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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 작성자 Jhon Smith
  • 작성일 2009-05-17
  • 조회수 93

  

 

"이제부터 마법을 쓸 거야."

 

"아 사랑스런 내 친구여, 그렇게 정신 나간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네. 여 남은 삶의 퀄리티를 고려한다면, 1년정도의 고통은 짊어지기에 너무나도 가볍지 않겠는가?"

 

오오! 지금 세상은 미치도록 아름답다. 뇌에 오기전 이미 척수 쪽에서 부터 '헛 소리'로 치부 해 버린 공기의 소중함을 알자 따위를 이제야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교문을 나와 처음 들이마신 공기는 당장 압축해서 팔면 몇억 원 아니, 작을 나라 하나를 살 수 있을 만큼 상쾌하다. 아니아니, 외계인들한테 지구 비슷한 행성 하나를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 녀석들이 코의 소중함을 아는 녀석들이라면 말이다. 우하하하하.

 

손을 양쪽으로 펼쳐 핑그르르  한 바퀴 돈 뒤에 응원 온 후배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다. 확실히 나는 미쳤다.

 

"수능 못 봐서 미친 소리하는 게 아니라고."

 

그럼 이 녀석도 그냥 맛이 간 게 맞나 보다. 문득 정신 나간 놈들끼리 손을 맞잡고 인파 속을 질주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좋겠어. 지금 생각따위는 사치에 불과하겠지. 바로 녀석의 손을 낚아 채고 달릴 기세로 슬쩍 얼굴을 봤다.

 

어라? 이 녀석 진지하네.

 

"좋아 말해봐. 대신!, 몇 분 전 수능을 기대할 만한 느낌으로 끝마친 고3의 기분을 망치는 소리를한다면…, 죽을 거야."

 

씨익 웃으며 녀석의 얼굴 앞에 주먹을 움켜줘 보였다.

 

"에… 뒬까?"

 

으흠! 이제야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는군.

 

"출발!"

 

어쩔 줄 몰라 갈팡질팡하는 학생들 사이로 우리는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비켜라 비켜! 바라볼 줄 모르는 녀석들에게 줄 별빛따윈 없어!

 

따라와 보시지? 바보녀석들.

 

,

 

"헉 헉…."

 

"힘들어."

 

"나도 힘들어 그치만…으하하하!…."

 

하핫, 웃음을 추스르기가 정말 힘들군.

 

"왜 자꾸 웃는 거야. 미친사람 처럼."

 

"당연하지. 내가 지금부터 걸어갈 자유의 길을 축복하기엔 너랑 같이 오늘 하루종일 웃어도 며 칠 부족 하단 말이야!"

 

자유의 길이라…. 순간 내뱉은 말이지만 굉장히 느낌이 좋은데 이거?

 

"진짜 자유는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 그리고 보통 그런 것들은 감당하기 힘들어."

 

어쭈? 이 녀석봐라

 

"오~ 머리 좀 컸다고 사부한테 대드시겠다?"

 

벌로 귀를 잡아 당겼다. 세게.

 

"아악!"

 

"이봐 제자, 내가 고작 이 정도 자유도 누리지 못할 정도로 너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가르쳐 준 줄 알어? 엉?"

 

"악 아파 아파."

 

"흥, 뭐 오늘은 봐주겠어."

 

귀에서 손을 떼 미숙한 제자의 어께에 걸쳤다. 어? 정말 꽤 컷는데? 이제 성장은 끝났 겠지만 자칫 했으면 어께를 다 못 걸칠 지경이 됐을 뻔 했다.

 

"자 어리숙한 제자여 이제 어디로 가 볼까? 아직 국내 법 상으로는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이 스승은 어디든 들어 갈 수 있는 여력이 되니까. 말해봐!"

 

이 녀석의 리치래봤자 영화관이나 노래방 쯤 일테니, 어쭙잖은 걸 뱉어내면 뒤통수를 한대 쳐 주고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끌고가야겠다. 그리고 최고급 와인을 주문하는거야. 거기있는 소믈리에가 깜짝놀랄 정도로!

 

"기숙사로 가자."

 

씨익 웃으며 그런 말을 했다.

 

"뭐?"

