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청소

  • 작성자 하네로드
  • 작성일 2012-11-10
  • 조회수 515

 “얘야, 넌 왜 쓰레기를 줍고 다니니?”
 새벽에, 청소부인 내가 쓸어야 할 곳에, 어떤 꼬마애가 쓰레기를 줍고 있는 걸 보고는 놀랐다.
 “일찍 일어나서요.”
 엳아홉살은 되어 보이는 이 남자애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응? 일찍 일어난 거랑 쓰레기 줍는 거랑 무슨 상관이니?”
 “일찍 일어나서 일찍 밖에 나온 거죠.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 거죠.”
 “그러면 왜 쓰레기를 줍는 거니?”
 안 그래도 요즘 동네가 유난히 깨끗해졌다고 생각했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었나 생각했는데, 어쩌면, 요 콩알만 한 꼬맹이가 청소했던 걸지도 모른다.
 “나 참, 왜 줍느냐뇨. 깨끗해 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기가 막힐 일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이 꼬맹이가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 물론, 쓰레기를 치우는 건 옳은 일이다만, 굳이 네가 아니라 아저씨가 해도 되는 일이란다.”
 “쓰레기를 줍는 것, 그러니까 동네를 깨끗해지게 하는 일은, 누구나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누구나 할 수있는 거 아닌가요? 왜 굳이 아저씨가 해야 되죠?”
 “그래. 누구나 쓰레기를 주울 수는 있지. 그런데 다들 바쁘다 보니,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대신 아저씨가 청소하는 거란다.”
 사뭇 당황했다. 생각은 기특하다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그러면, 제가 받은 용돈 드릴 테니, 제 방도 매일 청소해 주실래요?”
 “마음은 고맙지만 됐단다. 그건 네 방이니 네가 치워야지.”
 “그렇게 치면, 이 동네 길가도 공동의 소유니까 공동으로 치워야죠?”
 듣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쨌거나 나는 이 꼬맹이가 너무 귀찮았다.
 “그게 안 되니까 아저씨가 청소를 하고 있는 거 아니겠니?"
 “그러면, 결국 사람들이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게 정당하다는 건가요?”
 “조금 버리는 건 괜찮다고 본단다.”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려대면 치우느라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동네가 깨끗해져 버리면 내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조금이든 많이든, 어쨌거나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건 정당하다는 거네요?"
 ”어? 응….그렇다고 볼 수 있지. 어쨌든 여기는 아저씨가 앞으로 계속 치울 거니까 마음만은 고맙지만, 이제 청소 안 해도 된단다. 집에 가서 열심히 공부나 하렴. “
 이제 이 애를 떨어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싫은데요?”
 하지만 이 애는 당돌하게도 그렇게 말했다.
 “싫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그걸로 대화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던 것이었다.
 
