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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문제 없음

  • 작성일 2022-10-01
  • 조회수 2,958

아무 문제 없음

고비읍


오른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틀어막고 참아 보려는 듯하지만, 결국은 끕끕 새어 나오는 소리. 내 바로 왼편에 앉은 아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기 바빴다.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 건 무대 위의 한 남자애가 울기 시작하고서부터였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그 사랑 다 돌려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할게요. 저를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
그 애는 울먹이느라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크게 그 애의 이름을 연호하자 팬들이 한목소리로 그 애의 이름을 외쳤다.
“연홍아, 울지 마!”
“연홍아, 사랑해! 더 많이 사랑할게!”
“최연홍! 행복하자!”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눈부신 조명을 받는 무대 위의 남자애를, 이미 많이 행복해 보이는 그 애를 팬들은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커다란 공연장 안을 둘러보았다. 2만 명이 앉아 있는 이 공연장 어딘가에 송리윤도 있었다. 다른 팬들처럼 송리윤도 그 애를 보고 울었을까. 더 사랑해 주겠다고 외쳤을까. 따로 연락도 한 적 없고, 밥 한 번 같이 먹은 적 없지만 그 애는 송리윤에게 사랑받았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대가 없이.
세븐플래닛은 마지막 무대라면서 팬들에게 함께 부르자고 했다. 팬들은 노래 가사 전체를 다 알고 있는지 막힘없이 따라 불렀다. 3시간쯤 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세븐플래닛이 불렀던 노래 대부분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노래들이었다. 애초에 나는 세븐플래닛에 관심이 없었다. 멤버가 몇 명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도. 관심도 없는 세븐플래닛 콘서트 티켓을 산 건 오로지 송리윤 때문이었다.
“여러분, 오늘 즐거웠나요?”
“네!”
“행복했나요?”
“네!”
“저희도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엔딩 멘트를 던졌다. 아까는 우느라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던 최연홍이 이번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븐플래닛과 가디언이 함께한 지 벌써 5년이 됐어요. 이만하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평생 서로 사랑하고 아껴 줘요. 알았죠?”
팬들은 큰 소리로 “네!” 하고 대답했다. 어딘가에서 송리윤도 같이 외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뭐야? 할 말 있어?”
송리윤이 근처에서 쭈뼛대는 내게 물었다.
“저기…….”
“쉬는 시간 다 끝나 간다. 아까운 시간 잡아먹지 말고 빨리 좀 말해 줄래?”
“나도 갔었어, 어제. 세븐플래닛 콘서트 말이야.”
혹시나 반가워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송리윤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송리윤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여느 때처럼 무심하고 심드렁한 눈빛.
“그래서?”
“애들이랑 콘서트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최연홍이 어제 울었잖아. 팬들도 막 따라서 울고. 서로 사랑하고 아껴 주자니까 다 같이 네, 하고…….”
송리윤이 옆에 있던 주민서, 이윤지, 김시아와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 꾹 다문 입매로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은 결코 좋은 의미라고 볼 순 없었다. 매서운 시선에 입이 자꾸만 쪼그라들었다.
“나도 가디언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어?”
“이한아, 네가 가디언인 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송리윤은 바로 어제 최연홍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세븐플래닛과 가디언은 한 가족이니까 너랑 나랑도 친하게 지내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송리윤의 냉랭한 말투에 입술이 딱 붙었다.
“아니야. 됐어.”
내가 뒤돌아서자마자 뒤에서 최연홍의 이름이 들렸다.
“나 스탠딩 맨 앞줄이라서 연홍이 눈물 바닥에 떨어지는 것까지 다 봤거든. 연홍이가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는 거 있지.”
“걔는 콘서트 할 때마다 울지 않아?”
“우리 연홍이가 마음이 여려서 그래.”
넷 중에 가디언은 송리윤 하나뿐이었다. 세 명은 모두 다른 아이돌 그룹의 팬이라 세븐플래닛 콘서트에 별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송리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콘서트 후기를 전했다.
“이번 콘서트 진짜 무대 찢고 난리 났어. 돔 뚜껑 날아가는 줄 알았다니까.”
가디언도 아닌 애들에게 콘서트 얘길 하는 송리윤의 모습에 나는 확신했다. 송리윤은 나와 친해질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걸.
어쩌다 송리윤과 내가 이런 사이가 됐는지 매일 시간을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암만 생각해도 우리 둘 사이가 멀어질 만한 사건은 없었다.
고등학교 첫날, 내 옆에 송리윤이 앉았다. 송리윤이 나에게 어느 중학교에서 왔는지 물었다. 00중학교라고 하자 거기에는 아는 애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나는 송리윤을 아는 친구가 있었다.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선재 얘길 꺼냈다.
“누군지 알아. 1월에 그 논술학원 등록했거든. 걔가 제일 토론 잘하는 애라며? 나에 대해 뭐라고 했어?”
“솔직하게 말해?”
“응.”
“모델처럼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쁘다고 했어. 얼굴 몰라도 단번에 ‘쟤가 송리윤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눈에 확 띈다고.”
