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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킹을 보고

  • 작성자 shiny
  • 작성일 2007-07-13
  • 조회수 665

94년 처음 월트디즈니 사에 의해 제작된 이후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은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햄릿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애니메이션은 사랑, 평화와 같은 인간의 이상 뿐만 아니라 권력욕, 복수 등의 인간 내면을 동물 세계를 빌려 우회적으로, 그러나 깊이 있게 통찰한다. 또한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와 이국적인 동물들의 출현으로 주제가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회피함과 동시에 유쾌한 눈요깃거리까지 제공한다. 이로써 라이온킹은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전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뮤지컬화는 전세계인의 기대와 환영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쥴리 테이어 연출로 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개막된 후, 뮤지컬 라이온킹은 98년 토니상에서 최우수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업적을 이뤘다. 이제 그 뮤지컬이 한국에까지 수출되어 샤롯데 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라이온킹의 줄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무파사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스카에게 심바가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 라이온킹의 압도적인 첫 장면은 줄거리의 단순함을 거부한다. 무대의 협소함을 탈피하기 위하여 동무들은 관객석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환상적인 춤과 음악의 조화로 관객을 압도한다. 바로 옆에서 걸어나오는 코끼리나 표범을 보고 있자면 아프리카 초원 한 가운데 놓인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배우와 관객, 무대와 관객석의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 그 둘의 융화와 조화를 꾀하고 있다.

동물들의 사실적인 묘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연출한 쥴리 테이머의 독창성과 천쟁성은 역시나 동물 인형 하나 하나의 세세한 묘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표범의 경우에는 표범 인형 뒷발을 사람의 다리로 대신하고 앞발은 팔로 조정하였으며 대가리는 배우의 얼굴과 끈으로 연결하여 연출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유연하고 사실적인 표범을 탄생시켰다. 특히 표범이 사냥을 하는 장면에서는 나비처럼 날았다 벌처럼 쏘는 육식동물의 전문가적인 사냥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배우를 의식하지 않고 인형에만 집중한다면 한 마리 살아있는 표범을 그리는데 큰 무리가 없을 듯 싶다. 표범 뿐만 아니라 하이에나며 영양, 코끼리, 기린,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동물들 모두가 매두 생동감 있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지금 여기서 하나하나 열거할 수도 있겠으나 혹시나 뮤지컬을 보러 가실 분들의 감흥을 미리 망칠까 염려되어 이만 줄이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배역이 큰 사자들의 묘사였다. 앞서 언급된 동물들은 대사가 없거나 적어 묘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사자들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사자들은 단순히 황색 의상과 머리 꼭대기에 사자 머리 인형을 매단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이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팔과 다리를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배우를 앞에 두고 사자를 연상하려니 영 쉬운 일이 아니었다. 꼬마사자(어린 심바와 나라)의 경우에는 사자 머리 인형까지 없으니 훨씬 더 심했다. 사자 목소리를 흉내내려고 육성으로 으르렁거리는 배우들의 모습은 조금 가엾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천재성은 곳곳에서 빛을 바랬다. 아프리카 초원을 무대 위로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무리없이 연출했다고 말하고 싶다. 한정된 무대를 벗어나 관객석까지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빙빙돌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무대를 통해 극의 역동성을 꾀했다. 하이에나와 암사자가 싸우는 장면에서는 무대를 30도 정도 기울여 시각의 극대화를 가능케 했으며 풀밭을 가로지르며 사자들이 용맹스럽게 달릴 때는 무대 위에 심어진 풀들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게 하였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파사가 들소떼에 밟혀 죽는 장면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규모의 들소떼 사이에서 갈리는 무파사의 생과 사 사이의 급박함을 잡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들소 떼의 묘사가 탁월했다. 무대 좌우로 들소 떼가 움직이게 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쥴리 테이머는 무대 앞뒤를 택하였다. 먼저 무대를 맨 앞, 가운데, 맨 뒤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크기의 들소 인형을 배치하였다. 무대 앞쪽으로 올 수록 더 커지고 더 많아지는 들소 인형을 통해 원근감을 살리고 긴박함을 잡아냈다. 여기에다 귀를 울리는 음악까지 가미해주니 들소 떼 장면 연출 끝. 토니 최우수 연출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연출에 대해선 이쯤 해두고 약간은 불만족스러웠던 연기에 대해 말해보자. 물론 전반적인 연기가 성에 안 찼다는 것은 아니다. 차즈나 시몬, 품바의 연기는 극 중간중간 웃음을 제공해주며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익살스러운 대사를 함과 동시에 동물 인형을 능숙히 조종하는 모습도 탄성을 자아낼만 하였다. 문제는 또 사자다. 무파사는 사자의 용맹과 엄숙함을 표현하는데에만 치우쳐 아버지의 자상함이 보이지 않았고 몸짓과 대사의 조화가 매우 어색해 보였다. 지나치게 큰 제스쳐며 상황 따지지 않고 질러대는 호령을 불편하기까지 했다. 또한 나라는 어렸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크고 나니 여성스러움은 사라지고 굵은 남성의 목소리와 날카로운 발톱만 앞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묘한 매력이나 여성스러운 눈웃음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찌나 잘 으르렁대던지 저게 남잔지 여잔지 헷갈릴 정도였다. 또한 대사 자체가 전체적으로 사실성이 없었다. 상징성 짙은 대사만 짧게 뱉어낼 뿐 실제로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대신 억지로 스토리를 끌어내려 한다는 느낌만 짙었다. 이는 티몬과 품바의 애교로도 덮기 힘들었다. 어린 심바는 앳되 보이는 꼬마가 나와 연기했는데 한창 자라나는 꿈과 희망을 짓밟긴 뭐하니 귀여웠다고만 해두자.

