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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대

  • 작성자 인간극장
  • 작성일 2009-08-04
  • 조회수 345

그들의 시대

유 승 호

 

 

 

 

 

 

 

 

 

 

 

 

 

 

 

 

 

 

 

 

 

 

 

등장인물

미영 아버지: (남 40대 중반): 전두환의 3S 정책 피해자이며 그날이 떠오를 때마다 살인을 저지른다. 사이코의 안소니 퍼킨스를 모델

경수: (남 만 17세): 미영 아버지의 젊었을 때 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어딘가에 정착하고픈 마음이 있다.

미영: (여 만 17세): 미영 아버지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 포르노를 찍는다. 하지만 결국 실망을 안겨 준다. 그날의 매춘부를 의미한다.

포르노 남: (남 40대 중반) 전두환을 의미한다.

 

 

+ 그 당시 야구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무기와 같은 스포츠를 통해 백로를 죽이는 씬 등 상징적인 장면이 몇 몇 나옵니다.

+ 경수와 미영과의 만남이 너무 우연적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는데 단지 미영 아버지의 회상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다리 씬이랑 창문으로 바라보는 씬도 경수와 미영아버지와 구분지어 다른 세상에 있음을 표현했습니다.

 

 

 

- 선생님 1년전 쯤 지식인이라는 시나리오를 올린 인간극장 입니다.

내 시나리오를 다시 보지만 뭔가 허전하고 미성숙합니다.

충고 부탁드립니다.

 

- 병맛킹님 아직도 활동하시고 계시는 군요^^ 

 

 

 

 

 

 

 

배경: 다리 - 구체적으로 제시하자면 전주 롯데 백화점 근처 백제로 (낮- 실외)

따사로운 햇빛이 다리아래 실개천에 비춰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긴 다리의 하얀 백로가 실개천 중심에서 서있다.

다리 아래 백로의 하얀 깃털에 홀려 입을 벌리며 멍하니 백로를 바라보는 경수.

경수는 평범한 복장 (캐주얼)과 짧은 헤어로 개성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는 평범한 외모의 학생이다.

경수는 흙바닥에서 자기 주먹만 한 돌멩이를 찾더니 몇 초 후쯤 돌멩이를 찾아내어 손에 쥔다.

경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이는 백로.

천천히 야구 투수자세를 취하더니 백로를 향해 돌멩이를 던진다.

하지만 아깝게 빗맞아 버리고 대신 돌멩이가 물에 빠지며 울리는 파동에

놀라 날개를 커다랗게 파닥이는 백로.

아쉬워하는 경수의 표정.

한편 다리 위편. 택시를 세우고 택시 앞문에서 내리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는 40대 중반으로 호리호리한 외모에 순한 얼굴로 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 잔주름살이 많다.

택시에 나오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만 전화 음만 들릴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결국 시간이 지나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 됩니다’가 들린다.

힘없는 한숨을 내쉬더니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힘없는 목소리로) 여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벌써 한 달째야

 

아름다운 다리 주변 배경을 이곳저곳 보여주며 미영 아버지의 음성은 계속된다.

 

미영 아버지: (E) 그래, 일주일 정도는 여행이라 치고 괜찮을 수 있어. 하지만 벌써 한 달 째잖아? 당신이 집나가고 난 후 집안 꼴이 장난이 아니야. 미영이도 당신 나가고 난 후 신경질 적으로 변했고 무엇보다도 나 너무 힘들다 여보.

실개천이 보이는 다리 안전대로 향하는 미영 아버지의 모습

 

미영 아버지: 여본 알잖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 (다리 안전대에 손을 올리며 잠시 뜸 들인다)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제발 돌아 와줘. 당신이 싫어하는 담배도 줄일게. 진짜 내가 더 잘 할 테니까.. (감정이 확 올라왔는지 눈을 꾹 감으며 한숨을 쉰다) 돌아와.. 그만 끊을게

 

휴대폰을 닫는 미영 아버지. 줄인다던 담배를 태연스레 깨내 피우며 실개천을 바라본다.

다리 아래. 어느덧 돌멩이 던지기에 재미가 들였는지 계속해서 돌멩이만 던지고 있는 경수.