“저도 청소할래요.”
 “어째서지? 너한테 도움이 되는 게 없잖니?”
 “왜 도움이 되는 게 없어요. 제가 사는 동네가 깨끗해지는 건데요.”
 “아니, 아저씨가 치우잖니.”
 “아저씨가 제대로 청소하는지 감시하려고요. 혹시 빠트리는 거 있으면 제가 치워드릴게요. 심심하기도 하고 그래서요. 돈을 받고 일하시면 제대로 해야죠.”
 “네가 도움을 주지 않아도, 아저씨는 혼자서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에이. 거짓말! 그걸 어떻게 믿어요?”
 더 이상 대꾸하기도 지쳤다. 이 애는 나한테서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보통 난감한 게 아니었다. 이 녀석이 계속 귀찮게 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걸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몸도 느려서 따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욕을 해버리면 엄마한테 이를 거 같아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도와준다니 명분은 충분했다.
 “너희 엄만 너 걱정 안 하시니? 이렇게 아침바람부터 여기 있어도 되는 거니?”
 나는 일단 화제를 돌렸다.
 “에이~그래 봤자, 저 앞이 집인 걸요. 여기가 우리 동넨데요 뭘. 그리고 나가 논다고 엄마한테 말씀도 드렸구요.”
 그 말도 이 애에겐 먹히지 않았다.
 “아저씨! 뭐 하세요! 얘기하느라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청소 시작하셔야죠.”
 이 애는 진짜 나를 감시할 작정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거머리 같은 애를 어떻게 뗄 방법이 없었다.
 “안 그래도 할려 그랬다. 이놈아.”
 그쯤 돼서 껌딱지같이 철썩 붙어있는 그 애를 떨어트리려는 걸 포기했다. 그게 힘이 더 들 것 같았다.
 “아저씨! 저기요! 나뭇가지에 과자봉지가 걸렸네요.”
 그 애가 내 뒤쪽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게 걸렸는지 꽤 높은 곳에 걸려 있었다. 어제만 해도 분명히 없었던 것 같았다. 아파트에서 과자봉지를 창문으로 버린 것 같았다.
 “저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에이. 그래도 청소분데 쓰레기는 치워야죠. 정 안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냐. 아냐. 괜찮아. 바람에 날리다 보면 언젠간 떨어지고 그걸 주우면 되는 거야.”
 “그럼, 떨어질 때까지 저렇게 쓰레기를 동네방네 구경시키시려구요?”
 “다른 방법이 없잖니.”
 “제가 가서 나무를 흔들어 볼게요.”
 “아니, 얘야. 잠깐만, 그럴 것까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애는 나무로 달려갔다. 아파트 두 층 높이는 되보이는 나무는 흔들어도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보다도 과자봉지가 어떻게 저렇게 걸렸는지 제대로 걸려서 바람에도 잘 움직이질 않았다. 그 애는 나무를 밀어보기도 하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돌을 나무 몸통에다 던져도 보고, 나뭇가지에도 던져도 보고 했다. 쪼끄만 애가 그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고단하기만 했던 청소부 일이었는데, 싫으면 싫지만 그런 순수한 어린애를 보고 있자니, 그 고단함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 애는 처음부터 내게 활력을 주려고 말동무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썩을 대로 썩은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거머리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떨어지지 않네요. 어쩌죠?”
 어느새 내 앞에서 헐떡헐떡 대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그냥 냅두라니깐. 어쩔 수 없는 거야.”
 할 수 있는 말은 실망을 줄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에이.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면 하지도 않았죠.”
 이 애는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할려고?”
 “글쎄요. 한번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이 애는 곰곰이 생각하는거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러던 와중, 나는 ‘아차’했다. 얘랑 노느라고 일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애가 청소에서 그런지, 딱히 청소할 거는 별로 없었다.
 “얘, 너 이름이 뭐니?”
 무관심하기만 했던 나의 태도가 어느새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다.
