 오랫동안 다시, 침묵이 흐른다. 그 틈으로 파고든 것은 선생의 목소리였지.

“오케스트라 협연에 네가 나갈 거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 계집의 눈이 커진다. 그 말은 곧 계집이 처음으로 청중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고, 계집은 절박했기에 그 줄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지. 자신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상대는 선생이 몇 번이나 언급해 왔던 유명 오케스트라. 그 자리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다가, 잘만 하면 지금껏 움츠려 가며 연습했던 것을 전부 펼쳐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계집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선생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선생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 때도 눈에 들지 못하면 첼로, 그만두자.”

둔탁하지만 날카로운 말이 계집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그만두자, 우리.”

다시 한 번, 슥 하는 소리가 계집의 살갗에 핏방울을 돋아내었다. 계집은 다시 입술을 물었다. 어느 쪽이 나을까? 이것저것 잴 필요 없었다.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 고 누군가가 말했던가. 선생의 눈이 계집의 눈을 향한다. 아, 정말로 첼로를 그만두게 할 심산이었다, 선생은. 계집은 결연한 선생의 말에 밀려, 마지못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여러 감정이 혼재되어 있었다. 비록 미약했지만.

 

무감각한 것은 음악가에게 큰 오점입니다.

나는 무감각합니다.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요즘 들어서 더 그런 것만 같아 걱정이 듭니다. 선생님이 오신 것도 제대로 알아채질 못합니다. 아마 선생님은 그 장소에 몇 분이나 서 계셨겠지요. 제가 첼로 연습을 중단하고 선생님을 바라보기를 기다리면서요. 이것은 모든 감각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통용됩니다. 국한되어 있지 않은 무감각이 전신을 파고드는 것만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나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같은 곡을 들어도 누구는 슬프다고 하는데, 나는 그다지 슬프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어떻게 해야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웃고, 울 때 울면 적어도 이상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거든요. 사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선생님 외에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니,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으면서도, 첼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감정을 전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워집니다. 어렵습니다. 고립된 이 공간에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공포입니다. 하필이면 왜 공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본성의 일이니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은 답답해합니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의 반복이라고들 합니다. 연속되는 악순환에 사람들은 지쳐 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모르는걸요. 내 말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마냥 와해되었다고 합니다. 지리멸렬이라고요. 나는 느끼질 못합니다. 무감각한 내 감각이 조금 더 미워집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려워서, 지금 내 감정 상태조차 판단하질 못하겠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감정 측정기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일정 수치 이상으로 나오면 어떤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측정기요. 그럼 아마, 행복하게 첼로를 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요.

그래도, 지금껏 잘 숨겨내고는 있지만, 가장 답답한 것은 나입니다.

 

음이 엇나간다.

활이 잘못 나갔을까? 아니다. 계집은 내림마 음을 활로 비볐다. 여전히 음이 제대로 나질 않았다. 계집은 푹 한숨을 쉬고는 첼로의 줄을 당겼다. 튜닝기는 고장 난 지 오래였지만, 오랫동안 첼로를 해 왔던 탓에 튜닝기 없어도 튜닝은 가능했다. 첼로의 줄을 감았다.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음이 왜 이렇게 빠르고 낮게 떨어지는 거야, 라고 계집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제가 연습해야 할 곡만 연습하면 그만이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팩에 손을 대고 조이는 계집의 눈에는 혼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도대체 왜? 제가 원하는 소리가 나질 않는다. 팩을 조이면 낮은 소리가 난다. 높은 소리가 나야 정상이다. 줄이 팽팽해지는 것이 아니었나? 내가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있었나? 계집은 계속해서 팩을 조인다. 그러다가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현이 끊어졌다. 제대로 된 방향이었다. 계집은 혼란 속에서 현을 간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심호흡을 했다가, 다시 활로 현을 그어 본다. 제대로 나질 않는다. 조율이 엉망진창이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몇 시간이고 조율에만 매진해 있던 계집은 활을 집어들었다. 꼭 필요할 때 선생님은 오질 않았다. 어차피 운지만 외우면 되니까, 익히면 되니까. 현 조율은 그 때 가서 해도 괜찮아. 불협화음이 울려 퍼진다. 듣기 싫다. 이럴 때는 감각이 둔한 것이 도움이 된다, 고 생각했다.

점점 더 선명해지는 음계들과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들이 신경을 찌른다. 마치 귀를 통하지 않고 바로 뇌로 침투해오는 기분이다. 머리가 아프다.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끊어진 줄이 옆에 보였다. 계집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진정해야 해. 줄로 가려는 손을 낚아챘다. 충동이 강하다.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뜬다. 진정해. 다시 한 번 제게 말한다. 줄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다. 애써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렇게 계집은 저를 위태롭게 다스리고 있었다.

 

아.