돌멩이에 맞으면서도 날지도, 선 뜻 도망가지고 못하는 백로.

경수의 애꿎은 행동을 둔한 무표정으로 바라보는 미영 아버지.

두려운지 경수를 향해 괴음을 내는 백로.

그런 백로를 보곤 놀란듯하더니 금세 안정을 되찾고 낄낄대는 경수.

백로를 보며 픽- 미소 짓는 미영 아버지.

다시 백로를 향해 돌멩이가 날아온다.

길게 한숨을 쉬는 경수. 이번에도 돌멩이를 쥐는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꽉 쥐어 잡는다.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문다.

달라진 경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미영 아버지.

+슬로우 모션 시작

경수의 투수포즈

머리에 돌멩이를 정통으로 맞아버린 백로

백로가 가볍게 쓰러진다.

+슬로우 모션 끝

막상 맞혀 버리니 당황했는지 얼빠진 얼굴로 백로를 바라보는 경수.

쓰러진 백로 근처에 피가 번진다.

백로를 바라보는 미영 아버지의 모습.

초조한지 자기 손을 조물락이며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지 못하는 경수. 주위를 살피던 중 방금 상황을 지켜보던 미영 아버지와 마주친다.

죽은 백로가 물살에 휩쓸려 내려간다.

떠내려가는 백로를 향해 손가락 질 하며 실실 웃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괜찮아, 말끔히 사라지잖아

미영 아버지의 냉담한 말에 대답보단 애써 미소 짓는 경수 (인상은 찌푸려져 있다)

자기 아래까지 떠내려 온 백로를 향해 담배꽁초를 떨어트리는 미영 아버지.

멀리 떠내려가는 죽은 백로를 15초간 보여주지만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세상은 참으로 고요하다.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계란 프라이, 김치. 김이 전부인 부실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고 미영 아버지와 미영이가 서로 마주보는 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미영은 왜소한 몸매에 긴 생머리와 뽀얀 피부가 인상적인 미소녀이다.

숟가락,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 외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따분한 식사.

미영 아버지를 힐끔 쳐다보더니 잠시 헛기침을 하고 들던 숟가락을 밥상위로 올려놓는다.

 

미영: 아빠, 엄마는 언제 들어오는 거야?

미영 아버지: (잠시 미영을 힐끔 쳐다보더니 집던 김을 밥 그릇 위로 올려놓으며) 몰라

미영: (미영 아버지의 간단한 대답에 조금 화가 난 표정) 너무 소극 적 인거 아니야?

미영 아버지: (드디어 밥 먹는 행동을 멈추고 제대로 미영을 바라본다) 집나간 그 여자에게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그저 전화로 빨리 오라고 비는 수밖에

미영: ...

미영 아버지: 그래, 너한테는 전화 안 왔었니?

미영: (맥 빠진 목소리로) 안 왔어

 

다시 밥을 먹는 미영 아버지

밥을 반절도 먹다 말고 그 자리에 일어나는 미영

 

미영: (맥 빠진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미영.

그런 미영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계속 밥을 먹는 척 하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짧은 한숨을 내쉬는 미영 아버지

 

배경: 미영의 방안 (밤-실내)

깜깜한 방안

벽을 향해 몇 번의 가벼운 박치기를 하더니 벽에 댄 상태에서 한숨을 내쉬는 미영

미영의 손이 천천히 바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 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 음이 15초 정도 울리고 난 후 포르노 남이 전화를 받는다.

 

포르노 남: (E) 여보세요?

미영: (방향을 바꿔 이번엔 등을 벽에 기대며) ...

포르노 남: (E) 여보세요...?

미영: 아저씨

포르노 남: 누구세요?

미영: 저 미영이요.

포르노 남: (E) (미영을 잘 모르는 듯) 미영..?

미영: 어제 대학로에서..

포르노 남: (E) 어제 대학로라, 어제 만난 애라면 수진인데.. 수진이 목소리는 아닌 거 같고 (이제야 알았다는 특유의 감탄사) 아~ 어제 토끼 티셔츠 입고 돌아다니던 걔?

미영: 네

포르노 남: (E)그래, 무슨 일이야?

미영: 하, 할게요.

포르노 남:(E) 뭘?

