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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 작성자 하네로드
  • 작성일 2012-11-25
  • 조회수 560

 서진이의 집문 앞에서 멈췄다.
 “ 들어와 ”
 초인종을 누르자, 내가 간신히 밖에서 들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무뚝뚝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아 들어갈 수 있었다. 집은 어두웠고 스산했다. 그 기분은 마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사람소리와 보이는 불빛을 따라 천천히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 서진이가 보였다.
 “ 왔어? ”
 작은 목소리로 서진이 말했다. 목소리는 역시 힘이 없었다. 순간 당황했다. 친구라해도 나름 손님인데, 저런 태도로 맞이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TV불빛 덕분에 간신히 그곳이 거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실에는 커튼이 쳐져있어 어두웠고, TV불빛을 제외하고는 빛은 보이지 않았다.
 “ 불 좀 켜도 돼? ”
 “ 굳이 켜야 되겠어? ”
 서진은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어둡지 않아? ”
 “ 어. 어두운게 좋아 ”
 “ 원래 너가 어두운 것을 좋아했었나? ”
 나는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 아니 ”
 “ 그렇다면 왜 갑자기 바뀌었어? ”
 “ 이제 빛은 그다지 필요 않아 ”
 그리고 나선, TV프로의 웃긴 대목이 나왔는지, 하하하 웃었다.
 “ 빛이 필요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왜이래? 뭐 잘못 먹었어? ”“ 굳이 빛이 필요하다면 켜. 그런데, 잠깐만. 됐어. 이제 켜 ”
 서진은 내가 물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소파 옆에 있는 선글라스를 꼈다. 진짜 서진이에게 빛은 필요하지 않은 듯 했다.
 “ 너 왜이래? 너 원래 안 이랬잖아 ”
 이런 서진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 당연하지 ”
 서진은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 왜 이러냐고 물었잖아.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면 안되지 ”
 “ 이제 빛은 필요 없어 ”
 이제 슬슬 답답해졌다.
 “ 아니, 그러니까 왜 빛이 필요 없냐고 묻고 있잖아. 짜샤 ”
 그러자, TV프로를 보던 눈이 나를 슬그머니 쳐다봤다.
 “ 내게 가장 밝은 빛이 사라졌어. 그 빛이 없으면 다른 빛도 빛나지 않아 ”
 그 말을 듣고나서야, 내가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함부로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 아내 때문이야? ”
 “ 그래 ”
 서진이는 긴 한숨을 내쉬고서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TV프로를 봤다. 나는 철저하게 관심밖에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무관심은 화가 나기보다는 단순히 낯설었고 무서웠다. 서진이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분위기가 싫었다.
 “ 일어나서, 나를 보면서 얘기 해 ” 
 내가 무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얘기하니, 마침내 서진이는 슬그머니 일어났다. 흐리멍덩한 눈은 다시 나를 쳐다봤다. 부스스하고 떡진 머리, 줄무늬 옷은 깨끗한 편이지만, 단정하지는 않았다.
 " 너, 이렇게 계속 살거야? "
 대충 정황을 알아차렸다. 이건 분명 상사병이다. 나는 조금 신경질적이 되었다.
 " 그럼, 어떻게 사는데? "
 서진은 그렇게 맞받아쳤다.
 " 친구로서 말하는 데 너 이렇게 사는 거 좋지 않다. 분명히 "
 순간 당황해서, 서진이처럼 나도 대답을 회피했다. 그렇게 바로 물어봤자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작업실로 들어와. 차 내올 게 "
 서진이는 거실 바로 옆쪽 문을 가르켰다. 나는 서진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건방지기보다는 역시 낯설은 모습이었다. 확실히 우울하고 차가워졌다. 방 역시 거실과 같이 어두컴컴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어떤 빛도 없는 암흑이었다. 마치 빛조차도 들어올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공간인 것만 같았다. 마치 '공백'의 상태만 같았다. 나도 그곳에 빨려들어가 '공백'의 상태가 될 것만 같았다. 어두운 방은 괜히 기분 나빴다. 스위치를 손으로 더듬어 불을 키니, 그마저도 환하지 않았다. 천장의 작은 전구에 밝지 않은 불이 들어왔다. 주위가 환해지면서, 주변에 있는 것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그림판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있었다. 전에 만났던 서진이 아내가 그려진 그림이 많았는데, 그것에 못지 않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많은 백지가 눈에 보였다. 놀랐다. 불을 키므로서 어두운 '공백'의 상태를 지워낸 것만 같았는데, 이번엔 순백의 '공백'을 마주한게 된 것이었다. 여기저기의 그 순백의 공백들이 거대한 공백을 만들었다. 잘 생각해보니, 오히려, 백지가 아닌 아내의 그림도 내게 '공백'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그림들은 그림일 뿐이지, 아내가 아니다.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공백'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공백'에 상태에 있는 사람의 그림은 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역설적인 '공백'을 만들었다. 결국, 이 방은 처음부터 불을 키던 끄던 공백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었다. 그 '공백'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상태. 그런 분위기에서 나 마저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따뜻한 아메리카노야 "
 서진은 커피 두 잔을 가져와 한 잔을 내게 건넸다. 그 아메리카노도 새카만 '공백'이었다.
