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사람
- 작성자 M.B
- 작성일 200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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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516
"야가 뭐 알겠노. 당질며느리 맞다니까." "아이다. 가만있어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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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페이지짜리 꽁트?네요;
저도 저 호칭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 아버지 어머니 나 세 사람의 입장에서 따로따로 호칭을 셀려니까 너무 힘들어서 -_- 삐꾸난 게 몇 개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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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복사기 제조업체에 다니는 K씨는 출근을 앞두고 멈칫거렸다. 아파트 야외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자신의 뉴소나타 앞에 잘 빠진 에쿠스 한 대가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코너에 주차한 덕택에 두 벽면과 옆 차에 가로막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뒤에서 밀어봤지만 제동장치가 걸려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다. 경비실에 연락했더니 외부 차량이란 소리만 해댔다. 경비를 향해 20분 동안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댄 후에야 차주가 바로 앞 건물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짧은 머리에 무스를 바른 채 한창 젊음을 즐기고 있는 남성이었다.“저쪽 벽에만 붙여놔도 사이로 잘 빠져나갈 거 아뇨?”“안 쓰는 차처럼 보여서.”차주는 K씨가 말한 위치로 차를 옮기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출근 시간을 훨씬 넘긴 시점이었다. 직장에서도 계속해서 씩씩대던 K씨는 집으로 돌아와 사과를 깎는 아내와 주변에 몰려든 아이들에게 아침에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사과 껍질을 버리며 핀잔을 주었다.“차가 구리니까 그런 소릴 듣는 거예요.”“소나타가 뭐가 어때서? 국민차야.”“뒤에 숫자라도 붙으면 말을 안 해. 하다못해 알파벳도 없잖수?”“이거 나올 때만 해도 국내 시장 휩쓸었어.”“강산 바뀐 지가 언젠데 그 소리야.”입맛을 쓰게 다시는 K씨에게 철모르는 아이들이 등 뒤로 달라붙었다.“아빠 차 바꿀 거야?”“내 친구는 그랜저 타고 다녀.”“우리도 에쿠스 타자.”난생 들어본 적 없던 매를 든 K씨는 베란다에서 담배 반 갑을 죽였다. 국내 중형차 시장을 석권하고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았던 뉴소나타는 어느새 늘 타고 다니는 자신 말고는 아내조차도 외면하는 폐물이 되어 있었다. 왜? 왜? 왜? 아내가 말했다. 에쿠스 타고 온 사람이 박가네 둘째딸 부부라더라. 사업 하나 잘 돼서 부모님 해외여행 시켜드리기 전에 며칠간 들린다더라. 왜 볼 때마다 개기름이 철철 흐르던 중년들이 비행기 타고 빠리니 로우마니 눈구경 가게 해주려고 내 소나타가 헛질을 해야 하는가? 왜? 왜? 왜? 게다가 박가놈 그 자식은 대머리잖아. 나가봤자 한국 중년의 위상이 위태로워질 뿐 아닌가.다음날 집으로 돌아온 K씨는 문제의 에쿠스가 바로 자신이 주차했었던 자리에 놓여 있는 걸 발견했다. K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 됐다, 이 뺀질이 새끼. 대한민국 가장의 애환을 느껴봐라. 어쩌다 대박 하나 터트려서 돈쓸 곳만 찾아다니는 한량들은 기껏 버는 푼돈도 야금야금 갉아먹는 애새끼들 그래도 제 자식이라 좋다고 밤마다 자는 놈들 머리 한 번 쓰다듬어준 뒤 노곤하게 잠드는 남자의 인생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K씨는 에쿠스 코앞에 우아하게 주차한 뒤 근처에 숨어 동태를 살폈다. 몇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K씨는 숨었다. 미친 짓이란 게 뻔한데 어디서 그런 기력이 남아도는지 자신도 모를 지경이었다.드디어 차주가 걸어 나왔다. 전보다 더 재수 없어진 걸음걸이였다. 소나타와 벽으로 가로막힌 에쿠스 앞에서 난감하게 멈춰선 차주를 보고 K씨는 마음속으로 의기양양하게
- M.B
- 2006-07-12
“비가 올 거예요.”내가 소녀에게 돌린 관심은 잠깐의 눈짓이 전부였다. 나는 다시 거리를 내다봤고 소녀도 거리를 내다봤다. 유쾌하지 않은 날씨에 지나다니는 행인은 거의 없었고, 재빠른 차들만이 파도를 만들며 빗길을 나아갔다. 우리는 아까 전부터 그렇게 처마 밑에서 시간을 낭비하던 중이었다.…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소녀의 말은 완전히 난센스였다.“이미 오고 있잖아.”나는 그리 사교적인 인간이 아니다. 처음 보는 꼬마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릴 한다고 해서 그걸 바로잡아주는 성격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한 시간을 햇빛 아래 기다렸고 두 시간을 빗속에서 기다렸다. 이쯤 되고 보면 뭐라도 말을 꺼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거리에서 눈 돌리지 않은 채 대답한 것이었지만, 소녀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것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었다. 어색하게 대답한 게 퉁명스럽게 들렸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소녀의 음색은 경쾌했다.“세상이 절 앞질러 버렸군요?”나는 아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소녀를 보았다. 내가 ‘세상’이란 형이상학적인 단어를 들을 때는 대부분 앞에 ‘빌어먹을’이라던가 ‘엿 같은’ 따위의 질 낮은 수식어가 붙곤 했었다. 이 꼬마처럼 ‘세상’을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부끄럽지 않나. 