선재의 말에는 과장이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애가 다 있지.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이목구비에 모공조차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를 보고 나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을 뱉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송리윤이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송리윤이 나를 가만 쳐다보았다. 내가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하게 입매를 움직였다. 남의 얼굴을 평가하듯 뚫어져라 본 게 부끄러워서 자리를 뜨고 싶었다. 적당히 핑계를 대고 일어나자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나는 날 예쁘게 봐주는 애들이 좋아.”
송리윤의 눈이 반으로 접혔다. 광대 쪽에서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그 보조개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핑계는 사라지고 송리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한아야, 너 이선재랑 친해?”
“응. 초등학교 때부터 쭉 친구야.”
“그렇구나. 나랑도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한아 너랑 친해지고 싶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믿기지 않아서 도톰하고 하트 모양처럼 생긴 송리윤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송리윤이 내 마음을 읽고 손을 내밀어 준 것만 같았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애들이 말하고 다니던 ‘덕통사고’의 의미를 그때 완벽하게 깨달았다. 한순간에 나는 송리윤의 팬이 되었다. 그건 정말이지 뜻밖의 사고였다. 어떻게 손쓸 수가 없고, 왜 그렇게 됐는지도 설명할 수가 없는 예상치 못한 사고.
한동안 송리윤과 나는 같이 점심을 먹었다. 송리윤은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가 하나도 없어서 같이 밥 먹을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반에 있는 내 친구들도 함께 밥을 먹는 건 어떠냐고 했지만, 송리윤이 안 친한 무리와 밥을 먹는 건 불편하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만 빠져나왔다.
송리윤은 학교의 유명인이었다. 송리윤이 복도를 지나가면 교실에 앉아 있던 애들까지 복도 쪽을 흘끗거리곤 했다. 송리윤이 유명한 건 연예기획사에서 캐스팅 연락을 받아서가 아니라, 공부에 욕심이 있어서 연예인을 할 마음이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어느 기획사에서 연락 온 거야? 그 삼대 기획사 중 하나 맞지?”
“응, 맞아.”
“와, 거기를 거절하냐. 송리윤 진짜 최고다.”
송리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기획사 캐스팅을 거절했다는 것에 애들은 열광했다. 연예인이 되면 세븐플래닛과 만날 수도 있는데 그런 사사로운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고고하게 행동하는 점이 송리윤의 매력이라고 했다. 전교 5등 안에 드는 애가 연예인처럼 예쁘기까지 하니 애들 사이에서 송리윤의 얘기가 빠질 틈이 없었다.
“연예인한테 DM받은 적은 없대?”
“있어.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우리랑 동갑인 배우한테서 연락 온 적 있댔어.”
“누군지 너무 궁금하다. 한아야, 너는 알지? 너는 송리윤이랑 친하니까.”
“나는 알지.”
“우리한테도 말해 주면 안 돼? 진짜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안 돼. 리윤이가 그건 절대 말하면 안 된댔어. 그 배우한테 피해 갈 수도 있다고.”
애들은 온갖 회유로 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입을 다물었다. 송리윤에 대한 것들을 나에게 물어 보는 게 어쩐지 뿌듯했다. 아무도 모르는 송리윤의 비밀을 나만 알고 있으니 어깨가 으쓱거렸다. 그 기분에 취해 실수하지 않도록 무엇은 말해도 되고, 무엇을 말하면 안 되는지 송리윤에게 늘 확인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송리윤이 말했다. 나와는 거리를 두고 싶다고. 이유를 물어 봤지만 송리윤의 대답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너랑 더 이상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그뿐이야.”


선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다그쳤다.
“걔는 너랑 친구할 마음이 없다는데 너는 왜 그렇게 송리윤에게 쩔쩔매는 거야? 존심 안 상해?”
“존심 상하지. 기분 나빠, 나도. 근데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자꾸 마음에 걸려. 매일 둘이 같이 밥 먹고 서로 집에도 놀러 가고 그랬는데 하루아침에 거리를 두자니까 납득이 안 돼.”
“송리윤한테 물어 봤어? 실수한 거 있냐고.”
“응. 그런 거 없댔어. 아무런 문제 없대. 문제가 없는데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가 않대.”
선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문제가 없는 게 문제네. 답을 못 찾잖아. 고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고. 그냥 너도 포기하고 받아들여야겠다. 이한아, 그렇게 절망스러운 표정 지을 거 없어. 송리윤이 뭐라고.”
선재는 평생 사랑을 약속한 부부도 마음 식었다고 깨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반년짜리 우정은 얄팍하니 더 잘 깨지지 않겠냐면서 나를 다독였지만 솔직히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송리윤은 유행을 몰고 다니는 선구자였다. 송리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신발, 옷이나 액세서리는 순식간에 유행이 되고 송리윤과 말 한 번 섞어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줄을 섰다. 송리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누구나 인정하는 송리윤이 내 친구라니. 학교 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송리윤은 내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나를 보고 수군대는 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한 사람에게 내쳐졌을 뿐인데 내가 누구한테든 간단하게 내쳐질 만한 존재가 됐다. 송리윤만 없을 뿐인데 모든 걸 다 빼앗긴 기분이었다.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송리윤이 아니어도 밥을 같이 먹을 친구가 있고, 같이 놀 친구가 있고,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있는데 허전하고 외로웠다. 나는 송리윤에게 다시 인정받고 싶었다.