내일입니다.

내일이면 나는 공연을 합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첼로를 잡았습니다. 현이 자꾸만 엇나갑니다. 활 쓰는 법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만, 음이 제멋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조율이 되질 않습니다. 선생님께 새 악기를 부탁드렸으나, 당장 내일 새 악기를 구해 손에 익히는 것은 무리라고 하셨습니다. 음이 제멋대로입니다. 날뛰고 있습니다. 마치 말처럼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팩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아무리 해도 맞춰지지가 않습니다. 튜닝기가 없어도 지금껏 잘 해 왔으니까, 그래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조율이 되질 않습니다. 사실 튜닝기나 귀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감았는데도 더 낮은 소리가 나는 것은 조금 많이 이상한 문제니까요.

내일입니다. 악기가 내일만 버텨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껏 잘 해 왔는데, 왜 공연 며칠 전부터 이러는 걸까요. 이리 생각하고는 있지만, 사실 무섭습니다. 불안합니다. 손톱을 나도 모르게 딱딱 깨뭅니다. 원망스럽습니다. 악기가 원망스러워요. 공연을 망칠 것만 같습니다. 음이 제멋대로 나갑니다. 공연에서도 이럴 것이 눈에 선합니다. 제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내일이 건너뛰어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내가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악기도, 나도, 한심스럽습니다.

 

계집은 제 앞에 있는 청중들을 본다. 제가 입고 있는 드레스를 만진다. 생생하다. 하얗다. 첼로가 빛을 반사한다. 사방이 적막하다. 그 큰 콘서트홀에 아무런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사람이 꽉 들어차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저를 보고 눈짓을 보낸다. 숨을 삼키고 활을 켠다. 조율이 또 엉망이면 어쩌지, 튜닝기까지 썼는데 또 지금 와서 엉망이면 어쩌지, 어떻게 하지. 계집이 숨을 멈춘 순간 완벽한 음이 흘러나온다. 아. 오케스트라와 제 음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음정이었고, 계집은 그제야 음악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곡이 어여쁘게 나오는지, 계집은 알고 있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날들을 회상한다. 그것을 전부 회상하기도 전에 곡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으나, 계집은 그 짧은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져서, 꼭 끌어안고 놓아주고 싶지 않았어. 박수갈채도, 제게 쏟아지는 조명도 처음이었거든. 그 들뜬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았다. 계집은.

 

그래요, 나는 성공했습니다.

마침내.

 

계집은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 앞에서 다시 첼로를 쥔다. 지휘자가 신호를 보내고, 다시 계집은 활을 쥔다. 그리고 어긋나는 음정. 음정이 일그러진다. 선율이 호흡을 잃는다. 모든 것이 하나의 점으로 소멸하고 있다. 계집의 얼굴도 함께 일그러진다. 활을 놀려 보지만, 이미 엉망이 된 첼로는 다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고개를 들어 확인한 관객들의 반응은 보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다. 어리석게도 계집은 활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텅, 하는 소리가 선연하게 공간을 울린다. 오케스트라는 멈춘 지 오래였다. 계집은 입술을 문다. 숨이 가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가. 그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모든 생각이 다시 검게 물들었다. 곧이어 흰 조명이 제 눈을 내리쪼는 것처럼 앞에서 번쩍거렸다. 어지러웠다. 아, 아, 아, 아아아아아. 계집의 탄식일지, 아니면 다른 이의 탄식일지 모를 목소리가 공기 중에 섞여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첼로의 음정도, 날아가 버린,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완벽한 적막.

그것을 깬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

아, 빛이 사라집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안 돼, 안 돼. 계집은 끝내 비명을 지르고야 만다.

“안 돼, 안 돼, 그러지 마, 왜 또 다 사라지는 건데? 왜 나한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건데?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응? 기회는 기회가 아니잖아, 사라져 버리면 기회가 아니잖아,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말라고. 이게 전부 현실이잖아, 이게 현실이야, 그러니까 제발 사라지지 마, 나를 더 아프게 하지 마, 아프다고, 아파, 아파, 사라지지 마, 나를 잊지 마, 제발 나한테 그러지 말란 말이야, 제발…….”

“아현아, 아현아.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아현아.”

내 이름이 아현이었던가요? 안 돼, 안 됩니다. 이렇게 끝낼 수는 없습니다. 아, 내가 연주하던 곡이 울려퍼집니다. 누가 연주하고 있는 거지? 듣기 싫습니다, 듣기 싫어. 현이 이리저리 엉켜 있는 것만 같습니다. 조율되지 않은 악기로 연주하는 것만 같습니다. 제발 나를 이곳에서 꺼내지 마, 나는, 나는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그랬는데. 나를 자꾸만 꺼내려 들지 말란 말이에요. 나는 이곳에 있어야 해요, 이제 행복을 원한단 말이에요. 나는 이제 행복해지고 싶단 말이에요. 이제 막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행복해지려고 하고 있는데…….

