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검은 점에게
- 작성자 김백석
- 작성일 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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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검하는 점에게
작은방이다. 내게 허락된 곳은. 누렇게 눌러붙은 벽지와 곰팡이 냄새. 작은 컴퓨터만이 빛을 발한다. 어두운 밤이다. 해는 진작 졌다. 해가 져야만 하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한손에는 담배를 잡는다. 연기를 한번 빨고 깊게 내뱉는다. 천장을 타고 사라진다. 마우스를 탈깍인다. 키보드를 연타한다. 검색어: 아이돌 딥패이크. 스크롤을 내린다. 일본 야동배우 몸에 합성된 아이돌이 나온다. 담배를 빤다. 급하게 빤다. 담배는 다 탄다. 재떨이에 지져 끈다. 담배는 수북히 쌓인다.
자유로워진 손을 바지 아래로 넣는다. 딱딱해진 성기가 잡힌다. 귀두 쪽을 여유롭게 문지른다. 다른손은 급해진다. 영상, 영상을 찾아야한다. 마우스를 딸깍인다. 마침내 한 영상을 누른다. 유명 아이돌이 후배위로 섹스한다. 손이 빨라진다. 성기를 바지에서 뺀다. 한손으로 성기를 움켜지고 아래서 위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다른 손은 황급히 휴지를 찾는다. 휴지가 없다. 휴지심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손은 빨라진다. 멈출 수 없다. 나는 그런 놈이다.
사정한다. 정액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벽지에도 묻었다. 한숨을 내쉰다. 화장실로 가서 휴지를 가져온다. 정액은 금세 마른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난다. 짜증이 치민다. 침대에 눕는다. 쾌쾌한 냄새가 난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유튜브를 들어간다. 뻑ㅇ뉴스 채널에서 새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본다. 달ㅇ유튜브 저격한 영상이다. 꽤재미있다.
확실히 뻑ㅇ의 말이 옳다. 달ㅇ유튜버가 잘못한게 맞다. 검색어에 달ㅇ을 친다. 바로 올라온 영상에 댓글을 적는다. 논리적으로 달ㅇ이 잘못한것을 적는다. 딱히 욕은 하지 않는다. 나는 품위있는 사람이다.
곧 답글이 달린다.
구독목록 뻑ㅇ, 신남성ㅇ대, 지식의 ㅇ. 과학이네 과학 ㅋ
무표정으로 답글을 단다. 긁혔노 ㅋㅋ
그리고 핸드폰을 끈다. 어차피 병먹금이다.
다른 렉카유튜브를 본다. 중대장 고문치사 사건이 뜬다. 댓글을 적는다. 숏컷은 과학이다. 다시 여러 유튜브를 본다.
그러다가 디씨에 들어간다. 국야겔에 들어간다. 개념글에 들어간다. 도태한남들은 국결이 답이다. 대충 그런 내용이다. 나는 웃는다. 딱 봐도 주갤빨 글이네.
답글을 적는다. 똥남아 창녀 보단 한국 창녀가 낫지 ㅋㅋ
여러가지 글을 본다. 가끔 웃음이 터진다. 답글을 적는다. 시간은 간다. 벌써 3시가 된다. 슬슬 배가 고프다. 야식이 땡긴다. 배민을 킨다. 지금 시간에 연 곳은 없다. 어쩔 수없이 편의점에 나가야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밖으로 나갈 정도로 내가 배가 고픈가. 꼬르륵. 못참겠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내복 위에 대충 걸쳐 입는다. 단칸방을 나간다. 계단을 내려간다. 현관문의 거울에 내가 비친다.
얼굴을 본다. 여드름과 살에 눈코입 다 파묻힌다. 머리에선 기름기가 흐른다. 나는 나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다. 가장 가까운 CU에 간다. 문을 연다. 알바와 눈이 마주친다. 알바는 일순간 눈살을 찌뿌린다. 알바생은 여자다. 꽤 예쁘게 생겼다. 귀에는 피어싱까지 했다. 그녀는 코를 막는다.
나는 고개를 푹숙인다. 냉동 족발과 라면을 마구 집는다. 여자의 인상이 더욱 찌뿌려진다. 나는 고개를 더욱 내리낀다. 아무그래도 손님한테 너무하네. 속으로 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다. 술이 땡긴다. 소주를 두병 챙기고 맥주 한캔을 산다. 가슴에 몽땅 안고 카운터로 갔다.
여자는 한숨을 푹신다. 그리고 코를 막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삼만 팔천원입니다.”
