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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도시」외 6편

  • 작성일 2023-04-14
  • 조회수 1,316

암흑도시

김이듬


입국하는 친구를 기다린다

심야 공항 터미널은 지나치게 환하다


그녀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소개할까


맞은편 의자에 앉아 통화하는 사람은 미소를 띤다

왼쪽 옆으로는 불매운동 중인 제과업체의 체인점이 있다

빵 공장 기계에 끼어 숨진 노동자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플라스틱 빵처럼 내 표정은 굳어 있다


밝은 조명 아래 내 우울이 드러나는 게 싫어서

습관처럼 깊이 눈을 감는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습격한다

밀려 내려가다 꼼짝없이 매몰되었던 사람들

필시 친구는 알고 있을 텐데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악했을 텐데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는

그 도시가 더 이상 자동차의 도시는 아니라고 했다

파산 직전의 공장들과 슬럼가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었다


그녀에게 나는 이 도시를 어떻게 설명할까

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도시라고

최소한 총성이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고 덧붙일까


자질구레한 것들을 치운 내 방에 그녀의 잠자리를 만들었고

베지테리언 식당도 알아봤지만


말할 수 없겠지

내가 사랑하는 도시라고


트렁크 끌고 공항철도를 타며

말해야 할까

화장실에서는 불법 카메라를 조심하라고


알려 줄 것들이 조각케이크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다면

이즈음 나는 어두운 방에 나를 가둔 채 창살 모양으로 조각난 달빛에 떨지 않았겠지

신경안정제 부작용인지 부은 얼굴로 너를 마중하러 나오지는 않았겠지


네가 예민한 건 아니야

친구가 와서 나를 안아 주면

환영한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지



11월


차라리 저수지에 몸을 던지겠어


마음이 지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가 씨앗의 기억으로 자란다면

나는 떠날 수 있기만을 꿈꾸었다

뿌리를 뻗어 이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잎을 통해 햇살을 열망했던 나무가

셀 수 없는 잎사귀들을 멀리 보낸다


추락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활엽수 같아서

손바닥만 한 마음을 가졌구나

셀 수 없이 많은

알 수 없이 좀스러운


매년 나는 환희의 나무에 관하여 쓰려고 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했다


이제 내 마음은 낙엽 되어 바스라진다

말라비틀어진 채 나무에 붙어 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처음 날아 본다 나무는

낙엽의 형식으로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갈 수 있다

환희와 슬픔이 섞인 모순적인 마음으로


낙엽은 나뭇잎의 본색이다

겉보기만 화려하지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내 마음


나는 너를 끊어 낸다


낙엽이 물속에 가득하다

가물가물한 노래의 후렴구처럼



간절기


유리창을 닦는다

안에서 닦고 밖으로 나가서도 닦는다


유리창을 유리창이 없는 것처럼 닦아 놓으면

새가 부딪쳐 죽는다

사람의 얼굴이 깨지기도 한다


이목구비 안쪽을 닦는 

수양이 중요하지

교양 높은 이들이 나에게 팁을 주었다

코뼈 부러지고 뺨이 찢어져 봐도 이런 말 할까


커다란 창이 있는 호텔 라운지형 카페에서 

나는 주말에만 아르바이트한다

바깥 사람들은 상스럽게 부채질하며 말다툼하고

안에서는 쾌적하지만 약간 춥다며 붙어 앉는 이들도 있다

내부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이들이 주요 고객이다

조금 싼 데가 생기면 옮길 거면서


오늘은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를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 관해 생각한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을 혼동하지 않을 때까지


계절과 계절 사이의 유리벽이 부서진다

잔상과 전조가 먼지처럼 혼합된다


나는 창틀에 걸터앉아 창틀을 닦는다



10월


   이튿날 테러리스트를 만났다 내가 흙먼지 속에서 초콜릿을 뜯어 먹고 있는데 초가을이라는 탱크에서 내린 그는 마치 외계인처럼 이상한 언어와 비명으로 말했다


   “테러리스트와 시인은 절망 때문에 만들어진다”


   격렬한 통증이 가슴에 찾아왔다 


   나는 식량 보급을 받으려는 사람처럼 그를 올려 보다가 잠에서 깼다


   나는 뒤늦게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매일 끔찍한 꿈을 꾸었다 그러나 시를 제작할 만큼의 충분한 절망이 아니라서 눈물만 찍어 냈다


