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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코쿠료 묘

  • 작성자 카임
  • 작성일 2024-01-15
  • 조회수 384

카미코쿠료 묘(1943.8.15.~1974.)는 한일 혼혈로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넘어와 죽을 때까지 일본 땅을 밟아본 적은 없다그러나 일본어엔 능숙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누군가는 그런 그가 일본인으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제강점기를 보낸 것을 안타깝게 평하기도 한다한국은 묘가 3살이 되던 해 해방됐다이후 한반도에선 철저한 종족 분류가 이뤄졌다이분법의 분류 체계 속에서 묘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다다만 양쪽의 피가 섞인 그가 한국에만 체류했던 까닭은 간단하게 설명된다카미코쿠료 묘에게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구매할 자격이 없었다.

묘가 8살이 되던 해에 한반도에선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는 그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 추정된다황폐해진 땅을 밟고 서는 데에는 이전과 다르게 자격이 필요하지 않았다그곳에는 생존을 향한 지독한 인간의 본능만이 꿈틀댈 뿐이었다누구도 그의 출신지를 궁금해하지 않았다이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유일한 기회로 여겨진다허허벌판 위에서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던 영역의 철학에 가닿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1이것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생각의 폭을 넓히지 않았더라면 이루어낼 수 없는 성과라는 평을 받는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황무지 같던 땅은 다시금 색채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이것은 묘가 황무지 같은 영역에서 자신의 철학을 구축하던 시기와 맞물린다그의 사상은 온통 비유로 가득하다그것은 흡사 철학 서적보다는 허구의 소설류와 비슷해 보이는 게 특징이다인간양철지푸라기사자로 비유되는 사상의 전개는 오즈의 마법사를 연상시키며 그중 사자만이 배척된다는 점은 당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그의 철학은 기존의 분류 체계로는 구분될 수 없었다그나마 비슷한 것이 레오폴드의 생태윤리로무생물까지 도덕적 대상으로 봤다는 점에서 양철을 인간의 수용 범위에 포함한 묘의 윤리와 유사하다그러나 사자가 배척된다는 점에서 생태윤리의 완전한 분류는 곤란했다카미코쿠료 묘의 처음이자 마지막 철학은 그렇게 어느 곳에서도 분류되지 못한 채 한동안 미스터리의 영역으로 남았다현대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어린 시절부터 소속의 열망이 꺾여 자란 인간의 안타까운 무의식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사용되지 못하고 도태된 묘의 철학은 재밌게도 몇 년 뒤 정치계에서 다시 모습을 보였다기존의 분류 체계로는 분석될 수 없다는 한계를 완전히 벗은 그의 사상은 철학계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동물 배척주의무언가를 중심으로 삼았던 기존의 철학-이를테면 인간 중심동물 중심생명 중심 등으로 불리는 것들-은 그의 사상을 대변할 수 없었다차라리 배척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그러나 이런 네이밍에 묘의 의사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동물 배척주의는 여론몰이가 필요할 때면 항상 등장했다제일 처음 그것이 사용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후의 일로뒤늦은 빨갱이 처단을 위해서였다그때 처음 묘의 철학을 인용한 정치인은 그들은 우리와 같은 영역에 속할 수 없습니다그들은 언젠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사자이고 우리는 생존을 위해 그들을 배척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무언가를 위하는 것에 초점을 둔 기존의 사상 체계를 뒤엎고 무언가의 배척을 요구한 묘의 사상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자는 무엇이든 지칭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묘의 지나친 비유 사용의 한계로 평가되기도 한다.

좋을 대로 사용된 묘의 철학에서 당사자의 의도는 중요치 않았다그것은 철학보단 소설과 유사한 특징으로 실상 그의 철학을 인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묘의 생사조차 몰랐다는 점은 흥미롭다덧붙여 그것은 묘의 철학이 새로운 여지로 해석될 가능성을 차단한 채 내내 고이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묘의 철학은 197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뒤집힌다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변두리 어딘가에 그의 유서가 발견됐다이것은 그간 구축한 동물 배척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발견이었다거기에는 단 한 문장만이 적혀있었다.

마즈시사니 카코마레타 쿠니(초라함으로 둘러싸인 나라)