 

“아현아, 제발…….”

아현은 제 앞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첼로와 청중들을 본다. 이것은 꿈이다. 계집은 꿈이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꿈이다. 꿈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팔에 떨어지는 뜨뜻한 액체는 무엇인가. 제 앞에서 절규하는 저들은, 제 부모들은 어떻게 된 일일까. 목소리를 내려고 하자 목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그제야 계집은 제 목이 쉬어 버렸다는 것을 안다. 제가 다른 이의 품에 안겨 있다. 아니야. 계집은 부정한다. 아니야. 다시 한 번 더 부정한다. 아니야. 계집은 인정할 수가 없다.

순백의 드레스는 흰 환자복으로 어느새 갈아입혀져 있었고, 지금까지도 아파오는 팔은 다른 사람에게 붙잡혀 있었다. 기계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자의를 타의가 막아서고 있다. 선생은 없다. 제게 끊임없이 불가능하다고 되뇌던 말도 없다.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뜬다. 이곳이 현실이던가, 저곳이 현실이던가. 계집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이제야 행복해질 수 있었는데. 행복해질 것 같았는데, 왜 다시 나를 지옥으로 끌고 왔나요?

이제야, 행복할 수 있었는데.

 

 

-

조현병 : ‘조현병'이란 용어는 2011년에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이 바뀐 것 이다.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하여 개명된 것이다. 조현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아직까지 의료 현장에서 정신분열증이란 용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나,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이 용어가 점차 정착되리라 기대한다.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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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 2018-11-30
플루토 카니발

플루토 카니발         만일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내 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라. 누군가에게 나쁜 위성이라도 되고 싶다는 게 어떤 건지를. 잘 지내? 너는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그래서 난 자꾸만 이렇게 소포를 보내고 편지를 써. 아주 작고 미세한 나에게 너는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고 무거워서, 네 곁에 있지는 못해도 이렇게라도 자주 보내면 잊히지는 않겠지 하는 언니의 작은 소망이라고 생각해. 라, 오늘은 명왕성을 가지고 왔어. 가벼운 무게로 비틀린 궤도를 돌고 자기 위성에게까지 흔들리는 행성. 기억나? 네가 행성 같다고 내게 말했던 거. 너는 지금까지 해 왔듯 흔들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작고 위태로운 게 어린 널 닮았더라. 그냥 그렇다고. 라, 보고 싶어. 내일도 모레도 네 이름처럼 마음껏 신경 쓰게 해 줘.   *     밀크티 마실래? 우유 있어? 산 속이라도 있을 건 다 있어.   카론, 너 이사 온 지 벌써 한 달이야. 이젠 알 때도 되지 않았어? 라는 주머니에서 굴리던 손을 뻗어 선반에 놓인 컵 두어 개를 쥐었다. 나는 라의 말에 구태여 대꾸하지 않았다. 이제 내 이름 대신 제멋대로 붙여 준 카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 익숙했다. 작고 아담한 오두막집은 아늑했다. 신발에 묻은 눈을 채 털기도 전에 라가 벽난로 앞에 원목 의자 두어 개를 급하게 놓았다. 원래 작업실엔 사람을 잘 안 들여서. 변명처럼 말을 덧붙이던 라는 불 위에 걸어 둔 쇠막대에 주전자를 걸었다.   별로 안 걸리네. 우리 집에서 그렇게 안 멀다고 했잖아.   우유는 도통 끓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라는 자꾸만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려고 했다. 얌전히 있는 불에 눈을 찌푸리기도 했다. 놓아 둬. 나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아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얌전히 무릎 위에 놓인 저 두 손으로 만들어졌을 시계들이 수납장 위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네가 만든 거지? 다 완성된 거야?   턱짓으로 시계들을 가리켰다. 라는 시선을 돌려 내 턱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더니 의자에 몸을 꺼뜨리듯 기댔다.   아직.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해 보이는데. 아니야, 아직.   라는 고개를 저었으나 내 눈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시계 부품들이 짜임새 있게 잘 맞물리는 것 같았다. 나는 시계를 뜯어보듯 찬찬히 살폈다. 과연 전에 일러 주었듯 고가에 팔리고도 남을 만큼 빛이 났다. 옆에서 한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중앙에 빈 공간 있잖아. 거기에 넣기만 하면 끝나. 보석? 비슷한 거.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라는 피하던 시선을 둘 곳이 생긴 것이 기쁘다는 듯 손잡이를 잡았다. 라는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이 라의 얼굴을 잠시 가렸다가 이내 흩어졌다.   그래서, 일은 잘 돼 가? 피해자가 한둘이어야지. 여기 오기 전에 거의 다 모았었어.

