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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이로이

  • 작성자 김희수
  • 작성일 2024-02-17
  • 조회수 350
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오네이로이

오네이로이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은 오네이로이.

겨울의 얼음꽃처럼 새하얀 피부에 하늘의 별빛을 옮겨놓은 머리칼저 햇살을 가르는 날카로운 콧날.

취한 듯 일렁이는 흐릿한 회청빛 눈동자와 비틀거리며 유혹하는 걸음걸이.

아름답고도 황홀한 그녀의 이름은 오네이로이.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평소처럼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던 한 순간운명처럼 옮긴 시선에 걸려든 그녀그녀는 독한 럼을 물처럼 넘기고 있었다.

순간 기이한 울림이 내게 찾아왔다내면에서 울린 목소리가 나를 잠식하기까지는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것 그 이상은 하지 못했다그러나 어제는 달랐다그녀를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너무나도 뜨거웠는지아니면 너무 오래 쳐다보아서인지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돌린 것이었다.

나는 충격에 빠져들었다정면에서 바라본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다하늘에서 내려온 순백의 천사처럼그녀는 아주 강렬한 마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다그런 그녀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다가와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무얼쳐다보나요?”

취한 것이 분명했다꼬부라진 발음에 질질 끄는 어투하지만 내게는 그것도 매력이었다.

그냥그냥 아름다워서 쳐다봤어요왜요싫은가요?”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한 박자 놓쳤다하지만 의도한 듯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사실 얼마 전부터 말 걸고 싶었어요그쪽 이름은 뭐예요?”

그녀는 잠시 뜸 들이더니 대답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한번 지어줘 볼래?”

나도 모르게 연극 같은 말투를 계속했다처음엔 장난이었지만왜인지 나의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말해 온 듯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또다시 박자를 놓쳤다나는 당황해서 되물었다.

..뭐라고요장난하지 말아요나는 정말로 궁금해요.”

그녀의 이름은 무엇일까빛나는 자드(Jade)? 드높은 루이즈(Louise)? 하지만 그녀는 내게 이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어줘요당신에게 들려줄 이름은 아직 없어요후후.”

그녀가 작은 미소를 흘렸다그러자 마법처럼 나도 모르게 따라 작게 웃고 말았다.

하하그럼… 오네이로이오네이로이 어때요취할 듯 아름다운 당신에게 어울려요.”

데카당스가 대답했다.

오네이로이예쁜 이름이네그럼 나도 당신에게 이름을 지어줄게편안한..파우제(Die Pause어때?”

파우제휴식 말인가좋네그 이름그렇게 불러줘데카당스.”

그리고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순간 놀라울 만큼 강렬한 감정이 내 안에서 치솟았다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무엇이든 다 내 것인 것 같은 느낌일백 개의 눈동자와 일백 개의 심장과 일백 개의 입술이 나를 에워싸고는 폭주하며 터져 버렸다.

나는 놀라서 오네이로이를 바라보았다방금 그건 분명 일반적이지 않았다어떤 맞잡음도 방금처럼 강렬하지는 않았다.

..허억허억…. 방금방금 그건…”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글쎄뭘까?”

손에 하얀 가루가 묻어나왔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이름을 지어주는 특이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서로에게 가까워졌다누구보다도 마음이 잘 맞았고 대화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그녀와 놀 때면 항상 돈이 두 배로 들었지만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파우제나랑 데이트 할래?”

어느 밤이었다우리가 만났던 클럽에서 럼을 마시던 내게 그녀가 말을 걸었다.

어디로요?”

파리의 밤을 걸어요우리.”

오네이로이와 함께 거리로 나와 파리를 걸었다관광객들이 으레 보곤 하는 에펠 탑과 거리의 카페들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마치 처음 보는 장소에 온 것처럼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그러다 이내 오네이로이의 얼굴에서 시선을 멈췄다.