 

"학교 기숙사로 가고싶어."

 

뭐지 이건? 요즘 쓰는 은어? 그럼 내가 모를리가 없잖아. 이 녀석 또 묘하게 진지한 표정이다. 뭐냐 이건. 갑자기 분위기도 이상해 지는 것 같다. 설마…. 이거 꿈이야? 빌어먹을 수능 날 수능시험 잘보는 꿈을 꾼다고? 제길. 그럼 지금 눈을 감았다…. 뜨면!"

 

"꿈 아니야."

 

 "그럼 너 미쳤…."

 

아니, 갑자기 기숙사로 가는게 엄청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 참, 또 반자동으로 몸에서 프로테스트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나보다. '다른 녀석이랑 똑 같은 건 싫어.' 무진장 간단한 녀석이군 나는. 역시 더 생각하는 건 사치겠지.

 

"가자! 기숙사."

 

,

 

"허어…. 수능 잘보고 퇴학당할 작정이냐?"

 

그렇군, 확실히 이런 종류의 물질을 가지고 기숙사에 들어오는건 전례가없는 상황이지.

 

"괜찮아 오늘은 사감선생님도 3학년 방 쪽으론 안돌아. 얼른 올라가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하고 있는 녀석과 함께 4층으로 올랐다. 우리 기숙사 4층 입구엔 다른층엔 없는 문이 하나 더 있다. 이 녀석 문을 보더니 주춤한다.

 

"흐흐, 여자기숙사는 부끄러운가 보지?"

 

그렇게 말하자 윽하는 표정이 됐다가, 금세 씨익 웃는다. 응?

 

"아니. 정말 오랜만에 네가 여자였단 사실을 지각하는 순간이었다."

 

덜컹,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 버렸다. 오호라? 네녀석의 정신이 수능을 보느라 좀 지저분한 상태인 게로구나? 정신을 깨끗이하는데 마취제로 써 알콜 만한 게 없지. 좋아! 식도로 다이렉트하게 쏟아부어 주겠어.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녀석의 등을 제일 가까운 호실로 밀어 넣고 따라 들어갔다.

 

"너네 방이냐?"

 

"아니."

 

호실의 문을 열자 익숙한 2층침대 3개가 보인다. 우리는 창가 족에 있는 침대에 대충 걸터 앉았다.

 

"별 다를 게 없네."

 

뭘 실망한 표정을 짓는 거냐 변태녀석.

 

봉지에서 과자와 사이다 그리고 맥주캔을 꺼냈다. 사이다를 빼자 마자 금세 휙 가져가 버렸다. 크크, 봐 주는 건 마지막인 줄 알아라. 이제 탄산음료 따윈 없으니까 말이야.

 

난 맥주 캔을 땃다.

 

"건배 하자."

 

딱ㅇ―, 사이다 캔이 열렸다.

 

"뭘 위해?"

 

어, 그러네. 뭘 위할까?

 

"세나와 현이의 죽 곧을 길을 위하여 는 어때?"

 

웃기고 있네.

 

"네놈이랑 결혼할 일 있냐?"

 

"그런!…."

 

"시끄러! 지금 정했어."

 

바로

 

"지금부터의 모든 순간들을 위하여!"

"위하여!"

 

따앙!~

끝내주는 경쾌함이 울려 퍼졌다.

 

크아, 이 것이 바로 넥타! 흘러 들어간 신들의 음료는 온 몸에서 행복을 녹여 보내왔다.

 

"푸하아~ 으~아~ 너무 기분 좋아!"

 

아아, 머리 크고 5년을 기다려 왔던 이 순간이다. 참고 다독였던 모든 것들과, 그때 그때의 마음들이 눌릴대로 눌린 용수철 처럼 팅겨올라 기쁨으로 승화한다. 한마디로 이건 영혼의 쾌락! 수많은 시간과 감정들이 쌓아올린 초 우주급 마약이다.

 

이 녀석도 기분이 좋은지 사이다를 꿀꺽대며 킬킬 거린다.

 

일어나서 창밖을 봤다. 이미 산위로 달이 온몸을 들어내고 있다. 만월, 이런 풍경들은 내가 이 학교를 사랑하는 유일한 이유다.

