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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5-01-28
  • 조회수 281

너와 나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애초에 만나면 안 될 사이였다. 이토록 그리워할 것이었다면, 이토록 힘들어할 것이었다면, 그저 스쳐가는 바람마냥, 그렇게 지나갔어야 했다. 그것이 너에게도, 또 나에게도 좋았을 것이다.

 

 

너를 한없이 그리워만 했다. 며칠, 아니 몇 달일지도 모르겠지만, 네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괴로워했다. 글을 마구잡이로 써 댔다. 집중하고자 했지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작업실 구석구석, 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기에. 눈을 어디로 돌리든, 너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었기에.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오든 너는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나왔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 너는 항상 같은 것을 했다. 그랬기에 네가 없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작업실에 그렇게 수많은 물건들 중 네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없는 이유도 아마도 그것 때문일 것이었다.

 

 

너는 내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리고 나는 네게 어떤 존재였을까. 마지막 이별을 고했던 날이 너무도 생생하다. 너는 한 마디로 그 길었던 우리 관계를 정리해 버리더라. 이제는 질렸다고. 챙겨야만 하는 그 하나하나가 귀찮아졌다고. 그 뒤로는 어떤 말을 했더라…. 이제는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네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던 그 시절에, 널 잊으려 그리도 발버둥을 쳐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뭐,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나마 살고 있을지도. 그렇지 않았으면 너의 향기에, 너의 모습에, 그리고 부질없는 그 추억들에 잠식되어 영영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며칠 전이었을 것이다. 내가 시장을 보러 나갔을 때, 너와 닮은 사람을 마주쳤다. 아니, 분명히 너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한여름인데도 목도리를 둘러싸고 있어서 이상한 사람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네 손목에 여전히 둘러져 있는 팔찌가 너임을 증명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실로 만든 팔찌였다. 그 특유의 매듭을 너는 참 좋아했었지. 네게 말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묘한 이질감에 입이 쉬이 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면 네가 먼저 내게 말을 걸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는 날 알아보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 아니면 내 얼굴을 보지 못한 것일지도…. 뒤에서 휠체어를 미는 사람의 발이 빨랐다. 스쳐가는 여름날의 바람처럼, 너와 나는 그렇게 스치듯 지나갔다.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요란한 소리가 날 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우체통으로 검은 봉투가 날아들었을 뿐이었다. 분명 그것의 잔상은 보이는데, 근처에 사람은 아무도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기묘했다. 봉투를 집어들었다. 우체국 도장이 찍히질 않았다. 우표도 없는 걸 보면 직접 넣은 편지였을 것이다. 적어도 우체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검은색이 꽉꽉 들어차 빛조차 반사되질 않는 겉봉을 뜯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손이 떨려 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속지는 검정과 선명히 대조되는 하얀색이었다. 빳빳한 종이를 조심스레 빼내었다. 맨 밑의 잉크가 아래로 번졌다. 그것이 비단 마르지 않아서만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나는 그대로 달렸다. 길가에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속도를 더욱 냈다. 흰 건물이 보였다. 장례식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스치듯 들어왔다. 문을 밀어젖히고는 발을 빠르게 놀렸다. 삼 층이라고 했지. 분명 삼 층이었어. 로비에 들이닥쳐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내게 시선이 꽂히는 것을 느낄 순 있었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것을 토해내고 싶어도 가슴이 꽉 막혀 토해 낼 수 없었다. 숨을 거의 쉬지 못해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눈물이 줄줄 흐를 지경이 되어서야 다리를 멈추었다. 삼 층이라는 안내판이 보이질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었다. 3이라는 글자보다 너의 이름이 먼저 보였다. 잘못 보면 내 이름이 되는 너의 이름. 그것을 보고서야 후들거리는 다리에 손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었다.

 

 

흰 국화로 둘러싸인 영정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일전의 너의 모습이 보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너의 얼굴. 너무도 많이 봐서, 질릴 법 하건만 신기하게 질리지는 않는. 그런 너의 얼굴. 그러나 이상했다. 기묘했다. 사진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네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너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나였다. 너의 눈이 나의 눈과 겹쳤고, 너의 코가 나의 코와 겹쳤고, 너의 얼굴이 나의 얼굴과 겹쳤다. 눈이 거세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한순간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뿌예진 시야를 걷어내고는 다시 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러했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다. 그렇게 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혔다. 그리고 다시는 빠져 나오질 못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얼굴이 보이고, 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와 같은 팔찌는 항상 내 손목에 채워져 있다. 이 어둠 속에서 간간히 너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너와의 이별, 그 마지막 목소리가 멍한 허공을 울려온다.

 

 

“외(外)와 내(內)는 영원히 함께여야 함에 따라, 끝났다 하여 끝난 것은 아니니….”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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