(알 수 없음)에게 메시지가 온 건 세븐플래닛의 콘서트가 끝난 지 5일이 지나고 나서였다. 이름은 말 그대로 알 수 없었고, 누군지 유추해 볼 수 있는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도 텅 비어 있었다. 스팸이거나 잘못 보낸 메시지거니 하고 넘길 수 없던 것은 송리윤과 나와의 관계를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보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 송리윤과 다시 친구가 되고 싶지? 방법을 알려줄까?
“너 누구야?”
-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송리윤과 친구가 되고 싶냐는 거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 순 있고?”
- 응. 나는 송리윤이 왜 너랑 멀어졌는지 알거든.
송리윤이 나와 관계를 끊은 이유가 있다. 역시 있었어.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현재 송리윤과 함께 다니는 무리들이다. 주민서, 이윤지, 김시아. 그 애들은 지금은 나를 본체만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말을 많이 걸었다. 대화 주제는 다 송리윤이었다. 송리윤이 어떤 음식 좋아하는지, 주말엔 뭐 하고 노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 송리윤과 친해지고 싶은 애들은 한 번씩 나를 거쳤다. 나를 통과해야 송리윤과 가까워질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그냥 속 시원히 누군지 밝혀. 주민서, 이윤지, 김시아 중 한 명이지?”
-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니까. 네가 송리윤과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면 내가 도와주려고 해. 진심이야.
“그래 놓고 돈을 요구하려고? 나 돈 없어.”
- 그딴 건 바라지도 않아. 너 되게 의심이 많구나. 몰랐네 그 점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날 도와주겠다니. 미심쩍었다. 엄마가 누누이 강조한, 대가 없는 호의는 의심해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알 수 없음)의 속셈을 찾아내고자 했다.
“아무 이득도 없는데 왜 나를 도와줘?”
- 송리윤을 향한 네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 네가 좀 안타깝거든. 친구는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인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끊는 건 너무 냉정하잖아. 물론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 맞춰 나갈 기회는 줘야지. 안 그래?
(알 수 없음)은 내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대로 송리윤과 관계를 끊고자 한다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길게 망설이지 않았다. 송리윤과 관계를 끊을 때 끊더라도 확실하게 매듭짓고 싶었다.
- 그나저나 명심할 게 하나 있어. 나와의 대화 내용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 해. 네가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 송리윤이 눈치 챌 수도 있으니까. 그럼 다 끝나는 거 알지? 죽도 밥도 안 되는 거야.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한테는 말해도 돼?”
- 이한아. 친구 관계는 신뢰가 바탕인 거 모르니? 중요한 얘기를 남한테 쉽게 말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송리윤과 다시 친구할 수 있겠어?
(알 수 없음)은 비밀로 하지 않겠다면 모두 없던 일로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친구 관계는 신뢰가 바탕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어쩌면 송리윤에게 내가 신뢰를 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는 내게 아무 얘기도 털어놓고 싶지 않았던 걸까. 송리윤에게 그런 존재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말 안 할게. 약속해.”
- 좋아.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게. 너도 알다시피 송리윤은 예쁜 걸 좋아해.
송리윤은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파는 카페에 가는 걸 좋아했다. 색색깔의 마카롱이나 귀여운 쿠키, 그림이 그려진 레터링 케이크를 앞에 두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그래 놓고는 한 입도 먹지 않고 나한테 모두 넘겼다. 살찐다면서. 송리윤이 안 먹는 음식을 다 내가 먹은 탓에 송리윤과 함께 다니면서 4킬로가 쪘다.
- 사람도 마찬가지야. 송리윤은 예쁜 사람 좋아해. 자기 관리 철저하고 잘 가꾸는 사람. 내 말 뭔 말인지 알겠니?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불룩 튀어나온 배가 보였다. 엄지와 검지로 두툼한 뱃살을 집어 보았다.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뱃살이 없던 적이 없었다. 이 뱃살을 전부 빼려면 디저트는 물론이고 라면이나 빵도 끊어야 한다. 빵순이인 나는 빵을 끊을 자신이 없어서 애초에 다이어트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 네가 못생겼다는 건 아니야. 다만 송리윤의 눈이 아주 높다는 거지. 네가 살이 찌면서 너에 대한 송리윤의 우정도 조금씩 떨어져 나갔을 거야.
