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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악을 듣는 이유

  • 작성자 강아지발바닥냄새
  • 작성일 2010-08-13
  • 조회수 665

 

-

짝!

 

짝!

 

한 학교의 복도에 커다란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복도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마른 체구에, 한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배가 볼록 튀어나온 남자 선생이 얼굴이 벌게진 채로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선생의 앞에는 고개가 한 쪽으로 쏠린 한 남학생이 있었다.

“너 고 3이야, 새끼야. 수업시간에 내가 노래 듣지 말라고 몇 번 경고했어? 근데 오늘은 헤드폰을 쓰고 노래를 들어? 지금 노래 듣지 말라고 했다고 반항하는 거야? 아님 네가 천재야? 엉? 모의고사 점수가 200점 간신히 넘으면서 그 성적에 노래가 들려?”

선생은 화를 내며 몇 번 더 학생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가수가 될 것도 아니면서 왜 노래를 듣는 건데? 그 노래가 수능에 나와? 면접에 나온데? 아님 노래를 들으면 밥이 나와, 돈이 나와. 김 승재, 넌 대체 뭔 생각으로 사는 건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선생의 잔소리에도 승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승재는 다른 녀석들처럼 능청스럽게 징그러운 애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선생님이 때리면 맞고 잔소리하면 듣고, 서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교사지도 불이행이란 죄목에 괘씸죄가 더해져 벌점 15점과 반성문 5장이란 벌을 받게 되었다.

 

-

“미친 새끼. 왜 그러고 산대냐?”

 

한 편, 승재가 벌을 한창 수행하고 있을 때, 그와 같은 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를 풍선껌처럼 씹고 있었다. 그 때 한 무리에서 어떤 여학생이 그 무리의 예쁘장한 여학생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예쁘장한 여학생의 교복에는 “민지희”, 어떤 여학생의 교복에는 “김지영”이라는 명찰이 붙어있었다.

 

“지희, 넌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김 승재 말이야. 너 좋아하잖아.”

지희는 얼굴이 굳은 채로 금방 울상이 되어버렸다.

“야, 김 지영! 민 지희 울잖아.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다른 여학생이 지영을 비난하자 그녀는 당황하며 지희를 달랬다.

“야, 야. 민 지희! 미안해~. 응? 마음 풀어. 뭐 그런 걸로 우냐?”

“그래, 지희야. 그냥 장난친 거잖아.”

지영을 시작으로 그 무리의 여학생들이 지희를 달래주자 시끄럽던 교실에 갑자기 찬기가 돌았다.

“민 지희, 왜 우냐.”

그 때 사납게 생긴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난… 그냥 장난친 건데 지희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야. 난 그냥 지희도 장난으로 받아들일 줄 알고…….”

지영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았다. 남학생은 무슨 장난이였길래 지희가 우냐며 지영을 다그쳤다. 그 때 드르륵하는 문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교실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향했을 때는 승재가 발갛게 부어오른 뺨을 감싸고 교실에 들어서고 난 후였다.

“어? 도둑놈 왔다.”

“야, 음악 듣는 고상한 일진님에게 도둑놈이라니이.”

한 아이의 능글맞은 말에 아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지영을 다그쳤던 남학생이 승재에게 다가갔다.

“어디 다녀왔냐?”

남학생이 승재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하지만 힘이 충분히 실리게 치며 물었다. 승재는 그런 남학생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다. 남학생은 인상을 찌푸리며 승재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선생이 승재에게 했던 것처럼 머리를 손바닥으로 쳐가며 말했다.

“씨바알, 내 말이 좇같냐? 예전에는 성웅아, 성웅아 잘도 쪼개면서 그러더니 이제 완전히 막나기로 한거야? 내 체육복 한 번 훔쳐가더니 점점 깝친다?”

승재는 성웅의 팔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성웅은 하- 하고 실소를 터트렸다.

“이 자식이.”

