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별똥을 보는 법

  • 작성자 권택석
  • 작성일 2013-12-07
  • 조회수 196

1.

 

이 세상에 더 이상 비밀 같은 건 없었다. 누군가가 꼭꼭 감춰둔 은밀한 비밀을 캐냈을 때의 그 원색적 쾌감,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너무 즐겨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종전의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를테면 수 세기 전 사람들은 노을이나 달빛이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왔다는 데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저 은근한 색감의 베일 뒤에 숨겨진 우주의 위대한 목적 따위가 있을 거라고, 또는 아직 탐험 되지 않은 지도의 여백에 엘도라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곤 했다. 그러나 동경은 동경에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증거로 오늘날 도시의 밤하늘은 더 까발려질 것이 없다는 듯, 우주의 속살을 꺼멓게 드러내놓고 있었다. 미지의 것이 없었다. 이해 못 할 현상은 드물었고 탐험 되어야 할 지역은 지도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 미지가 감춰둔 비밀을 기어코 뺏어내어 만천하에 까발린 결과가 이 황량한 밤하늘이었다.

 

그러나 오늘 밤은 조금 다르다. 안에게 별똥별은 호기심을 동반하는 존재였다. 그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별똥이란 최후의 비밀 같은 것이랄까, 기록적인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 기사는 잠을 설치는데 좋은 명분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구과학 수행 평가만이 그로써 츄리닝 차림으로 저 야심한 시각의 황량함을 바라보게끔 하고 있는 유일한 동기는 아니었다.

 

아빠의 어린 날에는 은하수가 넘쳐흐르다 못해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제 그 대부분은 죽어 없어지고 몇몇 늙은 별만이 남아 간신히 그 빛을 이어가고 있었다. 저 별들은 별이면서도 별이지 못했다. 그러니까 '스타'라는 어감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는 다르게 저것들은 동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동정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선지 눈과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사라져 버리는 별들의 별난 성격이 안에게는 필연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에 반해 별똥은 여전히 화제의 대상이다. 스타처럼 지나가 버리기 전에 재빨리 사인을 받아야만 하는, 고고하고 비밀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더욱이 안은 별똥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 시간에 백 개 이상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옛 뱃사람의 벅차오름을 일부나마 재연해 주고 있었다.

 

세시다. 세시부터 다섯 시까지가 이 쇼의 절정이라고 들었다. 안은 '폭풍전야'라는 말이 참 좋았다. 거기에는 응축된 긴장감이 주는 쾌감, 가령 영화의 폭발 장면 직전 음소거와 같은 짜릿한 집중력을 도모하는 힘이 있었다. 밤하늘이 안에게는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아직 한 개도 보지 못했지만 그는 별똥을 보기 위해 이제 막 자리를 잡았을 뿐이다. 곧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그는 의심치 않았다. 따라서 하늘을 향한 그의 집중력도 학교 고사를 볼 때의 그것이어서 목이 저려온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몇 분째 별똥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는 뻐근한 목이 문제가 되어 이런저런 자세를 시도해보다가 아예 팔베개를 하고 길에 누워버렸다. 3시 정각이 딱 되는 순간 별똥들이 쏟아져 내릴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마는(사실 내심 이런 장면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별똥별을 하나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지나친 기대와 긴장 어딘가로부터 삐죽 솟아나와 조금씩 오묘한 색의 감정을 버무려내고 있었다. 뭐, 그러한 감정도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아니 어쩌면 절대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굴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반전의 스릴을 그는 기대하는지도). 아무튼 그는 별들을 하나하나 비껴보며 이 중의 하나가 갑자기 움직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 채 하늘의 세밀한 부분 부분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감정을 뒤로하고 집중하던 그때였다. 별 하나가 움직이는 것도 같았다. 별똥별이다. ……아니다. 별똥별은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지 않는다. 저게 별똥이라면 별똥 중에서도 아주 게으른 놈이었다. 저 혼자서 소원을 수백 개도 더 들어 줄 수 있을만한 속도로 그것은 구름을 향해 기고 있었다. 안은 현기증을 느꼈다. 하늘의 절반쯤은 구름이 차지하고 있어서 안은 그게 불만이었다. 구름 위로 별똥별이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은 머리가 띵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자꾸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저 별똥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 시야가 두어 번 흐려졌다 회복되었다. 그의 시선은 별똥에서 벗어나려 했다. 동시에, 하늘의 천장 전체로 확대되어야만 했다. 현기증이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했다. 하늘이 모두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천천히 유영하고 있었다. 여태껏 보고 있던 별들이 모두 별똥별이었던 것이다. 한 시간에 백 개는 쏟아진다더니 과연 허풍이 아니었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스무 개는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안은 흥분하기 이전에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자기가 보고 있는 풍경은 알고 있던 상식, 기대하던 장면과는 다소 달랐기 때문이다. 과연 다시 천천히 살펴보니까 별은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아니 또다시 보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몇 초 곰곰이 생각해보고 안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별이 아니라 구름이 움직이고 있던 것이다. 차에 타고 있을 때 풍경이 뒤로 움직이듯이 구름과 별의 거리가 변하니까 별이 움직이는 줄로만 안 모양이었다.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두 눈에 다시 바짝 긴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네 시 삼십 분, 그는 집에 들어갔다. 교외로 나가지 않으면 유성우를 보기 힘들다는 기사를 읽은 것은 그날 오후였다.

