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옛날 뻐꾸기」외 6편
- 작성일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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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옛날 뻐꾸기
황성희
홀딱 벗고 대곡 사거리에 서 있어 보았다
1972년에서 여기까지 흘러온 담대함 또는 무지함으로
내년부턴 미국인과 나이 세는 법이 같아진다는데
아무도 내가 홀딱 벗은 것에 놀라지 않아서 놀란다
사거리 한복판에 서 있지만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서너 대 정도는 예의상이라도 비켜 갈 줄 알았는데
차들은 유유히 나를 지나치며 자기들끼리 교행한다
어쩌다 나는 가드레일보다 못한 지경까지 왔는가
그때 나는 우리로 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나 그때
나 홀로 사는 것이 우리에 대한 험담이던 시절 그때
나의 알몸에 반응하지 않던 차들이 갑자기 경적을 울린다
나는 좀 더 큰 목소리로 그때는! 이라고 외쳐 보았다
그러자 차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끽끽 멈춰 서며
당장 그 입을 닥치라는 듯 경적을 드높였다
그제야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대곡의 사거리 한복판에서 알몸으로
그때는! 그때는! 뻐꾸기처럼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절대 잘못 떨어진 뻐꾸기 새끼가 아니다
여기는 나의 둥지 너의 둥지 우리의 둥지가 아닌가
그때는! 그때는! 내가 날뛰자 차들은 덜커덩! 덜커덩!
부딪치고 멈춰 서며 사거리는 조금씩 엉키기 시작했다
이 꿈결 같은 시간이 언제 또 올지 몰라
나는 실컷 내가 되는 재미를 누려 두려고
건너편 인도에 벗어 둔 1972년의 옷 같은 건 잊어버리고
그때는! 그때는! 하고 옛날에는! 옛날에는! 하고
날뛰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날갯짓처럼도 보였다
가진 것이 개미밖에 없는 개미
그때 나는 딱 중간 지점이었다
어디와 어디의 중간인지만 몰랐고 나머지는 다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첫 번째 개미는 제림아파트 시소 안장에서 죽었고
두 번째 개미는 102동 화단 옆 소화전 밑에서 죽었고
세 번째 개미는 노인정 앞 정화조 뚜껑 위에서 죽었고
네 번째 개미는 죽을 예정이나 일단 국기 봉부터 오른다
대부분의 개미들은 지하에서 태어난 게 분명하지만
비행기를 삼킨 애벌레는 시간 밖으로 날아오르려 했고
몸속 가득 영혼만 모은 애벌레는 선지자를 꿈꾸었으며
한 여왕개미 꽁무니가 뒤틀릴 때마다 조각달은 떨어지고
어떤 개미는 거기에다 대고 앞발을 비비며 소원을 빌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개미들이 아침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죽었다던 개미 중 몇몇은 되살아나 사촌과 만나고, 이미
추억이 되어 버린 어떤 개미는 자신의 허구성을 참다못해
더듬이 속 끝까지 뚫고 내달려 몸 밖으로 뛰어내리고
태양까지 기어갔다던 개미는 눈이 먼 채 돌아와
개미 말고는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고 울부짖었다
그걸 기도로 착각한 개미들이 덩달아 울부짖다 어느 날은
수천 마리씩 날쌔게 뭉쳐 고양이인 척 생쥐를 덮쳤고
어느 날은 뭉게뭉게 생각을 키워 코끼리가 되었다가
너무 긴 코에 우스워져 배가 터지는 개미들도 있었다
그때 나는 딱 중간 지점에 있었다
어디와 어디의 중간인지만 몰랐지 나머지는 다 알았다
개미가 가진 것이 개미밖에 없다는 것도
개자식 여러분
개처럼 사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으로 만들어진 발을 내려다보던 개는
발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자리를 핥는다
발을 핥는 자리마다
발은 계속 생겨났다
개로 사는 일이 늘 나쁘진 않았다
누구도 개에게 미래를 묻진 않았기에
어떤 불안도 준비할 필요 없이 그저
집 주변을 어슬렁대는 하루하루를
맹렬히 짖어 멀리 쫓아 버리면 그뿐
가끔 목줄을 찬 채로 높이 뛰어오르면
허공의 목을 캑캑 조르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날은 공을 물고 뛰고 또 뛰었다
숨찬 허공이 헐떡대는 재미가 있었다
이것저것 다 싫증이 나는 날에는
개 밖으로 조용히 혀를 뻗었다
시간에서는 투명한 강물 맛이 났고
혀는 과거와 미래를 제멋대로 핥다
슬그머니 돌아오곤 했다
개 속에 머물렀던 건
개를 사랑해서가 아니었지만
당장 개를 관두면 무엇이 되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짧고 뭉툭한 발톱을 손톱처럼 기르고
민숭민숭한 앞다리를 양팔처럼 휘두르는 개가
