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와 피터팬
- 작성자 바다0706
- 작성일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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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성탄제의 긴 대장정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소년에게 물었다.
"피터, 아직도 어린 아이로 남고 싶은 거니?" 산타는 소년에게 온기가 식지 않은 코코아 한 잔을 내밀었다.
소년은 작은 손으로 넘칠듯이 받아들고 산타의 옆에 털썩 앉았다.
"모르겠어요.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는 거에요?" 소년은 나지막히 푸념한다.
매년 산타에게 성장이 멈추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아이들이 네버랜드에 스쳐 지나갔다.
"한 두번 겪는 일도 아닌데. 친구들의 키가 자라고, 목소리가 달라지고.. 어른이 될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아픈지 모르겠어요."
이때까지 어른의 보호 없이 무자비한 순수의 나라 안에서 살아온 피터는 계속되는 이별에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다.
산타는 소년의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저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될 수 있고말고." 산타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소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어른이 되면 전부 잊어버릴거에요. 팅커벨도 요정 나라로 돌아가겠죠. 전 팅커벨을 어린 시절의 가상 친구로 기억할지도 몰라요.
후크, 그 친구랑도 너무 멀어졌어요. 이제 아저씨가 다 됐던데, 저랑은 놀아주지도 않을 거라구요. 웬디 그 애도 벌써 어른이 되버렸어요.
벌써 절 잊은 건 아니겠죠? 전 네버랜드를 잊은 어른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저도 분명 그런 어른이 될 거에요."
피터는 혼란스러운 듯이 두 눈을 감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것이 벌써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거 아니? 어른들도 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단다." 소년은 산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른의 마음 속 아주 깊은 곳엔, 어릴 적의 자신이 살고 있지. 세상살이에 밀리고 밀려 깊이 들어간 것 뿐, 어른에겐 분명히 아이의 동심이 남아 있어."
산타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모두가 작고 귀여운 아이였다.
"팅커벨도 피터 널 기억할 거야. 후크 선장도 너만 보면 장난꾸러기로 돌아가겠지. 웬디도 언제나 사랑스런 소녀로 돌아 갈 수 있단다.
너도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씩씩하고 희망찬 소년으로 돌아갈거야."
소년은 조금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할아버지를 잊을 거에요.... 제가 전부 잊어버릴 그 때에도 절 꼭 안아주실 거죠?"
산타는 어린 소년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물론이란다, 피터 팬. 난 언제나 매년 성탄절에 찾아올거야."
소년은 그날 조금 다른 소원을 빌었을지 모른다. 산타는 곧 수많은 성장을 겪을 아이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두고 썰매에 올라탔다.
네버랜드는 이제 없다. 네버랜드의 주인이 어른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타는 피터의 네버랜드가 언제든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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