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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잔고 0원」외 6편

  • 작성일 2023-04-14
  • 조회수 1,062

통장잔고 0원


푸른 멍이든 사람들

쫓기며 몰리며 막다른 골목


가마떼기 하나로 문이 되었던

아버지 적 시절은

어판장 오징어 실린

리어카 몰며

한 됫박 보리쌀과

스무 마리 꽁치를 1원에 사 오는

낭만이라도 있었지


빌딩이 즐비하고

아파트가 넘쳐 나도

나에게 주어진 건 월세방 한 칸

보증금도 까먹고

갈빗대 금이 가서

배달일도 못 하고

빈 천장에는 먹먹한 절망이

낙숫물로 뚝뚝

내 눈물 떨어지누나


1740원 마지막 잔고를 털어

신라면 하나 사 온 게 엊그제

쪼르륵 빈 배 속 같이

텅 빈 통장잔고 0원



슬픈 강


전철을 하나 놓치고

다음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서 세 사람 일행의

얘기 소리가 들렸다

50대 중반쯤 아주머니와

20대쯤 아들과

아주머니 친구 같은 분

셋이서 둘러섰다


50대쯤 아주머니가

20대쯤 아들에게

사람을 믿으면 안 돼

사람을 믿으면 안 돼

인생공부를 주입시킨다

아들은 아무 말 없고

아주머니 친구도 말이 없고


얼마나 닳았을까

50대 아주머니 얼굴이 궁금해서

쳐다보았다

꽤나 당당한 얼굴이다

저런 사람이 뉘처럼 섞여 있어서

우리 사회가 흙탕물인가


전철이 온다

사람들은 슬픈 강으로

밀려 타고 있었다



단풍의 꽃편지


겨울 매서운 추위 이긴 몸에서

연두초록 새싹으로 태어났지

햇빛 먹고 바람 먹고 비 먹고

쑥쑥 자라서

초록노래 한 목소리로 불렀어

배암도 우리 그늘에서 오후를 즐겼고

외세의 강한 태풍에

우리 몸 지키느라 진땀 흘려 싸웠어

가을 한 자리 떠나기 전

우리는 색으로 종자를 분명히 그렸지

단풍나무 은행나무 갈참나무……

벌레 먹은 다친 이파리

더 당당한 색으로 말하지

외세를 이긴 뼈가 있는 색

그래서 우리를 곱다고 하는 거야


외세에 휘둘리는

태극기 부대 사람들에게

종자를 지키는

저 단풍 같은 고운 꽃편지를

쓸 수 있다면



지붕 없는 집


뚜껑이 열려 황소바람 휭휭

바깥바람도 무디어진 이골


검은 하늘에서 세찬 비가 쏟아져

방안의 물을 퍼내면서 패인 얼굴


나라의 지붕 지으려고 뚝딱거린 사람들이

골로 가고

그 행렬 따라 일어선 사람들이

나라의 지붕 힘을 합쳐 짓자고

돌리는 사발통문


통일은 나라의 지붕을 짓는 일

분단은 지붕 없는 집에서 사는 거


물 먹은 솜뭉치로 꼬꾸라져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성한 데가 없고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

맷집으로 버티는 사람들


박차고 일어나 하루 이틀 삼 일이면

나라의 지붕을 올릴 수 있지



뒤엉킨 날개


너에게 가 닿지 않았네

안전핀 없는 자본주의 문화

안쓰러워 가슴만 조였네


하루하루 경쟁의 도가니

헤매임들이

쌓인 억압을 풀다가

감당할 수 없는 튕김으로

기타 줄이 툭 끊기고

음악이 사라진 곳

음악과 죽음이 뒤엉킨 참사의 현장

블랙홀은 꽃다운 뭇 생명을 삼키고


한 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안전요원 없는 깡통현장

청년의 삶들이 빨려 들어간 위험한 곳

죽을 것 같아요

위험의 알림을 보냈지만

꽐라된 것들에 의해

안전요청 통신조차 함몰되고


저 공중 속으로 날아간 음악의 메아리

전쟁연습 비행기 소리에

마저 빨려들어 가고


뒤엉킨 날개 곱게 펴 주마

훨훨 날아가시라

우리의 귀한 아들딸들



동백꽃 곁으로


당신으로 다가가는 한걸음

동백꽃 붉은 심장입니다

아직도 당신의 진실을 다 말하지 못하는 세상

핏빛 죽음의 외침을 갈매기도 알아듣고

끼룩 피울음 여수 오동도 앞바다에 뿌리고

파도도 철석 사람세상 왜 그리 더디 가냐고

억장이 무너지는 파도 소리

우리를 때리고


선연한 붉은 피 맺힌 꽃잎 안에

노란 평화를 품은 꽃 수술

온전한 역사가 되지 못한 당신의 붉은 절규

눈 속에 눈부시게 피어난 당신은

역사의 초롱 밝혀 지샌 몸


고난도 에돌아가지 않고 당신 받들어

고운 생명 보듬어

수천만 동백꽃떨기 피워 낸

역사의 외줄기 심지를 태우며

한 발 한 발 당신을 심으며

당신이 외롭지 않게

당신 곁으로 가겠습니다



여순양심의 세월


엎어지는 세월이었다

피신한 벼랑 끝에서

동백나무 아슬히 끄여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총부리 겨누고 잡으러 올 것 같아도

달릴 힘도 없었다

초겨울 풀잎처럼 힘이 빠졌다

닷새를 굶어 바위 옆에 드러누워

무심히 흐르는 시냇물 마시며

삶의 끝이 죽음이지만

이대로 죽어 갈 수 없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거대한 거미줄이 

사방에서 좁혀 오며 포위했다

영덕게딱지만 한 독거미가 

공격을 개시하려고 한다

저 거미를 죽이지 않으면

탈출하지 못하고 거미독에 죽을 거야

쓰러져 누워 있는 몸을

온 힘을 다해 일으키려 한다 

잘 되지 않았다

죽을힘을 다해 일어서면서

두 팔을 벌려 거미줄을 잽싸게 접어

독거미를 있는 힘을 다해 밟았다

퍽 진액을 뿜으며 거미가 죽었다


연좌제는 아들 앞을 가리고 노리는 

그 대형의 거미줄과 독거미였다

취직자리마다 퇴짜를 맞고 엎어졌다

정강이에 새빨간 피가 흐르는 세월 살면서도

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고맙다 아들아 장하다

아들과 아버지는 그러잡고 울었다

아버지처럼 숱하게 엎어지고 다치는

딴 세상을 사는 삶 속에서도 

백지장 양심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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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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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관리자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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