 

"  하늘을 채우는 만월 아래 나는 비로소 다시 태어난다.

   이 성배의 양수 속에서

   건배의 울음소리가 경쾌하다.

   끄윽―

   이제 아이는 달빛의 다리 위에 서서

   눈부신 은하수 속 자신의 별을  향해 발을 내 딛기 시작한다."

 

  우와아, 나 시인해도 돼겠는걸?

 

"넌 수정채 레벨에서 부터 주정뱅이였던 거냐."

 

뒤에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뒤로 돌아 씨익웃으며 사이다에 맥주캔을 기울였다.

 

"아악! 내 성배가 더렵혀 지고 있어!"

 

흐흐흐, 네놈도 이제 이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거다. 그렇게 끝까지 다 부어버리고 나는 새 캔을 꺼내 들었다. 딱ㅇ―

 

"치이…. 그래서 뭘하며 걸어 나갈 건데?"

 

칫, 안 마시는군.

 

"하고싶은 건 뭐든! 우선 60억 모두가 배꼽잡고 뒤집어 질 만큼 재미있는 소설을 지을 거야. 그리고 노래랑 기타를 배워서 음반도 내야되고. 아! 그래 활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 트릴 거야."

 

초등학생 같은 소리지만, 쓸 거다.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

 

"시인은"

 

"흠, 그것도 고려 해 봐야겠네."

 

"걱정이라곤 세포단위 까지 뒤져봐도 없는거냐 넌?"

 

"당연하지 그래서 넌 뭐 할 건데?"

 

그렇게 묻자 현이 녀석이 갑자기 눈을 빛낸다.

 

"마법을 쓸 거야."

 

이 녀석이 또.

 

"너 아까도 그 소리 했지?"

 

"응."

 

나 참.

 

"설명해봐."

 

현이는 목을가다듬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세나야.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믿어?"

 

"아니, 네놈이랑 내가 공부하던 물리랑 화학은 괜히 나온 게 아니야. 네가 쓰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학교위로 운석이 떨어지거나하는 일은 없어."

 

"그래서 마법을 쓸 수가 없는거야."

 

이 녀석. 뭔 소릴하는거야?

 

"확실히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믿어도 역시, 우리가 빗자루 같은 걸 타고 등교하게 될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너 만으로는 부족해. 이 세상의 거의 모든사람들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최소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겟다고 생각하면 분명 마법은 쓸 수 있게 돼."

 

"말이 않되잖아."

 

"옛날엔…. 염라대왕을 말싸움으로 이길 수도 있었어. 아더왕은 호수에서 엑스칼리버를 얻었고. 영웅왕 길가매쉬의 보고는 온세상을 보물로 차고 넘쳐났어. 깊은 바닷속엔 아틀란티스가 잠들어있었고 올림포스산에선 매일밤 신들의 술자리가 있었어. 그런데 이런 것들은 과학적으로 말이안되. 그래서 사람들은 믿지않아. 사람들은 과학의 눈으로 밖에 세상을 볼 줄 모르게됐어. 과학은 과학적인 것 밖에 설명할 수 없어. 그건 모순이잖아? 그런데도 사람들은 과학을 절대진리라고 여겨. 과학은… 사람들을 현실로 추락시켰어"

 

흥, 그렇게 자유로운 파랑새는 깃털을 뜯기고 알루미늄 날개를 퍼덕이게 되었다 라는 거냐?

 

"하지만 알루미늄 날개가 대려다준 지구밖 풍경을 아름다고 신비롭잖아?"

 

"별은 여기서 봐도 충분히 아름답고 신비로웠어!"

 

문득 창밖의 별들이 맞장구를 치는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나 참, 그래서 뭘로 사람들은 과학교과서에서 꺼내 이야기책 속으로 우겨 넣을 건데?"

 

내 물음에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금방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너랑 똑같에. 할 수 있는건 뭐든 할 거야. 우선 배꼽잡고 뒤집어 질 만큼을 넘어서 정말 세상을 뒤집어 놓을 만큼 재미있는 책을 쓸 거야."

 

씨익 웃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창밖을 바라보는 현이의 눈에 잠깐 은하수가 흘러들어 간 듯 하다.