 "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
 " 도대체 뭐가 아닌 데 "
 무뚝뚝하고 무관심한 서진의 대답이 돌아왔다.
 " 너, 저 그림들 왜 그린 거야? 아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
 " 많이 보고 싶지. 하지만, 이제 그 이유 때문에 아내를 그린 그림을 그리진 않아 "
 " 왜? "
 " 어차피 내가 백날 아내를 그린 그림을 그려봐도, 그건 내 자기 위로, 현실 도피일뿐이지. 아내는 내 그림을 봐줄 수 없어. 아무리 내가 못그려도, 잘그려도 말이지. 아내가 봐주지 않으면 그림을 계속 그린 다는 건 헛 짓이야. 난 그 사실을 깨달았고, 그 사실은 날 더 미치게 만들었어. 어떤 훌륭한 그림을 그려도 아내는 절대로 보지 못해. 그럴 바엔 차라리 이제 백지의 상태로 놔두기로 했어 "
 " 너...재혼 하는게 어때? "
 나는 뜬금없이 화제를 돌려 살며시 그 말을 꺼냈다. 그 말은 아까부터 꺼낼 타이밍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적잘한 타이밍을 보지 못했다. 단순히 꺼내야 된다고만 생각했다.
 " 재혼? "
 " 그래. 재혼 "
 " 돌았냐? 장난해? 재혼은 무슨!... 반푼어치도 안 되는 소릴... "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서진이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무서웠다.
 " 이 텅텅 비고 괴로운 공백들을 채울려면, 새로운 사랑이 와야 될 거 같아 "
 " 공백? 새로운 사랑? 웃기고 있네. 도대체 뭐라는 거래? 나한테는 '아내'만이 내 전부였다고. 다른 사랑은 필요 없어. 재혼? 그건 내 사랑에 대한 배반이야. 절대 불가능해. 절대 하지 않을 거야 "
 “ 그렇다면, 저 텅텅 빈 거실은? 작업실은? 그 무지막지한 공백들은 어떻게 할 건데? 도대체? 그 공백이 너를 죽이고 있다는 걸 몰라? ”
 “ 다 필요없어. 거실을 채워도, 내 마음은 텅텅 비어있어. 정작 내가 비어있는데, 다른 것들이 채워져있으면 뭐하냐고!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 이상 내 마음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거야! 아내가 아니면 안되, 내 아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내 아내를 대체할 수는 없어 ”
 서진이의 목소리가 꽤 컸다. 많이 흥분 된 상태였다. 상사병에 걸려도 제대로 걸린것 같았다.
 “ 제발! 그만 좀 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아무리 네가 아내를 그렇게 사랑했다 하더라도, 이제 네 아내는 이 세상에 없다고! 너는 너대로의 삶을 살아야 될 거아냐? 언제까지 과거에 묶이고, 그리움에 얽매이고, 고통에서 헤메고 있을 건데? ”
 나도 흥분해서 두 손으로 서진이의 몸을 잡고 똑바로 서진이의 눈을 쳐다봤다. 서로가 많이 흥분한 상태였다. 그 공백을 극복해야 한다. 너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그 공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공백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백으로 인한 괴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서진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모습에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 재혼은 못해! 재혼은 못한다고! ”
 그렇게까지 저쪽에서 강력하게 거부를 하니, 이쪽에서는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할말도 당장 생각 나지 않았다.
