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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난다난다훨훨
  • 작성일 2014-01-30
  • 조회수 601

 

선생님께서 나를 찾는다고 한다. 어째서? 이유는 본인도 모르겠단다. 나름 머리를 굴려보지만 답은 나올 리 만무하다. "4층 교무실에 계셔. 한 번 가봐." 나는 "응", 그렇게 대답하고서 교실을 나왔다. 무슨 일이 있으니까 부르시겠지, 생각했다. 일단 가보기로 한다.

이지은 선생님은, 나를 부른 그 선생님은 사실, 두근두근.

어째서 두근거리는 걸까, 바보같이. 그래도 선생님이 나를 불러준 건 조금 기쁠지도.

선생님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찾아 왔을때 처럼 흔적 모르게 사라질 사랑이라고들 말 하지만, 사실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밤마다 찾아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얄미운 사람이다. 오글거려.

그런데.

 

"정한아, 널 좋아해."

대뜸 그런 말을 들었다. 장난인 걸까. 아니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무슨 일 때문에 불렀는지 묻자, 주저주저, 그 한참 끝에 터놓은 선생님의 한 마디는 그거였다. 나는 심히 당황스러웠다.

어버버버, 말은 속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제대로 된 문장이 되어 나오지 못 한다.

"아, 저, 그게, 음, 그러니까......"

차마 마주 보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눈을 피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선생님은 용기를 내어(?) 손을 마주 잡는다.

"선생님이랑 사귀어 줘!"

화끈.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하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저는 학생인걸요. 이런 건......"

"주위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마. 너가 좋아, 정한아."

그때쯤 되면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선생님. 사실 저도 선생님을."

두근. 두근.

 

알람은 기가 막히게 울린다. 눈을 뜬 채로 멍하니, 그렇게 한참을 있었더랬다. 손을 뻗어 아직도 울리는 알람을 끄고,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기까지는 잠시, 그리고 방금 전 꿈에 얼굴을 붉히기까지는 더 잠시의 시간이 걸렸다.

그랬었나. 역시 꿈이었나. 꿈도 무슨 이런 개꿈이 있나.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간다. 자꾸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지만 모른척 하기로 한다. 꿈 때문인가. 으아 창피해.

그래도, 조금은 좋았을지도. 어디가?

창피해 죽겠다.

 

현실은 보다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학교는 문을 꽁꽁 잠그고 있다. 어째서? 오늘이 무슨 날이던가.  그러고 보니 주변에 등교하는 우리 학교 학생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뭔가. 이것도 꿈인가.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빵빵, 뒤에서 클랙슨이 울렸다. 다른 사람은 없으니 분명 나를 향한 신호다. 누구지? 창문이 내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보인 건 이지은 선생님이었다.

"정한이지? 개교기념일에 학교는 왜?"

여러 가지 이유로 얼굴이 붉어졌다. 선생님은 웃고 있었다.

"바보니. 이런 날 학교를 오게."

"그러는 선생님은요?"

"선생님은 중요한 걸 놓고 가서. 에휴 귀찮아." 그러고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릴래? 선생님이 태워다 줄게."

 

사랑은,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 사소한 계기로 우리를 찾아오곤 한다.

친구에게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때 마침 옆을 지나가시던 선생님이 그것을 보시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더랬다. 사실 그 당시에는 아무 느낌도 없었으나,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마음은 더하고 더해져 넘쳐 흐르게 된다. 그냥 좋았다. 그냥 좋아졌다. 바보 같은 이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무슨 생각해?" 도리도리. "아니에요."

먼저 말을 걸어도 되나 조심스럽다. 하지만 딱히 할 말도 없으니, 선생님도 마찬가지 인 듯하니 차 안은 썰렁함만 감돈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끄러운 아이라도 조용해 질게 분명해, 애써 위안.

"정한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다. 적잖이 당황한다.

"네......"

"우와? 아니, 당연한 건가? 우리 학교 애야? 선생님한테만 말해줄래? 도와줄게."

당연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하..."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비밀이야? 에이. 사실 선생님도 정한이만할 때 무지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어."

조금은 의외지 싶은 이야기였다. "정말 좋아해서 밤새 그리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결국은 마음만 졸이다가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 했어.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지."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은 조금은 섭섭한 듯 보였다.

"말하지 못 한 게 후회되세요?"

"그랬던 것 같아. 사실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끝나버린 건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정한이가 만약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면 후회되지 않게 용기 내어 고백해보는 건 어때?"

웃으며, 선생님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나는, 결국 나는. "선생님, 사실은 저,"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하면서 손에 낀 반지를 바라보시는 선생님은. "이걸 놓고 가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나도 참 바보같이."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선생님은 내 말을 못 들으신 듯하다. 그래, 그거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축하드려요."

나는 웃었다. 아마 웃었을 것이다.

 

그날 밤 또 꿈을 꿨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고백을 했고, 선생님은 그 고백을 받아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을 한다. 바보 같게도, 나는 그랬다.

괜찮을 리가 없잖아. 일어나 운다. 소리 내어 엉엉, 어린애처럼 운건 아니였지만, 그냥 마악 눈물이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아주 깊은 밤이었다.

 

좋아해요, 선생님.

난다난다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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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다난다훨훨
  • 201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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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다난다훨훨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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