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폭식의 하루

  • 작성자 최재혁
  • 작성일 2015-09-06
  • 조회수 790

폭식의 하루

 

그는 가끔 새벽에 일어나곤 한다. 극히 드물지만, 그럴 때 그는 생각한다. 지금 아침밥을 먹어야 할까. 그의 통장 잔고에는 1만 4800원이 있다. 내일 월급이 들어오고, 돈이 정 부족하다면 비상금 20만원을 뽑아 써도 된다. 그는 편의점으로 향한다.

 

편의점의 문은 언제나 그렇듯이 활짝 열려 있다. 아르바이트생은 포스기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는 삼각김밥 2개와 작은 오렌지 주스 1개, 편의점 돈육불고기 도시락 1개와 일본식 볶음우동 팩 1개를 산다. ‘7900’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뜨고, 그는 파란색 지폐 8장을 낸다. 100원을 거슬러 받는 사이 편의점 밖 사거리의 신호등이 바뀐다. 자동차 몇 대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정적이 흐르는 사이 그는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는 것을 본다. 비닐봉지에 음식들을 담고 그는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간다. 새벽바람이 귀 뒤를 스친다. 그는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물을 끓이고, 전자레인지의 입구를 연다. 도시락을 전자레인지 안으로 넣고, 머리카락을 오른쪽으로 매만진다. 물이 다 끓고 그는 볶음우동 봉지에 물을 넣는다. 1분 30초가 흐르고, 그는 각자 데워진 볶음우동과 도시락을 식탁에 둔다. 오렌지 주스의 뚜껑을 열고 삼각김밥의 포장을 뜯는다. 그는 웃으며 입에 도시락의 밥을 한 숟갈 넣는다. 흰 쌀밥은 침과 섞여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그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간장과 설탕을 위시한 조미료들이 어우러진, 자극적인 맛이 혀를 가득 채운다. 그는 삼각김밥 하나를 손에 쥐고 베어 문다. 삼각김밥은 두 개 모두 참치마요이다. 기름진 맛이 올라온다. 그는 한 입에 삼각김밥 한 개를 모두 집어넣는다. 빠른 속도로 씹고 나서 그는 볶음우동으로 젓가락을 향하게 한다. 데리야끼 맛이 났다. 굵은 면발이 혀를 감쌀 때, 그는 어금니를 한 번 쓴다. 면발이 끊어져 천천히 입 속으로 스며든다. 오렌지 주스는 자신의 절반을 그에게 내어 준다. 그는 도시락 구석에 있던 계란말이를 젓가락으로 집는다. 잘 구워진 계란말이는 달걀 특유의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흰밥에 볶음김치를 올려 입에 넣는다. 매콤함과, 약간의 단맛이 쌀밥의 무無에 달라붙는다. 그는 만족한 듯 남은 음식들을 위장에 털어 넣듯 먹어치운다. 빈 일회용 용기와 나무젓가락, 비닐 포장은 그냥, 식탁 위에 잠들어 있다. 어제도, 그저께도 그랬으므로 그는 그것을 한 자연처럼 받아들였다.

 

해가 완연히 솟아오르고, 지면이 데워진 뒤 정오 무렵이 되면 그는 다시 음식의 향연에 사로잡힌다. 남은 돈은 6900원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중국집에 전화를 건다. 반쯤 불친절한 목소리가 그의 고막을 겉돈다. 그는 말한다. 자장면 하나에, 단무지 조금만 더 주세요. 전화는 끊어진다. 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잠시 본다. 코미디 프로가 그에게 헛웃음의 신을 보낸다. 조소를 띈 그의 얼굴은 가차 없다. 초인종이 울릴 때까지 그의 조소는 끊이지 않는다. 헛웃음은 그냥 공허하다. 현관을 열면 자장면이 나타난다. 그는 식탁으로 그것을 가지고 간다. 나무젓가락을 뜯고, 비닐을 뜯는다. 자장면을 비비며 주위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본다. 아무 감흥이 없다. 김이 나는 자장면만이 그의 오감을 때릴 뿐이다. 그는 면을 젓가락으로 둘러 입 속에 털어 넣는다. 뭐라고 하나, 그는 그 맛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다. 짜고 단 맛, 기실 다섯 가지 미각으로 표현이 힘들지도 모른다. 짜고 단 맛이 밀가루를 뒤덮고 그 위엔 두꺼운 돼지기름이 그것을 뒤덮는다. 전체적으론 아주 두껍다. 그것을 몇 입 먹고 나자 그릇이 비어 있었다. 단무지는 손도 대지 않았다. 수중에 남은 돈은 1900원이었다.