그 살은 송리윤 때문이기도 했다. 안 먹을 거면 음식을 시키지 말지. 아까운 음식을 살찐다고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진 찍어야 한다고 먹지도 않을 음식을 시키는 송리윤 때문에 살찐 건데, 살이 쪘다고 우정이 떨어져 나갔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 당뇨 걸린 사람 많다는 얘기 들어 봤지? 달게 먹고 짜게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대. 이참에 건강관리도 할 겸 체중을 좀 빼는 거야. 송리윤은 건강보다 먹는 걸 우선시하는 걸 싫어해서 그런 거지, 네가 단순히 살쪄서 싫었던 건 아닐 거야. 그러니까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송리윤과 다시 친해지는 방법이 다이어트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이었다. 송리윤과 함께 다니는 애들이 전부 다 예쁘고 날씬한 애들이긴 했다. 살 빠질 데도 없는데 필라테스를 매주 두 번씩 하는 걸 보면 그 애들은 다 건강관리에 꾸준히 시간을 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알 수 없음)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 머리 스타일도 좀 바꾸고. 여자고 남자고 간에 아름다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야.
(알 수 없음)은 다이어트는 유지가 더 어려운 거라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많이 빼고 유지를 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고 추천했다. 하루 천 칼로리 이내로 먹으면 살은 금방 빠질 거고, 살을 빨리 뺄수록 나를 보는 송리윤의 시선도 빨리 변할 거라고 했다.
어차피 다이어트를 한 번쯤은 해야 했다. 그게 바로 이 순간인 거고. 결심이 선 순간 실행해야 한다. 나는 즉시 방 밖으로 나갔다.
“엄마, 아빠, 오빠. 바로 지금부터 나 다이어트해. 그러니까 내 앞에 빵이나 과자 같은 거 절대 보이지 마. 알았지?”


이 주 만에 만난 선재가 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가족들은 매일 봐서 그런지 살이 빠졌는지 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로 내 의지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선재의 평가가 중요했다.
“빠졌어. 턱도 날렵해졌고, 배도 들어간 것 같아.”
“진짜야? 휴, 다행이다. 나 이 주 동안 과자 한 번도 안 먹은 거 알아? 빵은 도저히 끊을 자신이 없어서 빵 먹고 싶은 날엔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먹고 빵만 손바닥만 한 크기로 조금 먹고 그랬어.”
나는 안도감에 숨을 돌렸다. 힘들게 식욕을 참은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선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너무 굶으면서 빼는 거 아니야? 얼굴도 푸석푸석하고 창백한 느낌인데 괜찮은 거야?”
“에이, 겨우 이 주 다이어트했다. 지금까지 내 몸에 저장된 지방이 얼마나 많은데 이 주 좀 안 먹었다고 문제 생겼겠어? 처음에는 배고파서 잠도 안 오고 음식 보면 눈 돌아가고 그랬는데 꾹 참으니까 입맛이 떨어지긴 하더라. 지금 약간 그 상태야. 허기진 상태에 적응돼서 굶어도 그렇게 배가 안 고픈 상태.”
(알 수 없음)은 아주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모든 게 다 무너지니까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에 반해 선재는 좀처럼 좋은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거 절대 좋은 상태 아니야. 우리 성장기야. 잘 챙겨 먹어야 해.”
“성장판 닫힌 지가 언젠데 무슨 성장기야. 지금 먹는 거 키로 안 가고 다 살로 가는 거니까 음식 조절하는 건 당연한 거야.”
“한아야, 나는 네가 왜 살을 빼는지 모르겠어. 너 과체중도 아니었잖아. 뱃살은 나도 있어. 굶어야만 뱃살이 빠지는 거면 그냥 달고 사는 게 건강에는 더 낫지 않을까? 게다가 기력 없어서 운동도 못 한다면서. 음식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는 게 훨씬 건강한 다이어트란 거 몰라?”
잔소리나 들으려고 선재를 만난 건 아니었는데 선재는 만나는 내내 다이어트를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선재의 별명이 왜 거머리인지 이해가 잘 갔다. 상대를 끈질기게 잡고 늘어져서 논리의 허점을 캐내고 무너뜨리는 이선재. 토론할 때 선재와 한 팀이 되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는데, 정반대편에 선 선재를 보니 재빨리 도망치는 거 말곤 방법이 없는 듯했다.
“조금만 더 해보고. 뭔가 반응이 오는 것 같아.”
다이어트를 하면서 송리윤과 눈이 전보다 많이 마주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송리윤이 나를 쳐다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알 수 없음)의 말대로 좀만 더 빼면 뭔가 송리윤에게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반응? 무슨 반응?”
선재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차. (알 수 없음)과의 대화는 다 비밀이라 선재한테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진짜 이유를 털어놓지 못하는데 실수할 뻔했네.
“아니…… 주변 사람들 반응이 좋다고. 선재야, 내가 걱정돼서 하는 말인 거 다 알아. 근데 좀만 지켜봐 줘. 여기서 멈추기엔 아까워서 그래. 건강도 챙기면서 할게. 응?”
선재는 끝까지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잔소리를 더 늘어놓지는 않았다.
살을 빼고 나서 가장 좋은 건 전에는 못 입던 옷들을 입을 수 있다는 거다. 배가 드러나는 크롭티나 허벅지가 보이는 짧은 반바지도 문제 없었다.
