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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난다난다훨훨
  • 작성일 2014-09-18
  • 조회수 507

하루에 딱 한 번 꼬마에게 허락된 초록매실 한 잔은 무지막지하게 중요하고 달콤한 시간이다. 약간 텁텁하지만서도 달짝지근하게 입안을 감도는 그것은 행복 그 자체라고 꼬마는 말한다. 매일매일.

꼬마는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냉장고 앞으로 달려가 음료수를 꺼낸다. 그리고 TV에 정신을 쏟고 있는 엄마의 눈치를 보다가 살금 한잔 가득 채운 컵을 조금, 사실은 조금 많이 마셔버린 뒤 비운 만큼 다시 몰래 따른다.

달구나. 달아. 좋아. 맛있다!

더없이 행복해진 꼬마는 병은 냉장고에 도로 넣고 컵을 든 체  TV를 보러 간다.

할 일 없이 느긋하기만 한 여느 날이었다. 거실에 난 창으로 깊게 드리운 햇살에 눈이 시리지만 포근한 게 기분 좋으니 봐주기로 한다. 홀짝홀짝, 꼬마는 그렇게 기분좋은 한때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꼬마의 눈에 들어오는 베란다의 화분 하나. 그것은 학교에서 숙제로 받아온 토마토 모종이었다. 생각해보니 오늘치 물을 안 줬는데 싶던 중, 이번에는 손에 들고 있는 매실이 보인다.

"......."

토마토도 밍밍한 물보다는 이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쉽사리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은 생각에 이르러 초록 매실로 키운 방울토마토 라면 혹시 매실 맛 토마토로 자라지 않을까? 진짜 그럴지도!

엄마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반 정도 남은 음료수를 화분에 졸졸졸 붓는다. 그리고 그 앞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꼬마는 생각한다. 무럭무럭 자라라.

 

그리고 하루치 양의 절반을 양보하는 게 꼬마의 일과가 된다. 매일 그만큼이나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실 맛 방울토마토를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는 꼬마였다. 그런 자신이 뿌듯했지만 엄마한테 자랑할 수는 없었다. 무슨 짓이냐고 혼날 것 같았다.
그러나 왜일까. 꽃은 점점 힘을 잃어만 간다. 음료수와 물을 한 번에 줘서 그러는 걸까. 결국은 한 잔을 채로 포기하는 꼬마였지만 꽃은 오히려 더 빠르게 시들어 갈 뿐이었다. 그 앞에 선 꼬마는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발만 동동 구를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꼬마가 보기에도 이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토마토는 그렇게 죽어버리고 만다.

 

꼬마는 당황한다. 노래진 것만으로 모자라 손에 닿기만해도 힘없이 떨어져버리는 잎들에, 이제는 눈물이 맴돈다. 그리고는 끝내, 아아, 엉엉 울어버리는 꼬마였다. 엄마는 그런 아이에게 다가와 왜 우느냐고 묻는다.

"토마토가 죽었어. 내가 매실 줘서 토마토가 죽었어."

꼬마는 슬프게도 엄마에게 혼난다. 하지만 더 크게 우는 아이를 보자 조금은 마음이 아파지는 엄마였다.

"토마토는 매실을 좋아하지 않아. 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치만, 토마토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훌쩍. 꼬마는 자신 때문에 죽은 토마토에게 미안해졌다. 절대로 그동안 준게 아까워서 운 게 아니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뒤 지쳐 잠든 꼬마는 어떤 꿈을 꾼다. 무럭무럭 토마토가 자라는 행복한 꿈이었다.

"맛있겠다!"

그렇게 먹으려고 다가가는데, 토마토가 버럭, "매실 주지 마!" 하고 소리지른다. 어안이 벙벙. "너 때문에 아팠어!"

방울방울 자란 토마토들이 입을 모아 꼬마에게 소리친다. 그렁그렁 꼬마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맺힌다.

"미안해. 미안해. 난 너희들이 좋아할 줄 알았어."

