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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안녕하세요. 김중일 시인님.

  • 작성자 김중일
  • 작성일 2012-02-18
  • 조회수 41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재치있는 질문 잘 읽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에 한해 성실히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스무살 때 처음 시를 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무살 봄에 시를 처음 읽었고(주로 노동시를 비롯한 사실주의 시들), 그해 5월에 동아리 시화전 출품 때문에 시를 반강제적으로? 창작하게 되었답니다. 아버지에 대한 시였던거 같은데, 다행히? 지금은 그 전문이 완전히 사라져버려 다행이다 싶습니다. 당시를 애써 더듬어보자면, 나름 저는 신입 성인이었지만 아마도 이곳 글틴게시판을 찾는 중고등 학생분들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시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되네요.^^


 


한이 많다보니, 글을 쓰게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일상에 대한 관심, 그로인한 민감한 감수성 같은 것들로 인해 같은 상황이라도 더 많이 설레고, 그 때문에 더 많이 상처받는 건 대체적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저는 그다지 그렇지는 않은듯하지만요. 좀 무덤덤한 편입니다.^^)


상처에 말하고 있는 많은 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의 바깥으로 구사일생 빠져나와 따뜻한 폐허가 된 상처의 아문 자리를 '객관화'하여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처든, 우울이든, 권태든, 혹은 우리를 멜랑콜리하게 하는 무엇이든 그 감정의 한가운데에서는 왠만해선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 격렬한 감정의 자장이 너무나 강하다보니, 스스로의 감정이 잘 컨트롤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확 감정을 쏟아냈는데 기가막히게 시가 되는,, 물론 그런 예외는 있지만요. 하지만 매우 드물어요~^^


우리가 서로 지문이 다르고 얼굴이 다르고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면 누구나 갖을 수 있는 상처 고독 우울 등도 깊고 내밀하게 들어가면, 나만의 고유한 빛깔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만의 내밀한 날것 그대로 타인에게 내어보이는 '시'라면, 읽는 독자들의 반응은  자칫하면 시큰둥할수도 있거든요^^


 


그 밖의 많은 질문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니까, (제가 모든 “글 쓰는 사람”이 어떤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철저하게 제 입장에서 대답을 드릴게요^^


20대 때는 밤에 잠이 잘 안 올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비교적 잘 잡니다.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문인들은 십중팔구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ㅋㅋ


아직 뼈마디가 시리지는 않고요. 군것질은 잘 안 합니다. 머리는 하루에 한번 이상 감고, 직장에서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이 매우 많지만 심한 두통은 다행히 아직 없습니다. 컨디션에 따라서는 종종 가벼운 두통이 오기도 합니다만... 가정사를 평범합니다. 그냥 적당히 부분적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행복합니다. 코딱지는 휴지로 처리하며, 덧니는 없고, 시력은 좋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저역시 많이 졸립니다. 하지만 졸릴때까지 있어본지도 오래됐네요.;; ‘꽃’을 비롯해 시에 쓰기에는 뭔가 멋쩍고 간지럽고 식상하게 느껴졌던 단어들이, 등단 10년을 맞은 최근에서야 뭔가 새로운 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때문에 종종 시 속에 쓰게 됩니다.


아직 관절염은 없습니다. 계단을 좋아해서 제 시 속에는 계단이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가 잘 살고나 있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쓸쓸할때도 있지만, 마치 우주에서 파견된 스파이처럼 지구상의 누구도 '진짜' 나를 모른다는 달콤함도 쏠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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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하게 잘 생기셨네요.


ㅎㅎ


요즘에 제가 시에 맛이 들리기 시작했는데


김중일 시인님은 언제 부터 시를 쓰셨어요?


원래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이 많나요?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겨울 바람에 뼈마디가 잘 시렵고


잠 자리에 누군가에 한숨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군것질하는게 너무 행복하고


머리를 잘 안감고


컴퓨터 전자파 때매 잔 두통이 오고


가정사가 불행하고


코딱지를 파서 책상 밑에 묻히고


덧니가 있고


눈이 침침하고


도서관 가면 졸리고


꽃이란 단어가 식상하게 들리고


남자친구에 목이 마르고


코스트코 머핀이 카페를 점령한 것에 갑자기 화가 나고 그러나요?


내가 지구에 사는지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눈물이 나고


이십살 부터 관절염이 와서


계단을 잘 못 올라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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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 익명

    이런 질문에 답변해주실지 몰랐는데 넘 너무 감사해요 ㅎㅎ도움이 아주 많이 되었어요. ㅋ

    • 2012-02-18 20:38:0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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