내게 목줄을 채우고 주인처럼 두 발로 서서 걸을 때
숨통을 끊어 놓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은 그래서였다
개자식- 하고 조용히 으르렁거리다 만 것도
아직은 서로 들킬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도
그래서였다
멧돼지보다 김
이 농장 농민들은 사과 깨나 먹어 본 민족으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문외한도 아니라는
사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드높았다
서로의 사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도
개개의 사과가 무시되거나 다치는 일 없이
각자의 농토 안에서 굳건한 가지를 뻗어 갔지만
좋은 사과의 요건과 등급 선정의 기준을 놓고
사과 본래의 달콤함을 지켜야 한다는 자와
품종 개량을 통해 달콤함을 개선하자는 자와
이국의 우수한 단맛을 그대로 들여오자는 자와
근대화된 고랭지로 아예 이식하자는 자가 있었다
생소한 토양으로 인해 뿌리 변형이 생기더라도
세계적인 사과를 위해서 거칠 관문이라고 했다
이식된 사과는 본래의 사과가 아니라고 하는 자와
이식된 덕분에 더 좋은 사과로 거듭날 거라는 자와
이식기술의 전수 대가로 농장 지분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대뜸 김이라는 자가 자주 거론되었다
그는 대략 반만년 내내 이 농장에 머물렀고
농장주와 농장의 상호가 수없이 바뀌는 동안
교과서 개정에 맞추어 조선 사과 상고사를 발표해 왔다
그는 자신을 사과 맛을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허공을 개간하여 사과나무를 심는 연구에 매진 중으로
농장 규모 확장의 공로를 인정받아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의 사과로 품평회에서 대상을 탄 이력은 사실이나
사과나무를 심기 위해 사과나무를 뽑고 다니는 기행으로
멧돼지보다 더한 농장의 골칫덩이가 되는 중이었는데
이번 농장주는 사과 복지 관리사에 번번이 낙방하는 이력이
김의 농단 덕분에 묻힌다며 여기저기 술자리에서 좋아하였다
딸기 냄새를 풍기는 룸펜
언젠간 나도 그렇게 되겠지
이렇게 평등한 햇살을 두고
바구니 가득 밀린 빨래를 두고
말라붙은 식탁의 얼룩을 두고
만기가 남은 적금을 두고
다들 덜컥 사라졌듯 그렇게
너덜너덜한 이름 하나 돌에 새기고
처음으로 벗어 보는 이 한 벌의 몸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옷 속에 갇혀
평생 두근댔던 건 도대체 뭐였을까
그런 눈으로 경계하지 말았으면
나는 그저 그런 룸펜이 아니다
의지가 시간을 앞지를 때까지
방 구석구석 뒹굴고 눌어붙는다
어쩌면 한 번쯤 내가 생각한 대로
나를 살아 낼지도 모르지 않나
비록 콧잔등에선 딸기 냄새가 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딸기 냄새가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
그는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다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에 대한 궁금증은 생겨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라는
그의 말을 듣고서야 아차!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은 그의 한 가지를 한 번은 들어야 하지 않겠냐며
어쩌면 우리가 묻지 않아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며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모든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한 가지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겠냐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 날에는 이만하면 우리도 괜찮다고
소외된 것과 타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저는 오늘도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기필코 오늘은 그 한 가지를 듣겠다 생각하지만
어느새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그의 언변에 빠져들고 만다
어쩌면 그는 그 한 가지를 말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한편에서는
그 한 가지가 무엇인 줄 알고 함부로 듣겠냐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야기를 듣는 하루하루가 꿈결처럼 흘러갔기 때문이다
자,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죠