미영: 하겠다고요.

포르노 남: (E) 아 그래, 그럼 어디서 좀 만나자.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

미영: 아저씨 집으로 갈게요.

포르노 남: (E) 내 집 어디인 줄 알아?

미영: 대학로 근처라면서요.

포르노 남: (E) 맞아, 그럼 대학로 와서 전화 줘

미영: 네

 

전화를 끊는다.

천천히 벽에 미끌어 내려 앉아 천장을 바라보는 미영

 

배경: 포르노 남 부엌 (밤-실내)

텅 빈 부엌. 어디선가 경쾌한 휘파람 소리 (사랑은 비를 타고)가 들린다.

가벼운 춤을 추며 방에서 주방으로 나오는 포르노 남.

나이는 미영 아버지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며 탈모증 증세가 있다.

손에 든 프렌치카페 클로즈 업. 프렌치카페에 악마의 유혹이 써져 있음을 보여준다.

초인종이 울리자 휘파람을 멈추고 문을 열어주는 포르노 남

 

포르노 남: 그래, 왔니

미영: 안녕하세요.

포르노 남: (주방 쪽의 소파를 향하여) 그래, 포르노를 찍겠다고?

미영: (잠시 머뭇거리다) 네

포르노 남: (다시 미영 쪽으로 뒤돌아보며) 뭐해? 왜 거기에 서있어?

미영: 네

 

신발을 벗고 주방으로 들어오는 미영

소파에 앉아 프렌치 카페를 몇 모금 마시는 포르노 남.

 

포르노 남: 나이가 몇이지..? 이제 고2 고3?

미영: 고3이요.

포르노 남: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포르노는 왜 찍으려는 거야?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돈 때문에 그러는 거야?

미영: ....

포르노 남: (애써 미소 지으며)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돼

미영: 사실

포르노 남:?

미영: 우리 아버지가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셔서요. 무기력한 아버지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포르노 남: 허허, 너의 효심은 좋은데 너 말고도 네 아버지의 그 곳을 벌떡 서게 할 포르노 배우는 많아

미영: 우리 아버지는 종아리에 커다란 점이 있는 여자에게만 그게 서요.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우리 엄마와 결혼 했어요. 종아리에 점이 있다는 이유로.. 근데 저도 종아리에 점이 있거든요.

 

풉- 웃음을 터트리는 포르노 남

 

포르노 남: (웃음소리는 가시질 않고)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안거야?

미영: 엄마가 술 드시고..

포르노 남: 아무튼 요즘 애들 너무 효심이 지극해서도 탈이라니까

미영: ..

포르노 남: (소파 옆에 놓여 있던 빨간 가면을 건네며) 그래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가면부터 시작할까?

 

배경: 경수의 집 방안 (밤-실내)

컴퓨터 화면에 커다랗게 19세 미만 관람 불가가 보인다.

천천히 카메라가 컴퓨터 화면에서 점차 멀어지는데 멀어지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수의 뒤통수가 보인다.

 

경수: (씩- 음산한 미소를 짓더니) 엄마, 사랑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부모의 주민 등록번호를 입력하는 경수. 엔터를 누르자 음산한 미소에서 점차 찌푸리는 인상으로 바뀐다.

 

경수: 에잇, 또 본거잖아

 

화가 났는지 뒤 돌아 버리는 경수 (의자가 회전의자이다) 천장에 박제된 새를 바라본다.

 

경수: (E) 이젠 그만 어딘가로 정착하고 싶어

 

한숨을 쉬더니 다시 뒤돌아 포르노 동영상 (동영상은 전체적으로 모자이크) 닫는데 포르노 동영상 뒤에 있던 공유 사이트에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써져 있는 ‘빨간 가면을 쓴 뽀얀 영계 (종아리에 있는 섹시한 점이 압권)’을 발견하나.

 

경수: (씩 웃으며) 종아리

 

하지만 웃음도 잠시 금세 얼굴이 진지해지더니 침을 꿀꺽 삼키며 빨간 글씨를 클릭하는 경수.

 

경수: 제발, 황폐하지 않은 섬 이여라..

 

동영상이 켜지고 동영상속에 빨간 가면을 쓴 미영이가 침대에 앉아 있다.