 

그는 점심까지 먹고 나서, 낮잠을 잔다. 뱃속은 부글거린다. 급체의 연속이 장을 두드린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는 사이 해는 집을 나가고 배는 평온해진다. 그는 일어난다. 저녁거리를 생각하던 그는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냉장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수중에 남은 돈을 생각해 보고, 비상금을 떠올린다. 그 돈은-

 

 

 

 

사실 없었다. 모든 것들은 그의 망상이었다. 그는 망상을 먹어치우려 뇌 안으로 입을 벌렸다. 망상은 쌉쌀한 독초 맛이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간파해 내었다. 그는, 그저 망령의 씨앗이었던 것이었다. 망령의 씨앗은, 지폐의 의미를 모르는 염소와 비슷한 존재이다. 그는 1000원짜리 지폐를 뜯어 먹는다. 바싹 마른 풀잎 맛이 난다. 침이 섞이자 젖은 오물 맛이 난다. 그는 동전을 삼키고, 춤을 춘다. 그것은 귀신의 춤이다. 달은 뜨지 않았다. 어깨를 왼오른으로 비틀 때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난다. 자정을 가리키는 초침이 부서지는 소리가 방 안을 메운다.

최재혁
최재혁

추천 콘텐츠

어떤 극劇

[어떤 극劇]         나는 모른다   A(여자) : 그 사람들이 구덩이에 들어가 파묻힌 이후에, 그들을 추모하기 위한 상징이 생겨났어. 십자가 모양의 펜던트인데, 알다시피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기 때문에 겹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십자가의 아래쪽에 있는 길쭉한 부분을 세 갈래로 나눴어. 신성히 추모한다는 뜻이야. 다른 종교적인 상징물에서 파생시킬 수도 있었지만 이 나라의 국교가 기독교이기 때문에, 그걸로 정했다는 모양이네.   여자는 자신의 목에 걸린 펜던트에 대해 설명했다. 한 참사에 대한 추모였다. 그 여자는 자신과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꾸준히 연회장 대신 추모식에 참여했다. 흰 꽃을 바쳤다.   Z(남자) : 왜? 난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 펜던트, 반지. 장신구는 결국 쓸데없는 거야. 모든 사람들이, 때가 지나면 부끄러워하면서 내다 버릴 걸?   남자는 반박했다. 남자의 목과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결혼했으나 결혼반지를 맞추지 않았고 남자의 부인만 홀로 기념 반지를 맞춰 끼고 다녔다. 남자는 손사래를 쳤다. 애당초 그는 참사에 관심이 없었고, 그것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남자의 잘못은 아니었다. 남자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 그의 부모, 친척들이 질질 끄는 것을 싫어했으므로 남자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추모는 장례식처럼 사흘만, 하자는 것이 남자의 애초 생각이었다.   A(여자) : 전혀 그렇지 않아. 슬픔을 이끌어내자는 것은 꽤 중요해. 내재된 억압, 공포를 상징물로써 치환하는 것은 분노의 표출에 있어서 가장 평화로운 일이야. Z(남자) : 그런 걸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좀 때려야 해. 그리고 그걸 뺏어서 고물상에 팔아버리고. A(여자) : 왜 그렇게 생각하니? Z(남자) : 아, 몰라. A(여자) : 지적을 회피하는 태도는 잘못되었어, 미안하지만. Z(남자) : 응~ 알았어. 난 모르니까.   A(여자)는 모든 것을 모른다고 말하며 가 버린 남자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질을 싫어하는 모양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과학자였다. 철학적 본질과 과학적 본질은 서로 다를까? 여자는 질문을 던지고는 무대에서 퇴장했다. 관객은 술렁였으며 그것에 대해 토론하기 바빠 보였다. 다른 누군가가 무대에서 나타났다.   C(사람) : 이 이야기는 현실에 본질을 두었습니다. 가상으로 치닫았지만 현실에서 본질을 찾아야만 할 거예요. 가상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상징물로 추모한다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것과, 토론을 회피하는 과학자에 대해 할 말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 막을 내려야 하네요. 커튼이 내려왔고, 커튼콜이 열렸다.   그 남자, Z의 일생에 대한 편編   그는 남성으로써, 남성성에 대한 모든 의무를 가지고 태어났다. 씩씩함, 늠름함, 사나움, 정열적인 정신을 가지고 그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어머니는 숭배할 만한 모성애로