 “아, 저요?”
 이 애가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저는요……카이저 소제라고 불러주세요.”
 “엥? 카이저 소제?”
 “TV에서 들었어요. 왠지 멋진 이름인 거 같아서 제 이름 할려구요. 아저씨는요?”
 자기가 카이저 소제라고 우기는 애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왠지 그렇게 그런 이름을 우겨야만 될 것 같았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고 불러다오.”
 머릿속에서 대충 멋있어 보이는 이름을 아무거나 꺼냈다.
 “오. 멋진 이름이시네요. 본명이세요?”
 “본명일 리가 없잖니.”
 “그럼, 지금부터 계속 그렇게 불러도 되죠?”
 “어?”
 그렇게 부르면, 행인이 보기에 창피할 것 같았다. 그래도 왠지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좋은 이름이었다.
 “응, 그렇게 불러라. 카이저.”
 “예. 카이사르님.”
 그렇게 이름이 불리니까 민망하면서도, 왠지 영웅놀이하던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점점 마음 한구석의 더러움이 깨끗이 청소되는 것 같았다. 귀여운 꼬마애의 모습이며, 말투며, 행동이며 그런 것들로 마음속의 쓰레기가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카이사르님. 저 과자봉지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카이저. 저건 그냥 냅둬도 된다니깐.”
 “절대 그럴 순 없어요. 청소를 하는 게 카이사르의 임무 아닌가요? 나무도 저게 껴가지고 아파할 거에 요. 나무의 불편함을 해소시켜 주죠.”
 아까부터 ‘해소’나 '임무‘같은 어려운 단어를 꼬마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어머님께서 제대로 국어공부를 시켰나 보다.
 “어떡하지….”
 카이저는 계속해서 생각해 보았지만, 얼른 답을 내놓지를 못했다.
 “으음……으음….”
 카이저는 자기가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는 듯 그런 소리를 냈다.
 “그냥 포기할래요.”
 “어?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그래도 그냥 포기할래요. 진짜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카이저는 막무가내였다. 그런 카이저의 순진한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런 하나하나의 일상과 색다른 모습이 신선하게 나를 재밌게 했다.
 “이제 다른 데 청소해요. 카이사르님.”
 “카이저가 다 청소해서 청소할 게 별로 없네. 금방 끝낼 것 같단다.”
 “그래서 남은 시간을 날로 때우게요?”
 “그럼 어쩌란 말이니?”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말이 전혀 연관성이 없었지만, 나는 딱히 싫지 않았다. 아들뻘인 카이저가 해맑게 웃으면서 사달라는 데, 사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전화가 왔다.
 “이봐. 잠깐 술 한잔할래?”
 옆 동네 구역을 맡고 있는 이씨였다.
 “아니, 이 양반아. 일하는 중에 뭔 술이여. 비틀거리다가 토하면 그거나 치울려고?”
 “농담이여. 오징어나 씹으면서 잠깐 얘기나 허던지.”
 이씨의 사투리는 서울말과 사투리가 섞인 것 같은 정체 모를 사투리 같았다.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쉬나?”
 “시간은 많이 안 했지만, 나름 빡시게 했다구. xx마트, 알것지?”
 이씨는 청소부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으로 정신머리가 나가 빠졌다. 그래도 일은 제법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아, 그게 말이지….”
 “응? 왜? 안 뎌?”
 “어떤 콩알만 한 꼬맹이가 같이 가자는 데, 어떡하지?”
 “뭐? 콩알이 따라댕긴다고?”
 “아니, 이 사람이 가는 귀가 먹었나. 꼬맹이가 같이 가잔다고.”
 “꼬맹이 아니에요. 카이저에요.”
 전화하는 걸 지켜보던 카이저가 끼어들었다.
 “뭔 꼬맹이? 조카여?”
 “아니, 나도 모르는 꼬맹이야. 오늘 첨 봤다니까.”
 “어허! 이 사람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네. 꼬맹이는 떨어트리고 와. 부모한테 잘못 걸렸다가, 괜히 유괴범으로 몰릴지도 모르니께. 이 시상이 어떤 시상인데, 첨 만난 꼬맹이를 괜히 델꼬 와. 난 유괴범으로 몰리기 싫으니께, 몸 하나만 오라고.”
 이씨는 어디서 들은 것 있어가지고 사투리를 내키는 데로 사투리를 막 썼다. 그게 나름 친근함의 표시인 줄 아나 보다.
 “아. 맞아. 그 생각을 못했네.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큰일날 뻔 했구만. 청소부 복을 입고 있다고 쳐도, 유괴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 거였네.”
 나는 놀라며 대답했다.
 “아저씨 유괴범 아니에요. 청소부 카이사르잖아요.”