미영을 보자 입을 쩍 벌리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경수.

 

미영: (E) 안녕하세요. 가면 녀입니다. 이 동영상은 사랑하는 그 분을 위해 바칩니다.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

동영상 속 미영의 옆에 나타난 포르노 남.

 

포르노 남: (E) 저는 (미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면 녀가 말하는 가상의 그분입니다.

경수: 드디어 낭만의 섬에 도착한 건가?

 

동영상 속 미영의 머릿결에 코를 대는 포르노 남.

 

포르노 남: (E) 우리 가면 녀는 엘라스틴을 씁니다. 그녀의 향기가 나의 가슴속에서 꿈틀 거리는 것 같습니다. 아- 아- 아- 그녀는 엘라스틴- 미소녀의 상징 엘라스틴-

경수: (미영의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져 덜 떨어진 말투) 엘라스틴..? 우리 엄마도 엘라스틴 쓰는데.. (문 쪽을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에잇- 이건 아니다.

 

미영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포르노 남.

포르노 남과 똑같은 타이밍에 화면 속 미영의 머릿결을 문대는 경수.

 

포르노 남: 엘라스틴을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머릿결이 찰랑 찰랑입니다.

경수: (미영의 머릿결을 상상하는 듯 궁금해 하는 말투) 찰랑 찰랑? (생각 되는지 응큼한 미소를 지으며) 찰랑 찰랑

 

다시 한 번 어두운 방. 경수를 바라보는 듯한 박제된 새를 보여준다. 새와 함께 포르노 남의 행복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배경: 미영 아버지의 방 (밤-실내)

탁자위에 놓여 있는 미영 아버지의 핸드폰 클로즈 업.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전화를 받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여보세요? (하지만 대답이 없자 아내라는 걸 살짝 눈치 챘는지 물어보는 듯 목소리) 여보세요.

아내: (E) (힘없는 목소리로) 여보

미영 아버지: (화를 내며) 지금 어디야?

아내: (E) 미안해요.

미영 아버지: (화를 버럭 내며) 지금 어디냐고!

아내: (E)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 결혼하고 나서 여자라는 무게가 이렇게나 큰 줄 몰랐어.

미영 아버지: 무책임한 소리야

아내: (E) 이제부터 나 찾지 말고 잘 살아 여보.

미영 아버지: 당신, 그게 무슨 말이야? 돌아오지 않겠다는 거야?

아내: (E) (잠시 말이 없다가) 응

미영 아버지: 뭐?

아내: (E) 지금껏 제대로 된 사랑 따윈 받지 못하고 여자 노릇만 했어

미영 아버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왜 결혼 같은 걸 했겠어

아내: (E) 당신은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지 않았잖아. 나는 그 당시 당신이 취했을 때 했던 말을 똑똑히 들었어. 당신은 나에게 말해줬지.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날 당신은 난생 처음으로 12시를 넘었다고. 당신은 혼란스러운 세상에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매춘부를 불렀지.

미영 아버지: ...

아내: (E) 그녀는 당신의 귀에 속삭였지. 내 가슴위에 잠들어 봐요. 잠시 동안이라도 좋으니까 푹신한 내 가슴 위로 잠들다 가요. 당신은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에 잠에 들었다고 했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당신은 잠에 깨어났어. 하지만 그녀는 없었지. 당신의 주머니에 지갑도 없었고. 진정으로 위로하려는 마음이 없었던 거야. 단지 더러운 돈에만 관심이 있었던 거지. 당신은 오열했어. 그녀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위로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거야. 당신은 그때 심한 패배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지. 그 후 당신은 그녈 복수하기 위해 매일 12시를 기다렸다고, 매일 12시. 자신을 분노 속에서 다시 잠재워줄 사이렌 소리가 울리길 기다리며..

미영 아버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내: (E) 당신은 말했어. 그런 말을 해주는 이유가 뭔지 아냐고.. 그녀에게서 유일하게 기억이 나는 게.. 종아리에 있는 커다란 점이라는 거야.. 그녀처럼 나도 커다란 점이 있다고.. 그래서 결혼도 한 거라고.. 평생 복수하려고.. 평생 부려먹으려고!!

