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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닌 본의

  • 작성자 하네로드
  • 작성일 2013-03-18
  • 조회수 501

 

 

 

 

'할 말이 없다……'

라고 내 마음 속 깊은 말들을 묻혀두기는 다소 아쉽다. 뭐가 나를 괴롭히는 지, 즐겁게 하는지 어쩌면 그 중간 속에서 방황하며 바라보는 또다른 나는 도대체 날 어떻게 할 셈인가. 복잡한 미로 속에 갇히게 한 채 의미있는 행동들을 던져 암호문같은 의문들을 던져놓는 힘들 손짓들을 할려는 것인가. 그것이 본의든 아니든 나는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어…이게 뭐야'

어느새 나는 학교 백일장과 더불어 사생대회까지 두 개의 상을 받고 있었다. 나는 떨떠름했다.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막상 이렇게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면이 더 컸기 때문이다. 본의 아닌 본의로 상을 받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상을 주시자 나는 인사를 했다.

 

암호문 같은 나를 해석하려면 나를 향한 불행한 의문들을 거침없이 내게 쏘아대어야 한다. 그 말들이, 아니 지금 말하고 있는 말들 조차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지만, 의미가 있어져 버리는 걸. 지속적으로 리듬을 타서 내가 도달한 끝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 난 간직하고자 하는 일들이 많은 걸.-이건 어쩌면 너무나 어러운 얘기가 되고. 영원한 공감받지 않는, 그저 '독백'으로만 남게 되고.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나는 단단히 미쳐버린다.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선, 정신 차리면 어느새 이상한 단어들의 나열, 특이한 문장들의 나열, 괴상한 색깔들의 나열이 있고, 그걸 간단히 간추려내면, 이상하고 괴상하지만 신비한,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더러운 악취같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있는 향기가 풍겨온다. 그런 역설적인 두 의도를, 두 본의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본이 아니게 본의로 글과 그림을 창작해왔다. 쓴 달콤함, 달콤한 씀으로. 하지만, 바로 '글'에서 당분간 세상은 그런 날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지 더러움만으로 날 비추었다. 그 또다른 나는 그 더러운 나 자신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그 감정을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

그래, 비천한 내 글이 비로소 처음으로 세상에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내가 그린 그림이 입상한 후. 직관적으로 보면, 억지로 인정해줬던 거 같기도 하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었다. 드디어 내 다른 본의가 인정되기 시작한 것.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군. 역시나야"

여자친구 예주가 한 마디 한다.

"왜? 뭐가?"

"이번에도 대단하단 말이지"

상을 두 개나 탄 걸 말한 거였다.

"에이. 그건 좀…맞는 말이지"

"뭐?"

"그나저나, 데이트하기로 해놓고서, 또 글만 쓰고 있다니. 너무한 것도 좀 작작해"

예주는 다소 뾰루퉁했다.

"나, 한 번 필오면 정신 없는 거 알잖아. 그떈, 공부고 밥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니깐, 정신차려보니 본의 아니게 무단 결석한 적도 있는 거 알잖아"

진짜 그런 적이 있다.

"으이구. 못 말려. 본의 아니긴, 글을 쓰고 싶은 본의가 조금이나마 있으니까 그렇게 쓰는 거지"

"그거야. 그렇지만…"

"데이트 약속만 열에 여덟은 취소된 거 같아. 어떡할 거야? 이대론 안 될거 같아. 이건 뭔가 아닌 거 같아"

"미안. 그대신 그림 하나 줄게. 너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 있어. 너 줄게"

뒤에 있는 천을 내려서 그림을 보여주었다.

분홍색 하늘, 오묘하게 흩날리는 내려앉은 구름들, 그 아래로 숫자들과 괴상한암호들로 둘러싸인 백조가 어느 나그네 옆의 연못에서 서성거린다. 나그네도 백조를 바라본다. 백조는 마치 그 남자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그를 바라본다.

"저 백조가 너야"

"우와. 진짜 예쁘다"

 

내 그림실력을 인정해 주고서야, 내 글실력을 인정해주었다는 것은, 즉, 그림으로 유명세를 탄 내가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내 글이 그 인기로 인해 인정받았다는 것은 비극적이고 슬픈 일이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애, 글도 조금 잘 쓰는 애'가 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그림을 택한 건 단지 글 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였기때문이었는데. 사실 내가 진정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건 그림이 아니라 '글'이었는데. 그림과 비교해서 글에 대한 인색한 평가를 받을 때,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내 본의는 사실 '그림'이아니라 '글'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나는 그림쟁이로 낙인찍혔다.