 “ 아메리카노 말고 술이나 가져와 줘. 이 지랄맞을 기분에 뭔 놈의 아메리카노야 ”
 일단 나는 이런 심란한 기분을 술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서진이는 시원한 소주 한 병을 가져왔다. 한 잔을 들이키니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내가 마시니 서진이도 마셨다. 그리고는 한 동안이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공백을 느낀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맞벌이 때문에 할머니댁에 맡겨졌을 때, 세상의 고난을 모르는 철부지였던 나는 두고 간 부모님을 얼마나 원망했던가. 비 오는 날, 학교에 우산을 안 가져갔을 때, 교문 근처에 여러 어머니 또는 아버지께서 우산들을 들고 계실 때,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공백은 얼마나 괴리감을 내게 안겨주었는가. 그게 다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집에서 살게 해주려는 부모님의 숨겨진 사랑이었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이번엔 반대로, 어머니 아버지에게 아들의 공백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나도 어느새 부모님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백이 이젠 부모님께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나도 또한 부모가 되어서 그 공백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 미친듯이 순환할 거 같은 공백은 어쩐지 안타까운 감이 있었다. 나는 그런 공백의 안타까움을 잘 알고 있기에 서진이 아내의 공백이 더 슬펐다. 하지만, 그 공백이 나쁜 면만 있는 것 아닌 것 같았다. 공백에 대한 서진이의 태도는 분명 뭔가 조금 잘못되었다. 하지만, 그 공백은 그토록 아내를 많이 사랑했다는 아름다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진정으로 아내를 사랑했기에 그 고통이 큰 것이다. 그 큰 고통, 즉, 이런 지경이 되도록 생전 아내와 그의 사랑이 뜨거웠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분명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서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선뜻 생각나지가 않았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서진이를 구출할 수 있는 것이 나다. 우리는 친구가 아닌가. 걔의 해맑은 웃음을 되찾아 주게 해야되는 존재가 바로 나다.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게 바로 친구고, 아름다운 우정이 아닌가. 더군다나, 나는 단짝친구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친구란 말이다. 아까부터 계속 생각해왔지만, 서진이를 원래 생활로 되돌리려면, 역시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 이 텅텅 빈 공백을 무언가로 채워야 된다. 원래는 비어있지 않았으니까. 본인이 그걸 채우지 못한다면,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혼은 아직까지 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부분은 나도 마음이 껄끄러웠다.
 “ 후우- 사는 게 고난이다. 술은 이렇게 달디 달은데, 어째 인생은 시원찮으냐 ”
 긴 한숨을 내쉬고는 술 한잔을 벌컥 마셨다. 몸이 조금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서진이는 말없이 같이 마실 뿐이었다.
 “ 두 사내자식이 질질 짤 정돈 거 보면, 분명 고난이다. 고난이야. 여자 문제로 울 게 될 줄이야 ”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여자 문제라 해도, 불륜이나 이혼같은 찝찝한 거에 비하면, 사실 이 쪽이 더 숭고한 편이 아닌가.
 “ 너, 그림은 잘 그리고 있냐? ”
 “ 거의 관뒀어 ”
 서진이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 어쩔려구 관뒀냐.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거잖냐 ”
 작업실 안 백지의 공백이 그것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대충 예상은 했다. 상황이 이런데, 퍽이나 그림이 그려질려고.
 “ 이젠, 좋아하지도 않아 ”
 안타까운 말만이 돌아왔다. 그토록 좋아했던 것이 좋아하지 않을 정도가 된 거면, 역시 보통 충격은 아닌게 분명했다.
 “ 그래, 그럴 만도 하지 ”
 계속해서 술이 입으로 들어 왔다.
 “ 너 말야. 아무리 그래도 말야. 그림 그리는 거 포기하는 거 아니다 ”
 “ 어? ”
 “ 그건 네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거 잖아? 물론, 공부 때문에 접을 뻔도 했지만 말야. 그런데, 그렇게 계속 좋아했는데, 이제와서 배신 때려 버리는거야? 좋아하는 아내도 잃고, 좋아하는 그림도 포기하고, 닌 무슨 낙도 없이 살려 그러냐 ”
 취기가 좀 올랐다.
 그 말이 가슴에 머물렀는지 서진이는 땅바닥을 보며, 말이 없었다.
 “ 너는 그림을 그려야 너 다운거야.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싸이코가 되어버린다고 ”|
 나는 계속해서 자극을 주었다.