그는 승재의 멱살을 잡았다. 180이 넘는 키의 성웅이 165를 간신히 넘는 승재의 멱살을 잡자 승재의 발끝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승재가 괴롭게 켁켁거리자 성웅은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짓고 승재를 바닥에 내팽겨쳐버렸다. 안쓰럽게 내팽겨쳐진 승재 위에 성웅이 올라탔다. 여자아이들은 연신 어떡해를 외치고 남자아이들은 승재를 손가락질하며 낄낄거렸다. 단발머리의 여자아이가 교실을 나가려하자 성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한테 꼰지르는 것들은 이 새끼처럼 될 줄 알아!”

단발머리의 걸음이 멈추고 이내 교실 안은 마찰음과 간혹 들리는 승재의 신음과 성웅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 씨발새끼. 죽어버려, 씹새야. 애비도 없는… 호구새끼가… 도둑질한 주제에…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어?”

“야, 야. 그만해.”

성웅의 친구 중 하나가 말했다. 성웅이 그 말을 무시하고 주먹을 뻗으려고 하자 그는 성웅의 팔을 잡았다.

“선생님이 갑자기 들어오기라도 해봐. 너, 이번엔 퇴학이야.”

“그래, 성웅아. 이제 3학년인데 졸업해야지.”

그가 애원하듯 성웅을 말하자 그의 무리가 그를 거들었다. 그제야 성웅은 승재의 몸 위에서 일어나 작게 욕을 하고선 교실 밖을 나갔다. 그러자 몇몇 남학생들이 승재의 몸을 몇 번 걷어차고 성웅을 쫓아 교실을 나가버렸다.

아이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은 승재를 흘끔거리다가 문제집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다.

승재는 떨리는 몸을 일으키고는 자리로 갔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액정이 깨져버린 엠피쓰리를 꺼냈다. 엠피쓰리 위로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

 

세 달 전, 승재의 체육복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도난사고는 으레 있는 일이었기에 아이들과 선생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승재는 체육복에 제 이름을 써 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의 친구들은 쳐진 승재의 기분을 도닥여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승재의 체육복에 그의 것이라는 증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4년 전 같은 학교를 졸업한 그의 형이 물려주었던 것이기에 체육복은 다른 아이들의 것보다 헤져있었고 또 소매 안쪽에 “김 필재”라는 이름이 번져 검은 색 얼룩처럼 되어있었다. 얼룩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 필재라는 글자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다.

승재는 범인은 가까이 있지 않을까 하여 아이들의 협조를 받아 아이들의 체육복을 검사했다. 그 때 성웅의 체육복은 다른 반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기에 검사하지 않았다. 설마 성웅이 자신의 체육복을 훔쳐갔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승재의 체육복은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로 어쩔 수 없이 승재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 체육복을 빌려가며 생활했다.

 

그러다 승재가 지희와 주번이 된 첫 날 이었다. 승재가 지희보다 일찍 와 책상 줄을 맞추고 있는데 성웅의 책상 위에 널브러진 체육복이 보였다. 승재는 묘한 호기심이 들었다. 어쩌면 의심인지도 몰랐다. 승재는 성웅의 체육복, 소매 안쪽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언뜻 보면 모르는, 하지만 분명 승재의 체육복과 같은 검은 얼룩이 있었다. 승재는 체육복을 쥔 손을 떨며 성웅의 책상을 노려보았다. 마치 그게 성웅이라도 되는 냥. 그리고 채 벗어놓지 않은 책가방 속에 체육복을 넣으려는 순간, 지희가 들어왔다. 지희와 눈이 마주친 승재의 눈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승재는 고개를 숙여 체육복을 넣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책상 줄을 마저 맞췄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성웅은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체육복이 없자 방방 뛰었다. 승재는 그런 성웅을 보고 성웅의 여자 친구인 지희를 바라보았다. 지희는 안절부절못해하는 모습이었다. 승재는 그런 지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이 다른 아이들의 시선에 자리 잡았다. 결국 [민 지희를 좋아해온 김 승재가 아침에 민 지희에게 고백을 했다]는 헛소문이 돌아버렸다. 그 소문이 성웅에게 안 들렸을 리가 없다. 성웅은 승재에게 보내는 눈빛이 묘해졌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담임이 교실에 들이닥쳤다.