 카이저는 또 끼어들었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혼자만 일로 와. 그 대신 내가 사놓을 테니까. 알았나?”
 “어. 어. 그려. 술은 사놓지 마라고.”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카이저는 나를 멀뚱멀뚱 올려다봤다.
 “아저씨는 딴 데에 볼 일이 있어서 가볼 게.”
 그렇게 말하고 갈려고 하니까,
 “카이사르님. 여기 청소도 다 안 하고 가면 어떡해요.”
 하고 카이저가 말했다. 나도 딱히 이씨한테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 꼬마애랑 계속 있다가는, 이씨 말처럼 유괴범으로 몰리기 딱 좋은 꼴이라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아동 성폭력이니, 아동 폭력이니 하는 세상에 잘못 걸렸다간 완전 나쁜 꼴 나는 것이었다. 순수한 꼬맹이랑 같이 있는 것도 꽤 재미나지만 그런 것이었다. 나라고 아쉬운 게 없는 것이 아니었다.
 “더 급한 일이 생겨서, 거길 먼저 가봐야겠구나.”
 “얼마나 급한 일인데요?”
 오히려 그 말이 카이저의 호기심을 자극했나 보다.
 “아니, 그게 말이지…”
 “저를 떨어트리고 싶으신 거죠?”
 소침해져서는 그렇게 말하니까, 차마 당장 갈 수가 없었다.
 “아니, 얘야.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요?”
 “이렇게 있으면 아저씨 입장이 곤란해진단 말이야. 아저씨가 다른 사람 눈에 나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잖니. 혹시 너희 엄마가 이걸 보기라도 한다면 어떡하니.”
 “에? 그런 거였어요? 그런 거면 제가 엄마한테 잘 말해드릴게요.”
 카이저는 내게 강력 접착제를 붙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다.”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애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가 일반적인 통념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집으로 가렴.”
 “싫어요. 안 갈 건데요.”
 그리고 그렇게 버티고 서있었다. 그 모습을 두고 뒤돌아서고 싶지 않았다.
 “청소하고 있을게요. 이따가 다시 오실 거죠?”
 카이저가 나의 빗자루를 빼앗아 들며 말했다.
 “그래. 이따가도 오고, 내일도 오고, 내일모레도 올 거야. 그런데 꼬마야. 그래도 이 아저씨를 아는 체하지 말아줘. 그러면 아저씨가 많이 곤란해진다구. 그리고 빗자루는 아저씨꺼니까 아저씨 주렴”
 나는 카이저가 들고 있는 빗자루를 빼앗아 들며 말했다. 카이저는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열심히 청소하시면 생각해 볼게요.”
 그렇게 생각해주는 척 말했다. 그리고 망설이는 마음을 한편으로 두고는, 이씨가 있는 xx마트로 향했다.
 “아. 글쎄. 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거 같다구.”
 “왜? 웬일로 이 양반이 왜 이렇게 신바람이 들었나?”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소주 대신 사이다를 들고 이씨가 말했다.
 “아하하. 아니, 그런 게 있어. 허구한 날 시궁창 청소만 할 줄 알았더니, 웬 재미난 걸 발견했어.”
 나는 웃으며 말했다.
 “뭔데, 보물이여?”
 “보물이라면, 보물이지. 더러운 마음을 싹 청소해주는 것 같더니만.”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데, 누가 그런 친절한 짓을 해줬을까?”
 이씨는 영문도 모르는 채 나의 말을 받아줬다.
 “거지 같이 힘들어도, 이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여.”
 “이 양반이 사이다에도 취했나. 도대체 뭔 소리를 지껄이는겨?”
 이씨는 한편으로는 같이 웃어주면서도, 이 사람이 뭔 좋은 일이 있나 하면서 의아해했다.
 “아냐. 나 안 취했어. 앞으로는 이 일도 가끔은 재밌는 거 같구만.”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이 지랄을 떠는 거여? 참 이상한 노릇이네. 나도 재밌어지게 좀 해주쇼. 당신만 재밌지 말고.”
 “그럼, 다음번엔 내 구역에서 일하쇼. 아! 아니다. 아차차, 당신 말처럼 이젠 안 되겠구만. 근데 당신은 내가 유괴범처럼 보이나?”
 “엉? 뭔 소리를 하는 거여? ”
 “카이저를 만날 꺼여. 카이저, 멋있는 이름이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댔다.
 “카이저가 누구 이름이여? 이 사람이 아까부터 뭔 소리를 이렇게 해대는 겨?”
 “사람 사는 일, 이 세상 사는 일이지.”
 그렇게, 술판대신 사이다판을 펴놓고서, 이씨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김씨는 꼬마를 맨날 볼 생각에 제법 흥이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음료수를 마시는 사이에, 어느새 순수한 눈빛이 내게로 도달했다는 것을 느꼈다.
 “저도 사이다 사 주시면 안 될까요?”
 카이저였다.
 “응? 쟨 누군데 사이다를 사달라는 거여? 둘이 뭔 사인데?”
 이씨는 영문을 모른 채 의아해할 뿐이었다.
 “같이 청소하는 사이였다네”