짜증 섞인 목소리.
카드를 내민다.
“봉투 쭐까요?”
찡그린 얼굴은 펴지지 않는다.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비듬이 떨어진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을 한다. 나는 카드를 뽑고 음식을 품고 도망치듯 나간다. 서러움이 느껴진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다시 집으로 올라간다. 숨이 찬다.
족발을 까고 맥주를 까고 소주를 까고.
잔도 없이 병채로 마구마구 먹는다. 기분이 좋아져야하는데, 배는 차고 얼굴은 빨개져도 우울은 가시지 않는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렇게 면박을 주는 걸까. 이렇게 태어난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나도 노력을 했었다. 운동도 하고 피부과도 다녔다. 그러니까 같이 놀던 애들이 나를 버렸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말을 하던 애들이었는데.. 눈물이 흐른다. 병나발을 분다. 뜨거운 알콜이 들어간다.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집에서 자위하는것을 걸린 이후 나를 버리듯 독립시켰다. 이딴 곳에서 살게 하는 것은 버린게 맞다.
술을 다 마셨다. 술이 부족하다. 어지럽다. 벽을 짚으면서 밖으로 나간다. 또 내얼굴이 비친다. 토가 올라온다. 못참겠다. 다행히 바깥에 토를 했다. 조용히 들어가면 나인줄 모를거다. 아까 그 CU로 들어간다. 그녀는 내 입에 묻은 토를 보면서 아예 면전에 헛구역질을 한다.
순간 머리가 핑 돈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소주병을 집어든다. 카운터에 술병을 놀는다. 카드를 넣는다. 고개를 푹숙인다. 뒷꼴이 땡겨온다. 병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유리문이 열리면서 찰랑 소리가 난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역겨워,
정말 그렇게 말했을까. 사실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건 내가 돌아 버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당장 뒤돌아서 소주병을 휘두른다. 휭으로 휘두른 소주병은 카운터만 맞는다.
깡. 소주병이 깨진다. 파편이 튄다. 소주가 바닥에 흩뿌려진다. 한층 흉기에 가까워진다. 소주병을 찌르고 배고 마구 잡이로 움직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는다. 그녀는 카운터에서 내쪽으로 넘어지듯 굴러떨어진다. 소주병을 휘두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나를 밀친다. 그녀가 도망친다. 찰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한손에 소주병을 들고 그녀를 뒤쫓는다.
얼마나 뛰었을까. 나는 금세 헥헥 된다. 그리고 주저 앉는다. 이제야 이성이 돌아온다.
길바닥에 주저 앉는다. 아마도 감옥에 들어가겠지. 그러나 누구보다 크게 웃는다. 최초의 승리다. 새벽이 지나고 해가 떠오른다. 경찰들과 함께 그녀가 뛰어온다. 나는 소주병을 목에 박아 넣는다. 피가 뿜어진다. 낡은 옷을 적신다. 따쓰한 햇살이 느껴진다. 최후의 패배다.
스크롤를 다 내렸다.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묘한 불쾌감이 든다. 핸드폰의 검은 화면에 내가 비친다. 적당한 피부 적당한 눈 적당한 코.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나는 왜 안도감이 들었지. 저 이야기의 주인공 때문인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쓰레기다. 어떤 메세지도 없이 혐오감만 조성한다. 뭐 어쩌라는 거지. 아무것도 없다. 아름다움도 메세지도. 이건 문학이 아니다.
띠리링 그때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지금은 새벽 3시. 누군가 방문 할 시간은 아니다. 나는 경계태세로 문쪽으로 간다. 띠리링 또 벨이 울린다. 일반적인 벨튀는 아니다. 드디어 현관이다. 슬리퍼를 신고 신발장 구석에 있는 야구베트를 들고 문의 이중 잠금을 걸고 .
마침내 문을 연다. 이런 제기랄! 더러운 여드름 살에 파묻힌 이목구비. 그리고 깨진 소주병! 그놈이다.
문틈 사이로 그놈이 소주병을 휘두른다. 나는 문에 기대어서 밀어낸다. 그놈의 팔이 문틈에 끼고. 그놈이 비명을 지르고 소주병을 놓혔다. 나는 더 쌔게 문을 민다. 비명은 커진다.
그놈이 절규한다.
"나도 사람이야 사람 니들이 뭔데 메세지고 아름다움을 따져! 내가 여기 이렇게 살아 있는데"
나는 단지 눈을 감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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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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