(알 수 없음)은 송리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주말에 송리윤이 공원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간다며, 교복은 살 빠진 게 잘 티가 나지 않으니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플리마켓에 오면 송리윤이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날 미용실에 들러 파마를 했다. 미용실에서 이십만 원 가까이 주고 한 파마는 집에서 고데기로 만든 웨이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예뻤다. 살이 빠지니 파마도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송리윤과 우연인 척 마주쳤을 때, 나는 송리윤의 커다란 눈이 더욱 동그래지는 걸 놓치지 않았다.
송리윤의 반응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살이 많이 빠져서 몰라봤다거나 예뻐졌다는 둥 듣기 좋은 소리들이 쏟아졌다. 외모로 칭찬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이게 다 송리윤 덕분이나 다름없었다.
(알 수 없음)은 송리윤이 가지고 있던 내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여전히 너에 대해서 밝힐 마음은 없는 거야?”
(알 수 없음)이 어떻게 이렇게 송리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름대로 (알 수 없음)이 누군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짚이는 게 없었다. 송리윤에 대한 정보가 빠삭한 걸 보면 송리윤의 주변 인물인 게 분명한데, 암만 생각해 봐도 송리윤과 친한 사람들이 굳이 나를 챙길 이유가 없었다. 송리윤과 내가 가까워지는 게 이득이 되는 사람. 그게 대체 누구일까.
- 이한아. 내가 누군지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더 중요해. 너도 모르지 않을 텐데.
머리를 열심히 굴리며 (알 수 없음)을 알아내려는 내 속마음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 (알 수 없음)이 따끔하게 말했다.
- 송리윤은 인기도 많지만 걔를 끌어내리려는 애들도 많아. 뭐 그럴 수 있지. 누구나 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심이 있잖아. 하여튼 누군가 송리윤을 몰아세우거나 무시할 때 네가 송리윤 편을 들어 줘. 사이가 멀어졌는데도 다른 애들 앞에서 송리윤을 추켜세워 주고 편을 들어 주면 송리윤이 너를 좋게 볼 거야. 송리윤은 쉽게 돌아서지 않을 충성심을 높이 여기거든.
송리윤의 편을 들어 주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송리윤의 약점이 드러나는 일이 진짜 있을까 싶었는데, (알 수 없음)은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거라고 했다. 그 말이 예언처럼 곧 이루어졌다.
조별 수행평가 계획을 짜던 날이었다. 여럿이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무슨 주제를 택할 것이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자료들을 찾고, 회의는 몇 시에 어디에서 모일 것인지 등 이것저것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다툼이 벌어지곤 했다. 다행히 내가 속한 조는 수행평가 점수에 목숨을 걸지 않아서인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옆 조는 아니었다.
“이럴 거면 너 혼자 해, 송리윤. 너는 어떻게 양보를 하나도 안 하냐?”
“너는 무턱대고 반대만 하는 거 아니고? 다른 애들은 좋다는데 왜 너만 그래, 우경아. 잘 생각해 봐.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우리 문화가 세계를 휘어잡게 되었는지 탐구하는 거,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재미야 있겠지. 근데 K-POP이나 한국 문화와 관련한 주제를 다룰 조는 많을 거고, 자료는 거기서 거기라 비슷한 얘기, 뻔한 얘기 이어질 게 걱정이라는 거야. 좀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주제면 좋겠어. 기후학자들이 사라지는 이유나 가스라이팅 범죄 같은 거.”
옆 조는 주제 선정 단계부터 막힌 모양이었다. 김우경과 송리윤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 조의 다른 애들은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아니 점점 김우경의 설득에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송리윤이 불리해질 것 같았다. 좀처럼 대립이 끝나지 않아 답답한지 송리윤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나는 이때가 (알 수 없음)이 얘기한, 내가 나서야 할 때라는 걸 직감했다. 여태까지는 남들에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 게 뭔가 어렵고 두려워서 다른 애들의 말에 다 동의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이상하게 용기가 샘솟았다.
“나는 송리윤의 주제가 더 끌려. 우경이가 말한 주제도 다른 조들이 안 할 거란 보장 없잖아. 기후 위기 다루는 조들은 꽤 될걸? 주제가 같아도 뻔하게 안 하면 되지. 소설책들도 소재는 비슷한데 다 다르게 재밌잖아.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재밌게, 참신하게 쓰는 게 작가의 능력이고. 수행평가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너네 조에 송리윤이 있는데 뭔 걱정이야. 송리윤은 분명히 잘 해낼 거야.”
내 말에 김우경이 인상을 썼다.
“이한아, 네 의견 안 물어 봤거든? 우리 조 일에 네가 왜 참견이야.”
김우경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몇몇 애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너무 티 나게 송리윤의 편을 든 것 같긴 했다. 그래도 송리윤의 눈빛이 전보다 당당해진 것을 보면 내가 한 일은 틀림없이 옳은 일이었다.
“후, 우경아, 네가 나를 못 믿는 거 같아서 지금 얘기할게. 사실은 우리 작은 아빠가 영화감독이야. 천만 감독은 아니지만, 이름 대면 알 사람은 알 만큼 나름 유명해.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영화계 뒷이야기 같은 거 들을 수 있어. 미술이나 음향, 조명 스태프들 인터뷰도 따낼 수 있을지 모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들로만 할 거 아니야. 뻔하게 안 해.”