그리고는 목놓아 우는 꼬마를 보자, 자신들이 너무했다 싶었는지 짓고 있던 인상을 풀고서 꼬마에게 다가간다.

"있지. 우리는 이제 떠나지만 다른 토마토들에게는 잘 해줄거지?"

"돌아오진 못 하는 거야?"

"응. 하지만 다음 꽃은 꼭 멋지게 키워줘."

"응. 약속할게."

그러고 떠난다. 하늘로. 안녕, 꼬마는 인사한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꼬마는 일어난다. 불러서 가보니, 그곳에는 엄마가 사온 토마토 모종이 있다.

"이번에는 잘 키울 수 있지?"

꼬마는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난다난다훨훨
난다난다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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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러 갔다가 짜증만 늘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말이지 걔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잔소리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내가 말 안 해서 그렇지 지는 맨날 문자 늦게 보내고 짧게 보내고. 옷도 만날 때마다 후줄근하게 입고. 밥도 그렇게 먹지 말라고 해도 이상한 거만 먹으며 돌아다니면서. 또또또... 구시렁구시렁구시렁.... 기껏 내가 먼저 사과했더니 돌아오는 건 핀잔뿐이었다. 거기서 화를 낸 내 잘못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싫었다. 먼저 사과해도 받아줄까 보냐. 짜증짜증짜증... 그렇게 씩씩거리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다가 문득 입구 한편에 쳐져 있는 낯선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큰 글씨로 '금 삽니다.'라고 쓰여진 천막 안에서는 은은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슬쩍 손을 가져가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걔가 줬던 목걸이...... 확 팔아버릴까. 라고 홧김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짜요?" "남자친구가 사줬댔지? 혹시 금 보증서 보여준 거 있어?" "아, 아니요. 그런 거 필요 없다던데." "아이고, 보증서 없는 금이 어딨어. 딱 봐도 가짜 선물하고 핑계 대는 거잖아. 후하게 쳐줄 테니까 그냥 놓고 가." 눈앞이 아찔했다. 나는 비틀거리다가 이마에 손을 얹는다. "아, 아, 네. 아, 아니, 일단은 주세요." "어? 가져갈 거야? 섭섭지 않게 줄게." "내일 다시 올게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엎어진다. 나는 그대로 한동안 꿈쩍할 수 없었다. 당황스럽고, 슬프고, 얼굴은 화끈거려왔다. 내가 언제 이런 거 사달랬나. 지가 가져와서는 2달 알바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 산 거라고 자랑하며 선물해줬잖아. 한 달에 5만원 벌었니? 정말이지 너무한다 싶었다. 이걸 가지고 좋아라하며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다니던 내가 바보 같아졌다. 그리고 걔는 진심으로 미워졌다. 다신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도대체 이런 건 왜 준건데. 주면 누가 좋아할 줄 알았어? 결국은 참지 못 하고 펑펑 눈물이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나중에는 꾸역꾸역 눈물을 닦아 내면서 내일 당장 따지러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목걸이를 손에 든다. 그냥 던져버릴까 하다가 한숨을 쉬고 책상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는다. 나는 의자를 꺼내 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이게 뭐라고 그렇게 좋아했을까. 속은 흔하디 흔한 쇳덩어린데. 가짜든 진짜든, 우리는 이런 걸로도 행복해질 수 있구나 싶었다. 정말 단순하게도. 사실 좋고 싫음은 내 마음속에 있는 거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목걸이가 이제는 증오의 대상이 된 것도, 예전에는 그래도 마냥 좋던 그이의 걱정이 이제는 짜증 나는 잔소리가 된 것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고 보면 나는 왜 화를 냈었던 걸까. 사실 그건 이 목걸이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내게 소중한, 나를 위해준 말이었을 텐데. 이 목걸이를 준 건 아무래도 용서할 수 없지만, 준 이유도 모르겠고 괘씸했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내 생각만 했으니 다시 먼저 사과하기로 한다.

  • 난다난다훨훨
  • 20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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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다난다훨훨
  • 20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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