오히려 이쪽이 더 익숙하게 다가왔다마치 내 고향인 것처럼내가 속하는 곳처럼 그녀가 느껴졌다내가 돌아갈 수 있는나만의 휴식처나의 오네이로이.

뭘 그렇게 봐부끄럽게누가 보면 처음 보는 줄 알겠어.”

미안해그저그저 너무 아름다워서진부한 말이겠지만.”

나는 꼬마아이처럼 수줍게 내 진심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진부하기는듣기 좋은 말은 언제나 좋지그나저나 어디로 갈래?”

그녀의 질문에 나는 당황했다생각해 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고 보니 그녀의 앞에서 나는 늘 당황했고 늘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에오네이로이가 먼저 말했다.

이 근처에 내 집이 있는데같이 갈래?”

 

 

 

 

문이 닫히는 순간 오네이로이가 나를 돌아보았다그리고 나를 문에 지그시 밀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나는 당신에게 호기심뿐이었어요하지만 이젠 어떤 줄 알아?”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무언가가 시작되려 함을 나는 알아챘다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나를 미친 듯이 설레게 만들었다.

..글쎄?”

그녀가 말했다.

이제 나와 함께해나의 파우제.”

그녀가 거칠게 내 턱을 잡아챘다그리고는 키스했다.

처음 그녀가 내 손을 잡았을 때처럼미친 듯이 강렬한 감정이 솟아났다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내 품으로 끌어당겼다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오네이로이와 우리는 환락의 시간을 보냈다미친 듯이 술을 마시고 돈을 쓰는데카당스와 함께하는 삶은 행복했지만내 수중의 돈은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고 거듭된 폭음에 내 건강은 무너져 갔다하지만 오네이로이는 엄청난 양의 술에도 끄떡없었다그녀의 자태는 언제나처럼 찬란했다.

오네이로이너는… 정말 쉬지 않고 아름답네나는 당신과 함께하려고 하니 이리도 지치는데.”

오네이로이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우리는 잠에 들었다.

 

갑작스러운 두려움과 함께 내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그것은 거대하고 뒤틀린 괴물이었다괴물이 나를 덮치고 바닥까지 밀어붙였다바닥을 뚫고 나는 미친 듯이 아래로아래로 또 낙하했다하지만 괴물의 얼굴만은 선명히 그 자리에 남았다그 괴물의 얼굴은… 오네이로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억!”

나는 잠에서 깼다그리고 곁을 돌아보았다내 품 안에 있어야 할 오네이로이가 없었다.

오네이로이어디 갔어오네이로이!”

나는 애타게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집 안에도해가 떠 가는 거리에도그녀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나는 절망했다나에게 모든 것이었던 그녀가 나를 두고 사라져버렸다온 몸의 구멍에서 개미가 기어나와 내 눈을 파고들었다미친 듯이 몸이 간지럽고 열이 올랐다몸이 주서질 듯이 아프고 공포가 나를 에워쌌다하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보니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지 꽤 된 것 같지도 했다오늘밤이 아닌가지난달이었던가아니면 지난주그녀는 언제 사라졌지?

나는 마지막으로 옥상에 올라갔다이곳이 내가 가보지 않은 유일한 곳이었다하지만 여기에도 그녀는 없었다대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하나 있었다.

분명 있지만 없는 그 발자국을 보며 나는 떠올렸다어쩌면 오네이로이는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그렇다면 그녀와 나의 집이 딱 한 번지 차이났던 것도돈이 두 배로 나갔던 것도온 집안에 흩어진 흰 가루도… 모두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없을 리는 없었다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느끼고 그녀와 하나가 되어 온 세상을 깨치고 하나의 나비가 되어 꽃의 꿀을 빨고 흰 우유를 마시고 달을 보며 바람을 느끼고 별을 바라보고….

그랬기 떄문에 그녀가 없을 리 없었다나는 사라질 듯하다 다시 명확해진 발자국에 내 발을 맞췄다.

다시금 명확해진 그녀의 품을 느끼며나는 허공을 걸었다.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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