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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 작성자 호치키스
  • 작성일 2010-08-10
  • 조회수 95

 입에 넣었다.

사방으로 모서리 진 느낌이 혀에 닿는다.

이리저리 녹이면서 굴리다보니 까슬까슬하던 느낌은 없어지고

그 새에 없어진다. 그 새에. 없어진다.

형체없이 사라진 별사탕의 끝 맛을 느껴본다.

그렇게 달더니만, 끝 맛은 영 텁텁하고 화학제품 같은 맛이 난다.

나는

엄마를 떠올린다.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멈췄다.

엄마 손을 꼭 붙잡은 한 여자아이는 버스의 높은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조심조심 내려온다.

아이 엄마는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보며 급히 아이를 끌고 걷다가 이내 멈춰서서

피나도록 입술을 물어뜯는다.

그러다가 무언가 다짐이라도 한 듯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며 발걸음을 빨리 하다가

갑자기 주저앉기도 한다.

또 아이를 재촉하며 막 뛰다가, 얼마가지도 못해서 주저앉더니 단단히 매져있는

아이의 신발끈을 괜히 다시 고쳐매주며 숨을 몰아쉰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비틀거리다가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일어선다.

부시럭, 부시럭럭. 아이 엄마는 주머니 속 비닐봉지 안에서 별사탕을 크게 한 주먹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준다.

아이는 한 손에 다 쥐지도 못하고, 두 손 가득 나눠쥘 수 밖에 없다.

 "엄마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곧 올게. 사탕먹으면서 착하게 기다리면 엄마 올거야.

 착하지, 우리 딸. 사랑하는 우리 딸. 하나뿐인 내 딸."

아이 엄마는 희미하게 미소짓곤 약간 비틀거리며 일어선 뒤 두어 번 뒤돌아보더니 빠르게 멀어진다.

아이는 혼자 있기 싫어 엄마의 치맛단을 붙잡으려했지만

가득 별사탕이 담긴 두 손을 내려다보며 체념한다.

혀를 가져다 별사탕 하나를 침으로 붙혀서 입에 넣는다.

달다.

아이는 아리도록 단 그 맛을 지그시 삼키며

멀어지는 엄마의 뒷모습이 희미해져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도록 쳐다본다.

 "미스 김, 또 군것질이야?"

 "......."

갸루룩, 갸루룩.

빵빵하게 가득 채워진 내 입안, 수 많은 별사탕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도대체가 회사일에 집중 하는 걸 볼 수가 없군."

 "......."

입 안 가득한 별사탕을 핑계로 대답을 안 해도 돼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별사탕이 다 녹아가자 나는 입 안을 공기로 약간 부풀리고는 우물우물,

잇몸을 씹는다.

 "이 미련한 아가씨야. 거래처 사람들이나 상사들한테 안 시켜도 커피같은 거 바딱바딱 타다주고,

 살갑게 옆에서 좀 눈치있게 앉아 있으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미스 김 같이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능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젊은 아가씨 취직시킨 건

 그렇게 좀 애교 있고 눈치 있게 하라는 말이야.

 좀 잘해볼 수 없나?"

역겨운 향수 냄새를 뒤꽁무늬에 남기고 박 과장은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탁 닫는다.

주위 동료들의 눈동자들이 비웃음을 한 껏 담은 채 나를 향한다.

내가 당신네들 커피나 타다주러 회사에 들어온 줄 알아?

회사일에 집중하라며, 커피타는 게 회사일이냐? 그럼 커피 잘 타고 손 좀 닿아도 가만히 있는

다방아가씨나 고용하지 그래? 쏘아붙이고 싶지만 하고 싶은 말들은 입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맹렬히 저들끼리 부딪히고 부딪히다 결국 쨍그랑 슬픈 소리를 내며, 모서리진 별로 아프게

삼켜진다. 내 속에 벌써 별이 몇 개나 쌓였을까. 별사탕만 해두 엄청 많이 먹었고,

속으로 삼켜야 했던 많은 것들이 날카롭게 모서리지며 응결되서 내 안에 쌓였다면.

나는 내 뱃속에서 수 천, 수 만개의 별모양들이 갸루룩 갸루룩 부딪히는 걸

상상하다가 쿡, 하고 짧게 웃었다.

열기 가득한 이동식 의자에서 일어나 일회용 커피봉지를 뜯고 종이컵에

신경질적으로 탁탁 털어넣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커피봉지로 휘휘 젖고 접시에 올린 뒤

유일하게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섰다.

 "박 과장님, 커피 좀 드시겠습니까?"

문간에 서서 어색하게 묻는 나에게 손가락 두 개로 까딱까딱, 날 부른다.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종이컵을 잡는다.

