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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한줄백일장 심사 결과(김미정 문학평론가)

  • 작성자 웹관리자
  • 작성일 2011-07-08
  • 조회수 382

6월의 한줄백일장 심사 결과입니다.


 


김미정(문학평론가)


 


 


 


 


* 양면 테이프 : 검은색,커피색,살구색 스타킹은 다른 색인 것을 인정하면서 왜 사람색은 다른 색인것을 탓할까


* ZorOTruT7 : 립스틱이 터진 입술을 가려준다면 스타킹은 흉터를 가려준다. 그럼 상처받은 마음은 무엇으로?


* 스스로그러하듯 : 학생샐활규정 중 - 검정색, 살색, 회색 스타킹만 허용. 스타킹마저도 교문 안을 통과하면 이렇게 무채색이 되어버린다.


* 유랑선 : 스치기만 해도 올이 나가는 게, 더 단단해져야 할 나의 모습과 닮았다.


* 유리방울 : 다리를 보호하려고 신는 순간, 쭉 나가는 이녀석. 내가 널 보호해야 하는 아이러니란!


 


 


이번 한줄백일장 소재를 보고는 잠시 (^^) ←이런 표정이었습니다.


(이유는 제가 여중, 여고를 나왔던 시절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관련됩니다.)


 


이번 소재는 상대적으로 남학생들에게 불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스타킹에 대한 개인적 에피소드, 회한 등은 교복을 입는 여학생들에게 좀더 실감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해서였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다닌 학교들의 경우, 살색 아니면 검정색 이외에는 허용되지 않았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스타킹을 신어야 하는 기간과 아닌 기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늦봄 더울 때는 스타킹 없이 양말만 신고 학교에 가도 적발의 대상이 되곤 하는, 그런 이상한 규율들이 있었고요. 그리고 학교 밖과는 달리 학교 안에서는 구멍난 스타킹이든, 올이 나간 스타킹이든 친구들 사이에서 전혀 부끄럽지 않아하는 분위기도 있었고요. (이런 건 사회의 일반적 시선에서 자유로운, 말괄량이 여학교 문화의 일종이었다고 여겨집니다만^^) 또, (스타킹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스타킹은 자꾸 흘러내려서 십 원짜리 동전을 끼워 놓아야 했던 유행도 있었고요.(백 원짜리나 오백 원짜리는 안 되고 반드시 십 원짜리 동전이어야만 했습니다. 왜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스타킹이란 건 여전히 억압적 한국식 학교 규율의 대표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규율을 위한 규율 중 하나라는 것 말이죠. 그런 규율과 틀 속에서 한정된 자유만 허용되는 게지금 한국의 중고교생이겠지만, 그 한정된 자유를 재기발랄하게 구가할 수 있는 것도, 역시 그 나이대의 특권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킹’에 대해서라면 저는 여전히 ‘양가적’ 심정입니다. ^^


 


여러분들이 한 줄씩 달아준 글들을 보면서 아주 유쾌해졌습니다. 한정된 자유 안에서도 역시 넘치는 감수성은 막을 수 없고, 상상력은 무한히 자유로웠으며, 나아가 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진지한 의미도 촌철살인처럼 담겨져 있는 것을 보면서요.


 


가령, ‘양면 테이프’님의 말(“검은색,커피색,살구색 스타킹은 다른 색인 것을 인정하면서 왜 사람색은 다른 색인것을 탓할까”)을 보면서 저는, 스타킹을 단지 개인적 경험에 가두지 않고 거기에서 연상되는, 그리고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재치에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 안의 이중잣대 같은 것을 지적한 말이겠지요. 각각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왜 여전히 우리 안에는 피부색으로 사람을 구별하고 편견을 갖는 것일까. 뭔가 내 안의 깊숙한 곳을 뜨끔하게 하는 말 아닌가요. 그런 걸 건드리는 건 그 자체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ZorOTruT7’님의 말(“립스틱이 터진 입술을 가려준다면 스타킹은 흉터를 가려준다. 그럼 상처받은 마음은 무엇으로?”)도 재밌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한없이 허약한 존재인지라, 옷도 입는 것이고, 얼굴에 뭔가를 바르기도 하는 것일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대로 세상에 내보일 때, 종종 우리는 상처받곤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미 상처가 있는 경우 그걸 남에게 들키고 싶진 않습니다. 그것이 물리적(신체적)이든, 심정적이든 말이죠. 스타킹은 과연 그런 것과 관련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상처받은 마음이란... 아, 마음의 스타킹 하나 발명하고 싶어집니다...


 


‘유랑선’님의 말도 재밌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올이 나가는 게, 더 단단해져야 할 나의 모습과 닮았다.” 탄력좋은 나일론 스타킹이 20세기의 아주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해도 역시 사소한 스침에도 올이 나가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침에 학교 앞에서 사서 신은 스타킹이 의자에 살짝 튀어나온 나무가시에 걸려 금세 올이 나가버릴 때, 그 허무함이란... 그 허무함은, 언제나 씩씩하고 단단하고 싶은데, 그래서 그 결심을 수 만 번도 더 하는데 금세 사소한 뭔가에 금이 가는 내 모습을 닮았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유리방울’님의 말(“다리를 보호하려고 신는 순간, 쭉 나가는 이녀석. 내가 널 보호해야 하는 아이러니란!”)은 학창시절 스타킹에 대한 사소한 원망의 순간을 '아이러니'로 포착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올이 나갔을 때, 임시방편이 투명매니큐어인 것 아시죠?^^


 


‘스스로그러하듯’님의 촌철살인(“학생샐활규정 중 - 검정색, 살색, 회색 스타킹만 허용. 스타킹마저도 교문 안을 통과하면 이렇게 무채색이 되어버린다.”)도 훌륭한 블랙유머로 읽혔습니다. 똑같은 것을 강요하는(그래야만 통제와 훈육이 쉬우므로) 한국의 학교라는 장소. 그럼에도 그 규율들은 학교 안 학생들의 생기마저 완전히 장악해 버리지는 못합니다. 그런 게 지금 ‘스스로그러하듯’님 혹은 응모해준 다른 모든 글틴친구들의 글에서 생생하게 묻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말해준 몇몇 글들이 흥미로웠습니다만, 역시 자기 얘기와 생각이 묻어나는 쪽에 좀더 제 맘이 동(動)했다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다음 한줄백일장 소재와 답글에 대해서도 기대가 많이 되네요.


 


비와 햇볕을 오가는 나날, 건강 유의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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