사람들은 안심했다 오늘도 변함이 없었으므로
오늘도 그 한 가지만은 몰라도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시인으로 지낸 어느 한 해
사람으로 지내던 어느 느지막한 해에 나는
이제 좀 내가 내게 걸맞은 옷처럼 여겨졌다
목을 구부리자 목이 구부러지고
양팔을 펼치자 양팔이 펼쳐졌다
나와 나는 한 몸 안에서 정확히 포개졌다
비유를 사용하는 일이 특권처럼 자랑스럽고
소통할 의지를 지닌 우리가 새삼 사랑스러웠다
사유와 지성과 발전의 미래를 믿고
반전 캠페인에 동참하고 친자매의 소송에 잠시 관여했으며
어머니를 위해 날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순애보도 경험했고
동료에 대한 시기를 존경으로 위장하는 법도 알게 됐으며
덕분에 총무를 맡고 객관적이라는 평도 얻었다
무엇이든 원래 없다는 걸 그때에는 모르고
눈만 뜨면 세계는 생겨나길래 그런 줄 알고
종일 책상에 앉아 투명한 글씨로 허공을 썼다
불안을 곧추세운 소년 소녀들이 술을 마시고
오직 한 방향을 향해 늑대처럼 울부짖을 때
그들이 쫓아내려던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머리가 지구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사람이 평생을 바쳐 허공을 떠도는 까닭이
내게도 있을 것이다
다시 책상에 앉아 한 줄 허공 속에
나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써넣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그런 나를 시인이라며 쑥덕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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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2023-11-15
숲속의 버진로드 박재숙 숲길을 걷는다 곁은 바람, 곁은 메아리, 곁은 아프리카, 때때로 곁은 알 수 없는 통증, 숲을 바라보는 계절의 입술은 또 한 차례 바뀌었다 곁은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나란히 언제 어디까지 걸어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언덕 끝, 뱀의 혀처럼 구불거리는 아지랑이를 들었다 저 아지랑이는 어떤 술래가 흘리고 간 잔기침일까 곁에 대한 생각이 발걸음의 가는 길을 가로막고 내일로 손을 잡는다 어디까지 걸어야 마을이 나타나지? 처음 느껴보는 내 마음 같은 마을, 곁과 함께 걷다 보면 꽃바람이 금세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수시로 몰려오는 불안이 눅눅하게 젖어오는 가슴 한쪽을 휩쓸고 지나간다 언뜻 보이는 옷자락 사이로 이정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어느 날 내게 불쑥 다가온 곁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 곁의 이름은 우연이라고 했다 그 이름이 별명인지 애칭인지 모르지만 곁과 함께 구덩이 속의 구더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입에서 달싹거리던 통증의 속말을 한 동이씩 담아 바깥세상에 쏟아버렸다 저 강물의 입자들은 참 곱기도 하지, 꿈이 내 안의 미끄러운 물을 버진로드에 내다 버리기도 하니까 갑자기, 내 살을 어루만지던 소문이 실루엣처럼 빛나고 있다 곁의 손을 잡았던 내 손이 다시 바람의 손을 잡는다 나는 누구일까 새로운 이정표가 바람 곁에 다가와 내게 무언가 말을 걸고 있다 안경학 개론 해와 달을 태초의 어두운 안경이라고 했다 신 안경 속에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있었다 작자미상의 新창세기에는 동그란 안경을 쓰고 빛을 따라가는 것을 안경 산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산책길을 따라 궤도가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자 한쪽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 웃음을 우주의 파장이라고 했다 쏟아진 웃음들을 주워 모으자 뜻밖에도 동그라미가 되었다고 한다 어디론가 무작정 굴러가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동그라미는 구르면서 반짝이는 눈빛이 되었다고 한다 목마른 눈빛의 유일한 탈출구가 동그라미였을까 구르다 보면 균열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래서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다리가 필요하다 요즘은 그 다리를 와이파이라고 하지만 두 개의 동그라미가 만나면 안경이 된다 안경다리 밑에는 코가 큰 얼굴이 있다 어떤 말을 맡으려는 걸까? 