 

"역시 그림 실력 하난 알아줘야 된다니까"

'글'에대한 칭찬 보다 많이 들은 게 '그림'에 대한 칭찬ㅡ그건 불편한 칭찬이었다.

"고마워"

나는 그 칭찬의 아픈 부분을 느끼지만, 태연한 척 말했다. 그 칭찬이 내가 더 글에 미치는 이유, 그림에 미치는 이유였다.

"이 그림, 고마워. 집에다 고이 모셔 걸어놓을게. 벌써 내 방에 네 그림만 몇 개인지 원."

"집에 걸려져서 참으로 영광이군"

"근데, 저 백조 주변의 숫자들은 뭐야?"

"내가 너를 사랑할 횟수야"

"응? 1,2도 있는데?"

"한 번만, 두 번만 사랑해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몇 번 사랑할지 고민중이야. 한 번만 사랑해도 여러번 사랑할 거 같은 걸"

"하하하. 으으…오글 거린다. 그렇지만 멋지네…"

 

"오늘은 데이트 할 거지?"

예주가 어느새 자기가 원하는 화제로 돌렸다.

"데이트? 음, 될려나 모르겠네"

"야! 또 이럴거야? 대체 몇 번이나 미루는 거야!"

"미안. 나도 내 몸을 내가 제대로 못 다루겠어"

제대로 못 다룬다. 제대로 못 다룬다.

"아, 정말 미안. 근데 그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 첫 소설책 출판할지도 몰라. 축하해줘."

"소설책?"

"응. 출판사에서 심사해보고 오늘 연락 준데"

"오. 대박. 정말 축하해! 나도 원고 좀 볼 수 있을까? 복사본 있어? 집에가서 읽어 보게"

예주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줘서 고마웠다.

"정식으로 출판 되면 보여줄게"

"쳇. 나한테 먼저 보여 줘야지. 아니, 그보다 왜 자꾸 말을 돌리는 거야? 데이트 하자고! 뭐. 이런저런 데 가보자고!"

"그래, 그래. 일단 밖에 나가자"

 

내가 그림쟁이로 낙인 찍힌 채 살아간다는 것은 유쾌하면서도 불쾌한일이다. 불쾌한 일이다. 불쾌한, 불쾌한 일. 그 그림이라는 1등에 더욱 빛을 발하지 못하는 2등.

"그림 그려줘서 고맙네. 자네 그림이 딱 내타입이라서 말이야"

이 회장이 내 그림을 받으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아닙니다. 한 달동안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괜찮네. 내가 원하는 대로 잘 그려줬구만. 좋아. 자, 여기 잔금"

이 회장이 돈뭉치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자네 혹시, 그림 가르칠 생각 없나? 우리 아들도 좀 미술 좀 취미로 배웠으면 해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저는 가르치진 않습니다"

"아, 그런가. 알겠네"

왠지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그 끝에서 기다린 무기력함. 외면. 도대체 그 쪽의 외면이란 내게 왜 자꾸 다가 오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군.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얼마나!

 

"죄송하지만, 이건 안 되겠어요."

거절이었다.

"안 된다뇨! 어째서입니까?"

나는 많이 안타까웠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내 자신이. 내 글이.

"감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보기엔 아직 서툴은 면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좀 더 완성을 할 실력이 되면 오시면 좋겠습니다"

"어디가, 서툴다는 겁니까? "글쎄요. 전체적으로 서툴다는 느낌이 듭니다. 구성이나 내용, 소재면에서도 모두요. 필력도 아직 저희 사에서 출판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걸 얼마나 오래 썼는데요. 얼마나 이 거에 공을 들였는데요, 안 된다뇨!"

"아, 혹시, 그림에 관한 수필은 내실 생각없나요?"이 사람도 내 그림실력에 주목했다. '글'보다 '그림'. 내 다른 '본의'에 내 진짜 본의는 '글'인데.

"네?"

"아니면 인터뷰식으로 잡지는 어떠세요?"

그림 얘기가 나오자 이 사람의 탐탁치 않은 얼굴이 환해졌다.

"…"

"어떠세요?"

"제 이 원고 출판은…"

"아이, 제 생각엔 그림에 관한 수필을 먼저 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요?"

"그렇다니까요. 소설은 필력을 조금 더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림은 단지…단지…먹고 살기 위해서…글만 쓰면, 전업작가로 살면 먹고살기 퍽퍽할 거 같아서, 그래서 투잡하려고, 그런 것 뿐인데! 내가 진짜로 인정받고 싶었던 건, '그림'이아니라 '글'인데! 이사람 도 내 글은 외면하고 '그림'만 봐줄 뿐이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가 연이어 질문했다. 나의 빠른 확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볼게요"

그림에 관해 얘기하니까 오히려 입장이 바뀌었다.