“김 승재 체육복이 없어진 게 일주일전인데 최 성웅 것도 없어졌어. 갑자기 왜 도난사고가 일어나? 그 도둑이 무슨 베짱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우리 반은 검사한다. 혹시 그 도둑이 우리 반에 있으면 좋은 말 할 때 내놔.”

담임의 서슬 퍼런 말에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자기가 체육복을 훔쳤다는 아이는 당연 나오지 않았다. 승재의 마음은 순간 덜컹거렸다.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지만 눈은 초점 없이 흔들렸다. 승재는 괜찮아, 원래 내 것이었는걸 이라고 자위했다. 소지품 검사의 순서는 1분단 부터였다. 승재는 4분단 끝자리였다. 갑작스러운 소지품 검사 탓에 담배와 라이터들이 쏟아졌다. 그것들을 걸린 아이들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고 교탁 쪽으로 나갔다. 그 탓에 승재의 차례는 더뎌졌다. 하지만 승재의 차례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승재의 가슴은 뛰었다. 소지품 검사가 시작된 지 40여 분이 지나고 승재의 차례였다. 승재의 가방을 들여다 본 담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김 승재.”

“네.”

“체육복 누가 훔쳐갔다고 하지 않았나.”

교실의 시선이 모두 승재에게 쏠렸다.

“찾았어요.”

“그래?”

담임은 다른 아이들의 소지품 검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체육복 소매를 살펴보았다. 성웅이 소매 안쪽에 이름을 써놓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담임의 낯빛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물들었다.

“김 승재, 이거 네 것 맞나.”

승재는 의아했다.

“네.”

담임은 승재의 눈앞에 체육복 소매를 들이밀었다.

“넌 이제 뭐로 보이냐.”

체육복 소매에는 김 필재라는 검은 얼룩이 없었다. 초록색 체육복 바탕에 검은 색의 굵은 글씨로, 최성웅이라는 이름이 새겨졌을 뿐이었다. 승재는 안면근육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글자를 잘못 봐서 제 것인 줄 알았어요.”

승재는 고개를 숙였다. 담임은 승재에게 교내 봉사 5일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담임이 교실에서 나가고 승재의 주위에 남자아이들이 둘러쌓았다.

“네 눈은 장식이냐? 이름 하나도 못 알아봐서 이 난리를 피워? 너 때문에 담배랑 라이터 다 뺏겼잖아.”

남자아이들의 타박이 심해질수록 승재의 고개는 점점 무거워졌다. 그 때 성웅이 승재에게 다가왔다. 성웅은 승재의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거칠게 뺨을 내리쳤다. 짝. 그리고 짝. 그게 끝이었다. 곧 성웅은 승재에게 등을 보이더니 지희의 책상에 걸터앉아 지희의 머리를 기분 좋게 부벼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승재는 전교생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술안주 오징어처럼, 길가의 풍선껌처럼. 전교생의 입에 승재가 오르내리는 것은 때와 장소를 불문했다. 승재가 씹히고 씹힐수록 그는 형이 선물해 주었던 엠피쓰리로 음악을 들었다.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형의 모습이 떠오르는 마약이었다. 형의 모습이 떠오르면 곧 아버지의 모습도 그려졌다.