 

그리고 정체 모를 별의 프레임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서 그를 집요하게 놓아주지 않은 것도 그날부터였다.

2.

 

최후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그것은 어쩌면 파도의 수면제에 대한 제조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침내 그 비밀을 밝혀낸 천재 과학자가 잠든 파도를 한번 마셔본 후 떠올린 생각은 이랬을 것이다. '이거 맛이 죽이는데! 팔면 돈 좀 되겠어.' 이렇게 마지막 남은 자연의 신비가 전 세계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콜라나 사이다를 마구 흔들면 폭발하듯 솟구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파도를 깨워버렸다는 말이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파도의 통제마저 가능하게 되니, 마침내 세상은 김빠진 콜라처럼 되어버렸고 그나마 드물게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는 별똥별에 사람들은 그렇게 매달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와서 새삼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러한 믿음에 화살이 겨누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화살의 촉이 그것을 직접 향하고 있다기 보다는 안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위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별이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 안의 방에 막 들어온 나방이 된 것과 비슷했다. 그가 보는 그의 방과 나방이 보는 그의 방은 다르다. 그는 아주 사소한 물건의 위치 하나하나 이 방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반면 나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들 천지로 별나라와 맞먹는 신비를 지닌 공간임이 분명했다. 저렇게 흥분을 해서는 의자, 책장, 옷걸이, 형광등, 침대 등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가 사는 세상이 갑자기 신비로워 보인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는 남들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모습들이 안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이게 시작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타인의 방에 들어온 낯선 나방이 된 것처럼. 며칠 전만 해도 '남들'이란 안을 포함하는 개념이었음에도 말이다.

 

바로 그 며칠 전 아침 안은 통학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도블록을 쳐다보며 시험 날짜를 헤아리고 있던 순간, 늙은 별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자동차 엔진 소리였다. 봉고차 한 대가 오르막을 막 오르고 있는 참이었는데, 차의 주름은 시간이 아니라 사건이 만든다는 것을 감안해도 굴러간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늙어 보이는 중고였다. 안의 착각이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그 봉고차는 그날의 별들과 닮은 데가 있었다. 별이 해야 할 일은 빛나는 것이고 차가 해야 할 일은 달리는 것이지만 그 당연한 일들을 간신히 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방금 전의 일을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로 어떤 일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또다른 일로 착각하는 것이 흔항 상황은 아니니까. 따라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또한 안은 곧이어 차 주인 역시 차와 마찬가지로 무척 오래되었음을 발견했다. 주인은 차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상의 낱낱이 모두 드러나자 그 모습이 조금 슬프다고 생각되었다. 반면 괴짜를 바라보는 조소의 표정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읽혔으므로 이 또한 그의 상태를 반증해주는 셈이었다.

 

그리고는 자꾸만 이런 일이 이어졌다. '별의별 것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별일도 아닌 별의별 것들이 전부 별생각을 다 하게 만드니 말이다.' 며칠 새 안은 이런 지경까지 와 있었다.

 