"아. 네. 천천히 생각해보시고, 연락 주세요"

"네"

'아니. 연락 안 할거야! 이 꺼져! X새끼야. 왜 내 글은 인정 못해주면서, 물어보지도 않은 그림만 그리 좋아라 하는 건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출판사는 어떻게 말하면 언론이다. 괜히 악소문을 퍼트리고 싶지 않았다. 이 출판사도 잘나가는 출판사니까. 그림마저 인정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 어느새 나는 이 '그림'이라는 '돈'을 감싸고 있었다.

 

'할 말이 없다…'

라고 얘기하기에는 반드시 해야 할 말, 그게 내 '그림'이었다. 반대로

'너무 할 말이 많다'

라고 하기에는 상대적으로 해야 하지 말아야 말, 그게 내 '글'이었다. 내 두가지 의도 중 압도적으로 이기는 게 바로 '그림'이라는 놈이었다.

이대로라면 1인 출판을 한다 한들 대중들의 좋은 반응을 얻지 못 할거야. 그렇다고, 섣불리 남의 도움을 받기도 좀 그렇고. 내 스스로 글을 쓰고 싶은데.

 

"책 출판했어?"

예주가 내게 물었다.

"아니…못 했어. 내 원고가 마음에 안 든대"

"아쉽네…네가 데이트까지 빼먹을 정도로 관심을 무척 가지는 '글'인데"

"이참에, 그걸 조금 빼서 데이트 시간으로 쓰는 건 어…"

"됐어. 미안하지만 그런 건 못해. 불규칙적이지만, 충동적이지만, 글쓰는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돌리진 않을 거야"

"그렇구나…"

예주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보다 글 쓰는 게 더 좋구나"

"미안하지만, 그래"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얘기했다.

"나는 음악보다 너가 좋은데 말이지"

예주는 인디밴드 보컬이었다. 작사작곡도 했다.

"양보할 수 없는 거야?"

"양보할 여유가 없어…인정받기 위해 더 열심히…"

"여기, 사랑하는 사람도 인정시키지 못하는 데, 그 글이 잘 될거 같아? 잘 될거 같냐고!"

그러면서도, 그림도 열심히 그려야 한다. 그건 내 본의 아닌 '본의'니까.

"네가 글을 진짜 잘 쓰고 싶으면 사랑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돼. 네 글에 빠진게 채워질지도 모른다고!"

"……"

웁!

예주가 내 몸을 강하게 잡아당겼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잡아당겨졌다. 그리고 내 입술은 예주의 입술에게로 갔다.

"내 본의는 이거야"

입술을 떼고 선 예주가 말했다.

"……"

예주. 그 사랑이란 건, 글, 그림, 그 뒤에서 울고 있는 또하나의 '본의'였다. 입맞추면서 예주의 그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내 정신은 글, 그림이런 생각보다 오묘한 이 감촉에 느낌을 집중했다.

"중독될지도 모를 껄"

예주가 이어서 말했다.

"니가 좋아한다는 그 '글'처럼"

"재밌군. 재밌어"

나는 기분이 좋아져 살며시 웃음을 띄웠다.

"그럴 지도 모르지"

"이제 나한테 집중 할 생각이 들었나요? 작가 양반?"

"글세. 데이트 하고 싶은 마음은 들었네. 이 사람아"

"그 안타까운 집착은 잠시라도 잊어버려"

"글쎄. 그건 곤란할지도 모르겠는데?"

예주가 나를 끌어안더니, 나가자고 했다.

나는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어디 가는 데?"

"놀이동산가자!"

 

본의ㅡ그것이야말로 내가 의도 한 것이다. 내가 의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의도하지 않은 '본의 아닌 본의'ㅡ그 '본의'들은 어쩌면 내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 얼마든지 숨어서 계속 나를 주시하다가 나를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본의'가 과연 묻히게 둘런지는 스스로 또다른 나에게 기대할 점이었다. 안타깝지만. 어쩌면 괴롭겠지만. 보기 좋게 포장해 버리고 싶었다.

그 괴상한 '본의'ㅡ혼돈. 기대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어쩌면 그런 괴상하고 신비한ㅡ그 미친 '본의', 어쩌면 역설적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더 인정받을 수 있는 '본의' 그게 내 진정한 본의였다. 흐흐흐.

 

 

나를 떨어트린 백일장 참가 공모전 주최 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네. 제가 쓴 글이 도대체 왜 낙선이 된 겁니까! 도대체 왜! 왜! 왜애애애!"

어쩌면 슬픈, 어쩌면 지지리도 웃긴 이 세상이 날 그렇게 봐준다는 것이 차라리 웃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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