 

"수능 끝나고한다는 소리가 죄다 세상을 뒤집어 엎어 버리겠다니…하하하…"

 

현이 녀석도 고개를 들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

 

언젠가 한이한테 해준 이야기가 있다. 남자 100명 마을의 남자들은 상대도 안되는 주제에 괴물에게 도전하다, 한명한명 죽어 나가고. 여자 100명 마을의 여자들은 괴물에게 이길 확률이 많이 낮다는 것을 알고 누구도 그 괴물에게 덤비지 않았다고하는. 요컨대 괴물에게 싸워 이기려면 알맞은 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네가 그 초과학적인 괴물을 이기려면 네 짝은 도대체 어느정도의 높은 정신을 소유하고 있어야 되는 건데? 성모 마리아 쯤?"

 

갑자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인다. 어라?

 

"아…그러니까 세나야."

 

"응?"

 

"그런 걸 하려면 난 변해야되."

 

"뭔 소리야 또?"

 

뭐야 이 녀석 뭔가 더 할말이 있다고? 세계를 재창조 할 셈이냐 네놈은!

 

"나 대학가면 집에서 나가야되."

 

무슨소릴하는지…. 당장 설명하란 표정으로 째려봤는데…시선을 흘린다. 뭐냐 도대체.

 

"날 아들로 18년 동안 바라봤던 부모님이나 공부잘하는 형 정도로 보고있는 동생 사이에서 갑자기 바뀔 수는 없잖아. 난 지금까지 날 제한했던 것들과 멀리 떨어지고 싶어."

 

안되겠다. 한 대 치면 사실대로 불겠지.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윽하는 표정이 됐다가 고개를 숙이고 쥐어짜듯 뭔가 중얼거린다.

 

"집…나가면 어디로…."

 

아하 이 녀석 그 소리를하는 거였군 큭큭.

 

현이가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다른 녀석들 처럼 좋은 회사에 취직해 행복가정을 꾸리고 골프나 낚시를 즐기며 한가한 노후를 보내겠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살기위해' 그러니까 의식주를 해결하기위해 공부를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평생 쓸 돈이 생기면 어쩔 거냐고 물으니까 당장 학교같은거 때려치고하고싶으거 하며 살겠다고 했는데 그때 이 녀석이랑은 죽이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하고싶다던 게 마법을 쓰는 거 였다니. 하여튼 무지하게 신기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이 녀석은 대학교 학생증만 받아 내서는 휴학이라던이 아니면 아예 때려 쳐 버리고 과외를 하러 갈지도 모른다. 칫, 겨우 돈벌자고 생각해낸게 그거냐. 혼자 과외하면서 집세랑 이것저것 내려면 이리저리 뛰느라 세상을 뒤집히기는커녕 단칸방에서 썩어 갈지도 모른다. 그런 건 나도 싫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흥 귀여운 녀석.

 

"과외 해서 돈 번다며?"

 

이 녀석도 분명 알고있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저런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다.

 

한이에 비해 난 부자다. 중요한 건 우리 부모님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내가 세관에 의심을  받을 정도로 부자라는 거다. 물론, 내가 번 돈이 아니다. 고3이 무슨 재주로 돈을 벌겠나?  지금 내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는 '용돈' 아빠의 말을 빌리자면 '유산'인데 이 돈과 함께 날라온 편지를 보자면

 

   '여어! 여러 가지 애정행각을 하기엔 범죄 취급을 당할 정도로 커버려 무척이나 아쉬운 세나야. 매달 돈을 보내기가 귀찮아서 그냥 다 보냈다. 아빠가 이대로 픽 쓰러져 지옥을 가야 할 지도 모르니까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쓰려무나 하하하.

   P.S 너희 엄마는 아직도 충분히 아름답구나!'

 

나 참. 감당할 수 없는 부모다. 아마 지금은 둘이서 고대 수메르 문명의 유적지에서 보물을 발견한답시고 옆에 사는 원주민들이랑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지도 모르고 우주에서 외계인을 발견한다며 우주선을 내노으라고 나사로 쳐들어 갔을 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그런 유랑 생활을 2년  전 부터하고 있는 무책임한 엄마, 아빠다.