 "뭐야?"

소리를 지르며 고의가 다분한 손짓으로 종의컵을 넘어뜨린다.

내 하얀색 블라우스가 진한 커피색으로 보기싫게 물든다.

 "어, 미안하게 됐군. 근데 정말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더운 날씨에 날더러 뜨거운 커피 마시고 열받아 죽으라는건가? 더운 날씨에 서로

  짜증낼 일 만들지 말자 이거야. 옷은 미안하게 됐는데, 제발 눈치 좀 있게 행동해.

  얼음 띄운 화채를 대접해도 모자를 판에, 냉커피 정도는 준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미스 김도 참 사회생활 못해. 이런 사람 처음 봤어 진짜."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 못 했어요."

갑자기 욱신욱신, 입안이 아려온다.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티슈로 쏟긴 커피를 대충 휘휘 닦아내고 접시와 종이컵을 대충 추스리며

돌아서 나가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날 정도로 잇몸과 입 안이 더 아파온다.

며칠 전부터 한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픈 적이 많았지만 오늘따라 못 참을 것 같이

더 아픈 것 같다.

오후 동안만 병가를 내달라고 할까, 아냐. 진짜 요번에 그랬다간 제대로 눈치없는 년으로

찍힐 게 뻔하다. 참다가 회사 마치고 가야지.

나는 힘 없이 걸어가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문을 열자 훅, 뜨겁고 끈적한 열기가 느껴진다.

 "김별 씨, 충치가 너무 심하네요."

 "아......그렇군요."

 "성인 분이 이렇게 심한 충치를 방치하기 쉽지 않은데요. 

 자기의 고통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죠. 붓기도 붓고 아프기도 아프거든요.

 단 거 특별히 좋아하시나요?"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별사탕을 많이 먹어요."

 "유감이지만 이젠 안 드시는 게 좋아요. 충치 때문에 치아를 뽑아야 할 상태까지 왔으니 자제하세요."

 "......."

 "일단 치아 하나는 너무 심해서 발치를 해야합니다. 그 후에 임플란트를 해 넣으셔야 하구요.

 나머지 충치발생 치아들은 날짜를 나눠서 차츰차츰 치료하기로 합시다."

바람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틀어막은 하얀 솜에 먹먹히 빨간 물이 든다.

집에 돌아오는 길, 짙은 밤 하늘의 별이 자꾸 내 시선을 빼앗는다.

왠지 너무나 서럽다. 서럽고 억울하다.

나는 주머니 깊숙히 손을 넣어

별사탕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집어 입에 쑤셔넣는다.

단 맛. 그러나 아린 맛. 슬픈 맛. 

지난 십여년 간 한 번도 울지않았다.

울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짙은 밤 하늘 밑의 넓은 밤의 강.

강물에 비쳐 연약하게 흐르는 별빛에 어쩌다 시선이 닿자, 나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다.

운다고 하는게 맞을까, 쏟아낸다고 하는 게 맞을까.

엄마, 엄마.

엄마 없는 애 소리 들으며 자랐어도 한 번도 엄마를 그리워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엄마를 부르며 강에 별들을 쏟아내고 있다.

뱃 속에 있었던 별들이 갸루룩, 갸루룩 무언가를 타고 올라와 내 속눈썹 근처에서 서성인다.

모서리진 느낌에 아프고 따갑지만, 나는 멈춰서서 강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엉엉 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상이 나를 배려해주기라도 하는 듯이,

시간이 멈춘 듯 내가 울게 내버려둔다.

짜증나, 정말.

왜 나만 아팠어.

입을 벌리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운다.

채 덜 녹은 별사탕들이 내 침을 타고 밖으로 흘러내린다.

안정된 모습으로 찰랑.찰랑.찰랑이는 강물을 보며

나는 계속 울었다. 계속 쏟아냈다.

생애 처음으로.

조금씩 별의 모서리가 무뎌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던 반짝이는 하나의 시선이

나를 위로라도 해주는 듯 내 이름을 부르며 안아줄테니 이리로 오라 손짓했다.

나는 망설이지않고 별에 꼭 안겼다.

왜 나만 아팠어? 왜 나만...

응응. 내가 다 알어. 괜찮아.

나는 단 맛이 나는 그 별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의 목소리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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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 노트에 써놓은 건데 

썼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책상정리하다가 발견했어요.

잘 고쳐서 새로 써볼까 했는데 어디서부터 고쳐야할지 모르겠네요..ㅎ_ㅎ

올리기 부끄럽지만

선생님 말씀 듣고 고쳐보려고 올려요. 마지막에 갑자기 울면서 죽는게 쌩뚱맞네요.ㅠ_ㅠ

호치키스
호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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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치키스
  •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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