  • 최재혁
  • 2015-09-13
날개 없는 천사

나는 당신의 그림자입니다. 천천히 땅 속으로 스며들고, 당신을 등 뒤에서부터 껴안아 줄 거예요. 당신은 모래사장을 거닙니다. 나는 당신에게 내 나랠 떼어다가 줍니다. 나는 당신의 우울, 광기입니다. 믿기지 않는 것을 기꺼이 눈앞에 보여줍니다. 신뢰의 방벽을 당신의 그 깊은 마음속에 쌓습니다. 당신은 먼지가 물컵 속으로 침전하듯이, 심연 속으로 가라앉으려 합니다. 물방울이 켜켜이 눈가의 눈그늘에 달라붙습니다. 나는 당신을 앞에서부터 껴안아 줄 거예요. 당신은 이유 모를 눈물을 흘립니다. 티끌이 눈가에 묻어서는 아닙니다. 그냥, 슬픈 일이 그 여린 심장에 부닥친 것이겠죠, 아마도. 당신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흐릅니다. 나는 나만의 푸른 손수건으로 붉은 피를 스치듯 닦습니다. 나는 당신을 슬프게 껴안아 줄 거예요. 종이와 깃펜 곁에는 양피지로 얼기설기 엮여 있는 시편詩篇이 있습니다. 진짜 시라고 불리는 것은 모두 바람에 날아가고, 그곳에는 검은 잉크 먹물만이 남아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글자를 읽으며 당신은 다시 깃펜을 듭니다. 시를 엮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쉬운. 쉬우면서도 어려운. 복잡하고 단순한. 그런 것입니다. 나는 한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릿결을 쓰다듬습니다. 당신은 홀로 콧노래를 부르며 썩어 가는 나무판자 벽과 함께 생을 같이 합니다. 시편은 당신의 손으로 다시 정렬됩니다. 당신은, 그 업적을 애써 무시합니다. 검은 잉크로 쓰여진 시들은 결국 당신의 횃불로 활활 타오릅니다. 모든 인간들의 욕심과 생명이 담겨 있는 시는 그렇게, 당신에 의해 무너집니다. 당신을 껴안고 싶습니다. 나는 나래를 당신에게 주고, 눈물을 주고, 뛰고 있던 핏줄을 월계수 화환처럼 머리에 둘러 줍니다. 나는 천천히 땅 속으로 스며들고. 그 후 당신을 등 뒤에서부터 껴안아 줄 거예요.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나는 당신에게 믿기지 않는 사랑을 기꺼이 눈앞에 보여줍니다. 당신은 사랑에 대해 씁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씁니다. 당신은 시편을 앞에 두고 깃펜을 잉크에 적십니다. 나는 땅 아래로, 심연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당신 대신에. 당신은 다시 한 줄을 씁니다.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 최재혁
  • 2015-08-11
암전暗轉의 늪

암전暗轉의 늪       구석에는 어둠이 있었다. 끈적하게 목소리에 달라붙던, 설탕물같은 것이었다. 구석과, 모서리와, 점점이 어둠을 껴안던 직각에 어둠이 달라붙었다. 그곳에 어둠은 꽈리를 틀고 방을 좀먹었다. 에프킬라를 뿌리고 페브리즈를 뿌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것은 정의되는 정의가 아니었다. 피를 말리게 하는 뇌의 그것이었다. 정의되지 않고서 고개를 숙이던 전두엽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려 했던 것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고 온 날이면 그 어둠을 끼고 찬 맨바닥에서 잤다. 뜨거운 입김이 이불 속에서 다시 되돌아와 내 얼굴을 적시면 나는 항상 뾰루지가 나곤 했다. 다음 날이면 항상 거울을 향해 내 얼굴에 욕을 했다. 그러니까, 입에 못 담을 말을 거울 안의 타자他者에게 하고 밖을 나서고, 어둠의 뇌를 머리에 이고 일을 하고 결국 암흑의 신전에 경배하는 최후의 솔로몬. 구석의 것은 항상 엉엉거렸다. 나는 술을 진득하게 마신 날이면 날마다 그 어둠을 직접 마셨다. 일말의 곰팡이, 사라지지 않는 그 특이한 곰팡이. 곰팡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직접 그것의 이름을 곰팡이라 칭하고 껴안았다. 곰팡이, 검은 페니실린, 그것들이 내 피부를 물들이고 피부염이 났다.       나는 일이 힘들어질수록 술을 더 마셨다. 술은 맑은 눈망울을 내 잔에 쏟으며 죽어달라고 애원하였다. 그 하나의 결정체를 흡입하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면 모든 것들이, 그저 짜증과 분노의 자식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뒤틀거리는 걸음으로 집 앞에 서서, 문을 따고 찬 맨바닥을 골라 눕는다. 구석의 곰팡이는 방을 잠식하고 있었다. 곰팡이의 비릿한 냄새가 온 방을 비틀었다. 끝없이 펼쳐진 은하수가 내 집에 있다. 은하수가, 태양과 케니스 메이저리스가 내 집에서 불을 뿜으며 곰팡이를 퍼뜨린다. 나는 곰팡이를 안고 깨물고, 그의 검은 즙이 내 육신을 녹여 제 피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검은 벽지에서 나는 잠을 자고 또 일을 나간다. 일은 고달프고, 나태함은 달콤하니 인간의 죄는 고통인 것이다. 나는 내 친구의 척추를 죽였다. 나는 내 친구를 죽였다. 나는 지하철에 서서 오롯이 그렇게 뱉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지하철은 덜컹거리며 갔다. 지하철엔 곰팡이가 없었다. 나의 옷은 순백에서 성스러운 암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가루가 온 곳에 붙었다.       검은 페니실린이 내 방을 검게 물들이고 나를 포옹하려 할 때 나는 잠들어 있었다. 나는 철학을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로써 어떤 논리적 언어도 말할 수 없었다. 깨물면 검은 즙이 나왔다. 오디같이 생긴 것들이 내 방에서 포자를 뿌렸다. 그것들은 나에게 죽음의 뇌를 주었다. 뇌가 검은색이 되고 그에게 경배하기를 강요했다. 경배하라, 그에게. 나는 그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에 말만 뱉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사실들. 얼룩말의 몸길이는 몸길이 1.1∼1.5m입니다. 하마의 이빨 크기는 60cm입니다. 나는 나를 죽이려 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 최재혁
  • 2015-03-2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