쥴리 테이머가 예술가 출신이어서 그런가, 무대는 예뻤지만 연기는 별로 안 예뻤다. 도리어 이목을 끄는 것이 연기나 작품이 아닌 스케일과 사운드인 점은 주객전도가 아닌가하여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중간 쉬는 시간에 목이 타 사이다를 사먹었는데 코딱지만한게 삼천원이나 했다. 근처에 보이는 거라곤 잠실롯데백화점 뿐이라 어쩔 수 없이 사먹었는데, 문득 뮤지컬 라이온킹이 사이다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양도 적으면서 비싼 컵에 담아 가격을 한참 부풀려 파는 사이다나 연기력이나 작품성보다는 무대를 꽉 채우는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뮤지컬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연출은 매우 훌륭했으나 그것만으로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 관객석 옆에서 뛰어다니는 코끼리는 한번 보고 웃으면 그만이다. 얼마 전에 캣츠가 한국에서 공연하다고 하여 보러갈 예정인데, 십몇만원짜리 사이다나 마시러 가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9만원짜리 사파리석 학생할인하면 5만원에 볼 수 있습니다. 방학시즌 맞아서 해준다네요.

shiny
sh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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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다만, 아쉬운 것은 이 글이 작품 공연상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발전방향이나 문제점에 대한 해결전략 등에 대한 조언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까지 조금더 욕심내어 제안해 주는 글을 만났으면 합니다.

    • 2007-07-16 00:18:25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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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한동안 연극감상평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고 보니 참으로 반갑군요. 이라는 화제작을 보았군요. 자신의 취미여가 활용을 위해 이렇게 거액의 투자비까지 들여가며 뮤지컬을 감상한 님의 선택안목에 칭찬과 격려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설정, 연기력과, 연출의 부족함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부대시설의 부담스런 가격 책정 실태를 비판한점이 매우 진지하고도 설득력있게 느껴집니다. 이런 판단력은 여러 작품을 감상하면서 얻은 실제적인 감상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문화향유의 고수라는 말씀이지요.

    • 2007-07-16 00:16:09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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