  • 윤별
  • 2018-06-30
현상흔

현상흔   빛이 꼭 은신한 뱀 같았다. 며칠 전 촬영의 대가로 얻은 손목의 통증과 불면이 두통을 몰고 왔으나, 무영이 앓는 환시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었다. 출사 날마다 빛은 사정거리 내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 꼴을 했다. 천변에서의 촬영은 지난해 겨울 이후로 처음이었다. 무영이 눈가를 가볍게 찌푸렸다. 갈색 홍채가 투명하게 비칠 만큼 날이 좋았다. 무영은 물에 반사되는 빛이 일렁이며 그림자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길게 응시했다. 강물 위에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오리배를 타고 있었다. 볕을 받은 빨간 줄이 무영의 손목을 한 바퀴 휘감아 마치 실팔찌처럼 보였다. 아픔을 몇 번이나 더 찍을 수 있을지를 무영은 흐릿하게 가늠했다. 한 번. 운이 좋다면 두 번까지. 무리해서 찍으면 손목이 온전치 못하리라는 걸 무영은 알았다. 사실 지금 잘린다 한들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상흔이 깊었다. 무영이 한숨을 쉬자 빛을 가려낸 손바닥 아래로 피사체와 피사체의 보호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앳된 여자아이와 한 쌍의 부부였다. “안녕하세요.” 무영이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목에 걸린 카메라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여자가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끄덕였다. 무영은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리본을 매단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영의 볼 양쪽에 의례적인 웃음으로 만들어진 보조개가 움푹 팼다.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는 자신의 상반신만한 코커스파니엘을 품에 안고 있었다. “최대한 즐거운 감정을 담아 주세요. 천변에서 강아지랑 놀게 둘 거예요.” “강아지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여자가 잠시 여자아이 쪽을 바라보다가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침묵은 매미 소리에 묻혔다. 여자는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따가운 볕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지는 알 수 없었다. 갈색 아이브로우로 진하게 그린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어느 쪽이든 괜찮아요.” 사이를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영은 일처리에 능숙한 십일년차 사진사였다. 무영의 손이 카메라 전체를 훑고 지나가는 동안 여자는 여자아이의 갈색 머리를 다시 매만졌다. 마지막이라고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남자는 자신의 딸아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남자가 딸아이의 손에 빨간 막대사탕을 쥐어주고 나서야 무영에게 눈짓을 보냈다. 선배의 목소리가 언뜻 스치는 것 같았다. 날이 좋은 날에는 노출값을 줄여야지. 감정을 놓치면 안 돼. 무영은 조리개를 조금 더 닫고 테스트 컷을 찍었다. 무영은 시시때때로 뒤바뀌는 초점을 좇았다. 피사체는 강아지를 따라 달렸다. 점박이는 샛초록색의 여름 잔디로 뛰어들었다. 피사체가 강아지를 겨우 따라잡고서 품에 안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혔다. 강아지의 꼬리가 쉴 틈 없이 좌우로 흔들렸다. 무영은 여자아이의 가장 즐거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에 손을 올렸다. 무영의 미간에 얼핏 주름이 잡혔다가 풀어졌다. 여자아이가 이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다가 갑작스럽게 강아지

  • 윤별
  •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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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설

    잘 읽었습니다! ㅡ지난 달 글도 좋아서 제가 칭찬을 많이 했는데^^ 이번 달 글도 좋습니다. 교차 진행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 점, 제목과 메시지와의 상관성, 게다 시의성까지 갖춘 소재, 긴장감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흐름도, 문장력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해요. 소설을 다 쓴 이후에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 "그래서?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라고 말입니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다보면, 메시지를 구축하는 작업에 도움이 되거든요. ㅡ소설은 소설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사실 들님의 이번 소설은 조현병 설명 첨부가 소설을 대변해버리고 말았어요. 게다 작가의 목소리까지 첨부되었으니 한 편의 소설이 다섯줄의 용어 설명에 잠식되어버린 셈이에요. 이 첨부 내용이 소설 속에 보이지 않게 녹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좋은 소설이 되는 한 방법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조현병이라는 첨부설명이 없었어도,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이 있었어요. 어떤 독자는 조현이라는 제목에서 들님이 첨부설명한 것들을 눈치챘을 수도 있고요. 제가 무엇을 지적하고 싶은지 이해하셨겠지요? ^^ 6월엔 어떤 소설을 보여주실지 기대하겠습니다. 잘 읽었어요!

    • 2016-06-17 03:12:47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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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역

    적어도 교내에서 하는 글 관련 대회란 대회는 다 휩쓸겠네요. 자사고면 정시 위주라 교내 대회가 많이 없나요? 뭐, 아무튼요.

    • 2016-05-26 19:48:32
    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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