 

내가 잠깐 엄마아빠 생각을하는  동안 현이 녀석은 이제 아예 대놓고, 자기를 부양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란 주장에 이것 저것 불쌍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 녀석… 날 뭘로 보는 거야. 괘씸하군.

 

"자 이거 한 번에 다 마시면 받아주지."

 

치…. 내가 네놈을 버릴 리가 없잖아. 이건 신고식이다. 한 모금 마셨던 캔을 내밀었다. 손조차 한번 안 대봤다고 했던 '술통'을 보고는 흠칫한다.

 

"얼른! 한 번에 쭉이야. 멈추면 밥이고 뭐고 없을 줄 알어!"

 

그러자 크게 한숨을 내 쉬고는 결심한 듯 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이거 괜찮으려나.

 

꿀꺽 꿀꺽 꿀꺽….

 

으음….

 

꿀꺽 꿀꺽….

 

결국 다 마셔 버렸다. 이거 박수를 쳐주고 싶은 기분인데?

 

"하아…. 하아…. 다 마셨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는 약간 맛이 간듯 실실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안 좋아….

 

"히…히… 세나야."

 

"응 그래그래 제자를 버릴 리가 있겠냐."

 

"너…만은 계속…남기고 싶어."

 

풀썩

 

오…. 정말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사람이 쓰러지면. 어디 보자…숨도 쉬고. 맥박도 뛴다. 뭐~ 괜찮으려나. 대충 이불을 덮어 주고 나는 2층 침대 위로 올라갔다.

 

창밖엔 이미 달이 꽤 높이 떠있다. 왠지 다른 때보다 훨씬 커 보이는 달이 마치 마법 같다. 마법? 하하하 나 참. 그럼 나도 자 볼까? 내일부턴 정말 수능 끝난 고3처럼 뛰놀아야 하니까.

 

왠지 최고로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끝-

 

-에필로그-

 

지금은 아마 꿈속이다.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면 뇌는 잠시간 꿈을 현실로 인식한다.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지만 말이다.

 

넓은  벌판위에 홀로 앉아 구름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 넓다. 끝까지 넓다. 끝을 넘어서 계속된다.

 

특별히 서둘러 일어날 필요 없으니 여기서 좀 쉬다 일어나야겠다.

 

갑자기 저편에서 현이가 나타났다.

저~편에서 나타난 현이는 보통 이라면 개미 보다 작았어야 할 크기다. 하지만 난 현이라는 걸 알아봤다.

 

현이가 엄청 크다. 아직 꽤 멀리 있는데도 머리가 구름에 닿을 듯 점점 커진다.

 

저 멀리서 몸을 구부려 나를 낚아채 손바닥위에 올렸다. 그리고 내 앞으로 원래 사이즈의 현이가 나타났다.
 


난 말을 걸었다.

 

"벌써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거냐?"

 

"꿈을 꿀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그걸 현실로 끌어 올 수 있는 힘이 존재해. 마법을 쓸 수 있어."

 

현 이가 씨익 웃으면서 손을 튕겼다.

 

우린 구름 위에 앉아있다. 하늘이 어둡다.

 

현이가 손을 들어 반짝이는 별 하나를 잡아챘다.

 

"예쁘지?"

 

펼쳐진 두 손위에서 현이의 별은 위아래로 움직이며 빛을 뿌린다.

 

"내 껀?"

 

"손을 올려 움켜잡아."

 

내 손은 허공을 갈랐다.

 

"안 돼"

 

"잡을 수 있다고 믿어"

 

저 옆에서 작고 예쁜 별 하나가 날아왔다. 너무 아름다운 빛. 꼭 가지고 싶다.

 

"잡아 그거."

 

나는 그 별을 잡았다.

 

,

 

눈을 떴다.

 

'1,2학년 학생들은 7:00까지….'

기숙사 아침방송. 지금은 6시겠지.

 

 "세나야."

 

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 말 맞지?"

 

"시끄러 더 잘래."

 

칫, 그 별 정말 예뻤는데, 얼른 다시 보여 달라구.

 

-끝-

Jhon Smith
Jhon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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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hon Smith
  • 20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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