 “ 엉? 다시 붓을 들란 말야! 그게 너라고! ”그래도 서진이는 묵묵부답이었다. 서진이를 보자 눈이 감겨 있었다. 이 자식 잠들었네. 좀 무겁긴 했지만, 거실에 있는 소파로 녀석을 옮겼다. 나도 정신적으로 좀 힘들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그렇다. 나른하기도 하고, 그냥 이 놈을 내버려두고 가기도 그렇고, 나도 그냥 있기도 뭐하고 시간도 꽤 지났고 해서, 회사에 전화하고 내일 못 나온다고 하고 같이 옆에서 잤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친구집에서 몇 번 자본 적이 있나. 부모님은 칼같이 서로의 집에서 같이 못 자게 하고 그런걸 떠올리면, 생각해보면 같이 잔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 야. 밥 먹어 ”
 서진이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 어머, 안녕하세요. 곤히 주무시더군요 ”
 놀랍게도, 서진이의 아내가 뒤에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서진이의 집인 것 같았지만, 모습이 매우 달랐다. 거실은 텅텅 빈 암흑의 세계가 아니었다. 레이스가 달린 커튼은 양쪽으로 젖혀있고, 오전의 햇살이 창문으로 내비치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푸른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베란다에는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실의 벽은 예쁜 장식들로 치장이 되있었고, 한쪽으로는 다정하게 웃고 있는 가족 사진이 있는 액자도 걸려있었고, 서진이가 직접 그린 걸로 보이는 그림도 걸려있었다. 바닥은 색깔있는 예쁜 카페트가 깔려있었고, 깨끗했다. 전체적으로 거실은 정돈되어 단정하고 아름다운 상태였다.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기’였다. 그곳에 공백은 없었다.
 “ 어? 아. 네. 안녕하세요 ”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밥 다 됐어요. 식사하세요 ”
 “ 아, 이거, 죄송합니다 ”
 뭐가 어떻게 된지 모르겠다.
 “ 아녜요. 식기 전에 어서드세요 ”
 “ 아, 감사합니다 ”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았다. 모든 게 어리둥절했다. 어째서 죽은 서진이의 아내가 있는 거지? 서진이와 아내가 식탁 건너편에 앉았다. 설마 서진이의 아내가 죽었다는 게 꿈 속에서의 일이었나?
 “ 어떻게 된거야? ”
 서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응? 뭐가? ”
 “ 아니...너, 그림 계속 그리는 거야? ”
 혹시나 하고 물어봤다.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당연히 계속 그리지. 어제도 그리고 있었는데 뭘 ”
 너무나 기뻤다. 아내가 왜 집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일단은 기뻤다. 서진이가 이렇게 행복한 상태에 있다는 게 친구로서 기뻤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행복하게 있었으면 좋겠다. 당장 국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응? 뭐지? 국 한 숟가락을 떠먹은 순간, 뭔가 이상했다.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도대체...? 그러더니, 갑자기 눈 앞이 새까매졌다. 그리고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서진이도,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도 대답을 하는 이가 없었다. 공백의 상태에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뭐야! 도대체 이건! 무서웠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무서웠다. 이 미치겠는 공백의 상태가 싫었다. 벗어나고 싶어 몸을 허우적 거렸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어둠이었다. 커튼의 틈새로 조그마한 빛이 내리쬤다. 이내 눈이 적응이되더니, 거실의 형상이 대충 보였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제서야 내가 어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그런데 옆을 더듬어보니, 서진이가 없었다. 분명히, 어제 옆에서 같이 잤는데...
 “ 서진아? ”
 “ 서진아? ”
 두 번을 불러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방에 들어가서 자는 건가. 아니면 어디 나간건가. 기억을 더듬어 소파 앞 탁상에 리모컨을 뒀다는 걸 떠올려, TV를 켰다. TV를 키고 나니 거실이 그나마 자세히 보이는 듯 했다. 탁상 앞에 있는 내 휴대전화를 보고 몇 시인지 확인했다. 오전 11시였다. TV와 휴대전화의 빛으로 거실 말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화장실 포함해서 방이 4개가 있었는 데, 모두 닫혀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스위치를 눌러 거실의 불을 켰다. 그리고 나서, 일단 목이 말라서, 냉장고를 열어 물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나서, 자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 작업실 건너편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서진이는 그곳에 없었다. 이번에는 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마주한 것은, 서진이었다. 작업실엔 천장에 목매달아 죽은 서진이가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슬로우모션처럼 그 장면이 눈을 통과한 것 같았다. 일단, 어이가 없었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선, 곧바로 눈물이 났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입은 정체모를 소리를 연달아 내고 있었다.
