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illa Sky :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달콤하고도 씁쓸한
- 작성자 Bernard
- 작성일 20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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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lla Sky,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달콤하고도 씁쓸한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건, 호기심 때문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고 ‘청소년’이란 길고도 지긋지긋한 타이틀을 집어던져버리고 본격적인 성인이 되어보려고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써져있는 수많은 영화들 중에 눈길을 끄는 것 몇 편을 보았다. 처음엔 그저 자극적인 것들만 봤는데 계속 보다가 결국 나중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여태껏 봐온 소위 19금 영화와는 다를 것 같은 “Vanilla Sky"라는 영화를 보았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시간은 새벽 2시. 다음날 학교를 가야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도중에 절대 멈추지 않고 결국 창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이 엄청난 영화를 설명하려면 나의 자질구레한 감상보다는 영화 자체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바닐라 스카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주인공인 데이빗(톰 크루즈 분)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의 이름이다. 모네의 초기작으로 원 제목은 <아르장뙤이유의 세느강>이지만 <바닐라 스카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제목만 들으면 달고 사랑이 넘쳐나는 장면이 쏟아질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제목으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영화의 장르를 굳이 구분해서 말해보자면 반전 스릴러와 로맨스의 기묘한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는 차도남 데이빗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 줄리(카메론 디아즈 분)이 아닌 자신이 사랑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 분)을 선택하고 이로 인해 질투심에 사로잡힌 줄리는 데이빗을 차에 태운 채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줄리는 죽게 되고 데이빗의 얼굴은 심하게 망가져 그의 일상을 뒤바꿔놓는다. 처음에 여자인 나의 눈으로 봐도 매력적이고 귀여운 소피아와 데이빗의 알콩달콩 연애질에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는데 저러한 줄리의 충동적인 드라이빙 이후로 영화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바뀐다. 망가진 데이빗과 그에 따라 또 꼬이는 시간과 공간이 나타나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영화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며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그 과정은 때론 달콤하다. 소피아와 데이빗이 어떤 장애를 초월해서 사랑을 하고 데이빗의 주변이 점차 원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또한 시련도 있다. 데이빗의 사랑이 꿈에서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을 진짜라고 받아들일지 결정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들이 나타난다. 결국 영화는 관객에게 정말 크고 답 없는 물음을 남기며 끝난다. 데이빗의 생각인지 아님 현실인지. 그리고, 영화를 보고 있는 지금의 시간과 순간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영화의 원래 제목은 <Open your eyes>라고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제목이 영화를 파악하기에 더 좋다고 본다. 영화가 끝난 후, 나도 눈을 뜨고 (뜬 건지 아닌지 확실하진 않지만) 꿈과 현실을 생각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주는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을 데이빗처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느낀 것 같다. 영화가 제공하는 또 다른 매력인 신비한 리듬의 OST, 특히 경계로의 진입을 암시하는 Radiohead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를 들으며 영화와 현재를, 그리고 꿈을 곱씹으며 오늘도 꿈꾸고 깨어나고, 나의 바닐라 스카이를 찾아 눈뜨기 위해 오늘 하루도 신비하게 살아가고 있다. 신비하고 몽롱하지만 선명한 삶을 꿈꾸는 모든 이들이 그들만의 바닐라 스카이를 찾아나가길 권유한다. 이제, OPEN YOU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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