   테러리스트와 나는 건물 잔해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폭탄처럼 햇살이 쏟아졌다 우리는 이 세상에 불필요한, 어쩌면 해가 되는 존재 같았다 나의 말은 부스러기뿐이었다


   “격리 기간 동안 자신을 유폐 상태에서 벗겨 내도록 해 봐”


   꿈과 현실은 양면테이프를 손톱으로 벗겨 내는 일처럼 어렵고 번거로웠다 방의 끝에서 끝까지 계속 반복적으로 걸었지만 지치지 않았다 


   칠 일째 되는 날, 나는 바깥 세계로 나왔다 마술사의 손수건처럼 새가 날아갔다 



당신의 문


작기도 하다

엄마 소지품 담긴 가방

화장대 앞에 둔다

한참 거울을 보았다

엄마 영정 사진하고

너무나 빼닮은 내가 보인다 

두 뺨엔 말라붙은 눈물 자국

모친을 애도하는 나의 말은

문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면 무엇이 되어야 할까


엄마가 입었던 푸른색 겨울 코트 

안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무슨 중요한 열쇠이기에

안주머니 입구를 실로 꿰매 두셨을까


한평생 자기 주머니가 없었던 엄마는

내가 버린 모자 쓰고 주말농장 일을 했다

그날도 그 챙 큰 모자 쓰고 무릎 관절 약을 타러

동네 의원에 가시던 길이었다

굽은 도로에서 트럭을 보지 못하셨다


운전대 한번 잡아 보지 않은 엄마에게

중고 유모차를 선물했던 건 나다

비닐 소지품 가방을 넣고 밀고 다녔으니

차 열쇠조차 있을 리 없는

엄마의 열쇠로

두 개의 방문 손잡이에 꽂아 보았다


예상대로 어디에도 맞지 않는 열쇠

텃밭에 묻어 둔 금괴 같은 고구마에 맞으려나

옛날에 팔고 떠난 시골집 양철 대문을 열 수 있을까


내가 태어난 그 집

그 좁은 통로를 향한 연결고리를 잃어버린 지 오래인데

나는 당신에게 문을 열어 주지 않았는데


닳은 납작한 신발을 신고 

기운 주름치마를 입고


엄마, 왜 이렇게 청승스러워?


당신이 누리지 못했던

모든 것을 내게 주려는 듯이


그게 얼마나 큰 부담인 줄 모르죠


내가 왜 그랬을까


너무 털털해서 탈이었던

내 엄마의 녹슨 열쇠

무슨 비밀이 있어

혼자 가셨을까

열려 있는 문으로 



습지


   역사에 있습니다 더는 기차가 오지 않는 작고 허름하며 지저분해진 곳이에요 그리운 이가 없으니까 갈 데도 없어요 


   내일 온다고 말하지 마세요 발길 멈추고 올려다본 창문 그리운 이가 사는 것도 아니고 그립다는 말은 얼마나 오염되었는가


   기차도 안 다니는데 철도는 왜 그대로 있나요 나는 철도변에 앉아 아무도 없는 세상을 봅니다 무너져가는 역사 벽에 장미 넝쿨은 왜 만발할까요


   어쨌든 자네의 이 말들을 일종의 결별로 해석해도 되겠지? 나는 당신의 그 문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내 사전의 그리움은 상호적이며 지극해야 합니다


   내가 식용유를 사러 상점에 갔을 때 당신이 먼저 말을 걸었죠 장터까지 같이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게 끝이었겠죠 

 

   나는 시골에 머물며 겨우내 책 한 권을 쓰고 싶었습니다 여기로 오자 모든 게 귀찮아졌어요 여름비처럼 변덕스러운 


   장미여 말하세요 나지막하게라도 그 여러 겹의 입술을 벌려 



야외용 식탁


철제 테이블이 있다

지붕 딸린 베란다에 놓여 있던 테이블이다

테이블 모서리엔 화분이 하나 놓여 있다


이 화분은 엄마가 텃밭에서 키우던 것을 나눠 준 것

풀이 아니라 야생화란다


종이를 놓으면 책상이 되고

오늘처럼 꽃무늬 크래프트 천을 깔고

커피와 포도를 가지고 오면 

테이블은 식탁이 된다


친척 어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나는 병따개 없이도 열 수 있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책에 시선을 두면 아무도 말을 걸지 않으니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테이블처럼

내 감정도 나지막하면 좋겠다


색깔 있는 옷 좀 입으면 안 되겠니?

내가 죽은 지 얼마인데


보청기를 뺀 노인처럼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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