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작성자 마린이
- 작성일 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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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916
저는 원래 산문을 쓰는 문청이에요.
하지만 산문을 쓴다고 해서 운문을 무시하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도 시간 날 때마다 써보곤 하죠...
그런데 제가 산문 라인이라서 그런 걸까요?
시를 쓰면, 문장 자체가 지저분해 보여요.
제 시를 본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너는 원래 산문을 써서 그런지, 산문체가 시에 남아있어. 산문을 가져다 행갈이만 한 느낌이야."
이런 식의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시를 쓴 다음, 퇴고를 많이 하는데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운문같은 문체는 대체 어떤 건가요 ㅠㅠ
어떻게 해야 산문을 행갈이 했다는 느낌이 안들까요?ㅠㅠ
그냥 이렇게만 여쭤보면 막막할 것 같아서, 제 작품 올려드릴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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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퇴고 전)
누렁소의 벌려진 입 사이로 피어올랐던 거품 침
그 거품 침 너머, 입 안에는 짓물러져 헐어버린 물집 자국
그것을 보며 나는 우리 집을 보았다
제대로 일어서질 못해 자꾸만 스러지는
사료를 잘 먹지 못해 배를 곯고 침울해지는 우리 집을 보았다
애처롭게 뿌려대는 소독약은 어머니의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누렁소의 나 죽네, 나 죽네, 소리는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되어 퍼져나간다
절뚝이는 그 발걸음은 무너져가는 우리 집의 미래였나
절뚝인다
자꾸만 절뚝인다
우리 집이 절뚝거린다
―매장 하러 왔습니다.
무엇을 매장하겠다는 건지
누렁소에게 깊숙이 파고드는 주사 바늘은
아버지의 심장에도 깊게 깊게 꽂혀서 빠지질 않고
누렁소와 아버지는 힘이 풀려 자리에 풀석, 주저앉는다
남은 것은 아버지 트럭에 쌓여있는 허연 석회가루와 손에 쥐여진 보상금
몇 장의 종이는 우리 가족을 더 무너지게 만든다
종이 한 장보다 얇던 우리의 겨울 옷
어머니는 아직 흙을 덮지 않았다며 가지 말라고 하시는데
누렁소가 보고 싶어 몰래 가 보았더니
눈깔 뒤집고 입을 벌리고 굳어버린 누렁소
쇠파리가 자꾸만 꼬인다
나의 뒤집힌 눈깔에도, 다물어지지 않는 입 안에도
굳어버린 나의 다리에도 쇠파리가 자꾸만 자꾸만 꼬인다
살처분 (퇴고 후)
벌린 입 사이로 피어오른 거품 침
그 거품 침 너머, 입 안에는 짓물러져 헐어버린 물집 자국
그것을 보며 나는 우리 집을 보았다
제대로 일어서질 못해 자꾸만 스러지는
사료를 잘 먹지 못해 배를 곯고 침울해지는 우리 집을 보았다
애처로이 뿌려대는 소독약, 어머니의 눈물 되어 흘러내리고
누렁소 나 죽네, 소리 아버지의 신음소리로 퍼져나간다
절뚝이던 그 발걸음 무너져가는 우리 집의 미래였나
―매장 하러 왔습니다.
무엇을 매장하겠다는 건지
깊숙하게 파고든 주사 바늘
아버지 심장에 깊게 꽂혀 빠지질 않고
결국 힘이 풀려 그대로 풀석, 주저앉는다
이제, 눈깔을 뒤집고 입을 벌리고 굳어버려 있다
쇠파리가 꼬인다
내 뒤집힌 눈깔에, 다물어지지 않는 입 안에
굳어버린 나의 다리에 쇠파리가 자꾸만 꼬인다
누렁소가, 부모님이, 우리 집이,
자꾸만 일어서질 못하고 발버둥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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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에요..ㅠㅠ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제 시를 평가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작품 평가 부탁은 자제해달라고 공지에도 써 있고요..ㅋㅋㅋ
제 질문의 요점은요, 산문의 느낌이 나지 않게 하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운문 문장이란 건 대체 무엇일까요? 전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말 진심으로 ㅠㅠ
시를 많이 읽어야 될 것 같아서 시집을 몇권 구입해서 읽고는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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