 

당황한 미영 아버지.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창문 너머 전깃줄 위에서 미영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던 비둘기가 놀라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린다.

 

아내: (E) (감정이 북 바쳐 오르며) 당신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해져. 더 이상 말하면 화만 날 뿐이니 이만 전화 끊을게.

미영 아버지: (급박해진 목소리) 당신, 끊지마 끊으면 안돼. 다시 설명해줘. 그때 그 일들을. 제발! 제발!

 

하지만 냉정하게도 핸드폰을 닫아 버린 아내.

믿기지 않는 듯 ‘제발’을 반복하는 미영 아버지.

잠시 후 실행돼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질질 짜고 있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나 당신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여보. 당신에게 지금껏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살았는데.. (인터넷에 들어가며) 당신은 나쁜 여자야.. 정말 나쁜 여자야.. 내가 얼마큼이나 무기력한 녀석인지 알면서도.. (포르노 사이트에 들어간다) 몇 번이나 같이 자면서도 몰랐어? 내가 얼마나 무기력한 남자였는지? 매일 밤마다 비웃었으면서..

 

게시물에 빨간 글씨로 크게 써져있는 (아까 경수와 똑같은 게시물이다)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소녀 (섹시한 종아리에 커다란 점은 압권)’을 발견한다.

 

미영 아버지: 설마 포르노를 찍은 건 아니지?

 

빨간 글씨를 클릭한다.

아까 와 똑같이 동영상속 미영이가 침대위에 앉아 있다.

침을 꿀꺽이는 미영 아버지. 이때 바깥 주방 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순간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컴퓨터를 끈다. 다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배경: 미영의 집 미영의 방 (낮-실내)

벽에 기대며 한숨을 쉬는 미영

 

배경: 학교 교실 (낮-실내)

꽤나 요란하고 시끄러운 교실.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펴는 경수. 교과서에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해 나와 있다. 하지만 경수의 머릿속에선 가면을 쓴 미영의 모습이 자꾸 떠오를 뿐이다. 고개를 저으며 주위 환경을 바라보는 경수.

최근 야구실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과 성에 대해 농담을 하는 친구들과 최근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모습들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파리가 날아와 경수의 손등에 앉는다. 하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가만히 있는다.

 

경수: (E) 그날 포르노 속 그녀를 회상하며) 찰랑이는 머릿결.. 손등에 있는 손톱만한 상처.. 그리고 엄지발가락에 점.

 

이때 복도에서 교실에 들어오는 미영. 경수의 앞자리에 앉는다.

 

경수: (E) (미영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며) 찰랑이는 머릿결..

 

미영의 머리 클로즈 업

 

경수: (E) 손등에 있는 손톱만한 상처

 

미영의 손등 클로즈 업. 미영의 손등에 동그랗게 담배로 문지른 상처가 있다.

경수: (E) 그리고 종아리에 커다란 점..

 

미영의 종아리 클로즈 업.

놀란 경수. 미영을 향해 손짓을 하지만 차마 만지지는 못하고 그녀의 머릿결 향기를 맡는다.

 

경수: (E) 내가 영상을 보며 상상했던 향기

 

배경: 경수의 집 방안 (밤-실내)

깜깜한 방안

박제된 새 클로즈 업

컴퓨터 동영상 속 가면을 쓴 미영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

 

미영: (E) 당신은 어찌 보면 불쌍한 사람 이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

 

미영: (E) 그런 당신을 사랑해 주고 싶어요. 인정해 주고 싶어요. (카메라 쪽으로 가까이 가며) 이리로 와요. 언제라도 희생양이 되겠어요.

 

카메라에 키스를 하는 미영

모니터 동영상 속 미영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경수.

경수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경수: (입술을 띄며) 세상이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건지 모르겠어. 너도 그런 거지? 너도 내 마음 다 이해하는거야. 그저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너의 섬에 정착하여 나의 자지를 하늘위로 솟아 올리고픈 마음을 너는 이해할 수 있는 거야 그치? 네 말대로 나의 희생양이 되어줘. (동영상속에 포르노남의 모습을 손가락질하며) 저런 탈모증이나 있는 거지같은 녀석한테 너의 순수함을 바치지 말라고.