 “ 야이...야이...개자식아! 이 개 지랄 맞을 새꺄! ”
 그리고 연이어 욕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망스러웠다. 자결을 해 버린 서진이가 원망스러웠다. 또한, 무서웠고, 괴로웠고, 슬펐다. 그런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온 몸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 야아아아아! ”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이어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압박해서, 오히려 서진이가 자살했다는 그런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내가 이 집에 오지 않았다면... 내가 죄인이었다. 결국은 서진이를 구출하지 못했다. 구출했어야만 했는데, 구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죽게 만들었다. 그런 내가 죄인이었다. 서진이의 공백은 날 너무 괴롭게 했다. 순간 나도 자살충동을 느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시체를 보고 있자니, 제정신이 아닌 건 당연한 거였다. 너무나도 괴로웠다.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서진이를 내려놓고,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나도 죽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길이 바닥에 있는 그림과 유서로 보이는 종이에게 갔다. 그림에는 서진이와 서진이 아내와 내가 그려져 있었다. 셋 이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유서에는 ‘나를 발견한다면, 그 그림위에 나를 올려 줘. 나는 그 행복한 세계에서 살고 싶어. 어쩌면 그 세계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하. 이제 너와 다투지도 않고, 혹시 마음이 변해서 재혼할 위험도 사라졌어. 나도 너를 원망하지 않으니까 너도 나를 원망하지 말아 줘. 그대신 내가 그 세계에 도달할수 있도록 기도해 줘. 부탁한다 ’라고 써있었다. 그 외의 내용은 없었다. 미친 놈이다. 단단히 미친 놈이다. 분명히 미친 놈이다. 이 개 자식...
 “ 미친 새꺄! 내가 네 말을 들어 줄 거 같아? ”
 친구를 두고 먼저 떠난 서진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인터폰이 울려, 받았다.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웃분이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는 것 좀 자제해 달라고 하시네요. 대체 무슨 일입니까? ”
 경비아저씨였다. 옆집까지 내 목소리가 들렸나 보다.
 “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이 죽었다구요 ”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 네? 사람이 죽었다구요? ”
 그 말을 하자, 경비아저씨는 당황해 하셨다.
 “ 그래요! 사람이 죽었다구요! 사람이 죽었어...”
 큰 소리를 냈다.
 “ 당장 가겠습니다! ”
 그리고 인터폰이 끊어졌다.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흐느꼈다. 공백이라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내 아내도 이렇게 괴롭겠지. 내가 진정 아내를 사랑한다면, 자살은 할 짓이 못 되는 것이었다. 이 괴로움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괴로워도 견뎌야 된다. 견뎌야 된다. 견뎌야 된다. 하면서도, 이미 내 몸은 죽음의 문턱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상실과 공백, 거기에다 죄책감까지...너무 내게 부담스러웠다. 서진이를 그림 위에 다 올려 놓고, 의자에 올라가서, 밧줄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내 몸이 조절이 되지 않았다. ‘공백’이라는 바이러스는 도대체 어디까지 퍼지려고 하는 것인가. 왜 그토록 서진이가 아내의 ‘공백’을 그렇게 괴로워했는지 알겠다. 역시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이 얼마나 아플 지는 모를 일이었다. 옆에서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공백의 상태가 될 것만 같았다. 손을 뻗으려했다. 그 순간, 경비아저씨가 문을 다급하게 쾅쾅쾅 세게 두드렸다.
