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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성탄절의 '사랑'

  • 작성자 블루스
  • 작성일 2006-03-02
  • 조회수 442

 

[단편]성탄절의 '사랑 '


화려한 네온사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밤하늘의 별 무리를 지워버렸다. 바람은 차고 거셌으며 거리는 유흥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자동차의 경적으로 인해 산만했다. 몇몇 술 취한 이들이 비틀거리며 눈 내린 미끄러운 길을 간신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 간간히 눈에 띄기도 했다. 도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뻗어 올라간 빌딩들을 가지고 있었고, 재미에 갈증을 느끼는 인간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유흥가가 있었고, 수많은 상점들의 유리 진열대는 그들에게 욕망을 갖게 하였다.


한 노인이 그런 도시 속을 걷고 있었다. 노인의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두툼한 겉옷을 입고, 손에는 벙어리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백화점과 극장은 입구 앞에 꼬마전구를 가느다란 줄에 치렁치렁 이어 그곳을 번쩍이는 불빛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음악을 크게 틀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대고 있었다..


노인은 이것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큰 차도가 거미줄처럼 이어진 도시의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 거대한 인파 속에서 그는 너무나도 초라하게 보였다.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하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만 같았다..


노인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멈춰 서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다시 한번 무표정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는 제차 둘러보다가 다시 더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눈가에는 안타까움이 물들어 있었다.


그는 한 벽돌 건물 아래에 한 청년이 쭈그리고 앉은 것을 발견했다. 인간의 눈을 범하는 빛이 그 청년의 머리 위에서 번쩍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노인은 청년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슬픔에 겨워 눈물 흘리며 차갑게 식어버린 손을 비비고 있는 청년을 더욱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듯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눈이 내리고 있어.”

“...”

“내리는 눈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줄 수가 있다.”


노인은 말을 마치고 자신의 벙어리장갑을 벗어 내밀었다.


“손이 차가우면, 이 장갑을 끼면 되는 거야. 그리고 눈을 바라보면, 그 어느 때보다 이 순간에 내리는 눈은 가장 아름답게 보이지. 그건 바로 장갑 안에 담긴 사랑이 있어서야. 너는 지금 자기가 아주 불행하다고 믿고 있지? 그게 바로 진짜 불행이야. 자신이 생각하기에 따라 불행은 행복으로 변하기도 하지. 힘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 그리고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면, 이 도시도 더욱 따듯해 질 수 있을 텐데..”


노인은 무표정한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노인은 이 거대한 도시 속에서 훈훈한 사랑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는 그러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빌딩 바깥에 붙은 사랑이라는 단어는 거짓임에 틀림없었다. 가끔씩 도시의 거리로 구세군과 그의 종소리가 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돈을 주지만, 그것은 거짓 사랑일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곧 잊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구경거리일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만 원짜리 지폐를 넣고 그것을 잊는가 하면, 단 돈 천원을 넣고도 그것을 기억하여 미소를 짓는, 진정한 사랑을 아는 이들이 있었다.


그 날도 달만이 희미하게 남아서 도시의 밤을 비추었다. 늦은 밤에도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사랑의 모금함을 든 구세군이 작은 종을 울리며 사랑을 외쳤다.

도시의 사랑은 결핍되어 있었다. 다만 몇몇 이들은 구세군에게 따듯한 커피를 나누어주며 사랑을 나누었다. 노인이 청년에게 벙어리장갑을 준 이유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였을까? 그 노인은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까? 그가 말한 것은 진리였을까?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으면, 그것은 분명한 사랑이다. 자신이 믿는 사랑에 자만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만으로 외로운 이들을 따듯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따듯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성탄절에 행복을 느낀다. 다만, 그런 인간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들이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기도를 기억하고 미소지어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랑하고 있다. 상대가 미처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도. 우리는..


..우리는 지금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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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스
  • 200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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