 

서랍을 열어 콘돔을 꺼낸 후 콘돔에 바람을 불어 기다란 막대기에 꽂는다.

 

경수: 저란 녀석한테 당하고 있는 거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 (콘돔 창을 천장을 향해 찌르며) 내가 너를 희생하게 만들 거야.

 

카메라를 향해 다시 한 번 찌르기를 하자 천장위에 박제된 새가 이유 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북한군대가 절제된 동작으로 걸어가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이어서 나치군대가 걸어가는 장면 (시계태엽 오렌지. 알렉스 세뇌할 때 썼던 장면)도 보여준다.

 

배경: 거리 (낮-실외)

콘돔 창을 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돌진한다.

시위를 하고 있는 민중인 들이 잠시 행동을 멈추고 경수의 요상한 행동을 보더니 남자는 여자의 그곳을 힐끔 쳐다보고 여자는 남자의 그곳을 힐끔 쳐다본다.

 

민중인(남): (옆에 있던 민중인 여를 바라보며) 잠시 운동 좀 하고 할까?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처음 식사장면과 별 다를 게 없는 미영 아버지와 미영의 식사.

밥을 먹는 척하면서 미영을 힐끔 쳐다보더니 미영의 손등에 다친 상처를 발견한다.

 

미영 아버지: 손등은 왜 그러니? 언제 다쳤어?

미영: (아버지를 보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 오래전에 다쳤어

미영 아버지: 뭐 하다가?

 

뭔가를 말하려는 듯 미영 아버지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한다.

미영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밥상 쪽으로 돌리는 미영 아버지.

이때 미영 아버지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서둘러 누가 전화를 했는지 확인하고 도피할 거리를 찾은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 후에야 다시 숟가락을 드는 미영.

 

배경: 미영 아버지의 방 (밤-실내)

미영 아버지가 들어오는 모습을 침대와 함께 스쳐 보여주며 침대위에 아까 경수의 방에 있던 박제된 새의 깃털 한 조각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짧게 2초 정도)

전화를 받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여보세요.

아내: (E) 여보..

미영 아버지: (아까 전화통화 할 때 보다 훨씬 안정된 목소리의 톤) 왜 전화했어

아내: (E) 저번에 당신이 너무 애절해서

미영 아버지: 무슨 말이야?

아내: 한번쯤은 기회를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신도 생각해보면 불쌍한 사람이잖아, 적어도 나만큼은

미영 아버지: 그래서?

아내: (E) 이젠 걱정하지마. 곧 돌아갈게

미영 아버지: (컴퓨터를 바라보며) 아니야 안와도 돼. 아니 돌아오지마..

아내: (E) (당황한 음성) 왜 그래 여보?

미영 아버지: 당신의 빈자리를 채웠어

아내: (E) 벌써 여자를 들여온 거야?

미영 아버지: 더 이상 긴 말할 거 없고.. 들어오지마. 나 당신 같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여자, 이젠 질색이나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식사를 하고 있는 미영의 핸드폰에서도 벨이 울려 전화를 받는다.

 

미영: 여보세요?

포르노 남: (E) 미영아, 지금 우리 포르노가 대박난거 알지? 반응 좋은데 오늘 한 번 더 작업하자

미영: 네

포르노 남: (E) 지금 당장 와

미영: 지금이요?

포르노 남: (E) 왜? 못 와?

미영: 아니요, 그건 아닌데.

포르노 남: (E) 아니면 빨리 와. 준비도 다 해놨어. 어디 한번 대한민국 남자 모두들 조자 버리자.

미영: 네, 그럼 지금 갈게요.

포르노 남: (E) 빨리 와

 

전화를 끊은 후 옆에 있던 가방안의 빨간 가면을 꺼내 쓰고 집을 나서는 미영.

 

배경: 미영의 집 문 앞 (밤-실외)

집에 나오자 문 앞에서 콘돔 창을 들고 서있는 경수를 보고 놀라는 미영.

 

경수: (얼굴기색 하나 바뀌지 않고) 왜 그럴까? 포르노를 찍지도 않는데 빨간 가면을 쓰고 있어.. 왜? 막상 쓰고 나서 보니 가면을 쓴 네 모습이 훨씬 괜찮은 것 같지?