문득 나는 세상을 얘기하는 것이 부끄러워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만, 머리가 아파져 그만두기로 했다.소녀는 그 사이의 침묵을 질문으로 해석한 듯싶었다. 소녀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제가 비가 올 거라고 했는데, 세상이 한 발 앞서 비를 내려버렸어요. 그러니 세상이 제 말을 두 시간 앞질러버린 거죠. 하지만 이 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어요. 제 자신이 세상을 한참 앞지르고 있거든요.”나는 따라 웃어줄 수 없는 내 처지가 불쌍해졌다. 아이들 유머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꼬마의 경우에는 철학적인 냄새가 지나치게 많이 배여 있긴 하지만.호응 없는 농담 때문에 분위기는 조금 뒤숭숭해졌다. 나는 다분히 의도적인 헛기침을 꺼냈다.“누구 기다리니?”“아뇨. 그냥 서 있는 거예요. 아저씨야말로 누굴 기다리나보죠?”“그래.”정곡이군. 나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시은이 녀석, 평소에 하늘같이 떠받들어줬더니만 기껏 한다는 짓이 남친 바람맞히기이다.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아량 있게 기다려줬지만 비가 오기 시작한 후부터는 기분이 바닥에 깔려버렸다. 진작 택시 잡아 가버릴걸 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화도 안 되고.“누군데요?”“…친구.”“에, 너무한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그 때부터 이 애가 여기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이 애의 존재를 알아챈 게 조금 전의 일이다. 내가 그렇게 넋을 놓고 있었는지 한심해지기도 하고, 그렇다곤 해도 한 시간씩이나 자신을 감출 수 있던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아주 소중한 사람인가보네요.”“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네?”“일단, 기다리는 사람이 정확히는 내 여자 친구야. 하지만 걔가 보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야.”“그럼요?”“
- M.B
- 2006-02-05
평행거울 기분 나쁠 정도로 농밀한 향수 냄새 속에서, 눈을 뜬다.손끝에 스치는 맨살의 감촉이 불안해진다. 보통 이불을 덮을 정도면 이만큼의 노출은 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자 몸을 일으키니, 멍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잠시 시선을 빼앗겨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잊어버렸다. 내가 마주 대한 것은 거울. 자기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다니 나사 빠진 짓이다. 아래로 흘러내린 이불을 끌어올리며, 나 자신이 어느 호텔방에 알몸으로 던져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카펫은 붉고 벽지도 따스하다. 고풍스런 디자인이지만 향기만큼은 머리를 쪼갤 만큼 지독하다. 나는 코가 빨리 마비되어 주길 기다리면서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전날 밤의 상황을 기억해보려 하지만, 약이라도 먹었는지 기억이 왕창 날아간 상태다. 추측을 해보려 해도, 알몸으로 혼자 호텔방에 누워 있는 여자라면 자연스레 그 쪽으로 상상이 닿을 수밖에 없다. 동행한 자가 있었나 생각해보지만, 애초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조차 알 방도가 없다.가만히 누워 있어봤자 상황이 바뀔 리 없으니 일단 이 곳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침대 주변을 뒤진 나는 소지품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고 당황했다. 소지품은 둘째치더라도 입고 있던 옷가지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나는 말 그대로 맨몸뚱이만 던져진 상태였다. 나 자신과 일어나면서 흐트러진 이불 외에는 호텔방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이 없다. 이 정도로 괴이한 상황에 빠지면, 기막힌 수준을 넘어서 오히려 차분해지기 마련이다. "누군가가 있어."머릿속에 담고 있던 말을 내뱉자 그 생각이 좀 더 분명해졌다. 그래, 누군가가 있다. 물건도 꼭꼭 숨겨놓은 채 알몸으로 누워있는 걸 내 자의로 했을 리가 없지. 어떤 갈아 마실 놈인지는 몰라도 나를 여기다 처박은 놈이 분명히 있단 말이다.그렇다면 더더욱 여기 있어줄 순 없다. 타월이든 뭐든 걸치고 나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여러 사람이 쓰는 호텔이다. 안 되면 호텔 보이라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면….철컥!막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밀던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누구지? 설마…. 나는 몸을 다시 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의 전화기에서 연결선을 빼내 슬그머니 이불 안쪽으로 감췄다. 일부러 신경 써서 보지 않는 한, 그 둘둘 말린 선의 일부가 내 손에 쥐여져 있다는 걸 알아챌 일은 없을 것이다.다행히 그 모든 일은 문을 연 누군가가 방 안에 들어서기 전에 끝났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며 눈을 감았다.부드러운 카펫 위에서도 뚜벅, 뚜벅, 하고 발소리가 울린다. 건장한 남자의 것이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나는 낙담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손에는 나름대로의 도구가 있다지만, 이 알량한 전화선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빠릿빠릿하게 달아오른 신경 앞에서 발소리는 내 바로 옆까지 다가와 멈췄다. 얼굴에 개미들이 잔뜩 기어 다니는 것 같다."
- M.B
- 200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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