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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 작성자 시느
  • 작성일 2009-10-04
  • 조회수 729

노래 

 



아이들은 날 비웃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비웃었다. 나는 그저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팔을 꽉 조여 오는 교복 상의와 우스꽝스럽게 긴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교복이 창피해서 주위를 살펴 볼 텐데, 오늘은 당당하게 길을 걸었다. 학교 가는 길의 흔한 풍경도 오늘만큼은 새로웠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들, 활기차게 부스러기를 쪼아 먹는 살찐 비둘기들. 도시 비둘기답게 내가 다가가도 겁내지 않는다. 참으로 점잖은 비둘기구나, 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맞은편에서 같은 반 친구인 진아가 걸어오고 있다. 나는 진아를 불렀다.



“진아야!”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진아가 주위를 둘러봤다. 진아가 걸음을 멈추자 나는 차를 피해 재빨리 건넜다.



“여기야, 여기!”



진아가 날 발견하고는 생긋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안녕.”



진아가 나에게 인사했다. 나도 진아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빨리 가네?”



아침 일찍 등교하는 나로선 진아가 일찍 오는 모습을 보지 못해 의아함에 꺼낸 말이었다. 진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음악 가창시험이 있어서 연습하려고. 너는 원래 빨리 가니?”



아뿔싸, 진아가 노래 연습을 하려고 빨리 등교하는 거였다니. 내가 진아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을 못하자 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원래 빨리 가냐니깐.”



“아, 아……나도 연습하려고 빨리 가는 거라서.”



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자그맣게 꽃잎이 벙글어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진아가 살짝 웃고 있었다.



“진아야?”



왜 웃냐고 묻기도 전에 진아가 얼른 대답했다.



“미안, 네가 노래를 부른다니 잘 상상이 안 가서.”



쿵, 하고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 속 구석구석 울려 퍼졌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아, 가을이구나. 날씨가 점점 쌀쌀해진다. 그렇지 않니, 현지야?”



진아의 낭랑한 목소리에 화가 치밀었다. 그래, 넌 예쁘고 키도 커서 좋겠다. 게다가 인기도 많고 부자이기까지 해서 참 좋겠다. 넌 노래와 잘 어울리고 꿈이 성악가라 참 좋겠다.



“현지야? 얼굴이 빨개. 혹시 우는 거니?”



“넌 나보다 참 잘나서 좋겠다. 나처럼 평범하고 키도 작지도 않고 노래한다고 앞으로 나가면 누가 비웃지도 않아서 좋겠다.”



내가 눈물을 닦으며 진아를 비꼬자 진아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 나한테 감정 있니?”



“나도 노래하고 싶었어. 너처럼 꿈이 성악가였어. 아니? 나, 평범하고 키도 작고 뚱뚱하기까지 해서 노래를 한다고 하면 남들이 다 비웃었어. 심지어 우리 부모님까지도!”



비명을 지르듯 말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시원한 바람이 진아와 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내가 조금 진정되자 진아가 말했다.



“난 너를 비웃은 게 아니야.”



진아의 말에 내가 소리치려고 하자 진아가 재빨리 내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나, 사실 오늘만 빨리 가는 거 아니야. 전부터 빨리 갔었어. 그리고 그때마다 너의 노래를 들었어.”



진아에게서 들은 의외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의 노래를 들은 건 나뿐이 아니야. 우리 반 아이 몇 명도 들었어. 그 아이들도, 나도 네가 노랠 잘 부른다고 생각했어. 겉모양에 신경 쓰지 마, 현지야. 네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드러내.”



진아의 말에 어느새 나는 웃고 있었다.

시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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