 “ 문 좀 열어보세요! ”
 그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 문 좀 열어보시라니까요! ”
 경비아저씨는 더 세게 문을 쾅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소리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계속해서 밧줄을 응시하던 중,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보니, 바로 아내였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다. ‘아내’라는 그 이름에 나는 눈물이 주체없이 쏟아졌다. 의자에서 내려와, 서진이의 옆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눈이 감기면서 쾅쾅쾅 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나도 서진이와 같이 그 세계로 가고 싶었다. 눈이 감기며, 잠시 모든 것이 새까만 공백의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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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끼워팔기

    3:1 끼워팔기           부제 : XXXL              X가 먼저 말한다. X는 작가다. 작가도 독자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고, 독자도 작가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되는데, 그게 서로에게 아주 이로운 일이고, 서로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규칙이다.(3문장)    L은 독자다.(1문장)    X가 말한다. 작가는 어느 순간에는 독자가 되야하지만 독자가 굳이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에는 작가가 되고 나는 나의 글의 독자가 되기도 한다.(3문장)     L은 드디어 말 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고, 구차하게 어색하게 문장을 늘리고 싶지는 않은 데, 의미의 흐름대로 끊고 싶고 구차한 건 지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1문장)     이쯤이면 이 소설의 규칙이 뭔지 알 것이므로 내가 먼저 말한다고 말하지 않겠다. 문장의 수도 써놓지 않겠다. 그래, 나는 일단 다음 차례로 넘기고 싶다.    솔직히 나의 발언기회가 적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롭다.    왜냐하면 나는 내 소설의 작가도 되고 독자도 될 수 있기에,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분명히 작가의 비중을 높여 한다. 그렇지만 독자로서의 입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나는 3:1의 규칙을 적용한다.    여기까지 내가 글을 잘 썼나 독자가 되어 비판을 해 본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이어나가겠다. 이 흐름을 끊어트리는 다는 것은 작가의 죄다. 나는 충분히 내 역할을 해야겠다.  3문장, 1문장, X, L은 써 놓는 편이 더 깔끔한가?    나는 계속해서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되본다. 하지만, 처음에는 3대 1이라는 균형이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3과 1이라는 게 왠지 끌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3대 1이 질릴 참이어서 변주를 해야겠다.    작가는 자기의 의도를 잘 표현해 내고 있지 않고 혼자 지랄하는 건 아닌가?    젠장, 변주를 하기 전에 역시 1문장, 3문장은 표기하는 것이 낫겠다. 아, 그리고 젠장할, 언급을 안 했는데 해야될 거 같아서 하면, 이 소설에는 작가와 독자가 동시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둘이 같이 낑겨서 들어간 1+1=2, 끼워팔기다.(3문장)    작가는 의미의 단위대로 문장을 잘 끊었는가? (1문장)    하아, 마음만 급해가지고 뭔가 혼란스럽다. 젠장할, 벌써 한 문장 썼네. 이제 진짜 다음에는 변주를 해야겠다. (3문장)    작가는 독자의 생각은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지는 않는가? (1문장)    이제 진짜 3대 1 끼워팔기가 질릴 참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4대 1 끼워팔기다. 미안하지만, L은 자기의 턴을 조금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양보해 주길 바란다.    작가는 나랑 상의도 안하고 제멋대로 변주하는 것이 오히려 재밌다.    걱정 마라. 당신의 비중이 더 높아지도록 변주도 해줄 테니까. 기다려라. 이건 좀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든 내 소설의 권리는 일단 작가에게 있으니까. 그렇다고 당신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신 한 마디 더 했다.    아

  • 하네로드
  • 2013-11-24
본의 아닌 본의

        '할 말이 없다……' 라고 내 마음 속 깊은 말들을 묻혀두기는 다소 아쉽다. 뭐가 나를 괴롭히는 지, 즐겁게 하는지 어쩌면 그 중간 속에서 방황하며 바라보는 또다른 나는 도대체 날 어떻게 할 셈인가. 복잡한 미로 속에 갇히게 한 채 의미있는 행동들을 던져 암호문같은 의문들을 던져놓는 힘들 손짓들을 할려는 것인가. 그것이 본의든 아니든 나는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어…이게 뭐야' 어느새 나는 학교 백일장과 더불어 사생대회까지 두 개의 상을 받고 있었다. 나는 떨떠름했다.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막상 이렇게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면이 더 컸기 때문이다. 본의 아닌 본의로 상을 받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상을 주시자 나는 인사를 했다.   