하네로드
하네로드

추천 콘텐츠

3:1 끼워팔기

    3:1 끼워팔기           부제 : XXXL              X가 먼저 말한다. X는 작가다. 작가도 독자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고, 독자도 작가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되는데, 그게 서로에게 아주 이로운 일이고, 서로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규칙이다.(3문장)    L은 독자다.(1문장)    X가 말한다. 작가는 어느 순간에는 독자가 되야하지만 독자가 굳이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에는 작가가 되고 나는 나의 글의 독자가 되기도 한다.(3문장)     L은 드디어 말 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고, 구차하게 어색하게 문장을 늘리고 싶지는 않은 데, 의미의 흐름대로 끊고 싶고 구차한 건 지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1문장)     이쯤이면 이 소설의 규칙이 뭔지 알 것이므로 내가 먼저 말한다고 말하지 않겠다. 문장의 수도 써놓지 않겠다. 그래, 나는 일단 다음 차례로 넘기고 싶다.    솔직히 나의 발언기회가 적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롭다.    왜냐하면 나는 내 소설의 작가도 되고 독자도 될 수 있기에,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분명히 작가의 비중을 높여 한다. 그렇지만 독자로서의 입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나는 3:1의 규칙을 적용한다.    여기까지 내가 글을 잘 썼나 독자가 되어 비판을 해 본다.    나는 계속해서 글을 이어나가겠다. 이 흐름을 끊어트리는 다는 것은 작가의 죄다. 나는 충분히 내 역할을 해야겠다.  3문장, 1문장, X, L은 써 놓는 편이 더 깔끔한가?    나는 계속해서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되본다. 하지만, 처음에는 3대 1이라는 균형이 딱히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3과 1이라는 게 왠지 끌렸다. 하지만 이제는 그 3대 1이 질릴 참이어서 변주를 해야겠다.    작가는 자기의 의도를 잘 표현해 내고 있지 않고 혼자 지랄하는 건 아닌가?    젠장, 변주를 하기 전에 역시 1문장, 3문장은 표기하는 것이 낫겠다. 아, 그리고 젠장할, 언급을 안 했는데 해야될 거 같아서 하면, 이 소설에는 작가와 독자가 동시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둘이 같이 낑겨서 들어간 1+1=2, 끼워팔기다.(3문장)    작가는 의미의 단위대로 문장을 잘 끊었는가? (1문장)    하아, 마음만 급해가지고 뭔가 혼란스럽다. 젠장할, 벌써 한 문장 썼네. 이제 진짜 다음에는 변주를 해야겠다. (3문장)    작가는 독자의 생각은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지는 않는가? (1문장)    이제 진짜 3대 1 끼워팔기가 질릴 참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4대 1 끼워팔기다. 미안하지만, L은 자기의 턴을 조금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양보해 주길 바란다.    작가는 나랑 상의도 안하고 제멋대로 변주하는 것이 오히려 재밌다.    걱정 마라. 당신의 비중이 더 높아지도록 변주도 해줄 테니까. 기다려라. 이건 좀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든 내 소설의 권리는 일단 작가에게 있으니까. 그렇다고 당신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신 한 마디 더 했다.    아