아버지가 자꾸 웃어제끼던 날도 빠질 수 없다. 재미없어서 한 잔 걸쳤다는 게 아버지는 너무 우스웠나 보다. 어느 날 돌아와서는 자꾸 웃었다. 나훈아를 틀어놓고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가 빽 소리를 질러도 쿡쿡쿡, 한 번 터진 웃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세상이 다 웃겼다. 술에 취해 울 때도 있었고 욕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날은 웃는 날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별을 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가 왁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별 같은 것들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언젠가 담배 연기는 하늘에서 별의 먹이가 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비흡연자인 아버지의 담배 피우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수행평가 작성까지 방해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별똥별을 보지 못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유성우를 관찰하려고 시도라도 해 본 사람은 그의 반에서 열 명도 되지 않았으므로 안은 대단히 성의 있는 보고서 작성을 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은 삼십 분 동안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는 아니다. '어떻게' 써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감정에 대처할 줄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던 것인데, 진심으로 무언가를 쓰고 싶어하는 충동이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사실 이건 써야만 하는 글에 대한 의무감과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욕구의 싸움이었다. 그날의 밤하늘이 자꾸만 모니터에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방이 다시 안의 눈에 띄었다. 지금 나방은 출구를 찾기 위해 저리 분주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것이 확실히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탈출구를 찾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 저렇게 활기찰 수는 없는 일이다. 나방이 가까이에 앉자 안은 휴지를 찢어 나방을 잡았다. 휴지가 오늘따라 매우 야위어 있던 것인지, 그는 나방의 발버둥 치는 다리와 압사당하는 순간의 단말마를 손끝으로 모두 느껴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꺼림칙함과 함께 동정심이 솟구쳐서 나방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늦은 밤까지 환하게 켜놓은 불빛이 이 나방의 관심을 끌어버린 건가. 그때부터 나방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겠지. 나방들은 왜 불빛에 달려드는 것일까. 이들은 태양을 좋아해서 빛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태양으로 알고 쫓는 것일까? 아니다. 나방은 낮을 싫어한다. 그렇다면……별일까? 나방이 별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방은 죽어서 별이 되나. 별의 환생이 나방일까. 아니, 차라리 나방은 별똥별과 닮았다. 나방은 뭐랄까, 최후의 탐험가와 같다. 동경과 비밀이 모두 사라진 이 시대에 미지의 꿈을 향해 기꺼이 죽음을 무릅쓴 모험에 뛰어들 수 있는 작자들은 이제 그들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나방들에게는 모든 세상이 별똥별처럼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별똥별과 닮아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그렇게 세상을 보기 때문에 별똥별과 닮은 것이 아닐까. 그래, 그러고 보면 소원이란 매일 빌어도 부족한 것이었다. 나는 그날 정말 별똥들을 보고 왔는지도 모른다. 별똥을 보는 법, 이걸 가르치기 위해 그날부터 별들은 이렇게 요란인지도 몰랐다. 어디서나 별들을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모두 미지의 별똥과 같아서, '스타'라서,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이 비밀스럽다면, 믿고 있던 너무 많은 것이 깨져야 한다.

 

그러나 그날 별들은 속임수를 썼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나방이 되보라며 황당한 강요를 하는 것이다. 그는 반발심이 강하게 들었다. 따라서 승복은 새벽 세시가 넘어서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안은 끝까지 버틸 작정이었지만 수행평가가 당일인 것이 문제였다. 무엇이라도 휘갈겨 써야 했으므로 안은 떠오르는 대로 별똥의 이야기를 적고 쪽잠을 청했다.

 

수행평가를 제출하고 나서 삼 일 후, 지구과학 선생은 그를 따로 불러내어 다짜고짜 이런 얘기를 꺼냈다.

"왔구나, 저번에 제출한 수행평가 말인데, 제대로 알고 쓴 거 맞니? 인터넷에 있는 거 베낀 건 아니지?"

안은 어떻게 이런 의심을 사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아는 대로 적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몇 개의 질문이 날아왔고 안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구과학 선생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얘기를 시작했다. 그날 유성우를 관찰할 수 없었다는 몇몇 학생들의 항의가 있었는데 그래서 수행평가 진행이 애매하게 되었다. 다른 활동으로 수행평가를 대체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열심히 작성해서 가져온 학생들이 억울하므로 고민하는 중이다. 웬만하면 일단 제출한 사람들은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 기준 역시 조금 임의적일 필요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보고서로서는 너의 수행평가는 매우 형편없다. 그러나 재밌다.

"'별들은 모두 별똥별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라……지구 과학에 관심이 많니?"

"아니요."

"상대성 이론은 들어 봤지?"

"네."

"그게 무슨 내용인지는 아니?"

"아니요."

전후의 상황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으므로 안은 당황스러웠다.

"베낀 게 아니라면 어디선가 주워들었나 보구나. 어쩐지 말이 되면서도 안 된다 싶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그리고는 자기가 여기서 1:1로 지구과학 수업을 해 줄 테니 이걸 모두 듣고 이해하면 A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안은 이 제안을 승낙했다. 그리고는 속사포의 지구과학 과외가 시작되었다. 문장의 끝마다 이해 가니? 알겠니? 라는 후렴구가 뒤따랐으므로 그때마다 안은 네, 네 하고 대답해야 했다. 물론 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길어봐야 20분 정도 참으면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겠거니 하고 힘겹게 지구과학 선생과 눈을 마주치던 도중, 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

선생은 이것을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증거로 즐겁게 받아들였다.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의심이 가던 참이었는데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는 되짚고 넘어가기도 하는 모양새가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절대 정지가 존재할 수 없으니까 절대 공간 역시 부정됐다는 말이야. 방금 말했듯이 모든 움직임은 상대적이거든……."

"아니, 그러니까 정확히 뭐라고 하셨죠?"

"음?"

"별이 어쨌다고 하셨죠?"

"음…… 그래, 모든 움직임은 상대적이므로……"

안은 귀를 곧추세웠다.

"이 세상에 움직이지 않는 별은 없다."

------------------------------------------------

권택석
권택석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