암호문 같은 나를 해석하려면 나를 향한 불행한 의문들을 거침없이 내게 쏘아대어야 한다. 그 말들이, 아니 지금 말하고 있는 말들 조차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지만, 의미가 있어져 버리는 걸. 지속적으로 리듬을 타서 내가 도달한 끝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 난 간직하고자 하는 일들이 많은 걸.-이건 어쩌면 너무나 어러운 얘기가 되고. 영원한 공감받지 않는, 그저 '독백'으로만 남게 되고.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나는 단단히 미쳐버린다.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선, 정신 차리면 어느새 이상한 단어들의 나열, 특이한 문장들의 나열, 괴상한 색깔들의 나열이 있고, 그걸 간단히 간추려내면, 이상하고 괴상하지만 신비한,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더러운 악취같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있는 향기가 풍겨온다. 그런 역설적인 두 의도를, 두 본의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본이 아니게 본의로 글과 그림을 창작해왔다. 쓴 달콤함, 달콤한 씀으로. 하지만, 바로 '글'에서 당분간 세상은 그런 날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지 더러움만으로 날 비추었다. 그 또다른 나는 그 더러운 나 자신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그 감정을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 그래, 비천한 내 글이 비로소 처음으로 세상에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내가 그린 그림이 입상한 후. 직관적으로 보면, 억지로 인정해줬던 거 같기도 하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었다. 드디어 내 다른 본의가 인정되기 시작한 것.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군. 역시나야" 여자친구 예주가 한 마디 한다. "왜? 뭐가?" "이번에도 대단하단 말이지" 상을 두 개나 탄 걸 말한 거였다. "에이. 그건 좀…맞는 말이지" "뭐?" "그나저나, 데이트하기로 해놓고서, 또 글만 쓰고 있다니. 너무한 것도 좀 작작해" 예주는 다소 뾰루퉁했다. "나, 한 번 필오면 정신 없는 거 알잖아. 그떈, 공부고 밥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니깐, 정신차려보니 본의 아니게 무단 결석한 적도 있는 거 알잖아" 진짜 그런 적이 있다. "으이구. 못 말려. 본의 아니긴, 글을 쓰고 싶은 본의가 조금이나마 있으니까 그렇게 쓰는 거

  • 하네로드
  • 2013-03-18
청소

 “얘야, 넌 왜 쓰레기를 줍고 다니니?” 새벽에, 청소부인 내가 쓸어야 할 곳에, 어떤 꼬마애가 쓰레기를 줍고 있는 걸 보고는 놀랐다. “일찍 일어나서요.” 엳아홉살은 되어 보이는 이 남자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응? 일찍 일어난 거랑 쓰레기 줍는 거랑 무슨 상관이니?” “일찍 일어나서 일찍 밖에 나온 거죠.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 거죠.” “그러면 왜 쓰레기를 줍는 거니?” 안 그래도 요즘 동네가 유난히 깨끗해졌다고 생각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었나 생각했는데, 어쩌면, 요 콩알만 한 꼬맹이가 청소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 참, 왜 줍느냐뇨. 깨끗해 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기가 막힐 일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이 꼬맹이가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 물론, 쓰레기를 치우는 건 옳은 일이다만, 굳이 네가 아니라 아저씨가 해도 되는 일이란다.” “쓰레기를 줍는 것, 그러니까 동네를 깨끗해지게 하는 일은, 누구나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누구나 할 수있는 거 아닌가요? 왜 굳이 아저씨가 해야 되죠?” “그래. 누구나 쓰레기를 주울 수는 있지. 그런데 다들 바쁘다 보니,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대신 아저씨가 청소하는 거란다.” 사뭇 당황했다. 생각은 기특하다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그러면, 제가 받은 용돈 드릴 테니, 제 방도 매일 청소해 주실래요?” “마음은 고맙지만 됐단다. 그건 네 방이니 네가 치워야지.” “그렇게 치면, 이 동네 길가도 공동의 소유니까 공동으로 치워야죠?” 듣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쨌거나 나는 이 꼬맹이가 너무 귀찮았다. “그게 안 되니까 아저씨가 청소를 하고 있는 거 아니겠니?" “그러면, 결국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게 정당하다는 건가요?” “조금 버리는 건 괜찮다고 본단다.”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려대면 치우느라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동네가 깨끗해져 버리면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조금이든 많이든, 어쨌거나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건 정당하다는 거네요?" ”어? 응….그렇다고 볼 수 있지. 어쨌든 여기는 아저씨가 앞으로 계속 치울 거니까 마음만은 고맙지만, 이제 청소 안 해도 된단다. 집에 가서 열심히 공부나 하렴. “ 이제 이 애를 떨어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싫은데요?” 하지만 이 애는 당돌하게도 그

  • 하네로드
  • 20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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