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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으로 돌아간다면

  • 작성자 국내거주
  • 작성일 2009-10-12
  • 조회수 217

그 때를 되돌아보면 세찬 바람줄기를 타고 어슴푸레 짙푸른 공기 속을 가로질러 함박눈이 펄펄 즈려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갓난쟁이였을 적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그 때의 풍경마냥 내가 귀빠진 날에도 함박눈이 내렸었다 연신 말하시고는 하였다.

 

나흘, 나흘을 있으면 용감무쌍하신 우리 아버지가 자랑스런 동학군으로 여어 가신 지 성상날이 된다며 어머니는 씁쓸하지만 서도 자랑스러웁게 어린 나의 아비없는 탄신일의 위로랍시고 함박스런 웃음을 지으시며 다독이시니 아홉 살, 그 어린 꼴에 장남이랍시고 의젓한 노릇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불쌍스러운 처지가 되어고 말았었다. 나는 암요, 우리 아부지는 자랑스럽지요 하면서도 그냥저냥 복받치는 설움에 눈시울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모양은 숨길 새가 없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재수사납게 질질 짜대며는 안되느니라. 하며 호되게 혼내시질 않고 뭉툭하게 부르튼 손으로 등을 투덕투덕 다독이셨다. 마치 그 손이 눈물샘을, 나무에서 감 떨어져라 툭툭 쳐대는 것과 같은 꼴로 툭툭 거리는 꼴이 되어 오줌보 터진 마냥 고 눈물이 투욱, 툭 계속이나 떨어지고 이내 엉엉 소리 내어 오열하기에 이르렀다.

둘째아도 울었다. 울음은 전염이 될까, 넷째 계집애도 울었다. 모두가 울었다. 엉엉앙앙 집안이 송장이라도 치른 듯 혼비백산이 되었지마는 우리의 울음소리에 비해 한없이 한없이 작기만 한 어머니는 혼은 커녕 달랠 기색조차 않은 채 조심스레 열린 문틈으로 함박함박 푸져가는 눈만 멀겅히 바라보셨다.

나는 눈물로 부연 시야 속에서 검버섯으로 얼룩진 굳은살배긴 그 손이 하여하여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모를 일이었다. 탐관오리를 징벌하고 세상을 태평천하로 만들고 돌아오리라, 돌아올 적엔 어머니 당신의 희끄무리하며 힘없는 그 머리칼에 드릴 어여삐 고운 비녀를 사 오리다 의기양양하셨던 당신이 돌아오기는 커녕이요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이 휘두르는 나랏님의 졸개가 든 창살에 일생을 마감하셨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그 육체는 썩어 문드러지었으며 그 한만 죽어라고 많은 영혼은 하늘에서… 아니, 어쩌며는 지금 우리들의 곁에서 울상을 짓고 계시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생사를 단정 짓기는 물론이야 할 수 없지마는 그 때의 아홉 살 어린나이에… 그 고사리마냥 어린나이에 그것쯤은 알고야 있었다. 육남매와 가련한 어머니에게는 하늘님마냥 귀하고 소중하신 당신의 존재가 나라님, 그리고 그의 졸개의 눈엔 개, 아니 개만도 못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암, 개도 함부로 잡지를 않는다. 저들이 먹기 위하야 잡는 경우는 허다하게 봤지마는 배곯음에 지쳐 힘아귀 없는 목청으로 울부짖는 앙상한 몰골의 개에게 먹이를 주었으믄 주었지 잡지는 않는다. 이 말이다. 그러니 실상 사람목숨이 개보다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한가.

 

통곡하는 어머니의 두 손을 눈물 맺힌 시야로 쓰담으며, 연신 초상이라도 난 듯한 집안의 그 배곯은 추잡한 몰골을 보며 아홉 살의 나는 정의감 강한 자랑스러운 제 아버지를 원망으로 곱씹고 곱씹다 또 곱씹었다. 아홉 살인 저도 알고 있는 세상의 처지를 아버지가 모를 리 없다는 것에서 우러르는 배신감… 당신이 배신한 적이 기어코 없음에도 배신감을 느끼었다. 아마 가족의 애달픈 미래보다 세상의 애달픈 미래를 가엾어라 감싸 안은 당신에 대한 모진 배신감이었으리라.

 

어찌 보면, 아니 당연히 멋진 사상을 갖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야 하신 당신에게 나는 그 아홉 살의 1년 전 여덟 살의 날에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걸 하는 생각을 떨치려야 그러할 수가 없었다. 떨칠수록 그것은 바람이 되어 살 속으로 꾸역꾸역 스며들었다. 아버지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 이기적인 바람…

 

하늘님, 1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어 주십사요, 아버지를 농민운동에 꼬인 간사한 놈팽이를 기필코야 분질러 놓겠습니다.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어 그것이 벗겨지어 가운데토막이 보여져도 절대로 놓지 않겠어요. 그러니 1년을 주세요. 훗날 내가 1년을 일찍이 죽는다 하야도 여한이 없으니 1년을 주어요…

 

아홉 살 난 어린 고사리의 감히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기심을 담은 그 기도가 못내 하늘님은 언짢으셨는지 1년을 되돌리기는 커녕이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 결국 아버지를 돌려주시질 않으셨다.

