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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유령의 세계에 관하여 -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을 읽고

  • 작성자 파르페
  • 작성일 2022-08-06
  • 조회수 561

시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이미지를 담아낸 시다. 이렇게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떻게 시의 종류 중 하나가 될 수 있나 싶지만 나는 그것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읽으면 무엇이든지 알 수 있다. 말로 풀어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 시가 무엇을 드러내려고 하는지, 그것이 어떠한 주제의식인지 미학적인 이미지인지는 읽어보면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논리성을 지녔는지 아닌지를 떠나, 일단 일차적으로 시를 느끼는 것. 글로써 표현된 무언가를 상상 속에서 구체화시키는 것. 시를 읽을 때 나는 항상 이것에 비중을 두고 읽는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을 쓴 안미린 시인의 시는 내가 더 잘 느낄 수밖에 없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에서는 한두 편의 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에 유령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그 유령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방식도 유사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이 시집의 시들을 읽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겹쳐 보인다고 생각되는 시들은 단 한 편도 없었다. 같은 분위기 아래서 비슷한 성질의 시어들로 시 속에서의 공간을 직조해 내지만 그것들이 똑같이 느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반복되는 하나의 시어를 중심으로 얼핏 보면 같아 보이지만 단어의 결을 찢다 보면 서로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되게 느껴지는 다른 시어들이 그 시어를 꾸미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안미린 시인의 시는 완벽하게 창조된 하나의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 적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 세계는 지극히 추상적이지만 그 세계 속에서 사는 이미지의 성질은 그대로 드러나고,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유령을 위한, 유령에 의한 것들일 것이다.

또한 이 시집의 정말 재미있는 점은 한 부마다 그 부에 실린 시들의 제목은 모두 같고 그 옆에 각각의 시들을 구분하기 위한 숫자만 붙여져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5부 '눈 내리는 소리에는 아무 장식이 없다'에 실린 시들은 제목이 숫자도 붙여져 있지 않고 전부 똑같지만 그 제목이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아닌 눈꽃 모양의 그림이다. '유령 기계', '비미래', '유령계', '유령의 끝, 기계의 끝', '눈 내리는 소리에는 아무 장식이 없다', '양털 유령, 양떼지기, 아기 양, 아기 양 지킴'. 이 시집 속 각 부들의 제목이다. 각 부들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세계 속 다른 위치에서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또한 이 시집에는 작품 해설이 없다. 작품 해설에는 보통 시 속 화자의 심리 분석이라든지, 시 속의 상황 분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주로 쓰는데 이 시집은 그러한 접근법으로 보려 다가가는 순간 시들이 지닌 고유의 느낌이 잘 와닿지 않게 된다고 생각되어서가 아닐까. 나의 주관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안미린을 그저 이미지만을 드러내려고 시를 쓰는, 그러니까 전하고자 하는 뜻이 없는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안미린은 자신의 언어로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 내고, 이미지를 훌륭하게 세공해내는 데에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시인이다. 이러한 상상력의 세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시인이 지닌 독창성 하나 만큼은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안미린이 창조해낸 이 유령의 세계와 조금이나마 비슷한 시를 쓰는 시인은 여태까지 발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생각된다.

 

유령 기계 1

하얀 연골의 크리처가 오고 있다.

빛과 불을 밝힐까.

악천후에는 유령물을 찾곤 했지. 따뜻한 미래물을 찾곤 했지.

빛 속에서 눈을 감으면 가까운 뼈를 가졌다고 생각했어.

얼린 티스푼을 두 눈에 올리면 그 차갑고 환한 기분이 유령의 시야였지.

유령의 시야는 더 부서지려는 이상한 반짝임.

크리처가 오고 있어. 들것에 실려 오는 시간.

백골색 머리띠를 부러뜨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는 너의 어떤 면.

 

이 시는 이 시집의 첫 번째 시다. 독자들이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될 시인만큼 이 시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 시 하나에 모두 눌러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령의 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고작 여덟 줄 뿐인 시에 유령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유령과 나, 내가 유령으로써 보는 것, 유령이 보는 것, 유령의 물성, 유령과 무언가, 유령과 너. 이것들이 이 시의 몸체이자 곧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들인 것이다.

어쩌면 기묘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의 끊임없는 반복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세계, 투명하고 희뿌연 세계의 물성. 이 시집을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나는 이런 대답을 할 것 같다. 이 시집을 읽으며 안미린 시인이 창조해낸 유령의 세계뿐만 아니라 '나의 세계'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것에 있어 무지막지한 영향을 끼쳤다. 내가 이미지로써 펼쳐 보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이들이든지 이 시집 속 유령의 세계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세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가 꼭 유령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던 무언가의 세계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파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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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교

    파르페 님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게시판에서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안미린 시인의 근작 시집을 감상하시고 비평글을 남겨주셨는데요, 이 시를 만나고 느낀 확신, 떨림 등이 글에서 물씬 묻어나 읽는 동안 저도 마음으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일차적으로 읽고 느끼면 알게 되는 것, 이라는 멋진 시 감상법을 제안해주셨는데, 여기에 오는 많은 글티너들이 그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보이는 어떤 확신이 파르페 님의 독서 이력을 짐작케 합니다. "지극히 추상적이지만, 그 안에 있는 이미지의 성질은 그대로 드러나"는 이 시집 속 유령 기계의 현상을 잘 포착해주신 것 같아요. "얼핏보면 같아 보이지만 서로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되게 느껴지는 다른 시어들이 그 시어들을 꾸미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대목에서도 시 작품집에서 끊임 없이 서로를 뒤집으면서 반복 생성되는 빈공간과 점멸하는 피사체들을 잘 읽어주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며 스스로 목도하신 파르페 님만의 세계가 무엇인지도 문득 궁금하네요. 다시 글과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 2022-09-09 15:46:45
    오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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