유달리 음악을 좋아하여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했던 형과 형이 의사가 되기를 희망했던 아버지. 그들의 마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탄으로 이어졌다. 형은 가출을 했고 아버지는 형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심한 내장파열. 그것은 아버지를 사지로 몰아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어머니는 한 동안 눈물바람이었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어머니는 급하게 식당일을 구했다. 갑자기 시작한 식당일은 어머니의 삭신을 쑤시게 했다. 어머니가 퇴근길에 항상 사들고 오는 파스는 어머니의 등과 관절에 덕지덕지 붙여졌다. 어머니는 밤마다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끌어안으며 소리죽여 울었고 가끔은 신 김치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형을 본 것은 경찰서였다. 형은 마약중독자가 되었다. 음악이 좋다며 선한 웃음을 짓고 순수한 열정에 얼굴이 붉어지고 눈이 빛나던, 가끔 자장가처럼 잔잔한 노래를 불러주던 형은 없었다. 경찰서에 있던 형은 얼굴빛이 검어졌고 입술은 탁하고 갈라져있었다. 승재와 눈을 못 마주쳤고 손과 다리를 떨었다. 종일 불안해 보이는 눈치였다. 하지만 형이었다.

“손 안 대본 마약이 없는 것 같아요.”

경찰은 우리를 보며 안타까운 듯 쳐다보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어머니는 형을 보았다. 어머니의 무반응에 경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드님…. 맞으십니까.”

어머니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형을 말없이 보기만 했다.

“우리 형 맞아….”

어머니 대신 승재가 대답하려는데 어머니가 승재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승재가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보자 어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아들 아니에요. 필재는 저런 아이가 아닙니다. 마약에 손 안대는 바른 아이에요. 나와 우리 남편은 그렇게 키웠어요. 저 마약중독자는 내 아들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승재의 팔을 잡아 경찰서를 나섰다. 무슨 말이든 하려고 입을 벌리던 경찰관이 팔을 뻗은 채로 멍하니 승재와 어머니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형은 승재와 어머니의 가슴속에서 죽어버렸다.

 

-

 

승재는 액정이 깨진 엠피쓰리의 전원을 켰다. 승재는 오늘도, 지금도 음악을 듣는다. 이어폰에서는 형이 승재를 위해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른 노래가 시작되기 전, 형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형의 목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았다. 나긋나긋 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낮으면서도 탁하지 않으며 들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였다. 마치 어릴 적 들었던 자장가처럼.

[승재야, 고 3되고 공부하느라 힘들지?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고 힘내! 이 멋진 형이 너를 위해 작사, 작곡 다 한 노래야. 나중에 형 데뷔하면 친구들한테 자랑해.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진 가수 김 필재가 예전에 하나뿐인 동생 김 승재에게 지어준 노래라고. 자, 이제 시작한다? 아, 근데 좀 부끄럽다.]

형의 기타반주가 시작되었다. 형의 손가락은 남들보다 조금 긴 편이었다.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생긴 굳은살은 형의 하얀 손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샤프와 펜으로 얼룩진 손이 기타를 칠 때면 형은 정말 멋있었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한 편은 그네를 타고 있었을 때지. 조금만 더 높이 그네를 타면 내 발끝이 구름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맑은 날의 구름 보다 더 하얀, 그 만큼 순수했던 난…그렇게 생각했어.”

승재는 어느 덧 엎드려 노래를 들었다. 갑자기 솟구치는 눈물을 가리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푹신해 보이는 구름침대에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천사가 불러주는 자장가소리. 어릴 적, 내가 꿈꾸던 상상나래. 그렇게 꾸었던 내 상상은 어느 덧 저 편 기억너머로 사라지고…”

유치한 가사는 형의 목소리를 입고 형의 멜로디로 장식하며 형의 잔상이 되었다. 갑자기 기타소리가 격해졌다.

“나에겐 꿈이 있는데! 내 꿈은 말이야! 너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노랫소리로 너에게 희망을 주는 것. 언제나 너를 이끌어주면서 언제나 너를 지켜보면서…”

“거짓말.”

승재는 이어폰을 귀에서 거칠게 빼내었다. 거짓말이면서, 온통 거짓말이면서. 가식쟁이. 승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안녕하세요 소설화입니다!