 


[1년전으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주제를 찾아 정한 뒤 100분 이내로 원고지에 옮겨보자 하고 쓴 소설입니다.

결국 2분 42초 초과였지마는...

국내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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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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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거주
  • 2009-10-31
인연

하물하물 무겁고 습한 공기중으로 빗줄기가 어영부영 쏟아지었다. 가족들 다 떠난 빈집에 홀로 멀거니 앉아 어젯밤보다, 아니 보다라 비교할것도 없이 적막하고 고요한 문 밖의 침묵에 넋을 잃었다. 귓 속에 쟁기는 소리는 부슬부슬 흩날리는 어린 빗줄기, 아무도 없는 동네를 비척비척 적시고 있는 빗줄기, 그것 뿐이더라. 서러운 심정에 눈물만 왈칵 쏟아졌다. 인민군에게 점거당한 동네를 벗어나지 못함에도 서러웠지만 무엇보다야 서러운 것은 계집아이는 밥만 축낸다는 이유로 모질게 버려진 제 처지였다. 그 처지가 얼마나 비루하고 남루한지 제 혼자 살길찾아 떠나야 한다는 강박조차 들지를 않았다.   아아, 살 길을 찾고싶지 않는 처지이니 죽을 길이라도 찾아볼까. 도롱이를 매어고 주린 배를 움켜진 뒤 삿갓을 쓰고는, 눈물로 흉하게 얼룩진 얼굴을 가리어주는 그 고마운 삿갓을 눌러쓰고 땅에 발을 디디었다. 비에 적셔진 아득히 넓은 침묵이 살아서 남겨지었다는 것의 실감을 다시끔 상기시켰다. 어디론가 가자, 피난민들의 무리를 쫓지 아니하면 어떠랴, 쉼 없이 계속이나 걷다보며는 어딘가에 닿을 수 있겠지, 설령 닿은 곳이 저승이라고 해도 어떨까, 지금 내가 걷고있는 눅눅히 습진 땅이 저승길이라도 해도 어떨까, 아무렴 어떠랴… 아무렴. 정신을 부여잡자는 생각도 않고 식구들에게 못나게도 버려진 제 원망스러운 처지 또한 생각도 않고 휘감기는 물기어린 바람을 여린 살갖에 맞대며 언제고 이 길이 끝날까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조차 맴돌지 않는다. 무렵, 오른쪽 무거운 어깨에 누군가가 두드리는 촉감을 받았다. 그것에게 뒤를 돌아보니 부슬비 속을 한참이나 헤매었는지 속속히 젖은 몰골의 사내가 웅커니 서 있었다.   "무슨 일이어요"   사람을 만났다는 미미한 기쁨이 돋아났지만 울리는 목소리는 상기된 기색하나 없이 암울했다. 사내는 젖은 머리를 털고자 하는 모양도 보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쪽은 인연을 믿는감" "이 난리에 연정이라도 품어보자는 거요" "그러면 안되나"   뜬금없는 천연덕스러운 대사와 달리 푹 젖은 몰골의 사내는 너무나도 처참했다. 미치기라도 했담, 엉뚱한 소리를 들었다는 불쾌감을 드러내는 양 인상을 굳히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사내는 제 옆얼굴로 줄줄 흐르는 빗물을 닦아내었다.   "아내를 잃었다" "그래서 연정이 고프신감"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물론 너무도 당연히 슬픈 소리였지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온 것이 사람 죽었다고 엉엉거리는 곡소리였던지라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칠 수 있었다. 지금 내 꼴만이라도 어떤가, 숨쉬고 있는것이 애달프다 못해 공기를 축내는 밥보마냥 추하고 추하여 제 죽을길만 기다리고 있지를 않는가. 사내도 그것을 수긍하는지 무심한 내 반응에 두런두런 슬픈 표정을 짓지는 않더라.   "그대는 인연을 믿는거지?"   다시끔 황당한 질문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싶다 저러는 것일까   "인연이라는 것이 뭔지나 알아야

  • 국내거주
  •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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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렸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 곧 땅바닥을 쓸어야 했다. 나는 이병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문장이 이해는 빠르지요. 한 문장에 한 정보.)

    • 2009-10-16 19: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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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네.............................ㅠㅠ 대사를 문장에다가 우겨넣어서 그런것도 같네요.......................... 그런데 문장이 길면 읽기 힘든가요? 아 힘들구나..................그쵸 힘들지요 호흡이 길어지니까.....................................................................................ㅠㅠ

    • 2009-10-16 12:27:3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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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이 너무 긴 것 같아요

    • 2009-10-16 00:47:2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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