인맥을 활용해서 훨씬 다양한 자료들을 얻어낼 수 있다는 송리윤의 말에 김우경은 더는 반대하고 나서지 않았다. 이미 다른 애들이 송리윤에게 넘어가서 혼자 버텨 봐야 소용없었고.
쉬는 시간이 되자 송리윤이 내게 다가왔다. 송리윤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 건 무려 두 달 만이었다.
“아까는 잘했어. 고마워, 한아야.”
한아야. 송리윤이 성을 빼고 한아라고 불렀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입가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알 수 없음)은 모르는 게 없었다.
- 좋은 일 있던데? 거봐. 내 말대로 하니까 희망이 보이지?
우리 반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알 수 없음)이 우리 학교 애라는 건 확실하고, 우리 반 애일 확률도 높다. 송리윤이 내게 말을 걸었을 때 주변에 누가 있었더라. 송리윤과 나의 대화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던 애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박지우? 걔는 송리윤이랑 대화를 거의 나눈 적이 없으니 아닐 거다. 고지나인가. 아니야. 고지나는 남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애가 아니야. (알 수 없음)일 리가 없는 애들을 하나씩 제외해 보는데 (알 수 없음)이 말했다.
- 이제 쐐기를 박을 때가 된 것 같아. 너 16일 토요일에 뭐 해?
핸드폰 캘린더 어플을 확인했다. 다음 주 토요일. 그날은 지역구 고등부 토론대회 본선이 있었다. 선재를 응원하러 갈 계획이었다. 선재가 토론대회 우승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지 옆에서 지켜보았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고 유튜브에 올라온 토론대회 영상도 매일 두 시간씩 시청했다.
- 송리윤도 토론대회에 나가. 네가 거기서 송리윤을 응원해 줘.
“뭐? 그건…….”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 머뭇거림의 이유를 (알 수 없음)도 알고 있었다.
- 네 친구도 출전하지? 간단히 결정할 수 없는 네 마음 이해해. 그렇지만 송리윤의 친구가 된다는 건 송리윤과 누구보다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거야. 송리윤에게 보여줘야 해. 너에겐 송리윤이 가장 중요한 친구라는 걸.”
(알 수 없음)은 이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했다. 송리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이 기회를 놓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 이선재야, 송리윤이야. 누굴 택해야 할지 잘 생각해 봐.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지 말이야.
“그럼 선재에게 다 설명해도 될까? 내가 왜 송리윤을 응원하는지 미리 얘기하면…….”
그렇다면 선재는 이해해 줄 것이다. 조금은 섭섭할지 몰라도 내가 송리윤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다 봤으니까 결국은 내 선택을 존중해 줄 것이다.
- 그건 안 돼. 우리의 대화는 영원히 비밀로 남겨 둬야 해. 송리윤은 자신과 친구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우정을 보고 너를 받아 줄 거야. 이선재랑 짝짜꿍해서 꾸민 계략이 아니라.
“…….”
키패드를 몇 번이나 눌렀다 지웠다.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 송리윤과 친구가 되기 위해 네가 여태까지 들인 수고와 노력이 너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지 찬찬히 살펴봤으면 좋겠어. 너는 전보다 훨씬 예뻐졌고, 자신감도 늘었고, 네 의견을 당당히 얘기할 수도 있게 됐지. 너의 단점이 사라진 거야. 송리윤 옆에 서 있어도 부끄러울 게 하나 없어.
(알 수 없음)은 토론대회를 기점으로 연락을 끊겠다고 했다. 자신의 도움도 이제는 끝이니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당부했다.
토론대회 전날까지도 나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송리윤은 종례 때 앞에 나가서 이번 토론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며 반 친구들이 와서 응원해 준다면 힘이 날 거라고 했다. 송리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아니 모든 게 다 빛나 보였다. 송리윤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눈부시고, 찬란했다. 송리윤 옆에 있으면 나도 그럴 것만 같았다. 송리윤이 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내 쪽을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쳤으니까 나를 쳐다본 게 분명했다. 송리윤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디 내일 꼭 와줬으면 좋겠어.”
나를 보는 송리윤의 두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내게 말하는 것처럼. 나는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밤에 선재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벌써 자는 거냐고, 자신은 떨려서 잠이 오질 않는다는 선재의 톡을 보고도 답장하지 않았다.
선재와 나는 초등학교 때 논술 학원에서 만났다. 그때도 선재는 아는 게 많았고, 책을 좋아했고, 말을 잘했고, 야무졌다. 반면 나는 말이 느리고, 목소리도 작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토론이 있는 날마다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울던 애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학원에 가 자리에 앉으면 내 옆에 선재가 와 앉았다. 토론 작전타임 때마다 나는 한마디도 못 했지만, 선재는 나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천천히 나를 이해시키고, 왜 이 근거가 논리적이며 상대의 근거보다 타당한지 설명해 줬다. 선재는 초등부, 중등부 때도 토론대회에 나갔다. 준비한 만큼 잘 해냈고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그런 선재를 응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일부러 웃기는 문구를 쓴 스케치북을 들고 있으면, 긴장으로 굳은 선재의 얼굴이 살짝 풀리곤 했다.