카임
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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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말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영영은 말한다. 과장님 업무 다 끝냈습니다…. 1이 사라지지 않는 메신저 창을 바라보며 몸을 뒤로 물렸다. 오랫동안 스크린을 바라본 눈꺼풀이 무거웠다. 뒤늦게 창밖을 바라보니 벌써 동이 트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여전히 남아있는 1을 무시한 채 새 메시지를 입력했다. 저 이제 퇴근해보겠습니다.흐트러진 양복 매무새를 다듬으니 영락없이 출근하는 직장인이었다. 영영은 목을 옥죄던 와이셔츠의 맨 윗단추를 풀었다. 그런다고 숨통이 트이진 않았다. 영영은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을 느끼며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선거철이라 곳곳에 대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영영은 이제 이 좁아터진 나라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 태어나는 인구보다 탄생하는 관념이 더 많은 나라에선 매일 같이 새로운 관념들의 싸움이 울려 퍼졌다. 영영은 한갓 관념에 목숨을 바칠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기만 하면 충분하고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은 때에 인권보다 앞서는 관념은 환상에 불과하다. 영영은 후보 15번으로 끝맺어진 대선 포스터를 보며 새삼스러운 권태감을 느꼈다. 이런 지독한 공허 앞에서 지끈거리는 머리 정도는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회사 앞 지하철역은 한적했다. 영영은 잠시 벽에 등을 붙이고 기대섰다. 그때 바지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확인하니 과장의 답장이 뒤늦게 도착해 있었다. 그래, 오후에 보자. 라는 끔찍한 메시지에 따로 답장하진 않았다. 대화는 덧대어 갈수록 길어지기 마련이고 나중에는 끊어낼 수 없어지기 때문에. 어쩌면 과장과 주말 식사 약속을 잡고서야 끝맺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영영에겐 입사 초기에 이러한 수법에 휘말려 부장의 등산 메이트로 두 달을 보낸 전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겨우 정상에 올랐었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눈을 감았다. 장소는 다르지만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그때는 아마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던 중 저혈압으로 쓰러졌던 것 같다. 그 덕에 지금은 침묵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생각해보면 영영의 머리는 지끈거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최초의 과거는 이유 모를 두통으로 인한 입원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 감각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나. 언젠가는 고쳐질 것이라 생각한 믿음은 서른이 되어서야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영영은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생각했지만 언젠가 무당을 찾아간 적은 있었다. 그건 아마 스물 초반의 일로, 점을 보러 간다는 여자친구에게 응당 건네야 할 대답을 했던 결과였다. 나 이번 주 주말에 점 보러 가려고. 궁금하잖아? 오 그래 궁금하네(안 궁금했다). 같이 가줄까? 그곳에서 무당은 여자친구보다 영영과 눈을 먼저 맞추었다. 하지만 1인분의 돈을 지불한 그들에게 따로 2인분의 서비스를 할 필요는 없었다.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면 으레 궁금해할 것들, 이를테면 학업이나 취업이나 혹은 연애와 같은 것들을 질문할 때까지도 무당은 답변에만

  • 카임
  •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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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임
  • 2023-11-28
모든 것이 부서진 밤에

이야기 하나 해줄까.옛날에 광대 하나가 있었다. 광대라는 게 너도 알다시피 으레 허연 얼굴에 빨간 코, 귀까지 찢어진 입술의 모양새가 아니냐. 걔도 다를 게 없었다. 얼굴은 허옇고 코는 괴상하게 빨갰고 입술은 누가 잡아 찢은 것처럼 째져 있었다. 그런데 그 꼴이 서커스 안에서는 먹혀서 보러 오는 관객마다 재밌다고 웃었다. 흉측한 얼굴로 공중그네를 타다 떨어져도 훈련 덜 된 호랑이한테 팔뚝을 물려도, 그게 그 사람들은 너무 재밌던 거다. 그게 다 개그인 줄 아는 거다. 그래서 광대는 웃었다. 허리가 나가고 팔뚝이 잘렸는데 웃었다. 여기까지는 서커스 안에서의 일.그런데 너도 들어보지 않았냐, 피에로 괴담 같은 거. 광대는 서커스 안에서나 유쾌했다. 허연 얼굴에 코 대신 달린 빨간 구, 길게 찢어진 입술 같은 건 그 좁아터진 줄무늬 천막 안에서나 허용되는 것들이었다고. 광대라는 것의 인생이 원래 좀 기구하다. 사람들을 웃기는 데 충실했었는데 그건 몸담은 범위 안에서의 일이고 실상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피에로 괴담으로 불리는 꼬라지를 봐라. 너라면 허무하지 않겠니. 와중에 더 비참한 사실은 뭔지 아냐. 사실 광대랑 피에로는 다르다는 점이다. 피에로 괴담에 등장하는 입이 찢어지게 웃는 기괴한 얼굴은 피에로가 아니라 광대. 그런데도 광대 괴담이 아니라 피에로 괴담이라 불린다. 광대는 비참한 소문에서마저 제 이름을 빼앗기는, 말하자면 이 시대의 실패자라는 거다.그런데 광대라고 실패자가 되고 싶진 않았을 거 아니냐. 그래서 광대는 입을 더 찢었다. 더 오래 웃었고 더 크게 웃었다. 그러면 사람들도 웃어줄 줄 알았던 모양이지. 그런데 막상 찢고 보니 사람들은 더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괴담 같은 소문이 돌았고 서커스에선 쫓겨났지. 완벽한 실패자가 된 거야. 실패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는데 오히려 더 망해버렸다. 덫에 걸린 토끼가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 깊은 상처를 입는 것처럼, 물고기가 벗어나려 헤엄칠수록 그물은 더 단단하게 물고기를 가두는 것처럼, 그러니까 너랑 내가 이 거지 같은 인생을 조금이나마 잊어보려 입을 종알대면 종알댈수록 더 비참해지는 것처럼…그만할까.알았다, 조금만 더 할게.완벽한 실패자가 된 그 광대는 사실 좀 울고 싶었다. 서커스 단원일 때야 제 역할이 남을 웃기는 것이니 실실 쪼개고 있음 되는 일이지만 이제는 뭣도 아니지 않냐. 그래서 울어도 될 거라 생각했다. 이때까진 슬퍼도 넘어져도 놀림 받아도 하물며 팔이 뜯겨나가도 웃고 있지 않았니. 그래서 울기로 했다. 그런데 울 수 있었겠냐? 평생 진솔한 감정 따위는 모르던 입 찢어진 인간이 울 수 있었겠냐? 울 수가 없어서 웃었다. 막 웃었다. 제 딴에는 내뱉는 소리가 흑흑이었는데 찢어진 입술 새로는 하하가 되어 흘러나왔다. 아주 깊은 숲속이었다. 그 웃음소리가 둥글게 둥글게 퍼져 나갔다…왜 숲속이냐고 묻지 마라. 광대가 술에 절어 비틀대며 그곳까지 기어갔을지, 아니면 아주 단단한 나뭇가지에 제 목을 매려고 했는지 내가 알게 뭐냐. 너도 내가 종종 비 오는 날이면 강가로 가 노숙하는 이유

  • 카임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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