얼굴은 태초의 빛을 기억하고 있다 그 빛을 생각하며 세상에 꽃씨를 뿌리고 있다 꽃씨는 자라서 동그라미를 낳을 것이다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나비의 날갯짓 같은 다리가 생기고 동그라미 속에 새로운 우주가 들어설 것이다 흑요석처럼 까맣게 빛나는, 그것을 누구는 구슬이라고, 누구는 둥근 씨앗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이었다 너와 나의 비트박스 웃음 코드가 맞지 않아 투덜대는 너와 나, 우린 왜 서로를 의지하는 거니 봄이니까 이젠 희망의 싹을 틔워보자고 약속했지 사거리를 지나자마자 피리 부는 고양이가 유리문에 찰싹 붙어 커다란 눈을 뜨고 있는 가게 옆 골목길을 따라 오른편에 자리한 치킨 가게에서 보자고 했어 치킨 가게가 보이지 않는데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
- 관리자
- 2023-11-15
시간의 쪽방촌 백지은 새똥이 떨어져 고물 묻을 새도 없는 아파트 놀이터에 일개미들이 쪽방촌을 짓고 있다 풀씨를 물고 가던 일개미 한 마리가 쪽방으로 사라지자 잘려 나간 새 발자국들만 서로의 몸을 부비며 퍼덕거린다 실체 없는 나락이 놀이터 오후 시간과 소란을 벌이는데 그 새 한발 끼고 들어온 거센 바람마저 한자리에서 나락을 펼치니 양쪽 날개를 밀쳐도 꼼짝하지 않던 방울새가 잘 여문 구기자나무를 버리고 그네로 옮겨 앉는다 나락의 운율에 대해 무효한 공간을 불러 모으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앞이 안 보이니까 결국 너도 나처럼 귀먹은 귀로 날아가기 마련 각자 장미꽃을 물고 서 있었다면 봄이라고 부르는 계절은 모두 가뭄이 들었을 테니 그네를 밀어도 날지 못하는 방울새야 너야말로 여기서 죽은 새의 허기를 건져야겠구나 나락에 입혀진 구음처럼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날개를 벗고 받아라 네가 잃어버렸던 날개란다 오전에 뜯어 먹은 구기자가 깃털이 되고 있을 때 무화과 열매 속에서는 말벌 애벌레가 자라고 있었지 제 몸을 흐르는 시그널을 버리듯 공중에 남긴 날개의 노동이다 옆집으로 분가할 일개미들이 새로운 쪽방을 짓고 난간을 향해 떠난 바람이 울음을 묻고 올 때까지 나락들은 이렇게 오후를 거쳐 퍼덕거리겠다 아직도 하루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절박해서 놀이터 안에는 저물녘이 있고 그네가 있고 나도 있는데 일개미가 내 이름을 모르듯 지나가는 암놈을 홀리면 금세 귀먹는 새 날개 없는 것들이 남의 날개를 빌려 날아 보는 나에게 놀이터는 소진해야 할 시간의 쪽방촌이다 시간을 코팅하다 기진한 머리카락을 끌어올리며 명덕역 벤치에 앉아 나비를 날리고 있었다 나비를 날리는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계절이 가진 아득한 향수에 올해 구십이신 아버지는 코팅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신다 봄바람에 몸을 말리며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동상이몽을 꾼다 아버지의 검버섯 위로 하루살이 한 마리 노닐고 있다. 간질거리는 감촉을 참을 수 없는지 얼굴에 달라붙는 하루살이를 '딱' 때려잡는다. 전혀 죄의식 없이 손을 턴다. 아버지의 얼굴에서 하루살이가 코팅된다 화살처럼 빠른 세월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설켜 온전히 풀지 못한 시간을 잡고 싶어 한다 하루살이의 똥이 아버지 얼굴에 튀었을까 상상하는데 순간 아버지 얼굴 위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 하나 스쳐 간다. 어떤 죄도 용서가 될 것 같은 그리움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따라가고 있다. 구름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봄바람이 얼굴에 훅 끼친다. 몸에 스며있는 김치 냄새를 날려 버렸다. 가면 같은 얼굴을 싸 앉는다. 막연한 꿈 하나 품은 채 버티고 견뎠다 낮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고 조금 전에 마신 커피가 받친다. 핸드백 속에서 겔포스를 꺼내 위를 도포시켰다. 도포된 위가 아득하게 코팅되는 느낌이다 사문진 파랗게 덧칠을 한 봄날의 강물은 평화롭고 빨랐다 물줄기는 곡선을 버리지 못해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반짝이는 사금은 죽은 별들의 노래일 것이다 날 세운 물살이 흘러간다 물고기는
- 관리자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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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건
그런 눈으로 경계하지 말았으면. 그 순간이 너무 전해지는 듯 하네요 ㅠㅠ슬프지만 따뜻한 순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