선재는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나를 잘 아는 친구다. 그러니 내가 하는 행동의 의미도 파악하고 이해해 줄 것이다.


토론대회 결승에는 송리윤의 팀과 선재의 팀이 올라갔다. 사회자는 우승 후보로 꼽힌 두 팀이 예상대로 결승에 올랐다면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팀의 실력을 칭찬했다. 결승 토론 논제는 ‘대통령 2회 연임을 허용해야 한다’였다. 선재의 팀이 찬성, 송리윤의 팀이 반대를 맡았다. 양측은 준비한 입론을 실수 없이 마쳤다. 두 팀 다 원고 내용을 다 외웠는지 종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막힘없이 말했다. 상대측의 반론도 이미 다 예상을 한 모양이었다. 왜 연임을 허용해야 하는지, 왜 허용해선 안 되는지 합당하고 논리적인 근거들이 술술 나왔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연임제, 독재 방지를 위한 단임제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맞붙는 건 송리윤과 이선재인데 방청석에 앉아 있는 내가 다 땀이 났다.
마지막 최종 변론을 준비하는 5분간의 작전타임이 주어졌다. 축축한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흰 종이를 쓱 내밀었다.
“이따가 토론 다 끝나고 결과 나오기 전에 이거 들고 리윤이 응원할 거거든? 너도 리윤이 응원할 거지? 여기다가 문구 써.”
이윤지였다. 옆을 보니 송리윤을 응원하러 온 반 애들 몇몇이 종이에다가 문구를 쓰고 있었다.
이미 전날 밤 결정을 내렸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펜을 쥔 손이 가만히 멈춰 있자 이윤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리윤이 응원하는 거 아니야? 종이 안 쓸 거면 가져갈게.”
“……아니야. 쓸 거야.”
잠시 고민하다가 내가 쓴 건 아주 평범한 문구였다. 그래도 누구를 응원하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문구.
송리윤 파이팅.
“너무 밋밋한데. 여기 색깔펜 있으니까 빈 공간 좀 꾸며 봐. 리윤이 눈에 잘 띄게.”
김시아가 다른 애들이 다 쓰고 남은 펜을 내게 넘겨주었다. 노란색으로는 별을 그리고, 빨간색으로는 하트를 몇 개 그렸다. 그랬더니 주민서가 훨씬 낫다며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양 팀의 최종 변론까지 마무리되자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숨 막힐 듯한 긴장감에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있던 방청석에서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선재의 학교 친구들도 꽤 많이 왔는지 선재의 팀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컸다.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던 선재가 나를 발견했다. 손을 더 열심히 흔드는 선재에게 나도 작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다들 준비됐지? 하나 둘 셋 하면 종이 들고 다 같이 ‘송리윤 잘했어’ 외치자. 하나! 둘! 셋!”
“송리윤 잘했어!”
김시아의 외침에 맞춰 모두가 종이를 들고 “송리윤 잘했어!”를 외쳤다. 송리윤의 이름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송리윤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보고 웃었다. 애들이 쓴 문구를 하나씩 읽으면서 미소 짓고, 엄지를 치켜들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든 종이를 보았다. 송리윤의 두 눈이 반으로 접혔다. 그리고 광대 쪽에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나는 그 보조개를 보느라 선재가 내가 들고 있는 종이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지 못했다.
토론대회 우승은 선재의 팀이었다. 나는 바로 송리윤의 표정을 살폈다. 송리윤은 분하거나 열등감에 젖은 얼굴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재에게 세찬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제야 나도 안심하고 열띠게 박수를 쳤다. 내 박수소리는 다른 이들의 박수소리에 묻혀 앞쪽까지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선재는 내 쪽에 더 이상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선재가 트로피를 들고 나가는 게 보였다. 선재를 따라 나가려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아야.”
송리윤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싱긋 웃는 얼굴. 송리윤은 내가 가디언인 게 자신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말투로 내게 말했다.
“오늘 와줘서 고마워. 네가 응원해 줘서 꼭 이기고 싶었는데 아쉽다. 이선재가 너무 잘하더라.”
“으응…….”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어색하게 말을 흘렸다.
“끝나고 뭐 해? 나랑 밥 먹으러 가자. 친구들이랑 가려고 4명 레스토랑 예약해 놨거든.”
그토록 바라던 순간이었다. 송리윤은 나를 자신의 친구로 받아 주겠다는 얘길 하는 거다. 나는 들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근데 어쩌지. 한아가 가면 한 명이 빠져야 하는데. 내가 네 명으로 예약을 했거든.”