대박 오랜만으로 이야기글에 글을 남긴다는..ㅎㅎ

내일은 오프모임!!+_+

오맨만에 글티너들을 보겠군여~ㅎㅎ

아 열심히 글틴활동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안 지켜지는 이유!

ㅠ ㅠ 그것은 미스테리~ 그래도 들려서 많은 분들 글 읽고 가니까 활동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혼자 중얼입니다~

이번 제 소설은 좀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했던 제 소설과는 조금 색다른..?ㅋㅋ

여태까지 제 소설들은 약간 청소년 성장소설 + 동화

뭐 .. 이런 것들이었는데.. 거기다가 결말은 항상 해피엔딩!!

최대한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과 혼돈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제 필력이 부족한 가 봅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설화가 왔네요ㅋㅋ

+

지적해주신다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강아지발바닥냄새
강아지발바닥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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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3
인형의 꿈

집으로 가는 학원 차에 몸을 실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mp3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학원에서 숙제로 내준 영단어 프린트는 하릴없이 내 손에서 뒹굴고 있었다. mp3에서는 최근 컴백한 여성아이돌의 후속곡이 흘러나왔다. 신나는 음악소리에 버스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묻혔다. 버스 안에는 음악소리와 나만이 존재하는 듯 했다. 나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어둑한 하늘과는 상관없이 화려한 밤거리를 연출하고 있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교복무리, 노출이 심한 아가씨, 비틀대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아저씨 등이 화려한 밤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반대차선에는 교복무리로 한 가득 배를 채운 시내버스가 힘겨워 보이는 뜀박질로 학원차를 지나쳤다. 그리고 화려한 밤거리를 뒤로하고 학원 차는 걸음을 재차 재촉한다. 어느 덧, 학원 차가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세워지고 차 안을 반 절 가량 채우던 아이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도 차안에서 한껏 굽히고 앉아있던,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버스에서 내렸다.  ***   “성적표 갖고 안방으로 와.”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쌩하니 지나지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방에 들어가 가방 속에서 하얀 종이를 들고 터덜터덜 안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앉은 엄마에게 하얀 종이를 내밀자 엄마는 종이를 거의 찢듯이 빼앗아 갔다. 나는 빈손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엄마의 점점 굳어가는 얼굴을 바라보기 겁나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이걸 성적이라고 들고 온 거야?”언뜻 보이는 엄마가 쥐고 있는 하얀 종이 속 숫자들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엄마는 종이를 나한테 던졌고 종이는 나의 발 앞에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고등학교 갈 생각은 있니? 성적이 그게 뭐야! 것도 공부한 거라고 할 수 있어? 어떻게 된 애가 그 모양이야!”엄마는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50점대가 어떻게 나와, 어떻게!”지금 내 발 앞에서 형편없는 자세를 취하는 성적표에는 50점 대 과목이 둘이나 있었다. 수학과 미술. 엄마는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다 배운 거잖아, 배운 것. 수업시간에 딴 짓만 안 하면 다 맞을 수 있는 것들인데 왜 이 모양이야!”엄마 말은 맞았다.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 말대로라면 전교생 중 올백성적표를 들지 않은 아이가 없을 것이다. 그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하지만 그 말을 한다면 엄마 옆에 있는 베개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았다. “엄마가 너를 보면 억울해. 정말 억울해. 가난한 농사꾼 부모 둔 게 그렇게 한이 될 수 없어. 내가 너보고 김매고 밭메라, 시키디? 소죽 쑤라고 해? 빨래며 청소며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 멕여주고 깨끗한 옷 입혀주는데 뭐가 불편해서 성적이 이 모양이야, 이 모양이! 엄만 너만할 때 니 외삼촌 업어 키우고도 맨날 1등 했어. 맨날 상타오구 100점 맞고. 집에서 공부할 시간도 없어서 정말 수업하나만 열심히 들었어. 문제집하나 보지 않

  • 강아지발바닥냄새
  • 200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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