  • 하네로드
  • 2013-11-24
본의 아닌 본의

        '할 말이 없다……' 라고 내 마음 속 깊은 말들을 묻혀두기는 다소 아쉽다. 뭐가 나를 괴롭히는 지, 즐겁게 하는지 어쩌면 그 중간 속에서 방황하며 바라보는 또다른 나는 도대체 날 어떻게 할 셈인가. 복잡한 미로 속에 갇히게 한 채 의미있는 행동들을 던져 암호문같은 의문들을 던져놓는 힘들 손짓들을 할려는 것인가. 그것이 본의든 아니든 나는 미안하다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어…이게 뭐야' 어느새 나는 학교 백일장과 더불어 사생대회까지 두 개의 상을 받고 있었다. 나는 떨떠름했다.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막상 이렇게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면이 더 컸기 때문이다. 본의 아닌 본의로 상을 받게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상을 주시자 나는 인사를 했다.   암호문 같은 나를 해석하려면 나를 향한 불행한 의문들을 거침없이 내게 쏘아대어야 한다. 그 말들이, 아니 지금 말하고 있는 말들 조차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지만, 의미가 있어져 버리는 걸. 지속적으로 리듬을 타서 내가 도달한 끝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 난 간직하고자 하는 일들이 많은 걸.-이건 어쩌면 너무나 어러운 얘기가 되고. 영원한 공감받지 않는, 그저 '독백'으로만 남게 되고.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나는 단단히 미쳐버린다.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선, 정신 차리면 어느새 이상한 단어들의 나열, 특이한 문장들의 나열, 괴상한 색깔들의 나열이 있고, 그걸 간단히 간추려내면, 이상하고 괴상하지만 신비한,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더러운 악취같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있는 향기가 풍겨온다. 그런 역설적인 두 의도를, 두 본의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본이 아니게 본의로 글과 그림을 창작해왔다. 쓴 달콤함, 달콤한 씀으로. 하지만, 바로 '글'에서 당분간 세상은 그런 날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지 더러움만으로 날 비추었다. 그 또다른 나는 그 더러운 나 자신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 그 감정을 오히려 강하게 만든다. 그래, 비천한 내 글이 비로소 처음으로 세상에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내가 그린 그림이 입상한 후. 직관적으로 보면, 억지로 인정해줬던 거 같기도 하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비극적이었다. 드디어 내 다른 본의가 인정되기 시작한 것.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나군. 역시나야" 여자친구 예주가 한 마디 한다. "왜? 뭐가?" "이번에도 대단하단 말이지" 상을 두 개나 탄 걸 말한 거였다. "에이. 그건 좀…맞는 말이지" "뭐?" "그나저나, 데이트하기로 해놓고서, 또 글만 쓰고 있다니. 너무한 것도 좀 작작해" 예주는 다소 뾰루퉁했다. "나, 한 번 필오면 정신 없는 거 알잖아. 그떈, 공부고 밥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니깐, 정신차려보니 본의 아니게 무단 결석한 적도 있는 거 알잖아" 진짜 그런 적이 있다. "으이구. 못 말려. 본의 아니긴, 글을 쓰고 싶은 본의가 조금이나마 있으니까 그렇게 쓰는 거

  • 하네로드
  • 2013-03-18
공백

 서진이의 집문 앞에서 멈췄다. “ 들어와 ” 초인종을 누르자, 내가 간신히 밖에서 들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무뚝뚝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아 들어갈 수 있었다. 집은 어두웠고 스산했다. 그 기분은 마치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사람소리와 보이는 불빛을 따라 천천히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 서진이가 보였다. “ 왔어? ” 작은 목소리로 서진이 말했다. 목소리는 역시 힘이 없었다. 순간 당황했다. 친구라해도 나름 손님인데, 저런 태도로 맞이한다는 것이 이상했다. TV불빛 덕분에 간신히 그곳이 거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실에는 커튼이 쳐져있어 어두웠고, TV불빛을 제외하고는 빛은 보이지 않았다. “ 불 좀 켜도 돼? ” “ 굳이 켜야 되겠어? ” 서진은 내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닌데..어둡지 않아? ” “ 어. 어두운게 좋아 ” “ 원래 너가 어두운 것을 좋아했었나? ” 나는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질문을 던졌다. “ 아니 ” “ 그렇다면 왜 갑자기 바뀌었어? ” “ 이제 빛은 그다지 필요 않아 ” 그리고 나선, TV프로의 웃긴 대목이 나왔는지, 하하하 웃었다. “ 빛이 필요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왜이래? 뭐 잘못 먹었어? ”“ 굳이 빛이 필요하다면 켜. 그런데, 잠깐만. 됐어. 이제 켜 ” 서진은 내가 물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소파 옆에 있는 선글라스를 꼈다. 진짜 서진이에게 빛은 필요하지 않은 듯 했다. “ 너 왜이래? 너 원래 안 이랬잖아 ” 이런 서진이의 모습이 낯설었다. “ 당연하지 ” 서진은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 왜 이러냐고 물었잖아.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면 안되지 ” “ 이제 빛은 필요 없어 ” 이제 슬슬 답답해졌다. “ 아니, 그러니까 왜 빛이 필요 없냐고 묻고 있잖아. 짜샤 ” 그러자, TV프로를 보던 눈이 나를 슬그머니 쳐다봤다. “ 내게 가장 밝은 빛이 사라졌어. 그 빛이 없으면 다른 빛도 빛나지 않아 ” 그 말을 듣고나서야, 내가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함부로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ldquo

  • 하네로드
  • 2012-11-2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