송리윤이 주민서, 이윤지, 김시아를 보면서 말했다. 어? 잠깐 머리가 멍했다. 세 명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게 보였다. 나 때문에 저 셋 중 한 명이 빠져야 되는 상황이라는 거야? 그럼 내가 빠지겠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살짝 손을 들고 입을 열려던 참에 옆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아, 너는 가야지. 리윤이가 같이 밥 먹자고 했잖아. 내가 빠질게.”
이윤지였다.
“그래, 그럼. 윤지가 빠지는 걸로 하자.”
송리윤은 아무렇지 않게 기다렸다는 듯이 이윤지를 제했다.
“우리 이제 이만 갈까? 예약 시간 늦겠어.”
송리윤이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먼저 앞장섰다. 주민서와 김시아가 이윤지에게 손을 흔들고 송리윤을 따랐다. 송리윤은 이윤지에게 인사를 했나. 못 본 것 같은데. 나는 애들 뒤를 따라가면서 슬쩍 뒤를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혼자 남게 된 이윤지가 신경 쓰였다. 내가 송리윤에게 내쳐졌을 때처럼 우울하고 울적한 표정이진 않을까 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윤지는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째서 이윤지는 웃고 있는 걸까. 의아했다.
식당으로 걸어가는 길에 (알 수 없음)에게 마지막 연락이 왔다.
- 송리윤은 홀수를 싫어해. 그래서 항상 짝수를 유지하려고 하거든. 둘이나 넷. 이제 너까지 넷이니 나는 해방이야.
“무슨 말이야? 무엇에서 해방이라는 거야?”
나까지 넷이라는 건 뭐고, 그게 (알 수 없음)이 해방되는 것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넌 네가 원하는 대로 송리윤과 친구로 지내면 돼. 축하해. 다시 송리윤의 친구가 된 걸.
(알 수 없음)은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밤, 선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선재는 받지 않았다. 톡도 잠잠했다. 선재에게 보낸 메시지가 읽히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갔다. 선재에게서 답이 올까 계속 들고 있던 핸드폰이 띠링 울렸다.
- 한아야,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와.
송리윤은 ‘놀러 올래?’라고 물어 보지 않고 ‘놀러 와’라고 했다. 나는 그 두 개의 차이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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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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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문장의 방 한 칸

[문장서포터즈] 문장서포터즈 1기 '몽글' 6명은 만 18세 이상 미등단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몽글'은 직접 작성한 활동계획서를 기반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취재하며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기획자로서 문학을 탐구합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까지 6개월간 문장웹진 '모색'에서 문장서포터즈의 다양한 기획을 만나보세요. *몽글 : 문장서포터즈의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에 몽글몽글 뭉치어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름 문장의 방 한 칸 ― 창작촌 탐방기 〈예버덩문학의집〉 편 이형초 안녕! 문똑이들! 나는 문장웹진의 숨겨진 자식 문장이라고 해. 글월 문(文)에 담 장(墻) 담장마다 나의 글을 새기라는 의미에서 아버지가 지어주셨지만 그래서 강원도 횡성에 있는 문학 창작촌으로 향하고 있어. 문장웹진 독자들의 열띤 삶을 보면서 나도 문학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거든! 삼면이 주천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과 들판이 아름답게 펼쳐진 흰 집! 한 시인의 개인 사유지가 창작촌으로 만들어졌다고 해. 어딘지 궁금하지? 날 따라와! 바로 〈예버덩문학의집〉이야! 내가 한 달간 묵을 창작촌을 소개할게. 이곳은 작가들과 작가지망생들이 훌륭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입주와 관련해서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상단의 QR코드로 접속해서 홈페이지를 살펴봐! 잠깐! 저 익숙한 뒷모습은?! 〈예버덩문학의집〉을 관리하는 대표이자 시인인 조명 작가님이셔! 선생님을 따라 창작촌을 둘러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잣나무 숲속에 방강로 3개가 쭉 이어져 있고 오른쪽엔 주천강이 훤히 보이는 야외무대가 있어. 이곳에서 문학 특강, 연주, 연극, 낭독회 등 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주최한다고 해. 참여 작가들에게는 소정의 활동비가 주어진다고 하니 문장이는 지금부터 낭독 연습을 시작할 거야! 안쪽으로 쭉 가면 주천강이 보이는 둥근 마당이 있는데 이곳을 ‘노을버덩’이라고 부른대. 입주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주천강과 노을을 바라보며 심신을 정화하고 싶을 때 문화쉼터로 활용된다고 해. 강물 소리가 들리는 노을버덩, 예쁘덩! 이곳이 〈예버덩〉 본관 입구야! 안으로 들어가 볼까? 입구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야외 테이블! 날씨가 좋으면 이 테라스에서 다 함께 식사해. 공동 도서관부터 둘러보자!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창작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곳에서 작가를 초청해 특강을 하거나 소규모 작가와의 대화, 낭독회, 예버덩 워크숍을 주최하는 등 여러 가지 문학 프로그램을 연대. 문장이의 방을 소개할게! 입주하는 동안 개인 집필실에서 방해받지 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어. 문장이가 오기 전에 이불도 깨끗하게 세탁해 주시고 방도 청소해 주셨어. 청소도구, 세면도구(샴푸, 린스, 비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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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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