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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름의 흐름」을 읽고

  • 작성자 silmshady
  • 작성일 2009-11-21
  • 조회수 669

(소설)「여름의 흐름」을 읽고

 

 중편 2편과 단편 4편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을 통해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중 「여름의 흐름」은 최연소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그를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었다. 교도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흉악범들과 사형수를 관리하는 간수이다. 사건의 중심은 한 사형수의 처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형수를 죽여야 하는 교도관의 내면. 요즘 상영하고 있는「집행자」와 폴란드의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이 생각났다. 어쩔 수 없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한 인간을 죽여야 하는 교도관의 심리는 여러 가지 예술 작품으로 표현되어온,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문학 특유의 감상적 분위기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해묵은 소재의 식상함을 극복하고 있었다.

사실, 주인공의 비중과 영향력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것 자체가, 글을 쓴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기 손으로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동료 교도관 나카가와가 심리적으로 크게 고통을 받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호리베를 대립시키고, 부각시키는 데에 주인공의 역할은 치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카가와와 함께 사형수를 처형시켜야 하는 자신은 어떠한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낚시를 가면서, 그는 많은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두 아이가 있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 인간이 어떻게 다른 인간을 아무런 재제 없이 죽일 수 있는가 하는 회의. 결국 나카가와는 사형수를 처형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호리베가 그 일을 한다. 호리베는 뭐 그깟 일로 그렇게 야단이냐는 태도로 무심하게 사형수를 처형시킨다. 그 일이 있은 후, 사형수를 처형해야 한다는 자신의 일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꼈는지, 나카가와는 교도관 일을 그만두게 된다. 작가는 나카가와, 호리베, 그리고 주인공을 각기 다른 성격의 소유자로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주인공인 ‘나’는 사실 사형수를 처형시키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호리베와 심한 가책을 느끼는 나카가와 사이의 중간자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중간자가 아니다. 작품 말미에, 가족들과 바다로 떠난 주인공. 작가는 여기서 특유의 담담한 대화체를 통해 주인공 성격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 사람한테는 맞지 않는가 봐요.”

“뭐가?”

“당신 일.”

“나한테는 맞는 것 같아?”

“네, 호리베 씨도.”

“그럴까?”

“그래요.”

아이들이 쌓아올린 모래성이 작은 파도에 무너졌다.

“앗.”

아내가 작게 소리쳤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뱃속의 아기가 움직였거든요.”

“아 그래.”

아내는 수평선 멀리서 달리는 하얀 어선 떼를 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내 직업을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

“왜요? 당신은 지금까지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는데.”

“그랬나? 그저, 생각해봤을 뿐이야.”

어선의 무리가 일제히 기적을 울렸다. 놀란 새가 파도 사이에서 날아오르고, 선회하면서 높이 하늘에 빨려 들어갔다.

아내가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은 발이 모래투성이가 된 채 달려왔다.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바다에서의 아내와 주인공 사이의 대화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하지만, 작품의 처음부터 종말까지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표현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교도관으로 살면서 내면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던 복잡한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잔잔한 바다의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대화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여름의 흐름」에 실린 2편의 중편과 4편의 단편에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의식의 흐름’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식의 흐름’이란 소설 속 인물의 내면을 이야기한다. 어떤 상황이나, 자신과 비교되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작가는 파헤친다. 하지만, 파헤친다고 해서 소설의 분위기가 긴박하거나 그로테스크하게 변하지는 않는다. 일인칭 시점으로 쳐다본 세계. 그 세계는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조용하고 평온하다. 그러한 세계에서 주인공의 의식은 변화한다. 긴박해지기도 하고, 자신의 본래 성격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 인간을 둘러싼 상황이나, 마주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 속에서 인간의 내면, 의식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이것이 작가가 주목하는 사유이다.

 또 다른 중편 「좁은 방의 영혼」에서는 학교를 다니다 입원한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작품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주인공은 한번 출혈하면 지혈하기 힘든, 혈우병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다. 그가 누워있는 방에는 3년째 입원해 있는 중년의 남자가 같이 누워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병원이란 곳에서 할 일은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허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소년은 그 고민을, 눈을 뜨고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으로 대신한다. 은빛 피라미가 되어 자신의 친구를 찾아보기도 하고, 나비가 되어 날아보기도 하며 학교에 가서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는 도중에 자신과 반년을 살았던 중년의 남자가 피를 토하며 죽어버린다. 이때 소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열흘 안에, 아니, 닷새 안에 자신이 죽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자였다. 의료진들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던 날, 밤이 되자 요즘 들어 매일같이 찾아온 아내와 남자는 마지막으로 성관계를 맺는다. 이때 소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년은 다른 날처럼 상상에 빠지지 않는다. 남자의 죽음을 똑똑히 지켜보았고, 남자와 부인의 성관계가 있을 때도,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소년은 완치가 되어 나갔을까. 병원에서 직시한 것은 소년의 상상이 아니다. 결국, 소년이 진정을 본 것은 한 남자의 죽음이다. 남자의 죽음을 본 후,

“자야 돼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괜찮아요.”

현기증이 난다.

“당신은 괜찮아요.”

나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 말을 더 많이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년은 이처럼 현기증이 났고 자신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자신에게도 언젠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문득 소년의 머리를 스친 것이었다. 한 중년 남자의 외로운 죽음만이, 병원에 있던 시간을 표현해주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상상은, 말 그대로 시간을 때우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몇 안 되는 현실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 중년의 남자가 있을 뿐이다. 남자의 죽음을 통해 소년의 의식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까. 작가는 이것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여름의 흐름」의 ‘나’의 심경처럼 소년의 심경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담담하게, 인물 주변의 세계를 묘사하면서 인물의 심정을 보여주는 것.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의식의 흐름’을 작품 속에 자연스레 흐르게 하는 것. 처음 읽은 마루야마 겐지의 가장 큰 특성이었고,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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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lmshady
  • 20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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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2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감상평을 작성하였군요. 인상깊었던 장면을 집중적으로 줄거리 중심으로 전달하여 아직 책을 안 읽은 독자도 어떤 내용이 담긴 소설인지 짐작할 수 있는 장점이 드러나서 좋은 독후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너무 줄거리 중심으로 독후감을 제시하여서 독자의 소감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기를 기대하고 독후감을 읽은 이들에게는 약간의 미흡함이 남는 글이어서 아쉽군요.

    • 2009-11-27 22:22:35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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