 

뒷걸음치는 미영

 

경수: 이제 보여줘 너의 진정한 모습을

 

싫다며 고개를 흔드는 미영

 

경수: 언제까지 숨기며 살 거지? 죽을 때까지 숨기고 살 순 없잖아?

미영: 나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경수: 아니, 그저 예측만 할 뿐이야. 너도 엘라스틴을 쓰는 한 여자였으니까.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전화를 끝마치고 다시 주방으로 나오는 미영 아버지.

밥상 앞에 미영이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이며 밥상 앞에 앉으려는 사이 바깥에서 미영의 소리가 들리고 정말 미영인지 살펴보기 위해 창문을 열어본다. 창문 바깥에 가면을 쓴 미영과 경수가 보인다.

 

배경: 미영의 집 문 앞 (밤-실외)

경수와 미영과의 거리간격이 매우 좁아져 있다.

억지로 가면을 벗기려는 경수의 모습과 벗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면을 잡는 미영.

 

경수: 가면을 벗으면 유명해 질 수 있어

미영: 싫어, 파장이 올 거야

경수: 그런 걱정은 하지마. 속을 다 보고 나면 버리는 게 남자야.. 그러곤 다시 배고파 울부짖는 자가 남자라고

 

가면에 천천히 손을 떼는 미영

 

경수: 가면을 벗으면 이 세상은 잠시 너의 시대가 온다.

 

천천히 가면을 벗긴다.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내심 궁금해 하는 미영 아버지의 얼굴 클로즈 업

 

배경: 미영의 집 문 앞 (밤-실외)

가면이 벗겨지고 미영의 얼굴이 공개된다.

바보처럼 실실 웃기 시작하는 경수.

주위를 걸어가던 남자들이 미영의 얼굴을 보자 멈 짓 한다.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 미영 아버지의 방 (밤-실내)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들며 주방에서 자기의 방으로 이동한다.

켜져 있는 컴퓨터에서 미영의 포르노들을 드레그하며 잠시 처음 씬 에 있던 백로가 떠내려가는 장면을 회상한다.

 

미영 아버지: (아까 첫 씬 대사 톤과 똑같이) 괜찮아, 말끔히 사라지잖아

 

포르노를 지운다.

 

배경: 미영의 집 문 앞 (밤-실외)

미영의 주위에 7명 정도의 남자들이 돌려 쌓여 박수를 치고 있다.

당황한 미영은 아무런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남자1: 그래, 그녀는 예뻤어. 드디어 해방이다!

 

경수. 주위의 사람들을 흘겨 쳐다보더니 그들을 의시하며 콘돔 창을 하늘을 향해 흔든다. 입술을 문 경수의 얼굴 클로즈 업.

첫 씬에서 백로를 죽이기 전 입술을 깨물어을 때를 회상한다.

콘돔 창을 그녀의 배를 향해 찌르는 경수. 찌르면서 내심 기분이 좋은 듯 히죽인다.

콘돔 창 클로즈 업. 콘돔에 바람이 빠졌는지 콘돔이 발기부전증에 걸린 성기처럼 땅 아래로 기죽어 있다.

손목시계를 보는 남성1

점차 사람들이 그녀의 곁을 떠난다.

잠시 후. 미영과 경수만 남게 돼 썰렁해진 분위기.

무안한 분위기에 못 이겨 어딘가로 도망쳐 버리는 경수. (그때 그 시대의 씁쓸한 아버지의 상)

짧고 화려한 시대!?를 맞이하고 무관심을 받게 된 미영. 한숨을 쉬며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배경: 미영의 집 주방 (밤-실내)

밥상 앞에 앉아 여유롭게 종이컵 커피를 마시고 있는 미영 아버지.

 

미영 아버지: 어디 갔다 왔니?

미영: 그냥 답답해서 산책 좀 하고 왔어

미영 아버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근데 저기 혹시.. 용돈 필요하니?

미영: 아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미영.

자기 손에 집던 종이컵을 과격하게 구겨버리는 미영 아버지.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산한 미소를 짓는 미영 아버지.

뭔가를 실행하려는 것 같다. 전두환 정권 때 급박한 혼란함속에서 저질렀던 뭔가를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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