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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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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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6년 인류는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화창한 봄, 어느 순간 지구 상공에 나타난 의문의 은색 접시에서는 은발의 은색 눈동자를 가진 외계인이 내렸다. 순식간에 인류는 혼란에 빠졌다.
우주선에서 내린 외계인의 첫마디는 이러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류에게 깨달음을 드리러 왔습니다!'
인류가 놀란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했다는 점.
둘째, 외계인이 깨달음을 주러 왔다는 점.
인류는 엄청난 공황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고 공황이 잦아들었을 무렵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한국어를 배우신 겁니까?'
외계인은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아! 그게 궁금하셨군요! 저희가 지구어를 모두 알아본 결과 한국어가 제일 배우기 쉽더라구요!!'
또 누군가 물었다.
'무슨 깨달음을 주신다는 겁니까?'
외계인이 대답했다.
'말 그대롭니다. 뒤처진 인류의 사회 환경을 고쳐드리기 위해 깨달음을 드리는 겁니다. 저희가 6개월 전부터 지구를 관찰하며 습득한 인류에게 맞는 인류 전용 방법으로 깨달음을 주어 인류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간을 일주일 정도 드릴 테니 잘 의논해 보시고 결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나고 몇 시간 되지 않아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온 인류는 기대감에 가득 찼다.
'혹시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알려주는 걸까?'
'인류가 꿈꾸던 영생을 이루게 되는 건 아닐까?'
'내 불치병을 치료해 줬으면.'
물론 소수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가볍게 묵살되었다.
'저 속없는 놈들, 지들이 뭘 안다고 반대해?'
'이건 인류에 두 번 다시 없을 기화라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외계인이 말했다. 그럼,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깨달음을 얻으시고 싶으신 분들은 눈을 감아 주십시오. 대다수의 인류가 눈을 감았다.
외계인이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인류는 모두 기대감에 가득 찬 눈으로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다음 순간 인류는 보았다.
자신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미사일 같은 폭탄들을. 빗발치는 총알들을. 자신의 옆에서 피를 흘리는 동족들의 비명을.
한 사람이 통곡하며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화창했던 봄의 어느 날, 인류의 통곡이 온 지구에서 울려 퍼졌다.
신음하는 인류를 보며 외계인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죽으니까 깨달음을 얻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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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름 모를 머나먼 행성 스크린으로 지구인들을 관찰하고 있는 은빛 외계인들이 보인다. 외계인들은 스크린에 흘러나오는 지구 뉴스 보며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다.
'음….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빨리빨리 찾아봐.'
'오늘은 세월호 참사 42주기 2056년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위해 가던 세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53초경 침몰하여 모두 299명의 사망자와 5명의 시신 미수습자를 발생시킨 참사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의 선박 안전 의식 및 관련 법
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정부는….'외계인들의 은빛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야속하게도 앵커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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